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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167878 / 440쪽 188 x 12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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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의 노작, 화산도에 이어
2018년, 과거로부터의 행진이 번역 출간되다
재일조선인 김석범 작가의 일본어 소설 과거로부터의 행진(상・하)이 2018년 제주4・3사건 70주년을 맞아 한국어판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2009년 4월부터 2년 6개월 동안 일본의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연재된 글로, 2012년 이와나미서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래 지속적으로 한국어판으로의 번역 출간 요청을 받아 왔다.
상상을 초월한 국가 폭력에 개처럼 굴복한 남자, 한성삼의 인간 회복을 위한 투쟁 이야기로 소설의 배경인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은 1977년 재일 단체인 한국민주통일연합 간부의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했다는 혐의로 재일동포 유학생 2명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의 근거로 이용되기도 했다.
2012년 일본에서 출간된 당시, 이수경 가쿠게이대학 교수는 “이 소설이 다룬 내용은 결코 재일동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한민족으로서 아픔을 어떻게 나누고 치유해야 하는지,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고 평한바 있다.
‘조선적’ 작가 김석범이 그리는 인간회복의 이야기
‘조선적(朝鮮籍)’이란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이 2차 대전 패전 후 일본에 사는 조선 출신의 한국인에게 붙인 표식이다. 외국인 등록제도에 따라 편의상 부여한 임시 국적인 셈인데, 조선적은 남한이니 북한이니 사실상 관련이 없는 무국적이나 다름없지만, 한국에서는 ‘조선적’을 용공 세력으로 규정, 정치적 이용 수단으로서 활용해왔다.
“왜 ‘국적’ 하나로 우리들은 이렇게도 고뇌하거나 휘둘려야만 하는 걸까. ‘국적’이라는 이름 아래 인질로 잡혀 있는 거지. 권력이야. 정치……. ‘국가’라는 이름의 권력.” (본문 中)
김석범 작가는 남도 북도 국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국적인 ‘조선적’을 택해 양쪽에서 ‘불편한 인물’로 낙인찍히면서도 통일조국의 국적 회복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민단과 총련으로 갈라져 여전히 냉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일본 재일동포 사회의 ‘분단의 모순’ 속에서 작가 자신이 온몸으로 체험한 사실들을 소설 주인공 한성삼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소설의 존재 가치와 역할에 대해 준열한 성찰의 물음을 제기하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은 소설이 결코 한갓 허구의 언어예술로 자족하지 않는다는 간명한 진실을 상기시킨다. 그의 언어는 팽팽한 긴장력으로 역사의 퇴행과 숱한 폭압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에게 과거는 망각의 뒤안길에서 가뭇없이 스러져 휘발되는 대상이 아니라 지금, 이곳으로 소환돼, 살아있는 자들이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지, 그래서 우리가 모색해야 할 미래의 지평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는다. 이와 관련하여, 갈수록 근대 국민국가의 모순과 한계가 극명해지는 가운데 김석범의 과거로부터의 행진이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의 국적과 연관된 정치사회적 사안은, 그가 평생 진력하고 있는 4‧3항쟁의 온전한 역사적 정명(正名)과 긴밀히 연동돼 있다. 그렇다. 파행적 근대 속에서 과거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에 젖어 있기보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과거로부터 힘찬 ‘행진’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고명철/문학평론가, 광운대 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