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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광우도

김진수 저 | 실천문학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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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9230200 / 144쪽 207 x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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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2007년 󰡔불교문예』에서 등단한 김진수 시인의 시집 󰡔좌광우도』가 출간되었다. 23번째 실천문학시인선으로 나온 이 시집에는 「얼릉 오이다」를 포함한 지역색 짙은 65편의 시를 수록했다.
김진수 시인의 고향 여수에는 바다와 섬과 산이 있다. 그리고 여순사건에서 비롯한 좌익, 빨갱이, 연좌제 등의 역사의 상흔이 있다. 그 찬란한 자연과 슬픈 역사의 모순 한복판에 시인의 삶이 있다. 󰡔좌광우도』에 수록된 시들은 오로지 김진수 시인의 삶으로 써 내려간 시들이다. 정직하고 굵직하게 쓴 시들은 굴곡진 바위처럼 투박하지만 강단이 느껴진다. 그의 시는 별다른 꾸밈이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아픈 그대로의 상처를 담았다. 그래서 더 진솔하고 울림 있는 시집이다.

출판사 리뷰

여수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로도 다음으로 손죽도, 초도, 거문도가 나타난다. 뒤쪽 세 개 섬이 삼산면이다. 김진수 시인은 초도(草島) 대동리 출신이다. 섬은 넓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약간의 산이다. 그래서 김진수 시인에게서 늘 바다 냄새가 난다. 바닷바람도 어디 안 가고 매번 머리카락 근처에 머물러 있다. 초도의 거대한 바다, 수평선, 산봉우리, 풀, 꿩, 이런 것들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을까. 예리한 감수성을 가지고 났으니 시에 좋은 풍광을 담는 것만으로도 시인은 되었을 것이다. 동네 풍경을 심심한 수채화처럼 그려내는 이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그를 진보, 진화된 시인으로 밀어붙인 강력한 원동력이 따로 있다. 어머니의 피. 그 붉은 피. 어머니 피가 붉어 내 피도 붉다 해마다 낫을 가는 어머니의 길을 따라 뿌리 깊은 칡넝쿨 발목을 휘감는 망금산 해거름 참억새 숲을 헤치면 흐려진 비문 하나 납작한 봉분을 지키고 섰다 반란이라고, 발목 묶은 철사 줄에 돌멍까지 채워서 여수바다 어디쯤에다 수장을 했다드라고, 뜬소문만 수군수군 떠밀려 오드라고, 동짓달 열하루 생월 생신날 옥양목 두필에 쌀 한 동이 다 쓰고 큰 동네 명두무당이 겨우 건져 올린 부석처럼 떠다니던 육척장신 건장한 넋을 당신 쓰던 밥그릇에 고봉으로 담아서 가장골 옹사리밭에 고이 모셔 드렸다고, 아비 잃고 덧씌워진 빨갱이 호적부엔 억새꽃만 이듬이듬 피고 지드라고, 연좌넝쿨 칭칭한 피울음 한마디 “나서지 마라, 나서지 마라.” (…) ―「헛 장」 부분 나서지 말라고 어머니가 말렸다는 것은 아들이 이미 나섰다는 소리일 테다. 자신의 족보가, 근원이 피로 물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깊고 푸른 바다에서 출발하였지만 피 튀기는 근대에 발목 잡혔다는 것이다. 그 피 속에는 이데올로기로 포장된 억압과 야만과 폭력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으며 시인의 촉 또한 고스란히 그곳으로 뻗어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이니까. 숨 쉬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단순히 인정물태와 언어의 아름다움만 노래하는 것은 시인의 역할이 아니니까. 뱃전을 뚫고 가는 총소리 한 방 한 방/수많은 가슴에서 솟구치는 선혈을 여기 깊은 바다 속 빨갱이로 수장시켰다 물길의 행로를 이미 잘 알고 기획한 자들의 무지막지한 흉계와 총칼 앞에서/힘없이 죽은 자는 죄인이 되고 죽인 자는 어처구니없는 정의가 되었다/불가촉천민처럼 짓밟혔다고 운다 ―「애기섬 수장터」 중에서 모든 과거사는 조상 탓으로 돌리며/틈틈이 잘라낸 꼬리 춤에 휘둘리는/우리는 아직도 백악기에 산다 ―「백악기에 산다」 중에서 개개인의 아픔은 시대의 아픔과 획을 같이 한다. 김진수 시인의 아픔은 여순사건이라는 역사의 상흔과 연관 깊다. 그래서 그는 시를 쓴다. 아픔 때문에, 풀리지 않는 한(恨) 때문에 시를 쓴다. 김진수 시인은 초도의 바다가 튀어내고 단련시켜 놓은 시인이다. 흔들리다 솟구치고 뒤엉켜 휘몰아치다 가라앉는 과정을 고스란히 겪은 이다. 실천문학시인선 023 <좌광우도>는 이러한 여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의 삶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시집이다.(한창훈, 소설가)

저자 소개

  • 저자 : 김진수
저자 _ 김진수
2007년 《불교문예》에서 시로 등단하였다. 2011년에는 《현대시학》에서 시조로 등단, 같은 해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전남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 문화산업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한국작가회의 이사, 여수민예총 회장, 전남대학교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머리말

