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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이웃

양혜영 저 | 삶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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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064 / 263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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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양혜영의 소설에서 소외받고 가난한 자들은 끊임없이 폭력과 모멸을 감당한다. 희망이라는 출구는 굳게 닫혀 있다. 그러나 큐브 같은 세계에서도 그들은 삶을 저주하거나 자해하지 않는다. 요컨대 그들은 죽지 않는다. 현실도 그와 비슷하다. 소설 속에 묘사된 폭력적인 풍경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현실은 아마도 소설보다 더한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현실 안에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수하고 곳곳에 편재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희망들은 우리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희망들이다. 여기서 텍스트의 전이가 지닌 의미가 드러난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과 상관이 없는 희망을 붙잡고 살아가는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희망이 부재하는 세계에 던져진 인물들의 고통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양혜영의 소설에 그려진 희망 없는, 혹은 희망에 지친 자들의 결락(缺落)은 긍정을 강요하는 세계의 민낯을 직시하게 만든다.

 

출판사 리뷰

폭력과 차별로 가득 찬 세계

양혜영의 첫 소설집 『고요한 이웃』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적, 문화적 약자들이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나’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리’와 동거를 하지만 ‘리’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단지 욕망의 대상일 뿐이다. ‘리’는 어느 날 어린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성폭력을 휘두르다 ‘나’와 다툼을 벌인다. ‘나’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자신의 집을 나와 버린다. ‘나’와 함께 어린아이는 ‘리’의 폭력에 제물이 된 셈이다.
「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에서도 ‘나’는 남편에게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한편으로는 시어머니에게 가난하다고 해서 멸시를 받고, 그에 동참한 남편은 ‘나’의 과거까지 의심하면서 이중으로 버림받은 것이다. 실어증에 걸린 ‘나’는 어머니 집에 와서 오빠 부부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지만 그전에 ‘나’에게서 버림받은 규태를 통해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말미에서 결국 규태와 연결되지만, 그 사이의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고양이가 등장한다.
「구두」나 표제작인 「고요한 이웃」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구두」의 주인공은 혼혈 여성인데, 아버지는 어릴 때 호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필리핀인과 인도인이 대부분인 공장에 일을 하지만 다시 공장장의 성폭력에 시달리다 자신을 유일하게 도와준 필리핀 노동자인 ‘미구엘’과 함께 공장을 나와 동거를 한다. 그런데 미구엘은 ‘N’이라는 여장가수로 생계를 잇고 ‘나’는 이국적인 용모를 이용해 학원 영어강사를 하지만 허위 경력을 빌미 삼은 학원장에게 다시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당한다.
「고요한 이웃」에서는 남편의 폭력적인 일상이 이야기의 배면에 깔려 있다. 그는 ‘고니’에게 폭력의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옆집 여자가 찾아온다. ‘고니’는 그 여자와 남편이 부재한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함께 먹으며 자가치유를 하는데, 집에서는 자꾸 이상한 냄새가 나고 파리가 꾄다.

폭력적인 세계에 맞서는 약자들

양혜영의 소설은 대체적으로 우울하고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데 아마도 일상이 된 폭력에 대한 작가의 내면 상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무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나’는 ‘리’의 아동 성폭력에 맞서 폭력으로 응징을 하고 유일한 자신의 세계인 집을 어린아이와 함께 뛰쳐나와 버린다. 「구두」에서는 더 적극적이다. 학원장의 노골적이고 상습적인 성폭력에 여장가수 ‘미구엘’을 통해 알게 된 ‘킬 힐’로 자신의 여성을 조롱하고 착취했던 원장을 가격함으로써 앙갚음을 한다.

나는 그에게 묻는다. “멘스야?” 원장은 아무 대답이 없다. 괜찮다.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까치발을 하고 나머지 구두 한 짝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더, 더, 더… 하늘에 닿을 듯 올라갔던
구두가 성급하게 떨어진다. 하늘 가득 번져 있던 노을이 빨갛게 물든다. 그 선연한 빛을 향해 다시 한번 구두를 들어 던진다.(134)

