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어둠속의 항해

원제 : Voyage in the Dark

진 리스 저 | 최선령 역 | 창비 | 2019년 01월

미리보기 북트리

정가
$27.00
판매가
$14.85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30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8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88936464639 / 256쪽 145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8,900
  • 17,820
  • 15,300
  • 15,30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는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
진 리스가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은 작품


“난 열아홉살이고 계속해서 살아가고 살아가고 살아가야 해”

2019년을 여는 창비세계문학 첫 작품은 어두운 심연에서의 항해 끝에 희미한 한줄기 희망을 마주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20세기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도미니카 태생 영국 작가 진 리스의 『어둠속의 항해』가 창비세계문학 66번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광막한 싸르가소해』 『한밤이여, 안녕』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진 리스 자신이 “가장 자전적”이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 나아가 “최고작”으로 꼽은 장편소설이다. 영국령 도미니카(현 도미니카연방)에서 태어나 열여섯살에 가족을 떠나 영국으로 건너온 진 리스는 독특한 억양과 이국적 외모로 학교와 사회에서 소외당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경제적 지원마저 끊기자 코러스걸, 마네킹, 누드모델 등의 일을 하며 영국 각지를 떠돌았다. 그러다 만난 한 부유하고 나이 많은 영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버림받고, 불법 낙태수술을 받다가 죽을 고비까지 넘겼다. 1914년 약 열흘간 검은 표지의 노트 네권에 열정적으로 써내려갔던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의 이 자전적 이야기는 20년 뒤에 『어둠속의 항해』로 탄생했다. 가난한, 젊은, 여성, 더구나 식민지 출신의 이방인이라는 사중의 억압이 작용하는 냉혹한 세계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단지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도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야 했던 진 리스가 자신의 언어로 신랄하고 고통스럽게 토해낸 이 기록은, 개인사를 넘어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처해온 수난사이자 제국주의에 의해 박탈되어온 식민지 사람들의 목소리로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며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이방의 젊은 여자에게 적대적인 세계에서
표류하며 분투하는 ‘한 여인의 초상’


주인공 애나 모건은 서인도제도에서 나고 자란 십대 후반 소녀이다(작품 속에서는 ‘도미니카’라는 말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새어머니를 따라 영국에 온 뒤 혼자 힘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애나는 극단의 코러스걸이 되어 눅눅한 하숙방과 추레한 극장을 전전하며 각지를 떠돌다가 월터라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 한가닥 희망을 잡는다. 사랑에 빠진 애나는 전적으로 그에게 의지하지만 월터는 이내 싫증을 내며 떠나버리고 이후 애나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다.
애나는 마찬가지로 진 리스의 자전적 경험에 뿌리를 둔 『한밤이여, 안녕』의 주인공 싸샤의 20년 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애나는 여자들을 끊임없이 자기검열하게 만드는 사회의 억압과 모순, 남자들의 허세와 위선을 이미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거부하지 못한 채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휩쓸리고 마는 인물이다. 그러한 점 때문에 출간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일부에서 ‘반(反)페미니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전 존재를 부정하는 사회에 맞서 치부까지 적나라하게 내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용기 있는 발설로서 『어둠속의 항해』는 선구적인 페미니즘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자줏빛 카리브해와 잿빛 영국
충돌하는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


애나 그리고 진 리스의 복잡한 출생 배경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커다란 다른 축이다. 애나/진 리스는 도미니카에서는 백인 지배계층의 일원이었으나 “항상 흑인이 되고 싶”어했고, 영국에서는 식민지 출신의 하층계급 혼혈 여성으로 “높고 매끄러워 도저히 기어오를 수 없는 벽”에 부딪쳤다. 자연, 사람, 관습 등 모든 면에서 서인도제도와 완전히 다른 세계인 영국에서 애나가 느끼는 분열은 독백과 몽상으로 현재의 사건 속에 수시로 끼어든다.

