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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2442142 / 380쪽 225 x 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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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에 낸 비평집 <시 속으로>의 머리말에서 두 가지 점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비평을 한다는 것은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하되 그것을 통해 정신의 높은 지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진실을 탐구하는 일종의 구도적인 수행과 정진의 과정에 속한다고 보고 그런 차원에서 비평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다짐을 제시했다. 그와 함께 문학 현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문장 수련과 개발에 힘을 기울일 것을 기약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내가 실천하기에는 버거운 일이었기에 뜻한 바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루지 못할 일이지만 그것을 말로 토설해 놓았기에 그래도 그것이 고삐가 되고 방향키가 되어 내 글쓰기를 조정해 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구도적인 수행을 거론했기에 원고를 정리하면서 가벼운 감상문 유형의 글은 다 제외했다. 문체에 무게를 두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문장이 좋지 않은 글도 과감히 제외했다. 일차 통과된 글들도 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수술했다. 어떤 경우에는 따로 발표한 두 글을 접합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7년 전에 언급했던 두 가지 사항, 정신 수행과 문장 수련이 조금이나마 반영되도록 노력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이 책의 1부에 실린 첫 번째 글은 현 시단의 문제점을 진단한 비판적 성격의 논설이다. 가장 최근의 상황을 대상으로 한 글이기에 상징적 의미가 있어 제일 처음에 배치했다. 나머지 다섯 편은 시인들의 시세계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글들이다. 30년 이상 시를 써 온 시인들을 대상으로 시정신의 변화와 지속의 양상을 고찰했다. 통시적 고찰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개별 작품의 독자성을 최대한 살려 그 작품이 갖는 당대적 의미를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2부는 시집의 해설이나 시집에 대한 서평을 모은 것이다. 전부 청탁을 받아 쓴 것이기에 젊은 시인들은 대상에 없다. 내가 나이 들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감각과 문장은 나이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그 안간힘의 자취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3부는 문학지에 연재한 작품론 또는 계간평이다. ‘내 마음의 집시’는 작품론 연재 당시 문학지에서 제공한 칼럼 제목인데 마음에 들어 그대로 사용했다. 고혹적인 율동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집시처럼 마음을 유인한 작품을 평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글을 썼다. 제목의 뜻에 어울리게 마음의 점막에 독특한 자취를 남긴 작품을 골라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문을 작성했다. ‘내 마음의 오로라’는 북방 지역의 어둠을 뚫고 빛나던 오묘한 채색 현상을 염두에 두고 내게 감성의 인광과 파문을 일으킨 작품을 평한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붙였다. 매혹의 감흥과 전율 어린 자극을 남긴 작품을 주로 평하려 했지만 독서량이 제한되어 있어 뜻한 바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4부는 내 동료와 은사 두 분의 비평 활동 및 학술 담론을 조명한 글이다. 대상이 대상이니 만큼 비판보다는 상찬의 어사로 그분들의 성과를 정리했다. 시, 소설과는 달리 비평 및 학술 담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메타비평이 없는 실정이어서 이 분야의 사람들에게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기 수록했다. 책 전체의 흐름에서는 이질적이지만 이런 자리가 아니면 독자들에게 전달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독립된 장을 설정했다. 그분들의 업적을 개관하며 비평적 열정을 이해하는 것도 시적 열정의 이해 못지않게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 머리말 ‘몰입의 기쁨을 위하여’ 중
P.16 : 이병률은 서글프면서도 아름다운 고립의 노래를 줄기차게 엮어 왔다. 그의 시는 대중과의 동화를 거부하고 자발적 고독의 자리를 지키려는 자세를 단호하게 드러냈다. 그가 슬픔을 무릅쓰고 혼자의 자리에 서려는 것은 그것이 비록 남루하고 초라한 자리일지라도 그곳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 자책과 자멸의 시어가 많이 나오지만 그것이 안일한 낙담으로 가라앉지 않은 것은 인간이 나아가고자 했던 눈부신 초월의 지점에 대한 동경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P.37 : 송재학은 30년 넘게 자신의 시 문법을 개척해 왔다. 그만큼 개성적인 의장意匠과 문채文彩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시인은 흔치 않다. 시를 읽으면 송재학의 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화법은 독특하다. 노련한 장인이 만든 전각이나 날염捺染 작품을 대하듯 대상을 섬세하게 수공하여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창조하는 기법을 그의 시에서 만날 수 있다. 다른 많은 시인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 창조에 동원되는 방법은 관찰과 사색이다. 그러나 관찰과 사색을 시로 풀어내는 방식이 남과 다른데, 그것은 ‘감각의 긴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각’은 ‘정신’을 포함한 감각이고 ‘긴장’은 이완과 안식을 얻기 위한 긴장이다.
P.57 : 시인이 목격한 황홀경은 무엇인가?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시인의 눈에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과 삶의 세계로 향한 움직임이 함께 들어온다. 영안실은 영안실대로 드나드는 사람으로 붐비었을 것이다. 죽음의 행렬은 쉬지 않고 이어지는데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새해 달력을 찍는 인쇄소는 분주하다. 죽음의 세계와 삶의 세계는 이렇게 따로 노는 듯하다. 이것은 범박한 일상인의 시선이다. 죽음의 문턱에 다가설 만한 체험을 한 사람은 죽음과 삶을 하나로 본다. 하나로 볼뿐더러 그 둘의 만남을 황홀경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고비에서 다시 삶을 체험하는 사람은 생의 단면 하나하나가 분부시게 다가온다는 생각이다.
머리말 5
1. 서정의 온도
구체성이라는 고전적 명제의 회복
감각의 긴장, 정신의 극점 / 송재학
‘관계’의 행로와 진심의 길 / 정희성
암암한 절망에서 은총의 하늘까지 / 김남조
경건한 아름다움의 소슬한 행로 / 김종철
시조 미학의 불교적 회통會通 / 조오현
2. 서정의 층위
생명의 변주, 생의 환희 / 황동규
환멸의 습지에 핀 번외의 꽃 / 정진규
그리움의 파란으로 일렁이는 시간 / 고재종
유기적 공감의 축복 / 김광규
슬픔의 빙벽에 피어난 독거의 꽃 / 문정희
폐허를 울리는 생명의 노래 / 이은봉
독거의 표상, 애매성의 매혹 / 황학주
3. 매혹과 전율
내 마음의 집시
내 마음의 오로라
시의 매혹과 진실
불안과 치욕과 치유
현대시와 공감
4. 열정과 논리
비평의 열정과 지성의 논리 / 장경렬
평생을 읽고 쓰고 생각하다 / 김윤식
정명의 정신/ 김용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