원장이 생리 중인데도 “멘스야? 피 냄새가 나는데….” 하면서 자신을 폭행했던 어떤 때를 되돌려주는 장면이다. 원장의 이마에 있는 점을 킬 힐의 뒷굽으로 찍으면서 원장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원장은 ‘나’의 동거인인 여장가수 ‘N’ 즉 ‘미구엘’에게까지 손을 뻗쳐 미구엘이 떠나게까지 한 인물이다.
한편 「고요한 이웃」에서는 남편은 계속 부재중이다. ‘고니’와 싸우고 화해를 미처 못 했는데, 남편에게서 퇴근 시간이 되면 전화만 올 뿐 끝내 귀가하지 않는다. 아니 남편이 곧 돌아온다는 암시만 가득할 뿐 남편은 오지 않고 그동안 ‘고니’는 옆집 여자의 폭력의 흔적을 감싸준다. 그런데 집에서 자꾸 이상한 냄새가 난다. 남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죽지 않는다

양혜영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복합적이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경우도 있고, 가해가 가해를 연이어 불러들이며 중첩을 이루는 상황도 있다. 또는 「랩의 제왕」에서처럼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불러 폭력의 아수라장으로 변한 경우도 있다. 「물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은 태국 여성 ‘미오’를 착취하고 도망치다시피 해서 귀국을 했지만 돌아온 마을은 철거 직전이다. 돌아갈 데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여기에 수해가 덮쳐 잠시 노숙자처럼 기거하던 곳도 물에 잠겨버린다.
양혜영의 소설은 어떤 출구도 탐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대응하는 파괴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거나, 철거와 자연재해에 휩싸여 있다. 「물집」의 다음 장면은 그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남자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 앞을 바라보았다. 지붕이 사라진 노인의 집이 보였다. 노인의 집은 제대로 저항도 못 한 채 물속에 잠겼다. 그 기세에 소용돌이가 더 크고 깊어졌다. 버킷 안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아이스박스가 심하게 흔들리며 노인의 집이 있던 쪽으로 향했다. 남자는 서둘러 등에서 배낭을 벗었다. 배낭 속에 있는 노인의 봉투가 떠올랐지만 망설이지 않고 배낭을 힘껏 던졌다. 남자의 모든 것이 담긴 배낭이 잠시 물 위에서 맴돌다 이내 사라졌다. 남자는 조금 가벼워진 아이스박스 밖으로 팔을 내밀어 물살을 헤쳤다. 흙탕물이 얼굴을 덮쳤다. 버킷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남자는 온몸을 흔들며 앞으로 향했다. 발바닥에 새로 생긴 물집이 터져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열 번째 물집이었다.(215)

‘물집’은 계속 생긴다. “발바닥에 새로 생긴 물집”이란 무엇을 가리킬까. 그것은 혹 걸어온 길 자체가 상처투성이였다는 것은 아닐까. ‘길\u003d상처’인 위에서 아무리 둘러봐도 “저항”은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집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존재는 「틈」의 주인공이다. ‘나’는 더 강해지기를 염원하며 자신의 또 다른 상처이기도 한 ‘규태’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틈”에 지나지 않으며 고양이의 길을 통해 얻은 은유이다. 그것을 통해서 가까스로 존재 증명을 하고 있는 셈인데, 이게 양혜영의 솔직담백한 장점이기도 하다. 소설은 세계의 끝을 말하는 장르가 아니다. 어쩌면 주인공들의 일차원적인 대응 자체가 살아 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설을 쓴 이정현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여기의 문학 텍스트들은 대개 어두운 세계를 응시한다. 텍스트의 암울함은 독자들에게 전이(轉移)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암울한 현실을 다룬 암울한 텍스트들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암담한 현실을 반복 응시하는 글을 쓰는 작가들이 불가해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양혜영의 소설에서 소외받고 가난한 자들은 끊임없이 폭력과 모멸을 감당한다. 희망이라는 출구는 굳게 닫혀 있다. 그러나 큐브 같은 세계에서도 그들은 삶을 저주하거나 자해하지 않는다. 요컨대 그들은 죽지 않는다. 현실도 그와 비슷하다. 소설 속에 묘사된 폭력적인 풍경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현실은 아마도 소설보다 더한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잔혹한 세계와 환대의 불가능성」) 중

저자 소개

  • 저자 : 양혜영
지은이 : 양혜영
2002년 단편소설 「틈」으로 『제주작가』 신인상을, 2007년 단편소설 「오버 더 레인보우」가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머리말

