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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화요일을 끼워넣지

권정일 저 | 파란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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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248 / 135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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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아름다운 슬픔 맨 앞에 언제나 우리가 놓여 있다

권정일 시인의 네 번째 신작 시집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가 2018년 8월 20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권정일 시인은 충청남도 서천에서 출생했으며, 1999년 <국제신문>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마지막 주유소> <수상한 비행법> <양들의 저녁이 왔다>가, 산문집으로 <치유의 음악>이 있다. 부산작가상, 김구용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에서 ‘나’라는 주어가 사용될 때 그것은 흔히 시적 화자나 서정적 자아라 불리곤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것이 단일하고 목소리의 자명한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에서 ‘시적 주체’라고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 시에서 일인칭 복수 주어인 ‘우리’가 사용될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그것은 시에서 민족이나 민중과도 같은 집단적 주체를 호명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의 독자는 그러한 ‘우리’를 쉽게 떠올려 내지 못한다. 그 ‘우리’라는 말의 모호함을 의심하는 일이 많아졌다. (중략)
권정일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와 같은 ‘우리’라는 관습적 발화를 의심하고, 또 그 말의 일상적 의미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 그러한 말에 대한 의심과 주저는 모든 시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러한 의심과 주저 끝에 다시 힘겹게 ‘우리’를 말한다. 이 시집은 어쩌면 그 말을 실험하기 위하여, 그 말을 탐구하기 위하여, 그 말을 도출하기 위하여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그 시편들에서 ‘우리’라는 대명사의 빈약한 출현 빈도는 그러한 ‘우리’의 발화가 매끄럽게 수행되는 일의 어려움을 진작부터 암시하고 있다.
‘우리’라는 일인칭 복수 주어가 사용되는 순간, 어떤 희미한 공동체의 빛이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허약한 언어에 의존하여 태어나는 무력한 공동체다. 힘든 쓰기와 더 험난한 읽기라는 행위를 매개로 하여 성립되는, 다분히 암묵적이며 동시에 잠재적인, 또 허구적인 공동체다. 권정일 시인은 쉽게 기대하지도 또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먼저 ‘우리’라는 발화와 그 의미 효과로 출현하는 가설적 공동체에 대한 탐구를 이어 나가고 있다.”(안서현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소개

1961년 충남 서천 출생,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저서 《수상한 비행법》, 《마지막 주유소》, 《양들의 저녁이 왔다》

머리말


너무 많은 혼자 옆에
아름다운 슬픔 맨 앞에
언제나 우리가 놓여 있다

책 속에서



샤먼의 그림자


너에게 입사한다

목소리가 혼잣말보다 흐릿할 때
어김없이 너에게로 쓰러지지

이미 길어질 대로 길어져서 길쭉한 너와 내가 몇 번째 마주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센티만 더 와 줄래? 구경만 하지 말고……

간곡한
간격

흑백일 수밖에 없는 우리
목소리를 만질 수 없지만 포개졌다

마른 체온의 까만 근육을 부풀리는 영(靈)을 베고 누워 기침을 한다 감정 없이 우리가 되자

마른 냄새를 나눠 덮는다
간신히 그러나
간절하게 병을 나누려면 가장 가까워야 하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게 될 때까지 몸피를 나누어 갖는 희미한 불빛에서 아픈 밤

너는
한 번도 다른 색을 가져 보지 못했다 ***


여름의 보들보들한


이름도 없이 누가 대나무에 칼금을 새겼다

영원한 사랑

얼마만큼 깊이 파여야
우리가 갈 수 있는 끝이
영원까지일까

우리는 각자
염소의 표정이 담긴 눈동자에 갇혀
까맣고 외롭지만 그게 다였지

대나무가 영원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원까지 가 보지 못한 사람

누가 나를 탁 치고 갔다
시시해

우리는 맴을 돌다 길어지고 ***


먼지 한 점


염주를 굴립니다
권총과 튤립이 손바닥을 돌아다닙니다

통도사가 묻습니다
죄는 손바닥 위에서 피는 것이냐 심장이 짓는 것이냐 권총이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방아쇠를 당기느냐 은총을 애원하는 튤립과 신곡 지옥편 18곡은 무서운 말괄량이지 않느냐

(권총이 총부리를 겨냥하다 사람처럼 죽어요 튤립은 염주가 염주를 건너가는 순간에만 귀가 맹랑해지고요)

주렁주렁한 귀를 달고 통도사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한바탕 부글거려야만 제자리를 찾게 되는 헛것들

(염주 한 알 더 굴립니다 세계가 다른 신들과 바이블과 법화경이 충돌할 때의 짜릿함이 헛되나요 날개가 천사이듯 개에게는 불성이 있다고 믿고요 그걸 구분 못 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권총과 튤립이 사라질 리 없잖습니까)

권총에 튤립을 장전하고 통도사가 결가부좌를 틉니다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도다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도다

(헛,을 꼭 움켜쥡니다 정말 당신이 헛것이라면 당신을 쏘아 버릴 겁니다 그때 권총과 튤립이 손을 들어도 무방합니다)

나는 훌륭하게 헛되겠습니다 ***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결속 ― 13
숲으로 ― 16
키위 새 ― 18
여름의 보들보들한 ― 20
리셋 ― 21
파라다이스에서 만나요 ― 22
노래의 체위 ― 24
욕망의 에튀드 ― 26
염소 사람 ― 28
웃고 있는 거미 ― 30
운지법 ― 32
단편소설 ― 34
시계가 시계 방향으로 도는 건 시간이 선택한 일이기도 하다 ― 36
유정한 음악 ― 38

제2부
너무는 너무하지 않는다 ― 41
이솝과 더불어 ― 42
우리가 흐르는 자세 ― 44
나무 아래 크로키 ― 46
얼굴의 이해 ― 48
다만 명도와 채도의 문제 ― 49
코드네임, 파리 ― 50
편의점 인간 ― 52
먼지 한 점 ― 54
즐겁게 춤을 추다가 ― 56
건너간 후 ― 58
샤먼의 그림자 ― 60
요령부득 ― 62

제3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 65
건축학 ― 66
소원을 말해 봐 ― 68
도트 무늬로 포장해 주세요 ― 70
데칼코마니 ― 72
모호한 가방들 ― 74
야누스 가족 ― 76
검은 검정 ― 78
프린팅 ― 80
먼 곳으로부터 태양이 ― 82
막간은 이용하는 것이다 ― 84
서정시 ― 86
음력 여자 ― 88
가벼운 인사 ― 90

제4부
마침내 ― 95
웃음 하나가 줄어드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어요 ― 96
향연 ― 98
무관한 빛 ― 100
일찍이 우리는 오렌지나무 ― 102
미량의 기억들은 눈빛 맑아지는 데 쓰이겠지 ― 104
내가 가진 붓으로는 그릴 수 없는 하이쿠 i에 점을 찍는 일이나 t에 가로획을 긋는 사소함이나 무관심 ― 106
과(戈) ― 108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109
거울이 있는 구석의 세계 ― 112
모르는 ― 114
이곳으로 가면 길이 없다는 말을 들었고 토끼라는 말을 들었다 ― 116
낙조2길이라는 옷 ― 118
당신은 꽃등잔 들고 저녁 길을 마중 나가고 ― 120

해설
안서현 우리의 발생학 ―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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