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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13851 / 408쪽 253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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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푸른사상 학술총서 [25]
반디앤루니스 리뷰
기생, 한국 여성사의 특별한 존재
억압 속에서 자유를 꿈꾼 예술인들
이화형 교수의 『기생』이 <푸른사상 학술총서 44>로 출간되었다. 『기생』은 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차별과 억압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성이 가진 다양한 미덕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기생의 이미지에 대해 우리는 대동소이하게 두 가지 정도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신윤복(1758~?)의 <연소답청(年少踏靑, 젊은이들의 봄나들이)>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바와 같이 사대부를 걸리면서 기생 자신들은 말을 타고 가는 당당한 모습에서 풍기는 대로, 요사스럽고 화려하게 산 여성들이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역시 신윤복의 그림에 등장하는 앳된 얼굴에 장죽을 물고 양반의 품에 안긴 무표정한 기생의 모습에서는 불우하고 천박했던 여성들이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처연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 하겠다. 기생은 전근대사회의 신분제도에서 최하층에 자리한 이들이라는 신분적 멸시와 냉대, 일제강점기의 수난이라는 이중적 억압과 천대에서 벗어나기 힘든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생에 대해 그와 같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그렇게 만든 상황과 제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다. 만일 우리가 권위적인 제도와 무비판적 추종 세력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더욱이 환경의 문제는 개인의 의지나 선택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기생들이 살아오면서 사회에 끼친 불미스러운 작태와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의 상당 부분은 그릇되고 완고한 제도와 온당치 못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였다.
(15쪽)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남자가 비록 가난하더라도 기생들이 자원해서 몸을 바치려” 『(조선해어화사』 25장) 했던 것을 보면 기생들이 물질적 노예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굶어 죽어도 씨오쟁이는 베고 죽으라”는 말처럼 진정한 농사꾼이라면 굶어 죽으면서도 종자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던 것과 같은 직업의식의 발로다. 또한 수령의 명을 거역하고 수청을 들지 않아 매 맞아 죽는 경우도 있을 만큼 기생 모두가 사대부들의 유희적 대상이 아니었다. 깨어 있는 기생들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의 갈 길을 정했다. 나아가 기생들은 사대부의 무책임과 부도덕성을 문제 삼거나 정치적 체통 손상의 계기로 만들기도 했다. 즉 일반 여성들과 달리 권력층과 매우 가까이 자리했던 기생들은 그들의 무능력과 허구성을 오히려 자신들의 강점으로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문화예술적 잠재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논어』 팔일편의 ‘즐기기는 하나 음탕하지는 않게 한다(樂而不淫)’는 말처럼 매창불매음(賣唱不賣淫), 즉, ‘노래를 팔지언정 몸을 팔지는 말라’는 것이 기생의 신조와 원칙이었다.
(46쪽)
이제 기생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해야 할 때다. 대개 기생들은 부모를 잘못 만나 불우한 길을 가야만 했던 가난하고 힘이 없는 부류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적 생존을 위해 세속적인 삶을 살기가 쉬웠다. 예능이 좋아서 스스로 선택했던 기생들조차 시간이 지나며 사대부들의 풍류적 상대를 넘어 성적 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종래 지니고 있던 예기로서의 자존심은 크게 훼손되고 창녀와 동일시되곤 했다.
하지만 많은 기생들은 성별 또는 신분별 제약을 초월하여 나름대로 인간적 자존감과 사회적 신뢰를 견지하려고 했다. ‘우리도 인간’이라는 자각과 함께 학습을 통해 타고난 재능을 연마했고, ‘덕이 있으면 외롭고 않다’는 품격 있는 정신으로 고되고 외로운 삶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었다. 많은 기생들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유로운 생각과 더불어 온전한 사회의식으로 세상과 맞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려고 애썼다.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기생들을 주체적 존재로 인정하게 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17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