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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462941 / 544쪽 210 x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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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게 정말로 내 잘못인가?”
매혹적인 블랙 속에 담긴 독특한 이야기!
1982년 일기 속 미스터리한 소녀와 그림 속 비밀을 쫓는 또 다른 소녀 간의 스릴과 서스펜스. 그 안에 담긴 처절한 외로움과 절망.
그리고 감정의 카타르시스!
미스터리 그래픽 소설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팸 스마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한 첫 데뷔 소설이 출간되었다. 영국에서는 출간 이전부터 형식의 독특함으로 인해 큰 화제를 일으켰다. <손힐>은 일기와 그림이 서로 번갈아가며 구성되어 있는데, 총 544쪽 가운데 반이 넘는 322쪽이 그림이다. 그리고 일기와 그림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일기는 1982년 한 소녀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리고 그림들은 2017년 또 다른 한 소녀의 모습을 그려낸다. 두 소녀를 하나로 묶는 것은 ‘손힐’이라는 공간이다. 한때 여자 아이를 위한 고아원이었던 ‘손힐’은 황폐하고 버려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글과 그림은 서로 얽히고, 그 속에 담긴 비밀을 하나씩 풀어간다. 영화 같은 구성과 끝까지 책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스릴로 가득한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 이후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란 찬사를 받았다.
1982년 일기와 2017년 그림의 앙상블
그렇다. 그렇게 좋은 일은 오래갈 수 없는 거였다. 그 애가 돌아왔다.
<손힐>은 1982년 한 소녀의 짧은 일기로 시작한다. 그 애가 누구인지 일기를 쓰는 주인공은 또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첫 일기는 끝맺는다.
첫 일기를 한 장 더 넘기면 페이드아웃된 것처럼 까만 책장이 나온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책장을 가득 메운 그림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철조망이 쳐 있는 버려진 공간을 그린 그림을 시작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듯이 책장을 넘길수록 한 집의 다락방과 다락방 내부로 옮겨 가며 그림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림 속 달력은 일기와 다르게 2017년 3월을 가리키고 있다.
일기는 한 소녀가 바라보는 세상의 단면과 감정을 두서없이 기록할 뿐 아니라, 일기 쓰는 자신이 아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는 듯 절제된 문체로 쓰여 있다. 전체 이야기를 독자가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책장을 넘겨가야 한다.
그림이 건네는 또 다른 소녀의 이야기는 더욱더 답답할지 모른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연결된 이야기는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지만 독자들이 이야기 틈새를 스스로 메꿔야 한다.
이렇게 불완전한 듯한 1982년 일기와 2017년 그림들이 계속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벽돌을 하나씩 쌓아서 커다란 집을 이루듯 일기와 그림이 모여서 커다란 이야기를 이해하게 만든다. 글이나 그림만으로는 이 책의 반도 보기 어렵다.
가려진 비밀에 접근해 가는 스릴과 서스펜스
2017년 이사를 온 소녀의 이름은 엘라다. 엘라가 새 집으로 이사 오고 얼마 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버려진 저택에 한 소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출입금지라는 철조망 안에 서 있던 소녀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고는 사라져 버렸다. 엘라는 그 버려진 저택의 소녀가 누군지 궁금해서 저택에 접근한다. 저택의 이름은 ‘손힐 복지원’이다.
<손힐>을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나가던 독자는 여기서 알게 된다. 일기장을 쓰던 소녀가 살던 곳이 바로 버려진 저택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글과 그림이 맞나게 되는 지점이다.
일기와 그림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손힐이 완전 버려진 공간, 부서져 버린 저택인 된 이유를 알게 되지만 그 미스터리 소녀의 정체는 더욱더 헷갈린다.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손힐>을 읽는 독자들은 비밀을 푸는 즐거움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커다란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 독자들이 일기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1982년 메리와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2017년의 엘라가 서로 공감하는 그 감정을 이해하는 순간일 것이다.
절제된 문체 속 감정의 카타르시스
<손힐>은 독자가 주체적으로 읽어야 할 소설이다. 독자 스스로 해석하거나 짜 맞추어 가야 하는 스토리가 많다. 메리의 일기는 사건을 자세하게 기록하지도 않고(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는 당연한 결과이다), 객관적으로 쓰지도 않는다.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짧게 서술할 때가 훨씬 많다. 하지만 짧은 일기 속에서 메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독자는 계속 행간을 읽게 한다. 그리고 메리를 조금씩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메리가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그림 속 엘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메리의 이야기를 위해 엘라의 그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엘라를 이해하는 것은 메리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림이 남긴 여러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이사 온 날부터 보이지 않는 어른. 애지중지하는 사진 속 엄마, 아침 식탁에 급하게 휘갈겨 쓴 아빠의 메모.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엘라의 다락방. 이러한 것을 통해 엘라가 그림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 감정이 엘라와 메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을 어떻게 읽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쉽게 읽히고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있고 자주 펼쳐 봐도 부담이 없는 책이 <손힐>이다. 볼수록 감정에 대한 이해는 커지고, 둘의 감정과 가까워질수록 <손힐>에 빠져서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경함할 것이다.
