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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랑은 붉어라

김명지 저 | 도서출판B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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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036579 / 118쪽 124 x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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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김명지
1965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하여 강원도 속초에서 성장. 2010년 ≪시선≫으로 등단. 현재 푸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책 속에서


<곤드레밥>


고양이 발자국 소리를 닮은
첫눈이 내리면
그곳에 들어
그 사람을 부르자

화절령 어디쯤에서 길을 잃어
서른 번의 가을이 지나도록 당도하지 못하는
그 사람을

숨죽인 낙엽소리 끌어 모으고
덕산기 골짜기 골바람 아궁이에 불러들여
화라락 타오르는 불길에 작은 솥을 하나 걸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부서지지 않고
봄날의 맛을 품고
마른 몸을 잘 지킨 곤드레 한 주먹 삶아내
방금 지어낸 밥과 함께 커다란 양푼에 담아
늦게 온 이유 따윈 상관도 없이
만항재 오르던 그날처럼
밥을 비벼 묵묵히 먹자
고요한 침묵 같은 맛을 느끼며
원망도 한숨도 비벼버리자

곤드레 나물밥 한 양푼에 고개를 박고
숟가락도 부딪치며
맛이 괜찮냐고 물어도 보면서
서른 번의 가을을 지워버리자

알싸한 바람이 분다
문밖에 첫눈이 곧 당도하겠다

* * * * * *

<순댓국 한 그릇에 공깃밥 둘>


아주 오래전
아이를 놓치고 시장통을 터덜터덜 걷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이천 원짜리 순댓국집에 들어
사정없이 뿌려진 들깨가루를 걷어내고
비닐포장을 쿡쿡 찌르는 비린내
구부러진 허리를 버린 새우젓을 내려다보며
그래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오랫동안 순댓국을 먹을 수가 없었다
한 달 내내 우기인 허름한 골목 속
우기의 추위를 건너려고
순댓국집 문을 밀었다

탁자 여섯 개
서른쯤 되어 보이는 부부가 아이 다섯을 데리고 와
순댓국 세 그릇에 공깃밥 일곱 개를 시켰다

망설이며 숟가락을 부딪치는 소리,
오래전 놓쳐버린 내 아이가
탁자 앞에 앉아
저도 공깃밥을 시키고 있었다

순댓국 한 그릇에 공깃밥 둘


5. 시인의 말

생각해보니 나는 늘 서성거렸다

누구도 돌봐줄 이 없던 시간을 넘어
다 살았겠다 싶던,
생명이 남았다면 쉰에 이르자 했었다

엄마가 닿지 못한 나이
그 나이를 넘어섰다

나를 돌보는 데 익숙지 않아
누군가를 돌볼 궁리에 바쁘게 살았다

조금 느리게
천천히 웃고 살 일이다


6. 추천사

<< 언젠가 명지시인한테 문자를 했더니 정선아라리 축제라는 답이 왔다. 무언가 바쁜 듯이 보여 일을 하러 그곳까지 갔나 헛헛한 무엇이 있나 싶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누군들 외로움이 없을까마는 어머니는 “곧 여자에 이를 날을 고대하던 딸을 남겨두고”(<사모곡>) 세상을 떠나고, 마트료시카처럼 “여섯 다섯 넷 셋/점점 작아지는 아버지”(<아버지, 마트료시카>)는 병석에 있다. 그뿐이랴. “화절령 어디쯤에서 길을 잃어/서른번의 가을이 지나도록 당도하지 못하는/그 사람”(<곤드레밥>)은 여적 소식이 없고 “오래전 놓쳐버린 내 아이”를 생각하며 “순댓국 한 그릇에 공깃밥 둘”(<순댓국 한 그릇에 공깃밥 둘>)을 시키는 정경은 차마 눈물겹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시인은 제 앞을 생각하지 않고 넓게 세상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 이게 시인이다. 맹목이 아니고서야 어찌 시인일 수 있겠는가.>>
─정희성(시인)

목차

시인의 말\t5

제1부
아버지, 마트료시카\t12
봄동\t14
능소화 지는 골목\t15
이월의 초상\t16
목련\t18
꽃이 태어나는 시간\t19
벚꽃 엘레지\t20
화양연화\t21
눈물, 라크리메\t22
비문\t24
그녀, 정선\t26
백중\t28
가을이 다 갔네라고 말하던 그 시간\t30
잠기다\t32
생 즉 사 사 즉 생\t34

제2부
은혜식당\t36
민들레의 말\t39
사모곡\t41
해 질 녘 파리크라상에서 김태정을 읽는다\t44
굴비 예찬\t46
한 무더기 고향\t47
순호 씨와 아가\t48
물밥\t50
지금은 사라진 성북역에서\t51
사랑\t52
엄마라는 소리\t53
광화문 비가\t54
척산 온천장에서\t56
신문을 보다가\t57

제3부
곤드레밥\t60
그날\t62
폭낭\t64
가을 담쟁이 65
어린 꽃 봄꽃인 아해들아 66
노래하다\t69
담배가게 아가씨\t71
섣달그믐\t73
묵화 2\t74
서어나무 숲에 들다\t75
순댓국 한 그릇에 공깃밥 둘\t76
유물론\t78
사랑이라 말하자\t79
아픈 밥\t81

제4부
너는 나의 봄이다 말하리\t84
보고 싶다\t85
기억을 갉는 기억\t86
봄에 하는 생각 하나\t88
당부\t90
붉은 벽돌집에 꽃이 피었다\t91
아버지가 보낸 봄\t93
심장 같은 사랑이라니\t95
낙화\t96
첫,\t97
그해 겨울\t98
족제비 가족\t101

해설 | 이민호\t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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