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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13806 / 144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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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또 한 걸음
걷고 있는 나를 만난다.
나무와 숲 사이에서
밤과 낮 사이에서
추구했지만 이룰 수 없었던
시간들을
세 번째 시집으로 묶는다.
오랫동안 함께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붉은 맨드라미, 붉은 칸나
장작 난로에 불 피우려면
기도하듯 무릎 꿇어야 한다
아니 누군가에게 용서받아야 한다면
장작 난로에 불 피워야 한다
신문지 북북 찢어 불쏘시개를 깔고
밤을 견딘 밤나무 잔가지를 모아 불을 붙인다
차가워 냉정했거나
얼었던 마음에 불씨 붙일 수 있다면
말라
죽어가던 나무가 타닥타닥
다시 살아난다
불이 되면서 생긴 갈등과
증오의 부스러기가 연기로 피어오른다
가만히 무릎을 꿇은 자세,
연기를 핑계 삼아 눈물 흘려도 좋다
갇혀 있던
불의 씨앗,
생일날처럼 마주 앉아
손바닥 활짝 펼쳐 빈 손을 보여준다
바람이 없어도 흔들린다
바람이 없어도 피어난다
붉은 맨드라미, 붉은 칸나
너를 사랑하는 힘
믿음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한쪽이 짓무른 사과를 베어 문다
냉장고 속 차고 어두운 곳, 힘에 짓눌린 양파는 썩는다 살이 맞닿은 사과는 물러진다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적절한 거리는 몇 미터인가!
달은 지고 꿈은 선명하였다
침묵하거나 침묵하지 못한 변명을 삼키며 맨발로 이상한 밤을 걸어간다 손을 내민 채 잠이 들면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온 네가 마주 잡아줄 것인가
모든 것을 끌어안은 채 마지막 이별, 주황색 불빛이 그림자를 당기는 거리에 선다 아를(Arles)의 밤처럼 외롭고 스산한 별빛이 머리 위에 빛난다
썩고 싶지 않았던 고백과 뉘우침이, 느린 구름을 머리에 이고 천천히 걸어간다 또다시 발이 푹 빠지고 두근거리는 의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