시는 삶이 썼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 기쁨의 날 오리니
―푸쉬킨의 ‘삶’ 중에서

고향마을 이발소 높다란 의자에 널빤지를 걸치고 올라앉으면 내 어린 관자놀이를 자꾸만 쥐어뜯던 바리깡이 시원한 길을 내고 있을 때 까까머리 거울 속에서 거꾸로 읽었던 그 시 한편이 고향 친구처럼 함께 자라서 삶에 속고 설움에 젖을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곁을 지켜준다.
‘언젠가, 언젠가는 기쁨의 날은 오리니…’ 삶이 무엇인지조차도 알 수 없던 내 유년으로부터 까까머리 모퉁이에 튼튼히 걸려있는 아주 오래된 액자 속 영원히 꺼지지 않을 그 시구(詩句)가 어쩜 나를 지켜준 등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랬다.
여러 번의 사업실패 속에서 삶이 나를 속이기도 하였고 참을 수 없는 노여움과 설움, 슬픔의 늪 속으로 지독하게 밀쳐버리기도 하였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미련한 눈으로 허황한 욕심만 똥창 가득 채우고 뛰뚱뙤뚱 갈지자걸음으로 세상만사 허천뱅이처럼 살기도 했던 것 같고, 나는, 나가, 나만이, 바람 풍(風)자 정도는 똑바로 발음할 줄 알며, 바를 정(正) 자 정도는 눈감고도 쓸 줄 안다는 어림서푼아치도 안 되는 알량한 착각 속에 종종 빠져있기도 했었던 것 같다.
싹아지 같은 것이나 싹수마저도 그 속에서 이미 누리끼리해져버렸을 테고 택도 절도 아무짝에도 쓰잘대기 없는, 개밥그릇 노릇도 옳게 못해낼 어리석기 짝이 없는 껀들껀들한 모지랑이가 딱 되어 있었다고 솔직하니 털어 놓는 것이 더 정답이겠다.
그런 놈이 뭐, 시를 쓴다고? 참으로 시답잖은 짓거리까지 하고 있었으니 어쩜, 정신 좀 차리라고, 지극하고 당연한 형벌 같은 것들이 나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치기도 하지 않았겠는가…….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돈도 밥도 되지 않는 시인의 길에서 미친놈 정신 나간 놈으로 허청거리며, 수많은 비난과 손가락질을 때로는 술로 때로는 오기로 때로는 눈물로, 지우고 쓰고 또 고치고 악으로 깡으로 뻐팅기며 그렇게 견디고 웃어낸 세월이 있었다.
그래도 시는 나의 벗이었으며 피난처였고 구원이었으며 아랫목을 데워둔 아늑한 내 고향 풀섬이기도 했다.
망망대해 외딴섬 지독한 가난에 찌들어 자란 섬놈에게 엄습해오던 어렴풋한 가족사를 한 꺼풀씩 들춰볼 때마다 그 안에는 여수 14연대반란사건으로부터 비롯된 좌익, 빨갱이, 연좌제, 등 두렵고 어두운 전설들만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소학교선생을 아비로 뒀던 어머니는 “나서지 마라, 제발 좀 나서지 마라”며 한사코 나의 행보를 말리면서도 열여섯 살 그날의 기억들을 온통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간간이 그 실체적 진실을 증언해 주는 사람이 있긴 했어도 가해자와 피해자로 엄격히 분류된 국가폭력은 서로간의 갈등만 조장할 뿐 오직 침묵만을 강요해왔다.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 사건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제주4‧3과 여수 제14연대군사반란이 발발한지 올해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졸편 ‘좌광우도’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여수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화해와 상생을 위한 뜨거운 불씨로 되살아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목차

제1부 | 좌광우도
빠르티잔
헛 장
시방, 눈이 내린다
형제무덤
각색된 이름
뜨거운 항쟁
환상의 여학생부대
애기섬 수장터
모스크바엔 모스크바역이 없다
나말이어라
아나키스트
백악기에 산다
전어 수족관
좌광우도
레드 콤플렉스

제2부 | 비풍초똥팔삼
민족신문사 물폭탄 사건
아주 불길한 예감
칼론
손바닥의 역사
퐁당퐁당
가역 불가역
비풍초똥팔삼
세월호의 법칙
애기동백 산다화
겨울 사루비아
누가 또 버렸나
씨불알

제3부 | 네온 강을 건너고 있다
봄까치 꽃
네온 강을 건너고 있다
장수탕에서
지독한 트라우마
겸손한 식탁
살아서 비굴하느니
무성시대
돈줄을 풀어놓다
아심찮허요
벤또論
낮은 곳엔 뿌리가 있다
억만년 풀잎처럼

제4부 | 바람이고 싶어라
만월
풀벌레
바람이고 싶어라
물버들
난청
화엄에 들다
일류와 행자
봄비가 내리면
블랙홀
접사
매미
호박돌처럼

제5부 | 얼릉오이다
얼릉 오이다
동박새
달밭기미 연가
겨울 밥상
핵무기가 있다
시클라멘
파도타기
수수알 이야기
억새꽃
어머님 농사법
아주 몹쓸 별에게
풀섬 아이
술비야
초도에 가면

해설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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