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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날마다

편집부 저 | 걷는사람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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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008161 / 248쪽 185 x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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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어떤 ‘첫’이 있습니까? 세상에 여러 의미 있는 말이 있다지만, ‘첫’만큼 특별한 말은 알지 못합니다. 첫, 뒤에 어떤 단어가 붙어 있을지라도 우리의 마음은 곧잘 뭉클해지곤 합니다. 어쩌면 ‘첫’은 말 이전의 어떤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채 말로 설명되지 못한 무수한 ‘첫’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어떤 첫이 가장 오래 머물러 있습니까? 『우리는 날마다』는 ‘첫’을 테마로 한 손바닥소설집입니다(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 제2권), 강화길, 공선옥, 권정현, 김도연, 김선영, 김성중, 김종광, 박민정, 박상, 박상영, 박생강, 서유미, 우다영, 유응오, 유재영, 이경석, 이만교, 정지향, 최진영 등 현재 문학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신예 소설가들의 작품 19편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첫’은 없습니다 이야기의 세계를 충실히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은 어떤 ‘첫’을 지니고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도서출판 걷는사람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소설가 열아홉 분에게 무작정 ‘첫’이라는 테마를 던졌습니다. 그 어떤 소재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몰고 올 것으로 확신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각기 다른 감각의 첫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첫은 지극히 유쾌하고 어떤 첫은 지극히 진중합니다. 어떤 첫 앞에서는 시큰한 눈을 비비며 오래 머물러야 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의자에 걸쳐 둔 외투를 입으려는데, 엄마가 내 가슴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그건 사랑이네. 엄마 목소리로 ‘사랑’이란 말을 듣기는,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었다. 네 가슴에 있는 그거. 나는 가슴을 내려다봤다. 니트의 왼쪽에 작은 글씨로 LOVE U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최진영 「첫사랑」부분 「첫사랑」에서 최진영 소설가는 영어를 알지 못하는 ‘엄마’가 생애 처음으로 화자인 ‘나’를 향해 “LOVE(사랑)”를 발음하는 특별한 순간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또, 「황녀」에서 강화길 소설가는 일생을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말하며 살아온 몰락한 왕조의 ‘옹주’가 노년에 이르러 처음 “당신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에 대해, 「노인과 개」에서 공선옥 소설가는 퇴직한 ‘김 선생’이 그의 개 ‘오야’를 통해 노년에 다시금 느끼게 된 사랑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표제작이 된 「우리는 날마다」에서 박민정 소설가는 경기 외곽의 캠퍼스로 향하는 만원 스쿨버스 속 여대생들의 내밀한 심리 묘사와 함께 기묘하고 극적인 ‘첫’의 순간을 그려냅니다. 이밖에,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스텔에서 민다나오 출신 강도를 만난 한국인 ‘박규동 씨’의 자조 섞인 푸념과 삶을 향한 조롱(박상, 「운 나쁜 똥구멍」), 옛 연인의 부고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나’의 복잡다단한 심경과 관계에의 성찰(서유미, 「알 수 없는 것」), 과거 열입곱 살 무렵 ‘내 인생에서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친구’와 저지른 특별한 사건에 대한 회상과 현재의 ‘나’를 향한 질문(김성중, 「해마와 편도체」) 등을 통해 갖가지 색다른 ‘첫’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일련의 작품들로 하여 우리는 이 시대의 작가들이 어떤 ‘첫’을 간직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어떤 언어로 그려내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 우리 마음 속의 특별한 순간들에 대해서도 새삼 더듬어보게 됩니다.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는 여러 작가가 쓴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책이라는 삶’을 날마다 거듭하며 다시 쓸 기회를 얻는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다음을 상상하며, 거기에 담긴 승리와 무승부와 패배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삶을 읽는 행위는 보람이 있다. (…)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가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아주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_허희 문학평론가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첫’과 가장 어울리는 이 계절에 소중한 책 『우리는 날마다』를 만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날마다 얼마나 많은 ‘첫’과 대면하고 있는지, 아름다운 순간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고개 끄덕일 수 있길 소망합니다.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산문집 시리즈입니다. 작가들의 개성적인 손바닥소설(초엽편소설)과 에세이를 두루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의 길이를 초단편으로 구성하여 독자들과의 폭넓은 소통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일상의 짧은 순간순간 휴식처럼, 때로는 사색처럼 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 저자 : 편집부
저자 _ 강화길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괜찮은 사람》이 있다.



