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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4095 / 124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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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권현지 시인의 첫 시집 『우리는 어제 만난 사이라서』가 시작시인선 028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6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에 「프로페셔널」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한 후 젊고 새로운 목소리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어둡고 불온한 세계를 헤매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현실보다 생생한 꿈으로 나타나면서, 환청과도 같은 속삭임이 단단하기만 했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시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해설의 말처럼 시인은 “한없이 길게 늘어지는 머리칼처럼 계속 출렁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시의 리듬”을 구사하고 때론 “어른이 하는 아이의 말 또는 아이가 하는 어른의 말과 같은 시들”을 펼쳐 보이며 독창적인 세계를 형성한다.
해설을 쓴 장은석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 대하여 “여러 동화로부터 모티프를 빌리고 있는 그의 시는 어른들의 잃어버린 꿈을 회복하거나 아이의 순수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기를 부수고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고 평했고 표4를 쓴 조동범 시인은 “그의 언어는 지상과 환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매혹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중략)… 또한 시어와 시어의 간극을 통해 만드는 시인의 낯선 감각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배반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펼쳐 보인다”라고 평했다.
권현지 시인의 경계 허물어뜨리기는 비단 ‘어른’과 ‘아이’, ‘지상’과 ‘환영’의 세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파파인애플’과 같이 완전히 다른 대상을 돌연히 연결하는 언어적 모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요컨대 불합리한 체계의 완고한 경계를 뒤흔들고 돌파하려는 시인의 시적 태도에는 경계의 안과 밖 혹은 경계에 걸쳐져 있는 모든 존재들이 함께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표4를 쓴 김수복 시인의 말처럼 권현지의 시는 “리본을 매만지듯 달리는 기차”가 되어준다.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우리 존재의 자의식과 주체와, 탈경계와, 해체와 자유라는 역사驛舍들을 경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
사라진 아버지를 찾으러 숲으로 갔다
얼어붙은 겨울 강 위로, 낡은 해먹 사이로, 열린 새장 안으로
손을 뻗자 잠시만, 사라졌다 나타나는 내 아버지
늦여름, 빈 자동차 안에서 캐럴을 듣는 아버지는 여전히 나를 볼 수 없고
옹이를 어루만지며 나는 웃을 수 있다
내 아버지, 한 다발이다
2018. 12.
권현지
부러진 프로펠러를 타고
뚱보의 허기를 빌려 프로펠러를 작동시킨다
유령들은 지하도 뚜껑을 열면서
시끄러워, 시끄러워 몸살을 앓고
술병과 스파게티 소스를 안고 다이빙하는 소년들
이름도 모르는 거리를 걷다가
내 손엔 그림자를 끄는 목줄
시작도 모르는 문장 위로
방향도 잊은 문고리 위로
너를 살려 둘게, 너를 걸어둘게
칸막이가 켜진 식당 안 혼밥하는 사람들
테이블 위에 쌓인 접시를 걷어낸다
우리는 어제 만난 사이라서
조금 더 친해질 수 있고
그래서 조금 더 다정하지
아픈 생선들은 서로 건드리지 말자
진열대의 술병들
날마다 잘리며, 자라나는 로즈마리들
빛나는 체인을 걸친 근육맨은
맛있는 불쇼와 오늘의 칵테일을 만들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의 밤은
블랙을 추구하는 너의 리스트들 사이
언제나 회전 중이고
장소는, 장소를 잊고
시인의 말
Ⅰ.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는 바나나 한 다발
불시착한 텐트 13
프로페셔널 14
양파의 시간 16
발룻Balut 18
지포 라이터 20
프레스Press 22
하울링Howling 24
스크린Screen 26
클리토스의 정원 28
이구아나 나누기 30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는 바나나 한 다발 31
편두통 32
토크쇼 34
어덜트 베이비Adult Baby 36
접속 38
빛나는 고양이 40
Ⅱ. 리본을 매만지듯 기차들은 달리고
뚱보 45
시간 여행자 46
피터팬 48
사춘기 50
열쇠광 52
월천月穿 53
오르간Organ 54
블랙 1 56
블랙 2 58
라푼젤 60
생존 가방 꾸리기 61
Ⅲ. 위스키 또는 스마일
망고의 정체성 65
망토 68
아나키스트의 빛나는 체인 70
트레비 기차 72
크로키Croaky 74
루나Luna 76
안대를 푼 눈을 보여 줘 77
브라질리언 왁싱Brazilian Waxing 78
목격자 80
댄스 댄스Dance Dance 82
부러진 프로펠러를 타고 84
훌라후프의 세계 86
Ⅳ. 유리 조각처럼 흩뿌려진 기차들
당신은 거길, 푸딩 같다고 말한다 91
비상구 92
적도 94
앵무새 쪼개기 96
베를린 98
매직 아워Magic hour 100
엘리스의 T팬티 103
예술가들 104
공동체 105
오렌지 유추에 의한 공중전화 부스의 학습 106
대식가 108
구의 세계 110
해설
장은석 잔혹 생존 동화 시집 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