독특한 형식미가 전하는 한 편의 영화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검정(블랙)에 매혹될 것이다. 표지부터 책등, 책장까지 책 사방을 가득 메운 블랙이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야기의 느낌 또한 매혹적인 블랙이다. 심해 같이 어두운 감정의 표현 같다가도 변치 않는 매력을 전하려는 블랙 같기도 하다. 블랙에 매혹되어 책장을 열면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영화 카메라가 움직이듯 보여주는 그림은 캐릭터를 쫓아가기도 하고, 클로즈업하거나 줌 아웃한다. 나레이션하듯 펼쳐지는 글와 영화 같은 그림 사이에 페이드아웃 하듯 하는 장면 전환은 이야기를 따로 보게도 하고, 함께 이해하게도 하여 묘한 매력을 전한다. 무엇보다 글과 그림, 그리고 행간을 이어 이야기를 완성하는 몫이 독자에게 있다는 점이 <손힐>을 가장 독특하게 만든다.
- 여기서는 진짜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집이 보인다. 때로는 그들이 아침에 잠이 덜 깬 얼굴로 창문을 여는 모습, 실내복 차림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모습, 고양이를 내보내는 모습, 새 모이를 주는 모습이 보인다. 여름이면 그들은 집에 친구를 부르고 그러면 정원에서 떠들썩한 웃음이 일고 잔들이 짤그랑짤그랑 부딪친다. 더운 날에는 아이들이 튜브 풀장에서 꺅꺅 소리를 지르며 물장구를 치거나 세발자전거를 두고 싸운다. 평범한 진짜 사람들의 평범한 진짜 가족들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보는 것도 힘들어서 그 사람들도 차단해야 한다. (30~31쪽)
- 그 애가 돌아왔을 때 나는 이제 다시 시작일 거라고, 그 애는 예전처럼 나를 괴롭힐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그 애는 예전처럼 떠들썩하기는 하지만 나한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애가 정말로 새롭게 살기로 한 걸까? 우리가 잘 지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제인의 말이 맞는 걸까? (124쪽)
- 그들이 소리을 지르며 웃을 때 나는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머리를 바닥에 찧었고 뺨에서 피가 났다. 일어나 앉으려고 했더니 손과 발뒤꿈치에 뾰족한 유리 조각이 느껴졌다. 내 밑에 깔린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차갑고 끈끈하고 많았다.
“정말로 우리가 너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 애가 문밖에서 말했다. 다른 여자애들 목소리가 천천히 사라졌다. (146쪽)
- 다시 내 방에 올라온 뒤 창가에 서서 맞은편 집들과 평범한 인생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며 제인이 한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 잘못인가? 내가 자초한 일인가? 내가 호감을 살 수 없는 아이인가? 그러고 있는데 여기저기 불들이 켜졌다. 사람들이 설거지를 하고 정원에 물을 주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커튼을 쳤다. 그 불빛들은 따뜻한 황금색을 뿌렸다. 가족이 없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친구도 없다는 것은? 그게 정말로 내 잘못인가? 우리를 돌봐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마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247쪽)
- 나는 가만히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승리감이 느껴졌다. 그래, 지금 불행한 사람이 누구인지 봐! 하지만 그 의미를 깨닫자 부끄러워졌다. 한밤중에 그렇게 서럽게 우는 사람 앞에서 기뻐한 게 부끄러웠다. 나는 어둠 속에 그 애의 방문 앞에 서서 그 애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 애가 내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344쪽)
- 나는 그 애를 만들었다. 내 인형의 남은 부분들을 꿰매고 붙여서 그 애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보는 그 애의 모습이 아니다. 당당한 표정, 장밋빛 뺨, 금발 곱슬머리, 파란 눈의 예쁜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아는 차갑고 잔인하고 고약한 아이로 만들었다. 그 애는 더러운 오물이다. 고름이고 침이고 오줌이다. 그 애는 추악한 흉물이고, 나는 그 애에게 자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403쪽)
- 식품 보관실 안에서 그 애는 조용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에 열쇠를 꽂았다. 내가 문을 열 때 그 애는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은 멍이 들었고, 청바지는 파라핀으로 젖어 있었다. 내가 미소를 지었다. 그 애도 미소를 지었다. 한순간 나는 우리가 정말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함께 손힐을 떠날 수 있다고. 나는 그 애를 안을 듯이 두 손을 뻗었다. (474~475쪽)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