공선옥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습니다. 1991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중편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으로 『피어라 수선화』 『명랑한 밤길』 『나는 죽지 않겠다』, 장편소설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꽃 같은 시절』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등을 냈습니다. 신동엽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권정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2002년 <충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굿바이 명왕성』(2009)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2017), 장편소설 『몽유도원』(2009), 동화 『톨스토이 할아버지네 헌책방』(2012) 등을 펴냈다. 2016년 단편소설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제8회 현진건문학상을, 2017년 장편소설 『칼과 혀』로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도연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0년 중앙신인 문학상, 2008년 허균문학작가상, 2011년 무영문학상, 2013년 강원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콩 이야기』,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삼십 년 뒤 에 쓰는 반성문』 『아흔아홉』 『산토끼 사냥』 『마지막 정육 점』, 산문집 『눈 이야기』 『영嶺』 등이 있다.





김선영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까지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자연 속에서 사는 행운을 누렸다. 학창 시절 소설 읽기를 가장 재미있는 문화 활동으로 여겼다. 막연히 소설 쓰기와 같은 재미난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십대와 이십대를 보냈다.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밀례」로 등단했으며 2011년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밀례』, 장편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특별한 배달』『미치도록 가렵다』『열흘간의 낯선 바람』등이 있다.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힘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김성중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개그맨 』이 있다.





김종광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등단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신동엽창작상과 제비꽃서민소설상을 받았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왕자 이우』 『똥개 행진곡』 『별의별』,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등이 있다.





박민정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가 있다. 제22회 김준성문학상, 제7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상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음악의 노랫말이 잘 기억나지 않기 시작했다. 웃기게 된 건지 바보가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일 거다.

할 수 없이 기억나지 않는 부분의 단어를 ‘오뎅’으로 바꿔서 부르곤 했다. 예를 들면 김광석 님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중에서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의 ‘술잔’이 생각 안 나면 ‘돌아와 오뎅 앞에 앉으면’ 하는 식으로 오뎅을 막 집어넣었다.

그러다 보니 아는 노랫말에도 ‘오뎅’을 집어넣어서 부르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웃기게 된 건지 바보가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일 거다.

어른들은 늘 내게 말했다.말은 씨가 되니까 조심해야 한단다. 나는 생계가 막막해 인천공항 면세 구역의 한 어묵 가게에서 최근까지 ‘오뎅’을 팔았다. 다국적 진상 손님이 많아 정말 ‘오뎅’ 같았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짝짝이 오뎅과 고양이와 하드락」이 2006년 동아일보 신춘오뎅에 당선되며 등단하고 소설집 『이원식 씨의 오뎅폼』, 장편소설 『오뎅이 되냐』 『15번진짜 오뎅』 『예테보리 오뎅탕』 등을 출간한 것 같다.





박상영
2016년 『문학동네』로 등단.





박생강
1977년 북한방송 전파가 종종 흑백텔레비전에 잡히던 경기 파주 금촌에서 태어났다. 2005년 단군신화 설화를 패러디한 호랑아낙을 등장시킨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본명 박진규로 등단했다. 2014년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출간하면서 박생강이란 필명으로 문학 활동을 새로이 시작했다. 생강이란 필명은 생강이 몸에 좋다는 어떤 건강 서적의 표지를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지만, 성자saint와 악당gang의 혼성, ‘생각의 강’ 같은 심오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물간 상류층들이 주로 드나드는 멤버십 피트니스 남자 사우나의 사우나 매니저로 잠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장편소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엔터미디어를 통해 대중문화 칼럼 <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를 연재했다.





서유미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쿨하게 한걸음』『당신의 몬스터』『끝의 시작』『틈』이 있다.