작가의 말

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마트료시카’와 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내가 쓰는 소설은 오색찬란한 드레스를 걸치고 화려하게 치장한 예쁜 인형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인형이 겹겹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에 가깝다. 그 사람들은 조금도 요란하지 않다. 너무 작은 그들의 목소리는 몸을 굽히고 귀를 바짝 대야만 들을 수 있다. 힘센 사람들은 어디서든 할 말 다 하고 하지 않은 일을 부풀려 표현하기도 하지만 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겪은 일마저 말 못 하고 소리 내 울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자신 보다 작은 사람을 품으려 애쓴다. 온몸으로 사람이 사람을 품고 안는 세상. 나는 그것이 ‘소설’이고,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라 생각한다.
오래 품어온 그들을 이제 세상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헤어지는 순간부터 그리울 거라 이별이 서운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지금보다 큰 목소리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책 속에서

하악 하악. 의식을 잃은 리의 얼굴 위로 땀방울이 떨어진다. 마치 잠이 든 사람처럼 의식을 잃은 리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인다. 그때까지도 침대에 웅크려 있는 아이를 일으켜 옷을 입힌다. 불빛에 비친 아이의 몸에 피멍이 길게 나 있다. 주로 젖가슴과 엉덩이 부근에 반점처럼 돋아 있는 멍들을 보자 울컥 눈물이 솟는다. 덜덜덜 전기 충격을 받은 듯 떨리는 손으로 아이에게 옷을 입힌다. 이곳을 나가야만 한다. 손의 떨림이 등을 타고 뒷머리까지 올라간다. 좀체 진정이 되지 않는다. 무작정 밖으로 나온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아이의 손이 내 손을 찾아 꼭 쥔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눈물과 바람에 엉클어진 머리칼이 손끝에 걸린다. 그 엉겨버린 타래를 손으로 빗어 내린다. 아이를 돌려보내야 한다. 아이가 원래 있었던 자리를 찾아서….

―「오버 더 레인보우」 중

나는 고양이처럼 강해지고 싶다. 옷을 벗기려 내미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내 손으로 옷을 벗는다. 규태와 같은 모습이 되어 그의 무릎에 앉는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그는 고양이 소리를 낸다. 규태의 등이 휘어지면서 규태와 나의 울음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숨을 몰아쉬는 내 눈앞에 고양이가 나타난다. 돌 틈에서 머리만 내밀어 나타난 고양이의 눈이 빛난다. 나는 손을 내민다. 고양이의 팔을 잡고 싶다. 하지만, 고양이가 들어가 있는 틈은 내 손이 닿기에는 멀다.
날 버리지 말아줘. 강하게 만들어줘.
고양이는 머리를 수그려 틈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틈」 중

나는 원장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멀어지는 그의 등을 노려보며 N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쇼핑백에서 새로 산 구두를 꺼냈다. 새 신발을 뒤집어 굽을 살폈다. 끝이 유난
히 뾰족한 구두 굽이 눈을 찌를 듯 노려보았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향해 가던 원장이 등을 돌린다. 나는 오른손으로 구두 뒤축을 쥐고 허공을 내리친다.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한 번, 두 번. 손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 소리가 커
진다. 나는 원장의 미간에 박힌 붉은 점을 표적으로 삼는다. 퍼억, 퍽. 잘 벼려진 굽이 단번에 붉은 점을 산산조각 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굽이 완전히 박혀 빠져 나오지 않을 때까지 휘두른다. 놀라 동그래진 원장의 눈에서 검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구두」 중


이게 다 남편의 식탐 때문이었다. 남편의 고기 편식은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남편은 식탁에 고기가 없으면 짜증을 냈다. 게다가 냉동육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편은 아주 신선한 고기를 좋아했다. 지난해 결혼기념일에는 도살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고니를 데려갔다. 식당 바로 옆에 도살장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곳에 있는 내내 짐승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결국 고니는 한 점도 먹지 못했다. 앉아 있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간신히 참고 있던 그녀는 결국 남편이 갓 잡아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 내장을 씹는 것을 보고는 끝내 화장실로 달려가 토했다. 그날, 남편은 사후경직도 안 된 돼지를 트렁크에 싣고 왔다.

―「고요한 이웃」 중<

 

목차

작가의 말 / 5

오버 더 레인보우 / 7
랩의 제왕 / 31
틈 / 61
올드 하바나 / 83
구두 / 109
고요한 이웃 / 135
요나 / 165
물집 / 189
아웃 오브 아프리카 / 217

해설
잔혹한 세계와 환대의 불가능성(이정현) /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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