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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종別鐘소리 소리를 지키는 비운의 종

윤찬모 저 | 청어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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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605445 / 408쪽 225 x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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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별종소리』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민족의 아픔을 함께 겪어온 종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의 소재가 된 종은 경기도 양평군 미지산(용문산) 상원사에 실제로 보존되어 있다. 이 종의 생김이 여느 범종들과 별다르게 생겨서 작가는 이 종을 『별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름과 같이 종의 운명도 팔자 드센 인간처럼 사나운 세상을 견뎌왔는데, 이야기의 깊은 속내는 결국 그 주변에서 살아온 지남세와 방녀, 극일문과 오랑, 여응과 개천 등으로 불리는 나무장사꾼, 불목한, 떠돌이 객승 같은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개항 이후 일인들이 들어와 이 땅에 개화의 물결이 일어나면서 오쿠무라와 히라노를 앞세워 일본불교가 부산을 통하여 조선에 침투하는 과정, 군대해산과 의병의 분투, 용문산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삶의 애환이 깔려있다. 이 땅에서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별종이 울리면서 사람들의 잠을 재우고 깨우다가, 뜻하지 않게 일인들의 손에 의해 역마살을 타게 된다. 종의 시원을 알 수 없듯이, 야마구치와 긴토에게 대항하여 종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마저 생애의 앞뒤가 불분명한 사람들이다. 이야기는 천여 년 전 전 주종의 과정부터 근대 조선불교를 넘다들다가 ‘별종’이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종에 관한 공식기록들은 젊잖게 서술이 되어 있지만, 살펴 들어가 보면 일인들의 오욕과 강탈로 벌어졌던 정신침략의 역사가 드러난다. 이 종이 진종이냐 위종이냐를 놓고 최근까지도 왈가왈부 하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 이게 다 일인들이 묶어놓은 매듭이다. 이제 와서 우리가 그걸 풀려는 일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옭매놓은 매듭을 달밤에 풀려다가 날이 새고 마는 도깨비장난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풀려고 해도 답이 안 나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대로만 둘 것인가. 일인들이 맺어놓은 진위 논쟁의 늪에 빠질게 아니라 별종의 시원(始原)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말머리를 잡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 진실 찾기가 아니라고 한다. 진위 논쟁은 결과를 붙들고 애원하는 미련한 짓이라며 서두에 아예 포석을 깔아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작가는 조선에서 가뜩이나 불교가 침체되고 있던 시기에 일본 불교가 치밀하게 조선으로 침투하는 과정부터 보여준다. 종과 함께 같은 시대,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나타나다가 어느새 안개 속으로 사라지듯 아련하게 의문의 꼬리를 남기며 이어진다. 다소 몽환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먼 옛날에 충분히 벌어졌을 법한 이야기가 별종이 생겨나던 때의 짐작을 가능케 한다. 이야기 끝에 알게 모르게 던져지는 의문이 남는다. 작가가 서두에 말하듯이 답은 독자의 몫이다. 그 동안 홀로 외롭게 산사에 걸려있던 종이지만 이토록 우리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하므로, 전문연구자들의 논쟁거리로만 둘 것이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받으러 앞으로 당당히 나와야 한다. 우리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역사 - 그 속에 깔린 우리의 나약과 분열과 무기력은, 약소민의 후회와 반성이 아니라 씁쓸한 쓸개를 핥고 다시 일어나야하는 분투기제다. 이미 일어섰지만 상대와의 끊임없는 싸움에 지쳐 걷는 발걸음이 느슨해질 때쯤, 다시 한 번 더 뼈저리게 지난 역사를 되새기며 흔들리지 않는 걸음을 다잡아 걸어야한다. 우리가 지켜야할 것은 역사 그 자체가 아니라 흘러간 시간 끝으로 사라지면서 장차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탈바꿈의 무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고, 사람들의 기록이 끊어진 곳을 엉뚱하게 이음으로 생겨날지도 모르는 역사의 돌연변이를 막아야하는 일이다. 양평에 살면서 양평의 역사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는 윤찬모 소설가가 썼다. 『여울넘이』와 『조선의 발바닥』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는 역사장편 소설 『별종소리』는 다소 무거운 뜻을 담았지만 이야기는 쉽게 읽혀진다. 행간에 담긴 작가의 뜻이 과연 읽혀질까 염려되기도 한다. 작가가 오랜 동안 이야기와 자료를 모으고 탐구한 흔적도 엿보인다. 일제 강점기에 일인들이 저질렀던 또 다른 부분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독자의 일독을 권한다.

저자 소개


경기도 양평 출생. 
월간《문학저널》단편「잠을 먹는 꿈이」로등단. 
장편소설『여울넘이』 
중편소설『미끼』 
소설집『잠을먹는꿈이』(전자책) 
공저『흐르는 강물처럼』『등불이 되어 빛나리』『별을 보며』 
문학저널 작품상, 창작문학상 수상.

