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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유용주 저 | 걷는사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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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142 / 264쪽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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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가장 가벼운 짐』,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의 유용주 시인이 실로 오랜만에 선보인 산문집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MBC 프로그램 <느낌표> 에 선정된 이후 큰 화제를 모은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2000)와 같이, 이번 산문집에서도 일상의 낮은 곳곳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소박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인의 면면이 잘 녹아 있다. 40년 만에 다시 터를 잡은 고향의 갖가지 풍경, 사람 이야기에서부터 세월호 사건 이후 각처에서 몸소 부딪친 경험, 작가적 고투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촘촘하다. 이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가 드리운 자화상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말 그대로 걸쭉한 토종 진국이다. 그에게는 끈적끈적한 점액성 공감대가 있다. 날콩을 삶아 띄운 메주콩처럼 발효된 메주콩에서 끈적끈적한 점액성의 실낱이 나와 서로 엉키어 떨어지지 않는 메주콩 같은 공동체, 발 딛는 곳 마다 사람 냄새 나는 작은 공동체를 일구는 멋진 사내, 이번의 밭에서도 시인은 그렇게 서 있다”고 산문집의 발문을 쓴 임규찬 문학평론가는 말한다.

풍경, 사람, 사회를 온몸으로 끌어안은 시인의
투박한 사랑 고백


“4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내 고향은 호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전라북도 장수 땅이다.” 열네 살 나이에 중식당 심부름꾼으로 팔리다시피 떠났던 고향. 시인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2011년의 일이다.

40년 만에 왔지만,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은 어제 만난 것처럼 반겨주었다. 이제 죽어도 나가지 않으리라, 혼백으로라도 장수에 남아 있으리라. 유월 햇살은 적나라하다. 저 햇살에 찔려 푸른 피를 왈칵 쏟으면서 익어갈 것이다. 물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첫사랑은 떠나갔지만…….
- 「단 하루도 고향을 잊은 적 없다」 부분

40년만의 귀향이라서일까.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 마치 ‘꾀복쟁이’ 소년으로 환생한 듯하다. 임규찬 평론가는 “아버지 술빚에 팔려 자장면 배달부가 된 후 무려 스무 가지 넘는 직종직업을 거쳐야 했던, 긴 세월 가난 때문에 탈향하여 떠돌 수밖에 없었던 그이기에 지긋지긋한 산문의 진창이 천형처럼 붙들고 있다. 그런 그가 이제 고향에서 키운 자연주의로 한껏 야(野)해졌다”고 평한다.

시인 특유의 ‘사람사랑’ 또한 이번 산문집에서 한껏 짙어졌다. 박경리, 박상륭 등 가신 이의 발자취를 따뜻하게 우러르는 글에서부터 시월항쟁과 더불어사는 영천의 농부시인 이중기, 그리고 미묘한 애증으로 얽힌 익명의 선배 시인들 등 문단에서 만난 선후배에 대한 사랑 고백과 애증의 솔직한 토로가 신실하다. 귀향 후 다시 만난 ‘수분초등학교’ 불알친구들 이야기는 물론이다.

아울러, 이번 산문집의 중심에는 세월호 비극이 아프게 똬리를 틀고 있다. 그곳 시인의 목소리는 강강하면서 올올하다. 거짓된 현실과 그 본질을 거침없이, 아니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투박하게 쏟아낸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 절대로 화합 못한다. 포용을 하거나 소통할 생각이 없다. 어떻게 전직 대통령과 화해하나. (중략) 연정이나 대통합을 들먹이는 사람은 정치인이거나 다음 대통령을 염두에 둔 분들이다. 진실하지 않는데 무슨 용서냐. 인간은 여러 다양한 생각을 표출한다. 잘 변화하지 않는다. 변화하길 싫어한다. 전직 대통령과 부역자들은 그 길로 가고, 나는 내 길을 가면 그만이다.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나쁜 습관은 반성하며 고쳐야 산다.
-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그의 글에는 뭔가 포효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그건 맹수의 포효보다는 오래 삭힌 울음에 가깝다. 그렇게 되새김의 단발마가 어느 목에든 옹송그리고 있다. 한숨처럼 툭 터져 메아리치는 짧은 외침과 가래처럼 응어리진 소리들이 아프다.”(임규찬, 발문)

추천사를 쓴 이경자 소설가는 이번 산문을 읽는 내내 “얼굴을 감추고 한바탕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유용주는 사슴이다. 특히 뿔이 아주 큰 사슴”이라며 “그러나 뿔은 몽땅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만 그 사슴”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을 독자들의 마음에 닿기를, 그래서 유용주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저자 소개

  • 저자 : 유용주
지은이 : 유용주
1991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가장 가벼운 짐』 『크나 큰 침묵』 『은근살짝』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산문집으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잔 합시다』 『아름다운 얼굴들』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 장편소설로 『마린을 찾아서』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 등이 있으며 1997년 제15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다.  

머리말

서산에서 보낸 시간은 개와 뒹군 세월이다. 아카시아 샘 앞에 살 때는 우리 집만 빼놓고 세 집이 개를 키웠다. 집 경계가 일 미터가 조금 넘은 윗집은 개를 네 마리나 키우면서 하루 종일 집을 비웠다. 개 소리 때문에 항의하는 내게 주인은 그러면 새 소리는 어떻게 참느냐고 수모를 줬다. 다시 한번 개 짖는 소리가 나면 사람 이 멍멍이가 될 터이니 그리 알라는 말에, 아랫집 남자는 개는 짖는 것으로 존재증명을 한다는 철학적인 대답을 하며 모욕을 안겼다. 사는 게 치욕이다. (중략) 나는 옹벽을 높이 쌓았다. 한여름만 빼놓고는 방문을 닫았다. 비로소 살 만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기관실에서 사용하는 귀마개를 이용한다. 조용한 곳에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온몸으로, 깊숙이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강물이 흐르고 눈이 내렸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졌다. 모든 관계는 소음을 동반한다. 죽음 이외에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저승사자가 불러 나갔다오는 사이, 원래 갈고 닦았던 빛나는 문장을 많이 잃어버렸다. 40년 만에 돌아왔다. 뼈를 묻으러 왔다. 그동안에 산이 좋아 흙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부모님 연배들이고, 살아있는 노인들은 후배들이다. 코흘리개가 반백이 되어 돌아왔지만, 고향은 따뜻하 게 품어주었다. 물론 텃세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친구로 사귀는 일이 작가의 운명 아닌가.

2018 가을 장수 다리골에서
유용주

목차

1부 첫사랑
첫사랑
단 하루도 고향을 잊은 적 없다
정육점 여자
하룻밤 풋사랑
금지된 사랑
준이의 보물
연장론

2부 부드러움이 시를 낳는다
가신 이의 발자취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
노인이 선물한 호랑이 그림
나도 한 점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삶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
스승 생각

3부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길 위에서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2017년 3월 23일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노하는가
대한민국에서 경차 타기
블랙리스트
창문
평범한 봄

4부 시인은 학력이 필요 없다
내 쓰기의 스승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수분국민학교 친구들
물과 기름
부끄러움에 대하여
시인은 외로움을 재산으로 작품을 쓴다
귀신 이야기
여수

발문
귀향과 기억, ‘메주콩’의 미학 - 임규찬 (문학평론가·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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