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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축 저 | 최성은 역 | 은행나무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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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냉전 체제와 사회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폴란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이 마을 주민의 신화적 삶과 어우러져 장엄한 우화를 빚어낸다-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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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810895 / 380쪽 15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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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현실과 환상, 역사와 개인 이야기, 거대 서사와 미시 서사의 대립과 공존 《태고의 시간들》은 20세기 폴란드의 역사를 거대 서사의 축으로, 작가가 창조한 소우주인 ‘태고’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 삼대의 이야기를 미시 서사의 축으로 한 작품이다. 총 84편의 조각 글들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간은 연대기적인 단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짤막한 단편들 또는 에피소드들의 짜임으로써 나선형으로 돌아간다. 소설의 중심인물들인 니에비에스키 가족(미하우와 게노베파, 미시아와 이지도르, 아델카)과 이웃들뿐만 아니라, 외부인들(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점령한 군인들), 동식물, 신과 천사, 사물, 죽은 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조각 글들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각 개체의 개별적 삶의 방식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여기가 태고의 경계야. 여기에서 태고가 끝나. 더 가봐도 아무것도 없어.” (…) 그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더니 루타가 경계라고 말한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런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뭔가 이상했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손가락 끝이 사라졌다. (…) “걱정 마, 이지도르. 우리에게 다른 세상은 필요 없잖아.” 147~149쪽 마을 주민들 각자의 삶이 펼쳐지는 가운데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촘촘히 배치됨으로써 ‘태고’는 가상의 공간임에도 개연성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로 보내거나 무감하게 학살하는 장면, 전후(戰後) 사회주의 시절에 시민들이 정부 당국으로부터 엄혹한 감시를 받는 장면 등은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땅바닥에 누워 있던 사람 하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강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게노베파는 그녀가 미시아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셴베르트네 식구인 라헬라임을 알아챘다. 품에는 갓난아기가 안겨 있었다. 군인 한 명이 무릎을 꿇더니 침착하게 그녀를 조준했다. 라헬라는 한동안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군인이 달려가 그녀를 발로 밀어서 돌아 눕히는 것을 게노베파는 보았다. 군인은 아기를 싼 새하얀 포대기를 향해 총을 한 방 더 쏘고는 트럭으로 돌아갔다. 167쪽 비극적인 역사의 무자비한 흐름 속에서 여성 개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그러나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혹은 기록될 수 없었던 소수자 개인들, 무엇보다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탄생부터 성장, 결혼, 출산,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남자보다 여자가,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남편보다 아내가 더 빨리 죽는 시절이었다. 여자는 인류가 은밀히 고여 있는 그릇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아이들은 여자들에게서 새 생명을 얻었다. 그런 다음 깨진 알은 스스로 붙어 다시 고유의 형태를 회복해야만 했다. 여자가 강할수록 더 많은 아이를 낳았고, 그로 인해 여자는 조금씩 약해졌다. 65~66쪽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뒤 유대인 청년에게 사랑을 느낀 게노베파,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둠과 슬픔이 깃든 삶을 살아낸 미시아, 술 취한 남자들에게 몸을 팔다가 숲속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치유와 예언의 능력을 갖게 된 크워스카, 신산한 삶 끝에 광기에 사로잡힌 노파 플로렌틴카, 독일군과 러시아군 모두에게 강간당하고 사랑 없는 삶을 살아가다 ‘태고’를 떠나는, 크워스카의 딸 루타, 독단적인 아버지의 집을 떠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꾸려가는, 미시아의 딸 아델카 등 역사의 비극 뒤편에서 잊힐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 고향을 떠나는 버스에 오른 아델카는 아버지 집에서 몰래 들고 나온, 어머니의 커피 그라인더를 꺼내어 천천히 돌린다. 아델카의 이러한 행위는 연속성과 지속성, 그리고 어머니라는 존재의 계승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게노베파의 시간은 미시아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그 시간은 다시 아델카에게로 연결되며, 겹겹의 시간을 잇는 고리가 된다. 모든 것이 되풀이되고 순환되면서 그렇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옮긴이의 말’에서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새롭고도 독특한 소우주 속에서 순환성, 원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화적 시간이 펼쳐지는 이 작품은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지속과 변화를 되풀이하는 공간을 통해 결국 소설이란 시간의 이야기임을, 태곳적부터 만들어온 인간의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저자 소개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
등단 초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등단작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은 폴란드 출판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세 번째 장편소설 《태고의 시간들》(1996)은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폴란드 시사 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도서’로도 뽑혔다. 니케 문학상 대상 수상작 《방랑자들》(2007)은 영어판 《Flights》로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그 외 작품으로 《E. E.》(1995) 《낮의 집, 밤의 집》(1998) 《세상의 무덤 속 안나 인》(2006) 《망자의 뼈에 쟁기를 휘둘러라》(2009) 니케 문학상 대상 수상작 《야고보서》(2014)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최성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폴란드어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르샤바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1997∼2001),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평전-안녕하세요 교황님》(바다출판사, 2004), 《세계의 소설가 II-유럽·북미편》(공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3) 등이 있고, 