책 속에서

짜디짠 바다의 동풍이 절영도 봉래산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봉우리를 밟은 겐신이 기고만장하여 기지개를 켜며 몸을 한껏 부풀려 키우고 앞바다를 주름잡아 건너뛰니 쓰시마가 발밑에 밟혔다. 다시 조그마한 이키섬으로 건너 딛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내디딘 발판이 가라쓰였다. 제나라 본토라지만 그 역시 섬 땅이기는 마찬가지다. 사 년 만에 돌아온 가라쓰는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짠바람만 콧속을 채웠다. 육지에서 구수한 흙내만 맡다가 또다시 섬 바람을 마시자니 파도가 잠자는데도, 세상이 모두 흔들거리는 어지러움에 멀미가 났다. 나라의 본토라도 섬은 섬인지라 출렁거리는 파도를 못 이기고 기우뚱거리는 어지러움에 한 달이 멀다 하고 머리가 흔들렸다.
오쿠무라 겐신(奧村 淨信).
그는 칼을 휘둘러 피바람을 일으키다 무사의 옷을 벗어 승복을 입고 중노릇을 한 지가 벌써 십여 년이 지났다. 겐신은 조선 대륙과 일본 열도 사이에 놓인 쓰시마와 이키섬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뛰었던 몸을 줄여 고덕사(高德寺) 본당 안에 사뿐히 들어앉았다. 그제야 주변에 정겨운 물건들이 눈에 익숙하게 들어온다. 여기라면 두 다리 뻗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자신도 무사 시절 칼을 휘두르면 일본제국 열도 곳곳을 거침없이 휘돌아 쳤지만 지금은 승복을 입은 몸. 비록 나라를 위해서 먼저 조선에 건너가 터를 다지는 조선인 포섭 활동을 해왔으나, 아무리 혈기가 솟구치더라도 드러내놓고 피를 보는 일에 끼어들 처지는 못 되었다. 고니시가 무장을 하고 전쟁을 벌이러 부산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메이지 정부에다 이제는 할 일을 다 했으니 돌아가겠다고 청을 넣어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발밑에는 어느새 조선으로 가는 배들이 줄을 이어 오리 떼처럼 바다를 메웠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을 받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봄바람을 타고 부산포에 들어가서 첨사 정발을 죽였다. 다음날 수영만을 통해 동래성으로 들어가자마자 성을 지키고 있던 부산부사가 죽었다는 소식이 돌아오는 배를 타고 가라쓰까지 들려왔다. 첫 싸움부터 바싹 긴장하고 덤벼들었는데 조선 군사들은 맥없이 쓰러지고 도망쳤다. 승복을 입은 겐신의 눈앞에서 붉은 피가 튀었다. 피 맛을 본 이리처럼 눈에 살기가 돌았다. 그래도 명색이 승인데. 마음속으로라도 피를 볼 일은 피해야 했다. 대대로 오쿠무라 가의 맥을 이으려면 고명한 승으로 견뎌야 했다.
여기까지가 가라쓰에 터를 잡고 십삼 대째 살고 있는 오쿠무라 집안에 대대로 전해오는 이야기였다. 오쿠무라 승가(僧家)에 전해 내려오면서 엔싱(奧村圓心)이 입으로 줄줄 외우다시피, 귀가 닳도록 들은 이야기다. 엔싱은 고덕사 본당 벽에 걸린 십삼 대 선조 겐신의 초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공룡 같던 겐신의 몸뚱이가 사람의 몸으로 줄어들고 엔싱의 몸으로 돌아왔다. 다시 세상은 커졌고 현세의 엔싱은 어제처럼 왜소해졌다.
“대사님. 교토의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엔싱은 그가 거처하는 고리(庫裏)에서 새벽 예불을 마치고 깜박 잠이 들었다가 동자가 부르는 소리에 깨어났다. 말로만 전해 들어오던 조선 땅을 꿈속에서나마 다녀왔다. 오랜만에 꾸어보는 이상한 꿈이다. 조상이 현몽해서 오쿠무라가 조상의 몸이 되었을까. 비몽사몽 중에 헤매다가 정신을 차리고 방 안에서 나왔다. 밖에는 히가시 혼간지에서 왔다는 승려(僧侶) 둘이 먼 길을 오래 걸어온 피곤에 지친 행색으로 서 있었다. 엔싱은 찾아온 두 승을 반갑게 맞아 자신이 거처하는 고리로 들도록 안내했다.
“히라노 대사,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먼 걸음을 하셨소.”
 “대사. 본원에서 들어오라는 전갈이오. 아무래도 겐뇨(嚴如) 관장께서 중차대한 명을 내릴 것 같소.”
 “여기는 어쩌려고요.”
 “염려 마오. 고덕사를 대신 맡아줄 승을 데려왔어요.”
엔싱은 새로 온 승과 함께 본당으로 들어가 겐신의 초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어젯밤 꿈결이 아스라이 펼쳐지더니 벽에 걸린 겐신의 초상이 말을 하고 있었다.
“떠나라. 너에게 큰 일이 맡겨질 것이다.”
길을 떠나려고 어젯밤에 조상이 현몽했었나. 엔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옳거니 때가 왔다. 어젯밤 꿈이 헛꿈이 아니로구나.
교토에 동본원사까지는 한 달이 걸리는 먼 길이었다.

목차

작가의 말

가라쓰의 변종들
무부리
잃어버린 아기
경성의 나무꾼
구름이든지 안개든지
승은 승이로되
하늘을 태우는 불꽃
갈라지는 틈새로
붉은 음자리
별원 손님
팔려가는 몸
소리를 만져보니
죄 없는 귀양살이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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