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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123 / 176쪽 / 264g / 130 x 23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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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현대시 기획선 [34]
출판사 리뷰
2011년 <애지>로 등단한 이시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담의 시간여행>이 현대시 기획선 1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 이시경의 시세계는, 그의 약력에서 알 수 있듯, 그간 한국시에서 볼 수 없었던 수학적.과학적 상상력으로 무장되어 있다. 시인 함기석이 해설에서 지적하듯 “입자부터 우주까지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비행물체, 로그함수의 궤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시집은 전통적 인문학이나 문학의 관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리이론과 물리이론을 바탕으로 접근할 때, 그 시의 진경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자연스레 그의 시적 관심사를 시간과 공간을 이루는 극소의 분자들부터 그 모든 것의 합인 우주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는 경화된 우리의 일상과 사고에 충격을 줌과 동시에 인간과 우주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우리의 시문학사에 허락한다. 근원적인 문제로 접근한다는 것은, 즉 그에게 “우연인 것은 하나도 없다”('시인의 말')는 것을 말한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심지어 그 자신이 “수식을 지우고 다른 글자들로 채워 넣으려 했던 것도/ 그러나 결국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도” 모두 우연인 것은 없으며, 그 모두는 근원적이며 선험적인 법칙의 결과인 셈이다. 결국 그의 시집은 끝없는 근원을 향한 탐색이고, 그 탐색의 방식에 있어서 누구와도 구별되는 독자적인 시의 성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인 이시경은 “물리학자이면서, 사색가이고, 냉철한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이고, 공학자이면서 꿈꾸는 시인”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고독한 길일 터. 시인 이시경은 이 외롭고 아프고 고독한 길을 끝끝내 감내해내고자 하고 있다. “그 고독의 관성력으로 이제 또 다른 빛의 광야, 새로운 모험의 광야로 나설” 것이다.
우연인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여행길에서 낯선 아이들을 만난 것도
그들과 광활한 시공간 위의 한 점에서 잠시 노닐었던 것도
그때 누가 다가와 다음과 같이 쓰고 떠나갔던 것도
방금 뭇시선을 피해서
수식을 지우고 다른 글자들로 채워 넣으려 했던 것도
그러나 결국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시경
아담의 시간여행 M4220 외 2편
에덴호 인큐베이터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십 년 전 부모님은 AI 이브에게 나를 맡기고 떠나셨다. 그 후 이브는 나를 먹이고 키웠다. 그녀의 목소리는 첨엔 고요하고 잔잔하더니 요즘엔 한결 다정스러워졌다.
M1M2M3를 들추자*
무공해 화면 속에서 궁창이 스윽 나타나고 그 뒤로 뭍이 다가선다. 산 위에 쌓인 눈들이 스르르 몸을 푼다. 푸른 평야 위로 들소는 모기를 쫒고 사냥꾼은 들소를 쫒고 모기는 사냥꾼을 쫒는다. 마침내 별들이 띄엄띄엄 나타나더니 끝없는 어둠, 간헐적으로 전자파 소리만 이어지고.
종착지는 정해져 있다
Mn-2와 Mn-1을 거쳐 Mn으로 가는데 그곳이 어디고 뭔 일이 있을지는 가봐야 안다. 지금은 그녀는 그녀 일을 나는 내 일을 해야 한다. 오늘은 키를 내비게이션에 맡기고 철학, 우주천문학, 생체공학에 대해서 토론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내가 듣는 입장이었으나 요즘은 그녀가 질문하고 주로 내가 답한다.
“그거, 사랑이 뭐야?”
그때마다 눈과 눈이 부딪쳐 불꽃이 인다. 나는 아는 체했지만 늘 떨린다. 이브는 가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중독 증세를 보이는데, 그럴 땐 나는 ‘제3의 지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난제는 무료에서 오는 정신질환. 우리는 매일 역할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브가 선장 겸 요리사나 의사, 정신분석가, 과학자로 활약하면 나는 이브의 보조원으로 시를 쓰거나 음악을 작곡해서 근처에 있는 별에 보낸다.
가까이 가면 왜 내 가슴이
점점 더 떨리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지요
그대가 이제껏 보여준 것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아이 적 모습들
금빛 머리 너울거리는
너에게 입맞춤을 하려고 하면
왜 자꾸만 달아나면서 얼굴이 붉어져야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우리 항해가 이제껏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시시각각으로 휘어져 날아오는 빅 데이터 덕분. 지금 나는 M4220*** 프레임이 증발되지 않도록 기계에 담고 있다. 어제 떠난 센타우루스자리 한 모퉁이를 이제 막 돌아 서쪽으로 넘어가고
다음은 프레임 M4221 차례인데
갑자기 앞에 나타난 대형 고래 한 마리. 탕!
고래가 크게 방향을 틀더니 회오리에 빨려든다. 그 순간 계기판이 요동친다. 구름폭풍 속, 해적선 파편 조각들의 방울뱀 소리. 플라즈마 불꽃. 정신을 잃자 누군가 날 깨운다.
잔잔한 초록색 바다 위로
조상새가 프레임을 거꾸로 물고 끼룩끼룩 날아가고
공룡 발자국을 따라 원시인들이 뭔가를 쫓는다.
* M은 시간의 궤적 위에 있는 시공간의 한 지점에서의 매트릭스를 나타낸다.
** 아담이 별을 보며 우주를 노래한다. 이브는 이 시의 제목이 「도플러 효과」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얼굴이 붉어진다.
*** M4220은 지구로부터 4.22광년 떨어져 있는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를 은유한다.
프롤로그
폭설로 사슴들 떼로 몰려다니던 로키 산기슭이었지.
