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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 구즈

다니자키 준이치로 저 | 엄인경 역 | 민음사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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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29392 / 212쪽 113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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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드디어 그리운 마을 인가가 보이기 시작하자 무엇보다 먼저 그의 눈을 끈 것은 여기저기 처마 아래에 널어 둔 종이였다. 여기가 내 선조들의 땅이다. 나는 지금 오랫동안 꿈에서 보던 어머니의 고향 땅을 밟았다. 이 유구한 산간 마을은 원래 어머니가 태어났던 그때에도 지금 눈앞에 있는 그대로 평화로운 경치를 펼쳐 보였을 것이다. 사십 년 전의 태양이나 바로 어제의 태양도 여기에서는 똑같이 뜨고 똑같이 졌으리라. 쓰무라는 ‘옛날’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으로 지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순간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어딘가 그 주변의 나무 울타리 안에서 어머니가 소녀들 무리에 섞여 놀고 있을지도 몰랐다. -「요시노 구즈」에서

■ 편집자의 말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다섯 번째 권은, 다니자키 문학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두 작품을 엮은 『요시노 구즈』다. 간토 대지진(1923) 이후, 생활 거점을 간사이 지방(오사카와 교토)으로 옮긴 다니자키는 『치인의 사랑』과 대별되는, 즉 최신의 서구 문명으로부터 길어 오던 문학적 동력을 새로운 영역에서 모색하기 시작한다. 『여뀌 먹는 벌레(근간)』(1928)부터 점차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일본 고전 문화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비로소 「요시노 구즈」와 「장님 이야기」에 이르러 하나의 결실을 이룬다. 앞선 『금빛 죽음』에서 서양의 문학과 미술, 영화를 박물지처럼 열거하던 분위기로부터 급전(急轉)하여, 일본의 고전 문학과 근대 이전의 역사, 전통 예술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제뿐 아니라 문체 면에서도 일신하여, 아취 가득한 고전 문체를 구사하는가 하면, 간사이 지역의 방언, 문화적 바탕까지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여 전혀 색다른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인다.
「요시노 구즈」(1931)는 다니자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독특한 형식을 지닌 소설이다. 패권을 둘러싸고 왕통이 갈려 크게 다툰 일본의 남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하고자 친구 쓰무라와 함께 요시노 지역(현재 나라 현 남부)으로 여행을 떠난 화자의 이야기를 일종의 수필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화자와 쓰무라가 저마다 마음속에 품은 각기 다른 목적에 따른 경험, 그리고 서로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잃어버린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엮여 「요시노 구즈」의 뼈대를 이룬다. ‘작품을 쓰기 위한 취재’를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메타픽션(metafiction)’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다니자키 문학의 또 다른 중핵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자전적 경험으로 바탕으로) 진지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가히 ‘작가 경력의 분수령’이라 할 만하다. 「장님 이야기」(1931)는 저 유명한 일본 전국 시대의 역사적 실화를, 영웅호걸의 시점에게서가 아닌 비천한 장님 안마사의 관점에서 그린 이색적인 역사물이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뿐 아니라, 난세의 절세 미인 오이치와 그 딸들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치 금박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병풍처럼 찬란하게 조형해 낸다. 앞을 볼 수 없는 장님 화자의 이야기는, 정녕 역설적이게도 더욱 감각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어떤 의미에서 과거의 역사적 현장을 눈으로는 도저히 목격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대 독자와 「장님 이야기」 속 화자는 동일한 체험을 공유한다. 그 때문에 시각을 잃은 장님 화자의 목소리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과거 전란의 풍파를 한층 생생하게 그려 내는 것은 아닐까? 이와 더불어 노(能)와 샤미센 등, 당시 다니자키가 흠뻑 빠져들었던 일본 전통 문화의 향취 또한 만끽할 수 있다.

저자 소개

1886년 도쿄 니혼바시의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나 부친의 사업 실패로 입주 가정교사로 일하는 등 어렵게 학업을 이어나갔다. 1908년 명문 도쿄대학에 진학했으나 학비를 대지 못해 퇴학당한 후, 1910년 《신사조》에 <문신>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거미 문신을 한 뒤 갑자기 몸이 변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이 단편으로 일본 '탐미주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다니자키는, 이후 여체에 대한 탐닉, 사도-마조히즘과 결합된 에로티시즘 등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1915년 열 살 연하의 이시카와 지요코와 결혼, 후일 친구인 시인 사토 하루오에게 아내를 양도하겠다는 합의문을 <아사히신문>에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1925년 출간된 《미친 사랑》은 다니자키 전기 문학의 대표작으로, 주인공 나오미는 당시 내연의 관계였던 처제 세이코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적인 미모를 지닌 열다섯 살 소녀 나오미를 데려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길러 아내로 삼으려고 했던 주인공이 결국 육체적, 정신적으로 그녀에게 예속되어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출간 이후 ‘인습적 정조 관념에 매이지 않는 신여성의 관능적 연애’를 뜻하는 ‘나오미즘’이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1935년 세 번째 부인 모리타 마쓰코와 결혼한 후, 그녀의 영향으로 《겐지 이야기》를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계속했으며 이에 따라 작품세계 역시 고전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그가 작가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큰 기여를 했고 1948년 출간한 《세설》로 마이니치문화상, 아사히문화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고혈압으로 인한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열쇠》(1956), 《미친 노인 일기》(1962) 등 후기 역작들을 꾸준히 발표했고, 1949년에는 제8회 문화훈장을 수상했다. 1964년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의 명예회원이 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다니자키는 1958년 펄 벅에 의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된 이후 1965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네 차례에 걸쳐 후보에 올랐다. 


