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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547984 / 127쪽 129 x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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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김미옥 첫 시집인 <새마을 지하슈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시인의 일터인 한 지하슈퍼에서 일하며 만나는 사람 사물 혹은 이런저런 사건들을 쓴 시들이다. 그는 다른 모든 직업인처럼 자신이 만든 감옥인 그 반 지하 슈퍼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시인이기까지 하다. 해서 남들에게 일용할 생필품 혹은 양식이 되는 것들이 그의 시적 대상, 즉 그의 재규어가 된다. 그는 남들처럼 각고의 노력으로 얻은 즐거운 그의 감옥인 슈퍼에서 종일 진열된 물건들을 관찰하고 값을 기억하고 이런저런 손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거기에 숨어 있는 신의 글, 즉 시를 찾아내려 애쓴다.
다음의 시에는 문득 그에게 온 시를 받아 적느라 손님이 오가는 것도 야채들이 다 시들어 빠지는 것도 모른 채 몰두하고 있는 한 시인을 쓰고 있어 흥미롭다.
나는 시를 쓰고 있다
시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것들을
시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쓰고 있다
반지하 슈퍼마켓 계산대에 앉아 시를 쓰는 나는
누가 계단을 내려오는지 올라가는지도 모르는 나는
아아, 시를 쓰고 있다
안녕하세요 모자 쓴 여자가 출입문을 밀고 들어온다
아아, 어서 오세요
나는 웃었던가 고개를 까딱했던가 그러나
아아, 나는 시를 쓰고 있다
여자의 얼굴에서 순간 웃음이 사라졌던가
볼펜을 얼른 놓고 일어나며 나는 다시 어서 오세요 했던가
(콩나물 주세요!) 가시가 돋친 말이 날아왔던가
나는 죄 없는 콩나물 대가리를 움켜잡고 뽑으면서
내가 왜 이러지, 미쳤군, 아아 안녕히 가세요 했던가
여자는 웃지도 않고 돌아갔던가
누가 들어와도 나가도 가게 안을 다 돌아다녀도
아아, 나는 시를 쓰고 있다
계란, 두부, 오이, 상추, 삼겹살, 콩나물값을 계산하다가도
아아, 나는 시를 쓰고 있다
아아, 안녕히 가세요
형광등 불빛 아래 다듬지 못한 야채가 시들어가도
과일이 짓물러 터져도 바닥에 쓰레기가 산더미로 쌓여도
그것들이 다 시라 생각하며
아아, 나는 시를 쓰고 있다.
-「반성」 전문
호시탐탐 신의 글을 읽으려 두리번거리는 시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위의 시에서 우리는 존재현상 속에서 시를 발견하고 받아 적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가 현실 속에서 슈퍼 주인으로서 세속적인 계산을 한다면 마땅히 시들어가는 야채나 짓무르는 과일, 바닥에 쌓인 쓰레기에 신경을 써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 순간, 그는 신의 글을 받아 적는 사제(시인)로서의 사명이 자신도 모르게 덧씌워져 시들어 가는 야채에서도 짓무르는 과일에서도 하물며 쓰레기에서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신의 메타포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들을 받아 적는 일만으로도 벅차 현실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엄한 것, 자꾸 현실에서 멀어(?)지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주문을 건다 ‘아아 반성하자’ 하고.
위 시는 분명 일반인이 보면 어느 슈퍼 여주인의 정신 나간 짓거리인데 독자에겐 그의 행동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흥겨운 놀이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그것이 김미옥 시인이 가진 긍정적 identity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는 매우 지혜로운 시인이다. 그는 절대로 자신이 처한 현실, 즉 자신의 감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몇십 평의 그 지하 슈퍼에 꼼짝없이 묶인 자신의 옹색한 현실을 최대한 즐긴다. 그는 그곳을 즐거운 감옥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빠른 템포의 춤같이 흥겹고, 즐거운 빗방울처럼 통통 튄다.
랄랄라, 비가 내려요 좋아서 그냥 좋아서 고양이 백오십 마리 그려진 우산을 쓰고 랄랄라, 골목길을, 골목길을, 랄랄라 백오십 마리 고양이들이 젖어요 검정 노랑 하양 얼룩으로 랄랄라, 고양이들은 가벼워 유리구슬처럼 미끄러지죠 백오십 아니 천오백 마리 고양이가 랄랄라 또르륵 또르륵 굴러내려 담장아래 봉숭아 씨방을 툭 건드려요 랄랄라 검은 씨앗들이 와르르 달아나요, 랄랄라 빨강 하이힐을 신고 모퉁이를 돌아가요 골목이 텅 비었는데 랄랄라, 남양군도에서 태풍이 올라오고 랄랄라, 골목길은 미리 물바다, 물을 튀기며 오토바이 같은 시간이 랄랄라, 천오백 마리의 고양이들이 뽀얀 물보라로 날아가요 랄라라, 나팔꽃, 나팔꽃이 울타리를 만들고요 깜빡 백오십년이 날아가도 골목길은 끝나지 않고요 고장난 가로등이 대낮에도 고양이 눈을 하고 깜빡, 깜빡깜빡
-「랄랄라」 전문
위의 시는 어느 비 오는 날의 출근길을 묘사한 것인데 그가 얼마나 밝고 순수한 정서를 가진 시인인지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상상력은 자유롭고 거침이 없어 독자를 즐겁게 한다. 위 시를 예를 들면 비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우산에 그려진 고양이 백 오십 마리와 함께 빗방울로 흘러내리고 빗방울은 다시 흘러내리는 유리구슬이 되고 달아나는 고양이가 되고 톡, 터지는 봉숭아 씨방이 되고 달아나는 검은 씨앗이 되고 ,우산을 든 여인의 빨강 하이힐이 되고 급기야는 태풍이 되고 태풍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아나는 오토바이 같은 시간이 되고, 물보라의 시간은 다시 백 오십 마리의 고양이를, 천오백마리의 고양이로 확산시킨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 한 골목의 일인데 알고 보면 그것들은 결국 고양이 눈 속 같은 것.
1부
랄랄라·12
무·13
러닝머신·14
눈 깜빡 할 사이·16
뻥·18
장자봉을 오르다·19
장미·20
날·21
비와 달 사이·22
12시·24
왼쪽·26
팬텀phantom·28
아침이다·29
장·30
봄, 고라니·32
꽃철·34
2부
새마을 지하 슈퍼·36
반성反省·38
애드벌룬·40
근대냐 시금치냐·42
새한마트 오후 4시·44
질문과 대답 사이·46
슈퍼맨들 회의·48
슈퍼우먼·50
랩·52
돼지머리·53
숨바꼭질·54
가만있는데 왜 지랄들이·56
캄캄한 바코드·58
우렁이·59
팔고·60
문 밖의 시간·62
동태·63
사계절, 세탁소·64
거울·66
3부
무지개 아파트·70
즐거운 잔치 집·72
줄타기·73
보신다·74
결사적으로·76
동백 아가씨·77
장마·78
울음·79
그것들·80
스파티 필름·82
헌상현상·83
한라 비발디·84
읽다·86
오래 비운 집·87
꿈·88
회초리·89
4부
한 잎의 벌레구멍·92
펄럭이는 것에 대하여·93
발칙한 노래·94
안개·96
소리들·97
어디?·98
틈새·99
그가 군에 가는 날·100
묵비권·102
찰깍! 1·103
찰칵·104
만두를 빚으려면·106
꽃바구니·108
빨강머리 미용실·109
친구·110
6월 어느 날·111
푸른 것들·112
가을·114
■ 해설 | 이경림
어느 슈퍼우먼의 즐거운 감옥·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