쏟아지는 별빛의 무게에도 금방 무너져 내릴 듯 앙상하게, 나 혼자 실험실에 갇혀 있던 때가 있었어. 그 무렵 누가 내게 손짓했어.
그 손짓은 강렬했고 늦가을 은사시나무보다 더 짙은 황금 빛깔이었지. 내 귓속에 대고 끈질기게 속삭이며, 내 손을 데리고 실험실 노트 위에서 뛰어놀더니 낯선 기호와 숫자들로 노트를 가득 메웠어. 그 속에는 귀족 같은 수식들이 더러 있었어. 겉모습이 남루해 그들을 체험하고 나서야 더하기와 나누기가 메시야라는 것을 알았지.
사실 난 그들 속에서 성장했던 거야.
나노 계곡을 탐험하다가 이상한 아이들을 만난 것도 날개를 달고 우주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준 알약 때문이었어. 거대한 장벽에 갇혀 탈출을 위해 터널을 파야 하는 경우에도, 양자 우물에 빠져 위로 뛰어올라가야 할 때도,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지.
골과 마루 사이에서 요동치던 나의 바다는 평온을 되찾고 배는 늘 순항했거든. 그들이 내게는 축복이었어.
날개를 달았어요
공과 대학 강의실이다.
교수가 조교 A를 데리고 강의실에 나타난다.
손에는 수학책 한 권이 들려 있다. 강의실은 학생들로 반쯤 차 있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프로젝터 빔을 켜고
스크린에 변장술에 대한 ppt화일을 띄운다.
교수: 오늘은 변장술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수업 들어가기 전에 혹시 질문 있으면 하세요.
학생들: (뭐야? 진도나 나가시지)
(그사이 늦게 온 아이들 때문에 교실이 소란하다)
교수: 우선 변장술은 변환하는 것인데요,
변장술사 푸리에가 직접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교수가 푸리에를 부르자, 책 속에서 나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다)
변장술 시범이 순서대로 진행된다.
1. 조교 A가 앞으로 나간다
2. 변장술사가 A에게 그의 옷을 입힌다:
3. 변장술사의 주문이 시작된다** :
4. 주문이 끝나자 A가 익룡 β가 되어 밖으로 날아간다.***
(학생들 눈에는 조교만 보이고 변장술사와 날아가는 는 보이지 않는다)
교수: 그러니까, 변장 또는 변환한다는 것은 날개를 다는 겁니다.
나비가 날개를 달면 땅속 2차원의 세계를 넘어서
3차원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변장술도 그렇습니다.
학생1: (순 엉터리야)
학생2: (횡설수설, 그래 완전 쓰레기야)
학생3: (뭔가 흥미롭긴 한데 글쎄 잘 모르겠어)
교수: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혹시 질문 있나요?
(웅성거리던 교실이 갑자기 얼어붙는다. 적막이 1초 2초…
한 학생이 손을 들려다가 아이들 눈치를 보더니 접는다.
교수 눈을 피해 숨은 눈들이 책상 위에 박혀 별처럼 반짝인다)
교수가 답답해하다가 시계를 들여다본다.
벌써 수업 시간 1분 오버다.
스크린이 올라간다.
* 푸리에 변환을 하면 보이지 않던 신호의 주파수(ω)들이 드러난다. 이것은 공간 이동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푸리에 변환을 하려면 변환시키려는 A에 복소지수 함수 ()를 곱한 후에 적분()을 하면 된다.
*** A가 (베타)로 푸리에 변환되어 날아간다. 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 시인의 말
제1부
프롤로그 ????? 10
현대인 ????? 12
스위칭 회로 ????? 14
유리알 판타지 ????? 16
조울증 ????? 18
벌새와 선인장 ????? 20
귀뚜라미, 그림을 그리다 ????? 22
전자들의 반란 ????? 24
제국의 혁명가 ????? 26
요정 ????? 28
불량회로 이야기 ????? 30
확률의 날갯짓 ????? 32
징조 ????? 34
제2부
댄싱 퀸 ????? 38
허수의 추적자들 ????? 40
타코마 파동 ????? 42
날개를 달았어요 ????? 44
조교가 돌아왔어요 ????? 48
페르마 나라 ????? 52
생성과 소멸 ????? 54
아담의 시간여행 M4220 ????? 56
불새 ????? 60
점액질 바다 3550 ????? 62
허깨비의 우주여행 ????? 64
U가 날기까지 ????? 66
AI 엔젤 ????? 68
제3부
아토나라의 이상한 아이들 ????? 73
양자 얽힘 ????? 76
배내똥 ????? 78
테라헤르츠파 ????? 80
회오리 ????? 82
불확정성의 원리 ????? 84
케플러 신호 압축하기 ????? 86
웅녀의 환생 ????? 88
야경꾼 ????? 90
두 소인국 이야기 ????? 92
결합계수 ????? 94
실험실 아이들 ????? 96
중력파 증후군 ????? 98
제4부
탄炭 ????? 103
나는 누구인가 ????? 104
프레넬의 아이들 ????? 106
외눈박이 포스트모더니즘 ????? 108
궤도를 이탈한 오이디푸스 ????? 110
중력 실험장 ????? 112
소통 진단하기 ????? 114
소멸도 이야기 ????? 116
벙어리가 된 이유 ????? 118
결핍이 재능이다 ????? 120
빙빙 ????? 122
불개미 ????? 124
이상한 족속들 ????? 126
▨ 이시경의 시세계 | 함기석 ????? 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