 

역자 소개

嚴仁卿

1974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동(同)대학교 대학원에서 2006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임 중이다.
장르 규정을 벗어난 일본 고전 작품의 사상적 배경과 현대적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하였다.
일본의 14세기 문학 현상과 사상에 관한 논문 외에 《환상과 괴담》(공저, 2010), 《일본명작기행》(공저, 2011), 《이즈미 교카의 검은 고양이》(역서, 2010), 《쓰레즈레구사(徒然草)》(공역, 2010) 등의 저서와 번역서가 있고, 「20세기초 재조일본인의 문학결사와 일본전통 운문작품 연구」(2011)나 「한반도에서 간행된 일본전통시가 문헌의 조사연구-단카(短歌) 하이쿠(俳句) 관련 일본어 문학잡지 및 작품집을 중심으로-」(2013) 등의 논문을 발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창작된 일본 고전시가(詩歌)로 연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머리말

■ 편집자의 말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다섯 번째 권은, 다니자키 문학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두 작품을 엮은 『요시노 구즈』다. 간토 대지진(1923) 이후, 생활 거점을 간사이 지방(오사카와 교토)으로 옮긴 다니자키는 『치인의 사랑』과 대별되는, 즉 최신의 서구 문명으로부터 길어 오던 문학적 동력을 새로운 영역에서 모색하기 시작한다. 『여뀌 먹는 벌레(근간)』(1928)부터 점차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일본 고전 문화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비로소 「요시노 구즈」와 「장님 이야기」에 이르러 하나의 결실을 이룬다. 앞선 『금빛 죽음』에서 서양의 문학과 미술, 영화를 박물지처럼 열거하던 분위기로부터 급전(急轉)하여, 일본의 고전 문학과 근대 이전의 역사, 전통 예술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제뿐 아니라 문체 면에서도 일신하여, 아취 가득한 고전 문체를 구사하는가 하면, 간사이 지역의 방언, 문화적 바탕까지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여 전혀 색다른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인다.
「요시노 구즈」(1931)는 다니자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독특한 형식을 지닌 소설이다. 패권을 둘러싸고 왕통이 갈려 크게 다툰 일본의 남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하고자 친구 쓰무라와 함께 요시노 지역(현재 나라 현 남부)으로 여행을 떠난 화자의 이야기를 일종의 수필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화자와 쓰무라가 저마다 마음속에 품은 각기 다른 목적에 따른 경험, 그리고 서로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잃어버린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엮여 「요시노 구즈」의 뼈대를 이룬다. ‘작품을 쓰기 위한 취재’를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메타픽션(metafiction)’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다니자키 문학의 또 다른 중핵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자전적 경험으로 바탕으로) 진지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가히 ‘작가 경력의 분수령’이라 할 만하다. 「장님 이야기」(1931)는 저 유명한 일본 전국 시대의 역사적 실화를, 영웅호걸의 시점에게서가 아닌 비천한 장님 안마사의 관점에서 그린 이색적인 역사물이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뿐 아니라, 난세의 절세 미인 오이치와 그 딸들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치 금박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병풍처럼 찬란하게 조형해 낸다. 앞을 볼 수 없는 장님 화자의 이야기는, 정녕 역설적이게도 더욱 감각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어떤 의미에서 과거의 역사적 현장을 눈으로는 도저히 목격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대 독자와 「장님 이야기」 속 화자는 동일한 체험을 공유한다. 그 때문에 시각을 잃은 장님 화자의 목소리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과거 전란의 풍파를 한층 생생하게 그려 내는 것은 아닐까? 이와 더불어 노(能)와 샤미센 등, 당시 다니자키가 흠뻑 빠져들었던 일본 전통 문화의 향취 또한 만끽할 수 있다.

책 속에서

드디어 그리운 마을 인가가 보이기 시작하자 무엇보다 먼저 그의 눈을 끈 것은 여기저기 처마 아래에 널어 둔 종이였다. 여기가 내 선조들의 땅이다. 나는 지금 오랫동안 꿈에서 보던 어머니의 고향 땅을 밟았다. 이 유구한 산간 마을은 원래 어머니가 태어났던 그때에도 지금 눈앞에 있는 그대로 평화로운 경치를 펼쳐 보였을 것이다. 사십 년 전의 태양이나 바로 어제의 태양도 여기에서는 똑같이 뜨고 똑같이 졌으리라. 쓰무라는 ‘옛날’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으로 지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순간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어딘가 그 주변의 나무 울타리 안에서 어머니가 소녀들 무리에 섞여 놀고 있을지도 몰랐다. -「요시노 구즈」에서

목차

요시노 구즈
장님 이야기
옮긴이의 말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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