역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명상시집-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따뜻한 손, 2003), 《고슴도치 아이》(보림출판사, 2005), 《쿠오바디스 I, II》(민음사, 2005), 《끝과 시작-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문학과지성사, 2007), 《판 타데우시》(공역: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5), 《비단 안개-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폴란드어 번역, Dialog, 2005),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도서출판 강, 2005), 《작은 도시 마모코》 등이 있다. 


그 외에 <폴란드 문학을 통해 살펴본 19세기 말, 20세기 초 서양문학 속의 동양문화 열풍>, <폴란드 콜롬부스 세대와 윤동주의 저항시 비교연구>, <폴란드 사회주의리얼리즘 시에 나타난 한국전쟁>, <폴란드 현대시에 나타난 일본 시가 하이쿠의 영향>, <타데우쉬 루제비츠의 시에 나타난 전쟁의 상흔과 정체성의 회복>,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치 비트키에비츠의 ‘작은 저택에서’와 이근삼의 ‘원고지’에 나타난 탈리얼리즘적 표현기법 비교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책 속에서

그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지속적이며 고귀한 것, 인간보다는 시간에게 더욱 익숙한 것을 원했다. 시간 속에서 그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유지하게 할 수 있는 것, 시간 속에서 그녀를 영영 멈추게 하는 것을 바랐다. 덕분에 그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 되었다. 83쪽

1939년 여름, 신이 주위의 모든 곳에 있었기에 수상쩍고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처음에 신은 가능한 모든 것들을 창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신은 전혀 일어날 수 없거나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들, 다시 말해 불가능한 것들의 신이었다. 139쪽

쿠르트의 병사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쿠르트는 그들을 만류하지 않았다. 총을 쏜 건 그들이 아니었다.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공포와 고향을 향한 향수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그들은 총을 쏘았다. 162쪽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움직일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다는 뜻이다. 삶이란 결국 움직임이니까. 죽임을 당한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은 몸이다. 그리고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의 시작과 끝은 몸 안에 있다. 212쪽

파베우는 자신이 길가의 한옆에 내던져진 돌멩이나 버려진 아이 같다고 느꼈다. 그는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이 거친 현재의 시간 속에서 바닥에 등을 대고 똑바로 누운 채 스스로가 매초 무(無)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생생히 감지했다. 249쪽

세상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생을 찬미할수록, 생과 더욱 강렬하게 연결될수록 죽은 자들의 시간은 더욱 혼잡해졌고, 공동묘지는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죽은 자들은 이곳에 와서야 ‘삶이 끝난 후’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자신들이 지금까지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음을 깨닫게 된다. 죽고 난 뒤에 비로소 생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발견은 헛된 것이었다. 264쪽

“다 잘될 거예요. 세상이 전과 많이 달라졌잖아요. 더 커지고, 더 나아지고, 더 밝아졌으니까요. 예방주사도 생겼고, 전쟁도 끝났고, 사람들의 수명도 늘어났고……. 안 그래요?” 미시아는 유리잔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321쪽

미시아의 영혼이 그녀의 몸에서 분리되고 생물학적 두뇌 활동이 멈춰지게 되면, 미시아 보스키는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 종국에는 그녀의 생각과 말, 그녀가 직접 겪고 몸담았던 모든 일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인생처럼 평범하지만, 그 속에는 어둠과 슬픔이 깃들어 있다고 가족들은 확신했다. 345쪽

목차

태고의 시간들 · 5

옮긴이의 말 ·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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