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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451326 / 228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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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소중한 사람이 태어나고 또 소중한 사람이 떠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
이스라엘의 천재 소설가,
에트가르 케레트의 첫 에세이
『좋았던 7년』은 현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단편 소설가, 에트가르 케레트가 글을 쓴 지 25년 만에 처음 내놓는 논픽션 에세이다. 아들 레브가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의 7년을 ‘이스라엘(또는 유대인)’, 그리고 ‘가족’이라는 테마로 엮어냈다.
유럽의 평단에서 ‘이스라엘의 카프카’라는 찬사를, 『뉴욕타임스』로부터 ‘천재’라는 극찬을 받은 케레트는 ‘단편’이라 부르기에도 너무 짧은 장편(掌篇) 소설 안에 유머와 아이러니와 깊은 통찰을 동시에 담아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를 두고 어릴 적 천식을 앓으면서 기침이 나기 전에 중요한 말만 짧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장편(長篇)보다는 짧은 이야기 형식이 우리네 삶을 훨씬 직관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좋았던 7년』 역시 평균 네다섯 쪽 가량의 짧은 글 서른여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케레트는 전작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에세이에서도 짧은 분량만으로 독자를 울고 웃기고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능력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끝없는 폭력이 일상화된 이스라엘 땅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막을 올린 이 책은 미사일이 떨어지는 이야기로 끝난다.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이스라엘은, 본래 비일상적인 경험이어야 할 폭력과 전쟁이 워낙 일상적으로 계속되다보니 그 심각성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폭력을 다룰 때조차 케레트의 문체는 결코 침울하지 않다. 오히려 경쾌한 유머까지 곁들여져 독자는 마냥 웃을 수도 없고, 동시에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미묘한 상황에 놓인다.
예를 들어 「미사일 발사」에서 케레트 부부는 머지않아 이란의 미사일이 가져올 파멸에 ‘대비’하여 모든 집안일을 생략하기로 한다. 두 달 뒤면 도시 전체가 사라질 텐데 천장의 누수는 무엇 하러 고치겠는가. 그러다 설거지와 정원 정리도 관두고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새 텔레비전까지 마련했을 즈음에, 케레트는 이란의 대통령이 자기에게 다가와 얼싸안고 뺨에 입을 맞추는 악몽을 꾼다.
“왜 그래?” 아내가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란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곧 꿈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며 아내를 안심시켰다.
“이란이 우리를 몰살시키는 꿈?” 아내가 내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그런 꿈 밤마다 꿔.”
“더 무서운 꿈이었어.” 내가 말했다. “우리가 이란이랑 화해하는 꿈을 꿨어.”
(102~3쪽, 「미사일 발사」 중)
그야말로 ‘평화’가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는 이런 역설은 비상식적이고 초현실적인 웃음을 만들어낸다. 반면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를 당연한 듯 기대하기 어려운 이스라엘의 현실을 생각하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다.
기차 옆자리 사람은 괜찮지만
옆집 사람에겐 말할 수 없는 가족 이야기
테러, 전쟁, 종교 등 이스라엘이라는 지정학적 환경이 주는 특수성은 물론 압도적이지만, 이 책과 에트가르 케레트를 이스라엘 작품, 이스라엘 작가로만 읽는 것은 충만한 독서법이라 할 수 없다. 『좋았던 7년』을 읽으며 독자들은 미지의 세계를 방문한다는 느낌을 받기보다는, ‘지금 여기’와 이어진 세계를 살며 일상에 일희일비하고 허둥지둥하는 중년의 남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이 세계 20여 개국에서 읽히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스라엘이라는 테마가 날실이라고 한다면, 더 보편적인 주제를 자아내는 씨실은 ‘가족’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레브가 태어나면서 케레트는 아버지가 되었고, 7년째에 아버지를 암으로 잃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변화인 만큼, 아버지이자 아들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이 7년을 읽고 부모와 자식이란 관계의 추이를 경험하며 감회에 젖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있잖니.”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끔 아주 힘들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지.”
“아빠는?” 레브가 물었다.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레브 앞에서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울었다. (208쪽, 「아버지의 발자취」 중)
은밀한 ‘가족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이 책은 좀 독특한 경위를 밟게 되었는데, 케레트는 히브리어로 집필하는 작가이지만 이 책은 히브리어판으로 출판조차 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나온 초판은 영어판이고, 그 토대가 된 글도 각종 영어 매체에 게재된 영어 번역문이다. 말하자면, 번역서인데도 오리지널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책이다. 이에 대해 케레트는 ‘바 또는 기차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는 말하지만 옆집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는 이야기’라며, 언젠가는 이스라엘에서도 내놓을지 모르지만 너무 개인적이기에 지금은 조금 두렵다고 고백한다.
‘좋았던 7년’의 또다른 의미
제목의 ‘7년’은 기본적으로 케레트가 아들의 탄생에서 아버지의 죽음까지 겪은 나날을 가리키지만, 창세기 41장에서 요셉이 해몽한 바로의 꿈과 관련된 성서적 함의도 있다. 바로는 아름답고 살진 일곱 암소가 뒤에 나온 흉하고 파리한 일곱 암소에게 먹히고, 한 줄기 무성하고 충실한 일곱 이삭이 후에 올라온 가늘고 동풍에 마른 일곱 이삭에게 삼키게 되는 꿈을 꾸었다. 요셉은 이 꿈을 일곱 해 풍년과 일곱 해의 흉년으로 읽어내, 뒤이을 기근에 대비하여 풍년 동안의 곡물을 저장하게 했다.
