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생환하라, 음화

주영중 저 | 파란 | 2018년 04월

북트리

정가
$20.00
판매가
$11.0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22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7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91187756170 / 137쪽 128 x 208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5,120
  • 10,800
  • 16,920
  • 16,83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랑을 위해, 바깥을 향해 너를 위해 돌아가야 하는 시간 주영중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

저자 소개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석ㆍ박사 과정을 마쳤다. 「조지훈과 김춘수의 시론 연구」(고려대, 2009)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대시󰡕(2007)로 등단하여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다시 읽는 정지용 시󰡕(공저, 2003), 󰡔백석 시 읽기의 즐거움󰡕(공저, 2006)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 BK21 한국어문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려대에 출강하고 있다.


책 속에서




생체-나무


당신 생각은 불법이야, 살인적 리듬이 숨 쉬는 곳
당신의 광장에는 내일이 없지

幻影, 여름아
얼어 버린 물방울이 고요하게 폭발한다

도시 끝에서, 한강철교 너머에서
장마전선을 끌어올리며 우는 자귀나무
진앙지는 바로 나였다

거리의 속살 사이로 파고드는 질풍 같은 리듬
생활을 잊은 듯 질주할 것
리듬이 바뀌는 순간, 구피의 꼬리 같은
악몽의 시간으로 진입할 것

생환하라, 陰畵
생체-나무가 흔들리는 속도에 대해
꽃의 카오스에 대해 생각한다

분노는 겨우 바깥에서 터지는 꽃, 용납할 수 없는 자귀 꽃의 슬픔이 오늘의 술잔 속에서, 어진 사람의 입에서 혹은 묻지 마 살인자의 칼끝에서 터진다

리듬을 앓는 눈썹과 내 입의 기울기, 운명의 창밖으로 날카로운 나무들이 이동한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듯
초록의 잎들이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

조문받는 느낌이랄까, 갑갑한 발로부터 이륙하라
도시 상공에 구멍을 뚫는 처녀-새의 울음
불을 옮기는 역린

생활의 언명을 거스르는 태풍처럼
오렌지가 피워 내는 곰팡이들
녹색의 포자들이 지구의 리듬으로 날아가고
생활이 알리바이를 앓는다 ***


沒年


광장에 서리 내린다
응결된 서릿발,
내려야 한다

무당벌레 한 마리, 뒤집힌 육체
고개 든 개미들
썩은 살이 흘러내린다
광장이 넓어지고
죽은 광장이 살아나고 있다

대지의 裂開
숨은 지각판이 요동친다
여진이 계속되고
본진을 기다리는 날들
축이 살짝 기우는 지각변동의 11월

투명한 햇빛에
훤히 드러나는 살
검은 피의 더러운 생리를 배운다

신경과 근육과 살갗이 뒤집혀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이 된다
최상부의 치부가 밑바닥의 생피가 되어
말단까지 흘러내린다

허깨비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허깨비들
허깨비를 깨기 위해 움직이는 허깨비들
우스꽝스러운 사태를 바라보는
유모차 속 천진난만한 아이들

거짓말 같은 불편한 사실이 존재했다
설마 존재했다, 뒤통수를 맞았지
타오르던 불의 흔적들
촛농이 광장을 뒤덮는다

민중은 탓할 수 없지
재야 학자에게서 흘러나오는 냉철한 탄식
과연 그런가

붉은 고추가 투명해지는 계절
닫혔다 잠시 열리는
囊中之錐의 세계
카오스는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유령들이 일어선다
그래, 우리는 유령이었다
시간을 돌리려거든 서둘러라
불안과 원시와 분노의 날들
모든 아침에 떨어져 뒹구는 햇빛

행복한 아침입니다
미소 가득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승무원 목소리에 얹히는
햇빛 강렬한 추운 아침
그런 날입니다, 참 처연한 아침입니다

오늘의 하늘은 죽었군
우리에게도 절박한 타락이 있었다고 고백하자
칼과 칼이 입속에서 돌고 있다
젖은 혀를 열고 새가 날아오른다
죽은 언어에 각주를 단다
죽은 언어와 나의 요설을 향해 제를 지낸다

몰년사해몰년사해
沒年死骸沒年死骸 ***


한밤의 파레이돌리아


죽은 벌레가 살아 있는 벌레를 끌고 간다
기어가는 벌레의 음산한 모반

멀리 어둠 속에서
입이 없는 광대가 도달한다

표류자, 당신이 꿈꾸면 보여 줄게
광대가 말한다

우리의 미래는 가볍고
우리는 조용히 넘치지
나는 광대가 빠진 이로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호흡을 뱉자
빗속으로 번지는 캘리그라피

머릿속에서
차가운 도마뱀들이
글씨를 쓰는 것 같아

외로움의 틈 속에서 피어나는
하얀 꿈들을 보여 주지
중력을 잃은 머리 위의 바위,
구름 위에서는 바다가 물결치지

그가 한 발 다가서자
슬픔의 냄새가 훅 끼친다
내 뼈에 새겨지는 알 수 없는 문자들

바위의 최초의 뿌리를 바라보게
죽음의 잎들 사이로
습한 바람이 지나는 걸 느낄 수 있지

검은 새라 말하자, 비상의 흔적 속에
음악 없는 밤이 찾아온다
죽은 사람의 사진에서 수염이 자라고
죽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 밤

나를 움직이는 파동들
오늘은 불편한 융기

암판들이 밀어 올린 산 위에서
썩은 것들을 빨아올려
생명이, 생명이 되듯

죽은 자들이 살아나기 전에
파문이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 쫓겨나고 스스로를 쫓아내게

우리는 내일에 취해
헐거워진 생활의 살갗을 잊고
태양이 사라진 쪽으로

얼굴 아닌 얼굴로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오늘은
불편한 융기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생체-나무 13
청보리의 밤 15
실종 18
뼈의 기하학 20
엔드게임 22
원숭이 가면 24
의자의 정치학 26
李箱은 왜 호랑이 가죽을 행복의 상징이라 부르는가 28
沒年 31

제2부
꽃의 광인 37
태양 프로펠러 38
탁발 40
날아가는 계단 42
치르치르미치르 43
아이들의 음화 44
잔혹 투명 구슬 46
원룸 47
깃을 날리며 48
금니 속에 비친 풍경 50
견갑의수 52
길의 표정 54
아파트 경비원 J 씨의 팝업북 56
죽음은 발견되어야 한다 58

제3부
한밤의 파레이돌리아 61
최초의 발작 64
대낮에 누가 울지 66
쌍둥이 성좌 67
유리 심장 70
무저갱 72
피와 검은 고양이 74
암점 76
生時夢 78
얼음 장미의 계곡 82

제4부
채석강 87
그림자가 겹치다 88
바람에 적다 89
고양이의 추 90
老翁이 간다 92
베란다 동백 94
발산대중사우나 95
빈집의 침입 96
백색 오토바이 98
코끼리 시간 여행법 100
하트 에이스 102
혀 속의 혀 104
종신 106
하얀 명령 107
가마우지의 여름 나기 110
다시, 파랑 112

해설
김수이 생활과 사랑 사이, 사라지는 매개자들 114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