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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3562 / 108쪽 188 x 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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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2001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선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오래된 책장』이 시작시인선 0251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화자는 지극히 평범한 도시의 일상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벤야민 식으로 말하면 군중에 섞인 ‘산책자’가 되어 사물과 현상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관조적 자세를 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보는’ 화자의 태도는 시적 상상력과 연결되면서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표4를 쓴 박제천 시인은 “김선호 시인의 새 시집은 사물의 힘을 읽어내고 북돋아 주는 상상력이 일품이다.” “사물의 속내를 읽어내고, 상징화하는 수사력에도 탄력적으로 힘이 붙어 꽃 구경이 시 구경이 될 정도로 낱낱의 시편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그지없다.”라고 새 시집을 평했다. 김선호 시인의 시편들이 쏠쏠한 재미로 가득한 이유는 아마 시인이 선택한 시적 소재 때문일 것이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사물이나 거리의 익숙한 풍경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시인의 능력 때문에 독자는 시인이 선택한 시적 소재에 친숙함을 느껴 어렵지 않게 화자에게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가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소재를 시적 상상력을 통해 가공하고 변주함으로써 대상과의 거리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잊히는 사물과 풍경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입이 없는 것들에게 입술을 빌려주고 죽어 있는 것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오래된 책장’에 잠들어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깨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상이 지닌 기존의 의미 체계를 붕괴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시인은 ‘산책자’가 되어 도시 구석구석을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다.
시인의 말
단풍 들기 좋은 날
사랑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다
내가 해결해야 할 일들은
숲 속으로 날아가고
꽃들이 삶의 전부인 양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른 곳은 관심이 없다는 듯
저희들끼리만 희희낙락하고 있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오래된 책장
쥐에 갉아 먹힌 종이 같다
울퉁불퉁한 노면에
거미줄이 늘어져 있고
쌓인 나뭇잎은 거무스름하게 퇴색되고 있다
선조들이 책 봇짐을 지고
수없이 걸어 만든 산길
새와 구름도 수많은 글귀를 흘려보냈다
정상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는데
돌멩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넘긴 문장으로
발길에 자꾸만 밟힌다
할아버지 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돌.
전해 내려오는 고서로 닳아 있다
신작로가 만든 속도로 지워지는 풍경 속에서
남기고 간 발자국을 탁본으로 새기느라
굴러다닌 탓이다
계룡산 굽잇길
할아버지의 책장 속에서 꺼내
내용은 모르고 겉만 훑던 책처럼
굽이진 채 접혀져 있다
제1부
친견 13
오래된 책장 14
안녕 집 16
입술들 18
유리성 19
사과 뼈 20
비누 22
마을버스 24
납골당 25
겨울 철새 떼 26
구멍 28
첫물 고추 30
끝물 참외 31
흑산도에서 보내온 전언 32
제2부
그늘의 소유권 35
압류 36
터널의 시간 38
파도 매미 39
구들장을 수리하다 40
급식 줄에 서서 42
노을 43
마중 44
상고대 45
벚꽃 놀이 간 날 46
살구나무 48
피어라 동백 49
칼 가는 남자 50
관상 51
제3부
물집 55
경련 56
이석증 57
실어증 58
산소 캡슐 60
붙인다는 건 62
번들거리는 강 64
춤추는 가발 66
간판 68
빛에도 소리가 있다 69
아이스크림 70
로그인 71
로그아웃 72
제왕절개 73
제4부
하늘 물고기 77
피아노 보내다 78
코끼리의 사생활 80
오늘의 할 일 82
꽃 구경 시 구경 83
침입자들 84
물을 밀다 86
아코디언 87
위험한 진실 88
지하철에서 90
하얀 발바닥 91
감자 92
그녀의 과민성 93
봉숭아 씨앗이 터질 무렵 94
모자 95
해설
문종필 립스틱 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