이 책의 7년이 그 ‘일곱 해의 풍년’이다. 아버지이자 아들로서 케레트가 겪은,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혼란스러웠던 이 나날들은, 훗날 그들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성숙의 기간이었으리라는 희망이 엿보이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내게는 두 가지 종류의 이야기만 존재했다. 친한 친구들과 이웃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비행기나 열차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사람에게 하는 편이 더 좋은 이야기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두번째 부류다. 아들이 내게 물었지만 대답해주지 못한 질문에 관한 이야기.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면 언제나 나를 구해주셨지만, 나는 병으로부터 구해드리지 못한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가 편찮으신 뒤 사람들이 “좀 어때요?”라고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그들의 시선을 딴 데로 끌기 위해 기르기 시작한 콧수염에 관한 이야기. 결코 이루지 못한 소망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내 아들에게는 유년기의 배경이 되어버린 끝없는 전쟁 이야기. (8쪽, 책머리에 中)
내 아들, 사이코패스: 가끔 밤에 깨어나, 침대 속 내 곁에서 그의 작은 손가락이 배터리가 다 닳아가는 장난감처럼 떨리고, 목구멍에서 기묘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호러 영화 <사탄의 인형>에 나오는 처키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는 당장의 충동과 욕구 이외의 그 무엇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남들이야 지옥에 가든지, 그린피스에 가입하든지 무슨 상관이냐는 자세다. 그가 지금 원하는 것은 신선한 모유로 배를 채우는 것과 기저귀 발진에서 낫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세상이 파멸되어야 한다면, 버튼을 보여줘라. 그는 단 일 초의 고민도 없이 눌러버릴 것이다. (22~3쪽, 「복잡한 아기」 中)
바로 일주일 전 폴란드의 문학 페스티벌에서, 객석에 있던 누군가가 내게 유대인인 것이 부끄러운지 물었다. 나는 전혀 감정적이지 않은, 논리적이고 조리 정연한 대답을 했다. 귀기울여 듣고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나중에 호텔방에 돌아와서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55쪽, 「국민의 수호자」 中)
오래전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보다가, 매혹적인 줄거리 이외에도, 내게 뭔가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해야만 하는, 인간의 필사적인 욕구. 현실을 미화하지는 않되, 추한 것을 좀더 나아 보이게 하고, 흉터 남은 얼굴의 사마귀와 주름살에 애정과 공감을 일으키는 각도를 찾고자 하는 욕망. (71쪽, 「장기적 전망」 中)
이십육 시간 뒤, 나는 아내와 함께 텔아비브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주요 도로 한가운데를 따라 걷고 있었고, 아들은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뒤따르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새들이 아침 노래를 지저귀고 있었다. 나는 성인이 된 후 내내 그 거리를 다니며 살았지만, 새소리가 들리는 날은 속죄일뿐이다. (84~5쪽, 「스웨덴의 꿈」 中)
아내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 아내의 눈물이 내 목덜미에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이렇게 속삭였다. “여보, 걱정하지 마. 우린 둘 다 살아남았어. 우린 벌써 여러 일들을 겪어냈잖아. 질병, 전쟁, 테러 공격까지. 그러니 운명이 평화를 가져다준다면, 그것도 견뎌낼 수 있을 거야.” (103~4쪽, 「미사일 발사」 中)
의사가 말했다. “수술 후에 생존하신다면, 고통과 힘든 재활이 남아 있습니다. 삶의 질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겁니다.”
“나는 사는 게 좋아요.” 아버지가 고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삶의 질이 좋으면 다행한 일이지. 하지만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살면 되는 거예요. 난 까다롭지 않아요.” (167쪽, 「처음부터 다시」 中)
책머리에
첫 해
갑자기, 똑같은 일 | 복잡한 아기 | 전화 걸고 받고 | 우리가 전쟁에 임하는 법
둘째 해
가식을 담아서 | 기내에서의 사색 | 남과의 동침 | 국민의 수호자 | 꿈을 위한 레퀴엠 | 장기적 전망
셋재 해
놀이터에서의 패배 | 스웨덴의 꿈 | 성냥개비 전쟁 | 우상 숭배
넷째 해
미사일 발사 | 저 아저씨가 뭐라고 했어요? | 누나를 추모함 | 새의 눈
다섯째 해
상상 속 어머니의 나라 | 뚱뚱한 고양이들 | 사기 수강생 | 또 한 명의 죄인 |
개똥 같은 일 | 최후의 승자 | 놀이공원
여섯째 해
처음부터 다시 | 박물관의 밤 | 남자는 울지 않아 | 사고 | 아들을 위해 콧수염을 |
첫잔에 반한 사랑
일곱째 해
시바 | 아버지의 발자취 | 잼 | 착한 남자 나쁜 여자 | 파스트라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