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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얘라는 인형

시리즈 : 파란 시선 [27]

이난희 저 | 파란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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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194 / 151쪽 / 196g /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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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아무나가 아닌 얘얘들의 윤리학 이난희 시인의 첫 신작 시집 <얘얘라는 인형>이 2018년 6월 26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이난희 시인은 1961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출생했으며, 2010년 <시사사>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니체는 말했다. “고통에 대한 처방은 고통이다.” 그런데 다시 니체의 말을 옮기자면 오늘날 ‘고통’은 때로 “위장의 지식”이며 “세련된 교양의 표정”을 짓곤 한다. 정말이지 그렇지 않은가. 이제 ‘고통’은 다만 연민 혹은 극복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고통’은 전자의 경우 향락적 스노비즘을 정당화하며, 후자의 경우 성장의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고통’은 당연하게도 폐절되고 역설적이게도 은폐된다. 요컨대 우리 세계에서 ‘고통’은 끊임없이 말해지고 있으나 그것 자체로는 현시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 “손톱에 피가 나도록” “네 이름”들을 호명하는 시인이 있다. 이난희 시인이 그녀다. 이난희 시인은 자신의 첫 시집 <얘얘라는 인형>의 지면 도처에 “귤 상자에서, 컨테이너 옆 담벼락에서, 검은 비닐봉지에서, 공중전화 부스에서, 길바닥에서, 쇼핑백에서, 헌옷수거함에서, 공중화장실에서” “방금 태어나고, 지금 막 버려진” 고통당하는 자들을 호출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고아이거나 입양아이며, 유아 성폭력 피해자이며, 다국적 기업에 노동을 착취당하는 어린아이이며, 가정폭력으로 인해 학대받는 여성이며, 천륜까지 무시할 수밖에 없는 한센인이다.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여행”을 떠난 팽목항의 아이들이며, “죄 없이 쓰러진” “농사꾼 백 씨”다. 그들은 결코 “아무나가 아”니지만 여전히 “얘얘”로 불릴 뿐이다. 그리고 기껏해야 “내가 널, 우리가 널, 지켜 줄게”라는 “명분 없는 말”에 둘러싸인 자들이다. 이난희 시인이 자신을 포함해 이들을 가리켜 “숨어 있는 사람”으로 지칭하거나 “깨어나지 않을래요”라고 말하는 것은 따라서 정당하다. 그들은 우리 세계의 “유령”들이다. 이난희 시인은 그들 스스로 “목구멍 깊숙이 삼켜 버”릴 수밖에 없었던 비명과 신음을 <얘얘라는 인형>의 행간마다 불러들여 드러낸다. <얘얘라는 인형>은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 “악몽”이자 ‘절규’다. 이 시집은 한국시에서 고통의 윤리학을 다시 정립할 것이다.

저자 소개

1961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출생했다. 
2010년 <시사사>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책 속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젓나무가 한껏 몸을 열어 수백의 유두를 내민다 높은 지붕 위에도 끊임없이 돋아난다 말을

모르는 어린 별들 소리 없이 내려온다 종소리가 퉁퉁 불은 젓나무의 젖샘을 문지르며 수유 시간을 알린다

귤 상자에서, 컨테이너 옆 담벼락에서, 검은 비닐봉지에서, 공중전화 부스에서, 길바닥에서, 쇼핑백에서, 헌옷수거함에서, 공중화장실에서

탯줄에 매달린 울음이 도착할 즈음

깜빡 생각난 듯
젖꼭지를 입에 문 어린 별들
콩나무 줄기 같은 사다리를 오른다

아직
온기가 남은 울음을 쥐고

다시 태어난다 ***


첫서리

가위바위보
나는 숨어 있는 사람

누가 술래인 줄도 모르고 숨어들 때
함께 사라지고 싶은 것들
꽃들의 심장 소리 함께 듣는다

햇살 내려서고 그늘 뒷걸음쳐도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는 나는
방금 태어나고, 지금 막 버려진 사람

공중의 물방울 내려와 식어 간 탯줄 덮을 때
굳어 가는 내 잠을 시작으로 쥐눈이콩 서리태 울금까지
하얗게 지워진다

싱싱한 울음으로
배고픈 나는 떨어진 꽃망울을 물고 잠이 든다
자라지 않는 내 맨발은 날것들의 소란으로 근질거려

왜 아무도 날 찾지 않나

벌판에 서서, 구름에게 들키고
하얀 국화 향에 취해 재채기를 하고 싶지만
나는 숨어 있는 사람

아무도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
허허벌판에 눈을 가리고 이제부터 내가 술래

당신이 찾을 때까지, 악몽은
찬 발 앞에 엎드려 나를 은폐한다 ***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크리스마스트리 13
첫서리 14
우리 동네 아저씨 16
쉬반의 신발 18
얘얘라는 인형 20
흔들리는 저녁 22
놀이터 24
알사탕 세 개를 먹는 동안 26
노란 풍선 28
콩나무, 거인, 맨발 30
나는 작명가가 아닙니다 31
종이를 찢는 일처럼 간단해요 34

제2부
아기 돼지는 그 후 37
종이꽃 리스 38
수상한 거리 40
모나크나비 42
스티그마 44
무릎 꿇는 여자 46
모닝커피를 마시다 48
오월의 집 50
주권 52
삽니다 53
호미꽃 54
응원석 56
No. 07635915 57
가만히 있는 4월 58
무게 이동 60

제3부
밤새 콩나물이 자랐다 65
중심 66
새는 냉장고 뒤로 날아갔다 68
처방전 70
우리는, 앉아서 72
물벼락 74
얼음 호수 76
당신의 염려 78
미지근한 시간 80
머리카락의 내력 82
스타킹이 걸어간다 84
오래된 거울 86

제4부
도자기 페인팅 89
모형 집 90
그늘의 뿌리 92
숨 94
이상한 풍금 95
스웨덴 Tag를 읽는 여름 1 96
무덤을 산책하다 98
저녁 여행 100
집들이 102
갱 103
저쪽 104
두고 간 말 106
산책하는 눈(雪) 108
혼자 하는 식사 110

제5부
레몬 113
모래 지도 116
돼지가 이겼다 118
스웨덴 Tag를 읽는 여름 2 119
지하 주차장 122
가면 바깥에서 놀기 124
거실 126
반죽하는 시간 128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서고 싶다 130
양천구청역 우체통 132
차경(借景) 134
4′33″ 135
첫, 눈(雪)의 시간 136

해설
안지영 시인의 처방전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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