유응오
1972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으며 불교계언론사 편집장을 역임하였다. 2007년 신정아의 박사 학위가 조작됐다는 것을 최초로 보도해 한국불교기자협회 대상인 〈선원빈기자상〉을, 2005년 영화를 불교사상으로 해석한 〈시네마 서방정토〉 기획기사를 연재해 한국불교기자협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10.27 법난을 역사적으로 규명한 <10.27 법난의 진실>(화남출판사, 2005)을 펴냈으며, 이 시대 대표 스님 18인의 출가기를 엮은 <이번 생은 망했다>(도서출판 샘터, 2007)를 엮었다. 공저로는 외국인 스님들의 출가.수행기를 묶은 <벽안출가>(도서출판 샘터, 2008)와 콩트집 <초중딩도 뿔났다>(화남출판사, 2008)가 있다.





우다영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유재영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경석
2016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이만교
좋은 글을 좋아하고, 좋은 글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글쓰기 책으로는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를, 소설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머꼬네 집에 놀러올래』 등을 썼다.






최진영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과 소설집 『팽이』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정지향
199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이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로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사실 그 질문을 받은 순간, 그녀는 당황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늘 신분이나 이름을 물었지, 그녀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 강화길 <황녀>

그래, 너는 그대로 사랑을 해라. 나는 무덤가 소나무에 걸린 내 옷을 가져올란다. 다시 산길로 들어간다. 하 참, 자식도, 실실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옷을 걸치려는데 문득 아랫도리가 묵직해진다.
- 공선옥 <노인과 개>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면서, 모두의 눈이 너를 향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거야. 인생에 있어서 단 한 번, 진심으로 주목받게 되는 거의 유일무이한 순간이지. 그가 말했다. 그래서 무얼 해야 하냐고? 기다리던 이들이 실망하지 않게 큰 소리로 울어주는 거지. 아주 힘차게!
- 권정현 <그가 말했다, 그리고>

구급차가 말벌의 날갯짓 같은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박은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 멀리 있는 아내가 보고 싶었다.
- 김도연 <말벌>

가슴이 갈피갈피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하면서도 개운했다. 근심거리가 사라진 홀가분함 같은 것들이다. 구멍은 처음보다 훨씬 커졌지만 그곳으로 드나드는 것들이 거침없어 조금은 가벼워진 것도 같았다. 처음 겪는 물난리였다.
- 김선영 <물난리>

“항상 자살하고 싶단다. 아내가 집을 나간 다음부터 죽을 방법만 연구했지.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집에 있는 물건이 모두 나를 죽이는 도구로 변해버린단다.”
- 김성중 <해마와 편도체>

“무릎 꿇고 이마 조아리고 살려달라고 빌어라.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라. 나 준정이 원화라고 말해라. 내 노예처럼 살겠다고 말해라.” 남모가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웃었다. 준정이 을렀다. “웃어? 이게 지금 장난이라고 생각하 니?” 남모가 말했다. “싫다. 난 너처럼 추잡한 짓은 안 해.”
- 김종광 <화랑의 탄생>

수연은 자신이 맡아둔 자리에 앉은 여학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옆자리 남학생과 웃고 떠드는 그녀는 수연에게 관심 없었다. 수연은 자신이 어떤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남학생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뭐야. 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봐요?
- 박민정 <우리는 날마다>

“그래, 이 새끼야. 내 애인들은 한국 놈들이 다 빼앗아 갔다. 한국인들은 내게 빚이 있다! 죽여버릴 테다.”
“빙봉 너는 ‘애인들’이라도 있었네. 좋겠네. 난 한 명도 없었지. 어서 쏴. 여기다 쏴.”
- 박상 <운 나쁜 똥구멍>

곰곰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세 살 터울의 친누나가 있기는 하나 일찍이 대도시로 유학을 가버렸고, 도내 남중, 남고를 나와 엄마를 제외하고는 여자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 처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나와 하고 있다며 공기처럼 당연하고 먼지처럼 사소한 일에도 일일이 기뻐했다
- 박상영 <햄릿 어떠세요>

