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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13929 / 176쪽 130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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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를 찾아가는 여로의 시쓰기
남영희 시인의 첫 시집 『사마귀의 이력 하나』가 <푸른시인선 16>으로 출간되었다. 『사마귀의 이력 하나』는 공한지와 같은 무정형의 자아를 시쓰기를 통해 순결한 자의식으로 채워나감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모색하는, 즉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로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그 과정을 거쳐 환상과 초월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공간을, 아름다운 현실적 공간으로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시인만의 시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시인의 시세계는 하나의 관념이나 주제로 뚜렷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립된 자아의 모습은 극히 희미할 뿐만 아니라 시집의 도처에서 산견되듯이 자아는 회색의 빛으로 덧씌워진 채 나아갈 방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들이 하나의 시집으로 묶이긴 했어도 자아 고유의 모습은 확고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여전히 과정으로서의 주체로서, 그리고 이를 토대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글쓰기 자체도 과정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시쓰기는 시인에게 새로운 자아를 모색하고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사색의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대변할 적절한 언어 또한 간취되어야 한다. 그러니 언어의 선택에는 곧 ‘통증’의 과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갖는 ‘통증’의 의미는 매우 중의적이다. 탐색이나 발견의 어려움에 의한 고통뿐만 아니라 새로운 자아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고통의 과정 또한 뒤따르는 까닭이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출생외상’과 같은 것이다. (중략)
어려운 세상과, 자아는 무엇인가에 대한 사색의 흔적이 만들어낸 것이 이 시인의 시세계다. 자신을 인도해줄 절대적인 끈이 무엇이고, 또 그것이 만약 현전한다면 시인은 그것을 꼭 붙들어 매고자 할 것이다. 그 목적에 이르기 위해 시인은 시의 우주로 뛰어들었고, 거기서 새로운 자아를 생성해내고 만나려고 했다. 아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시인이 만나는 자아란 화학적 변신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시인은 자아가 무엇인지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자아가 안주해야 할 현실에 대해서도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출해내야 할 결론이 녹록하지 않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인은 자아와 그러한 자아를 둘러싼 외피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중략)
시인은 스스로를 무정형의 상태, 공한지라고 했지만,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비워졌던 그 지대를 순결한 자의식으로 채워나가려고 한다. 환상과 초월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공간을, 아름다운 현실적 공간으로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도정이 이번 시집의 커다란 주제일 것이다.
―송기한, 작품 해설 중에서
삶이 맞닿고 삶이 뒤섞인 곳에서 나는
공한지였고, 그러기를 원했고
아직 몰두하지 않다가
그로 형체 없는 시인이라 한다.
나를 측량할수록 가능하지 않아
다시금 기다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 요탕(搖蕩)의 맛!
-시의 우주에서 다음의 나도 만나는 거다.
작품 세계
시인의 시세계는 하나의 관념이나 주제로 뚜렷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립된 자아의 모습은 극히 희미할 뿐만 아니라 시집의 도처에서 산견되듯이 자아는 회색의 빛으로 덧씌워진 채 나아갈 방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들이 하나의 시집으로 묶이긴 했어도 자아 고유의 모습은 확고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여전히 과정으로서의 주체로서, 그리고 이를 토대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글쓰기 자체도 과정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시쓰기는 시인에게 새로운 자아를 모색하고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사색의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대변할 적절한 언어 또한 간취되어야 한다. 그러니 언어의 선택에는 곧 ‘통증’의 과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갖는 ‘통증’의 의미는 매우 중의적이다. 탐색이나 발견의 어려움에 의한 고통뿐만 아니라 새로운 자아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고통의 과정 또한 뒤따르는 까닭이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출생외상’과 같은 것이다. (중략)
어려운 세상과, 자아는 무엇인가에 대한 사색의 흔적이 만들어낸 것이 이 시인의 시세계다. 자신을 인도해줄 절대적인 끈이 무엇이고, 또 그것이 만약 현전한다면 시인은 그것을 꼭 붙들어 매고자 할 것이다. 그 목적에 이르기 위해 시인은 시의 우주로 뛰어들었고, 거기서 새로운 자아를 생성해내고 만나려고 했다. 아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시인이 만나는 자아란 화학적 변신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시인은 자아가 무엇인지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자아가 안주해야 할 현실에 대해서도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출해내야 할 결론이 녹록하지 않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인은 자아와 그러한 자아를 둘러싼 외피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중략)
시인은 스스로를 무정형의 상태, 공한지라고 했지만,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비워졌던 그 지대를 순결한 자의식으로 채워나가려고 한다. 환상과 초월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공간을, 아름다운 현실적 공간으로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도정이 이번 시집의 커다란 주제일 것이다.
