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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

윤수하 저 | 천년의시작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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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3708 / 128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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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윤수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가 시작시인선 026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첫 시집 『틈』(지혜출판사)에서 육체와 영혼 사이에 생긴 균열을 시적 상상력을 통해 봉합하는 이른바 ‘틈의 시학’을 시적 지향점으로 삼았다. 이번 시집은 생명의 순환 과정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겪어야 할 상처와 그 흔적을 직시하는 데 주력한다. 해설을 쓴 오홍진 문학평론가는 “내 안의 흔적을 바탕으로 타자로 나아가는 길은 이렇게 윤수하가 추구하는 시 쓰기의 길이 된다. 그는 타자를 통해 수없이 많은 ‘나’가 존재하는 세계로 돌아오려고 한다.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타자, 혹은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나’가 나타나는 지점에서 그의 시는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다.”라고 평했다. 윤수하의 시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자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타자의 상처와 그 흔적을 껴안을 때 비로소 타인이 새겨놓고 간 내면의 흔적들을 ‘나’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표4를 쓴 문태준 시인은 “윤수하 시인의 시편들은 허물어지고 부서진 것의 흉터와 눈물을 바라보고 쓰다듬는다. 쇠잔하고 위태로운 것에 눈길을 주고 구호한다.”라고 평했다.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시적 태도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벌어지면서 생긴 생의 흔적을 위로한다. “사람은 자신의 흔적으로 산다”라고 시인의 말에서 말했듯이, 그의 시는 생生의 불가해한 흔적들 앞에 서서 진실과 마주하고자 온몸으로 떨고 있다.

저자 소개

  • 저자 : 윤수하
윤수하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전북대학교에서 〈이상 시의 상호매체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집 《틈》을 냈고,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2016년 현재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상문학회 편집위원이다. 벌판 속에서 거닐듯이 자유로이 이상을 연구한 저자는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들의 시대정신과 문학성을 재해석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으며 감성을 깨우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머리말

시인의 말


집으로 가는 길은 힘겨웠다
끝없이 긴 오르막 골목 담벼락에
연필로 금을 그으며 걸었다
선이 끝날 즈음
연필은 뭉툭해졌다
날마다 새로운 선이 담벼락에 새겨졌다
나는 선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선을 그으며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았다
선은 때로는 반짝이는 불빛이 되어
어둠 속의 보이지 않는 길을 일러준다
생의 궤적,
사람은 자신의 흔적으로 산다

책 속에서

마이미스트


이른 새벽 마당으로
새가 날아들었어.
어린 나는 신비한 새의 날갯짓을 훔쳐보았어.
행여 날아갈까 가슴 조이며
새의 등은 코발트블루로 빛났어.
어두운 수풀 그늘에서도
눈에 띄는 새의 날개는
숨길 수 없는 마음 같았지.
누구를 향하는 마음이 그토록
환하고 선명했을까.

엄마는 집을 나갔어.
구겨진 편지처럼 버려져
하염없이 배가 고팠어.
책상 밑에 숨어
쥐처럼 허겁지겁
땅콩버터를 퍼먹었어.
달콤하고 느글거리는 식감이
배 속에 눌어붙을까 걱정됐지.
밥과 영혼은 정비례해.
수없는 다리를 흔드는 그리마가
온몸에 달라붙어서
몸뚱이가 타버리지 않는 이상
마음을 먹어치울 것 같았지.

인생은 가시밭길이고
사랑도 다 거짓말이야.
피딱지가 붙은 입술
허공에 걸린 거울 속에 붙은
정교하게 쪼개진 마음.
몸은 사랑을 기억하지만
마음은 밥에 가 있어.
밥풀에 엉겨 붙은 심장이 말해.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어.

몸을 웅크린 채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버려두었어.
나비의 수명은 한 계절이야.
기면서 한 계절
매달려서 한 계절
흉측한 몸을 비우고 바꿔
겨우 보름을 날아
그래서 나비의 날갯짓은
소리를 뱉지 않고도
시간을 전달하는
꼭 그만큼이야.
나는 입술에 지퍼를 달았어.
말은 침묵 속에 갇혔어.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장가 13
씨앗 14
흔적 16
가면의 힘 17
허물어지다 18
무심코 20
떠도는 피 21
자전거 22
숲 옆 길갓집 24
통로 26
마음 28
잎 29
골목 30
목숨 31
최면술사 32

제2부

욕망은 가시가 있다 39
흔적은 기억해 40
마이미스트 42
묵은 헤비메탈을 들으며 45
내 곁에서 46
슬픔은 깃털이 있다 48
벽 안의 물고기 50
체취 52
안과 밖 54
반성 56
사물 58
몸속의 거미 60
저녁 바람에 젖어 62
천국보다 낯선 64
사금파리 66

제3부

물들다 69
떠돌다 70
그 여자 71
해 질 녘의 대화 72
세기 후라이드 볼트 74
미각의 생生 76
생生 78
어느 날, 문득 79
저 먼 그곳 80
재회 81
낙엽 82
책 83
최면의 세상 84
종점 86
그늘을 품은 꽃 88

제4부

무게 91
나 92
거울 93
모서리 94
잠 96
길 건너 이발소 97
간단한 식사를 위한 간편한 레시피 98
멍게 100
불안의 유희 101
추억 102
비 오는 첫눈집 104
틀 106
양식 108
B의 화실 109

해설

오홍진 내 마음을 가로지르는 타자의 목소리-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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