국정원입니다. 당신의 몬스터 S가 나타났습니다. 채집 장소는 뚝섬유원지 2번 출구 계단 아래입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보관 중이니 찾아가시기를 바랍니다. 한 달 후에는 폐기합니다.
- 박생강 <나의 첫 번째 몬스터 S>

연인으로 지내는 동안 알지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보고 싶어, 사랑해, 가 아니라 화 풀어, 내가 잘못했어,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였다. 내 마음 다 RG로 시작한 연애는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힘들다는 말로 끝났다.
- 서유미 <알 수 없는 것>

“그 병에 대해 알아봤어요. 그렇게 죽은 사람의 폐를 반으로 갈라놓은 사진을 찾았죠. 작은 공기주머니들이 살아 있을 때 모양 그대로 단단하게 굳은 폐였어요. 그건 따뜻한 살과 피가 섞였던 장기라기보다 마치 거대한 동물의 뼈 같았어요. 한 번도 영혼이 머문 적 없는 오래된 돌처럼 보였어요.”
- 우다영 <밤의 잠영>

그 길로 세 비구는 복전함을 턴 뒤 사하촌으로 내려가 낮부터 술집에 앉아 술추렴을 시작했는데, 색시들을 옆에 끼고서, “좋구먼.” “좋구말고.” “좋다뿐인가.” 한마디씩 내뱉으면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비우다 보니 싸한 밤꽃 향기가 흐드러지는 봄밤이 깊어갔다.
- 유응오 <머시>

이모가 파주보다 먼,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고 했다. 나는 이모와 마지막으로 얘기할 기회를 놓쳤다는 게 억울해서 울었다. 너무 슬픈데 왜 슬픈지, 어떻게 슬픈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면 이모는 뭐라고 말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 지 않았다. 장례식을 치르는 내내 그 대답을 생각했다.
- 유재영 <이모의 세계>

그때였다. 희준이 손바닥으로 쩍, 소리가 나도록 주혜의 등을 후려쳤다. 그러곤 달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팠다. 달아나던 희준이 뒤돌아서더니 혀를 날름거렸다. 저런 또라이 새끼가…… 하마터면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잡아봐요, 잡아봐. 그 순간, 주혜가 달리기 시작했다.
- 이경석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연옥의 한 마을에 마음씨 착한 천사 하나 씨가 살았다. 세상에 착하지 않은 천사가 있을까마는, 하나 씨는 그중에서도 유달리 착했으므로, 매우 선량한 천사에게나 주어지는 특별한 직무가 주어졌다. 생전에 나쁜 짓을 한 영혼들을 지옥의 입구까지 안내하는 일이었다.
- 이만교 <첫 번째 직무 역량>

그래도 재희는 성실하게 일했다. 가끔은 CCTV를 향해 얼굴을 돌려보기도 했다. 누가 보고 있나요, 묻듯이. 밤새 손님이 없어도 재희는 아침이면 화장실에 간다는 푯말을 걸어두고 나가 담배를 피웠다. 어디라도 눕기만 하면 곯아떨어질 것처럼 피로가 몰려왔다.
- 전지향 <교대>

의자에 걸쳐 둔 외투를 입으려는데, 엄마가 내 가슴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그건 사랑이네. 엄마 목소리로 ‘사랑’이란 말을 듣기는, 내 기억으로 는 처음이었다. 네 가슴에 있는 그거. 나는 가슴을 내려다봤다. 니트의 왼쪽에 작은 글씨로 LOVE U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최진영 <첫사랑>


목차

기획의 말

강화길 황녀
공선옥 노인과 개
권정현 그가 말했다, 그리고
김도연 말벌
김선영 물난리
김성중 해마와 편도체
김종광 화랑의 탄생
박민정 우리는 날마다
박 상 운 나쁜 똥구멍
박상영 햄릿 어떠세요
박생강 나의 첫 번째 몬스터 S
서유미 알 수 없는 것
우다영 밤의 잠영
유응오 머시 Mercy
유재영 이모의 세계
이경석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이만교 첫 번째 직무역량
정지향 교대
최진영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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