―송기한, 작품 해설 중에서
시집 속으로
몇 개의 낱말
날마다
새로운 ‘버튼’이다
나는 그것을 ‘차용’한다
그것이 ‘채무’이다
(그것을 시적 언어로 하면 ‘통증’이다)
사마귀의 이력 하나
너는 모호해, 잡혀도 잡히지 않아도
비겁한 것인지 뻔뻔하고 떳떳한 것인지, 네가 알을 낳는 순간
엉덩이를 걷어차고도 싶고
하나둘 제 살점을 세고 있을, 네 손목을 콱 부서뜨리고 싶었거든
(단칸방 좁은 부엌에서, 어머니는 바늘로 쿡쿡 자신의 손과 발에 난 사마귀를 찔러대고 있었다)
네가 잡혀도 잘 떨어지지 않아, 지독스레
오히려 화를 돋운다며 너는 더 싸지르겠지
죽은 듯 이상한 죽지 않은 듯 더 이상한
괴팍한 너 때문에
어머니와 나는 슬프다.
내가 그리는 도화지 속 그림이 너를 닮지 말아야겠는데
너의 풀밭은 어찌나 억센지
어떤 오류들이 겹쳤을까
사람의 몸에 그만 중독된 알을 싸지르고 말아
네가 미운 만큼 조롱 같은 네 눈깔이 싫고
이 세상 곤궁의 글자들이 싫다
노트를 쫙 찢어 둘둘 말아 내가 무얼 할 것 같으니?
그걸 네 항문에 쑤셔 박아버릴 것이다.
(아침이여, 빗물에 얼룩진 담벼락이여, 좁은 부엌이여, 단칸방이여)
이 시간이 있게 한 처지를
저 툭 불거진 눈의
고약한 사마귀에 선택된다는 건 정말 싫다
내가 고른 하늘빛
내가 고른 담벼락에서
내가 고른 풀꽃으로 반지를 만들고 싶었어
웅크린 방에서
새벽이면 앞집의 닭 울음소리
그것은 동일한 기회를 주겠다는, 하루하루 관대함을 말하려다
잘되지를 않아
일상이 불규칙해서 쓰러지는 일
나는 몸이 마비돼 쓰러지고(‘오늘 밤이 마지막입니다’ 의사의 선고) 수술 비용이 없어 나를 그대로 등에 업은 어머니는 터벅터벅 용산 철로변을 걷고 있었다. 내 엉덩이를 자꾸 추켜세우는 손, 울퉁불퉁 사마귀가 있는지도 생각 없이, 든든하고 따듯한 손이 생명줄처럼 느껴졌는데, 그래서일까 나는 그날 밤 살아났다
믿음은 내일이 있다는 것이고
얼마 후 그 마당도 그 철길도 벗어나 이사했다
그중 가장 좋은 건
너의
반복적 사고를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어느 날 길 위에서 돌연 세상 멀리 떠나더라 말이지.
시인의 말
제1부
아침 / 아침의 사상 / 내가 읽고 있다 / 숨의 노래 / 레몬 / 동반적 그리움 / 합일 / 그녀, 백합 / 검푸른 발들이 쏟아진다 / 시(詩)의 계몽 / 그 후에도 사람들은 캐럴을 불렀다 / 요일로 간다 / 여름 별자리 / 아들을 위한 송가(頌歌)
제2부
나를 두들겨라, 브레히트여! / 물방울 고문 / 내 오랫동안 파왔다 / 풀 / 불완전한 시선 혹은 / 무거운 돌 / 알고리즘 / 마네킹 일지 / 그녀의 환상통 / 다시, 마리 파라 / 저쪽 그녀 / 그런 날들 / 무제 / 천문학자의 망원경 / 그의 생이 나의 귀를 통과한다 / 수석(壽石)
제3부
청춘 / ‘우리’라고 부른다 / 막대사탕의 정물 / 환유의 주방 / 행위들 / 거울이 있는 정물 / 몇 개의 낱말 / 어색한 미소는 슬프다 / 무채색의 시간 / 어렵다 / 내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선 자연은 말해주지 않는다 / 장대비 여정 / 무상(無想) / 저편의 나날 / 전신주의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제4부
알기 힘든 슬픈 / 배불뚝이 늙은 여인의 몽타주 / 겨울날 / 현실과 가상의 변증법 / 같은 맥락 / 사과가 그림자 속으로 빠지다 / 사마귀의 이력 하나 / 명료한 답 / 고장 난 시계 / 설원의 화창한 날 / 물고기, 그들은 / 워치타임 / 흰 눈이 펑펑 / 없다 / 습관적 타인을 위한 경고 / 그 마당 / 완전한 부재(不在)
작품 해설:미정형의 자아에서 주체적 자아로―송기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