막이 내려와 그때까지 내가 알던 모든 걸 덮어버린 듯했다. 거의 다시 태어나는 일과 같았다. 색깔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며, 사물이 곧장 사람의 내면에 일으키는 감정도 달랐다. 더위와 추위, 빛과 어둠, 자주색과 회색의 차이에 그치는 게 아니었다. 내가 공포를 느끼거나 행복을 느끼는 방식의 차이이기도 했다.(9면)

이런 면에서 『어둠속의 항해』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과 비교되기도 한다. 다만 영국에서 아프리카 정글의 어둠속으로 향했던 콘래드의 주인공과 달리, 진 리스는 서인도제도를 따뜻하고 밝고 생생하며 인간적인 세계로 투영하고 런던을 춥고 단조롭고 숨 막히는 비인간적인 공간으로 대비시키며, 영국사회에 편입되길 열망하는 동시에 완강히 거부하는 애나의 내적 긴장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그 과정에서 색과 형태 혹은 음악 등의 다양한 연상 장치를 통한 장면 전환으로 과거와 현재, 서인도제도와 영국, 사건과 생각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리스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젠더와 탈식민, 모더니즘 기법을 활용한 형식실험, 영미문학 전통의 계승과 변주 등 다양한 문맥으로 접근이 가능한 『어둠속의 항해』는 최근 작가의 대표작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저자 소개

엘렌 그웬돌른 리스 윌리엄스(Ellen Gwendolen Rees Williams). 1894년 도미니카의 윈드워드 군도 중 하나인 로소에서 출생했으며, 16세가 되어 영국으로 건너가 교육받을 때까지 도미니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웨일즈 태생의 의사였고, 어머니는 영국계 크리올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크리올 문화와 그녀가 어릴 적에 익힌 도미니카의 문화적 유산은 그녀의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리스의 소설들이 페미니즘적 접근뿐 아니라 제국주의/식민지주의로의 접근을 통한 분석을 하기에 적절한 소설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도 리스가 자신의 독특한 성장 배경을 통해 얻게 된 그녀 나름대로의 관점을 근간으로 소설의 내용을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비평가들이 그녀의 소설들을 호평했지만 독자들에 의해 그녀의 진가가 진정하게 평가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주제와 스타일과 혼이 분명 시대에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면 속에 숨어 있는 편집증적인 내용, 정직하게 다루어진 여성의 성과 심리, 꿈과 현실이 한데 섞여 만들어내는 몽롱한 분위기, 인상주의 기법의 도입, 다자관점을 통한 표현, 그리고 의식의 흐름 수법들이 리스를 뛰어난 모더니스트 작가로 만들어주고 있다. 


<굿모닝, 미드나잇>(1939)이 출판된 이후 진 리스는 홀연히 사라졌고 그녀의 작품들은 절판되었다. 1958년 <굿모닝, 미드나잇>이 극화되어 BBC 방송의 전파를 타게 되었을 때, 사망했다고까지 알려졌던 진 리스의 행방을 찾아내게 된다. 그 당시 그녀는 소설을 집필 중에 있었으며, 이것이 1966년에 출판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이다. 이 소설이 완성되는 데는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었다. <제인 에어>에서 브론테에 의해 운명이 이미 결정된 광녀, 버사가 아름다운 앙투아네트로 변모하여 브론테가 못다 해준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진 리스는 노년에도 왕성한 집필 생활을 하였고 1978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작사를 수여받았으며, 1979년 5월 14일 사망했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20세기 초 교양소설(Bildungsroman)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파라미타칼리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머리말

돈 한푼 없는 사람들,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아마도 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명이 될 것이다. 고향에서 막대기로 쥐며느리 집을 찌르면 떼로 기어나오는 쥐며느리같이 그런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그들의 얼굴은 쥐며느리 색깔이다._33면

