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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이은택 저 | 삶창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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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0937 / 160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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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이은택의 시편들은 이슬떨이를 자처하는 바짓가랑이를 닮았다. 사타구니를 지나, 으스스 뒷덜미를 지나, 눈자위까지 적시는 벅차오름이 있다. 낱낱의 언어들이 모여 독자와 한통속이 되는 두툼한 마음 다발이 있다. 시어들이 요리조리 굵직한 물고기가 되어 제 꼬리지느러미로 시인의 주름살과 풍채를 그려낸다. 그의 시는 진중하다. 웃는 눈물이다. 명랑성을 잃은 리얼리티가 총칼로 자라지 않도록. 넉살을 놓친 입바른 소리가 깃발을 흔들며 무덤 사이를 헤매지 않도록. 그는 적재적소에 웃음의 솔기를 풀어놓는다.

_이정록(시인)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58년 공주에서 태어났다. 40년 가까이 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부여여자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2017년『작가마루』를 통해 등단했다.

머리말

집에서도 중간으로 태어나
공부도 테니스도 중간이었고 바둑도 그랬다
대학 때 졸업 기념으로 무대에 올린 연극 이름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다
이 땅의 민주화를 외친 것도
중간 어디쯤에서였을 것이다

세상에서 주목받는 일은 본래부터 내 몫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보내면서도
오히려 편안하다
이 시가 나처럼
세상의 중간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벚꽃이 왜
봄비에 빨리 지는가
자기들 져야 속잎 나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봄 가기 전 속잎들 나와서
봄비 한번 맞아보라고 빨리 지는 것이다
봄비는 사랑 같은 것
적시고 만져지지만
느닷없이 식는다는 걸 알라고
그래서 빨리 지는 것이다

벚꽃이 왜
봄바람에 빨리 지는가
자기들 져야 속잎 나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봄 가기 전 속잎들 나와서
사랑 한번 해보라고 빨리 지는 것이다
봄바람은 사랑 같은 것
한순간 시작되지만
느닷없이 그친다는 걸 알라고
그래서 빨리 지는 것이다

_「벚꽃」 전문



어린 시절
진짜표 타이언가
타이어표 진짠가 하는 새 고무신
학교에 가려고 논둑길 걸으면
논둑길에 찍힌
다이아몬드 모양의 기하학적 무늬
뒤를 보고 걷느라
잘 걷지도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
겁 많고 의지 얕은 나는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
고양이 발자국인지 개 발자국인지 모를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겼습니다

육십이 가까워지는 지금
발자국으로 시를 씁니다
그러나 시가 아무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어린 시절 고무신 발자국보다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발자국」 전문



20년 가까이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그의 심장이
엊그제 그만 정지해버렸다
피부는 죽은 사람보다 더 차디찼으며
내장은 녹아 방바닥을 타고 흘렀다
집안은 평화와 안정을 잃었다
그의 몸을 수리하러 온 의원은
나이가 많아 심장이 뛸지 모르겠다며
드라이버를 손에 쥔 채 집도의처럼 말했다
체온조절 장치를 고쳐주고 의원이 돌아간 뒤
집안은 다시 평화와 안정을 되찾았다
스무 살 다된 그는 사람 나이로 치면
가장인 내 나이와 맞먹는 예순쯤 됐을 터인데
요즘 혈압이 높아져 걱정인 나는
새벽 눈 뜨는 대로
내 안부를 묻듯 그의 안부를 묻는다
가장보다 더 가장 같았던 그가 근심스러워
심장은 잘 뛰고 있는지
온기는 있는지
귀를 대보고 또 손을 대본다

_「냉장고」 전문

목차

시인의 말5

제1부 우리들의 사랑
부소산길12
깻잎조림을 먹으며14
나는 서울놈 좆이 아니다16
밀어냄에 대하여19
벚꽃20
편백나무 베개에 대한 예의22
부소산24
칠갑산 나무26
대머리 시인 이은택 씨28
과장30
내 머릿속의 자양분32
백두산 나무34
우리들의 사랑36
냉장고38
이름론論40

제2부 묘비명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44
콩팥과 나46
묘비명48
제비꽃52
시인의 친구54
장화56
성묘59
어머니의 기곳날60
열구서62
발자국64
배지 불렀구나66
풍화되지 않는 바윗돌이 있다68
필연70
월선72
하관74

제3부 이인삼각
각설이80
등교82
고3 교실84
봄꽃이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86
시심詩心이란88
삼겹살데이90
임플란트94
변심96
오해98
이인삼각100
우리 소개서102
헐106
진실로 아름다운108
파쇄기와 나111
선생은114

제4부 다람쥐의 항변
성聖과 속俗118
더 이상 백두산을 논하지 말라119
다람쥐의 항변122
신동엽추모제123
달인126
교통카드128
단풍130
로드킬132
18세 선거권134
미얀마에서136
강물 녹조139
오늘은140
베트남에서142
연서145
눈병148

해설_ 밥의 시, 사무사思無邪와 더불어
| 조재훈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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