사람들은 ‘젊은’이라는 말을 하며 마치 젊다는 게 무슨 범죄라도 되는 양 굴지만, 정작 늙어가는 것은 항상 그리도 무서워한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늙어서 이 모든 망할 일이 다 끝났으면 좋겠어. 그럼 도무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침울한 기분에 빠져 있진 않을 텐데.’_111면

그녀는 얼굴과 상체는 길고 다리는 짧았다. 여자는 그렇게 생겨야 한다고 말들 하듯이. (그런데 만약 여자가 정말로 그렇게 생기면 그건 그녀에게 지옥이다. 여자니까. 하지만 만약 그렇게 안 생기면 그것도 그녀에게 지옥이다. 여자가 아닐지도 모르니까.)_131면

지나가는 여자들 대부분이 입은 옷은 하나같이 진열창에 걸린 옷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것 같았지만, 여자들이 멈춰서서 진열창을 바라볼 때 그들의 시선은 미래에 꽂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저걸 살 수 있다면, 그럼 물론 난 아주 달라지겠지.’ 늘 희망하라, 그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며, 그게 사람들이 이 세상을 계속 굴러가게 하는 방식이다. 개개인마다 품은 그토록 많은 희망. 더럽게 교묘히 허용된. 하지만 만약 네가 더이상 희망하지 않으면, 네 허리가 부러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다음엔 어찌 되는가?_160면

“가엾은 어린 애나.” 아주 친절한 목소리. “당신이 그리 힘든 시간을 보냈다니 내 마음이 미치도록 안 좋아요.” 아주 친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의 눈에 담긴 표정은 높고 매끄러워 기어오를수 없는 벽 같았다. 의사소통 가능성 제로. 그걸 시도라도 해보려면 4분의 3쯤은 미쳐야 한다._210면

책 속에서

돈 한푼 없는 사람들,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아마도 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명이 될 것이다. 고향에서 막대기로 쥐며느리 집을 찌르면 떼로 기어나오는 쥐며느리같이 그런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그들의 얼굴은 쥐며느리 색깔이다._33면

사람들은 ‘젊은’이라는 말을 하며 마치 젊다는 게 무슨 범죄라도 되는 양 굴지만, 정작 늙어가는 것은 항상 그리도 무서워한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늙어서 이 모든 망할 일이 다 끝났으면 좋겠어. 그럼 도무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침울한 기분에 빠져 있진 않을 텐데.’_111면

그녀는 얼굴과 상체는 길고 다리는 짧았다. 여자는 그렇게 생겨야 한다고 말들 하듯이. (그런데 만약 여자가 정말로 그렇게 생기면 그건 그녀에게 지옥이다. 여자니까. 하지만 만약 그렇게 안 생기면 그것도 그녀에게 지옥이다. 여자가 아닐지도 모르니까.)_131면

지나가는 여자들 대부분이 입은 옷은 하나같이 진열창에 걸린 옷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것 같았지만, 여자들이 멈춰서서 진열창을 바라볼 때 그들의 시선은 미래에 꽂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저걸 살 수 있다면, 그럼 물론 난 아주 달라지겠지.’ 늘 희망하라, 그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며, 그게 사람들이 이 세상을 계속 굴러가게 하는 방식이다. 개개인마다 품은 그토록 많은 희망. 더럽게 교묘히 허용된. 하지만 만약 네가 더이상 희망하지 않으면, 네 허리가 부러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다음엔 어찌 되는가?_160면

“가엾은 어린 애나.” 아주 친절한 목소리. “당신이 그리 힘든 시간을 보냈다니 내 마음이 미치도록 안 좋아요.” 아주 친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의 눈에 담긴 표정은 높고 매끄러워 기어오를수 없는 벽 같았다. 의사소통 가능성 제로. 그걸 시도라도 해보려면 4분의 3쯤은 미쳐야 한다._210면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작품해설 / 무성한 열대와 잿빛 영국을 항해하는 젊은 여인의 초상
작가연보
발간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