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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콕팍보호소 살인 사건

이준혁 저 | 이상북스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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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690507 / 288쪽 223 x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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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위트와 패러디로 엮은 인생의 희로애락, 그 아이러니! <행콕팍보호소 살인 사건>은 스무 살 언저리에 미국으로 떠나 이제는 중년을 넘어선 작가의 면밀한 관찰력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다섯 편의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년 넘게 미국 이민 생활을 해 왔으니, 작가가 그려 내는 이야기는 대부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인간이 사는 모습, 특히 한국인이 사는 모습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참 많이 닮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도무지 자유롭지 못하고, ‘영어’에 지나치게 몰입하며, 서양인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그러나 또한 한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이나 제아무리 가족 제일주의를 외쳐도 적절한 지혜와 인내 없이는 원만한 가족관계를 이룰 수 없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활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편리해졌지만 사람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치는 질병을 막을 방도는 없다. 결국 인간이 살며 부딪치는 문제들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희로애락. 작가 이준혁은 이런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청년의 상상력과 장년의 통찰로 잘 버무려 놓았다.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이야기는 경쾌하다. 한 이민자가 보여 주는 한국인, 가족 그리고 세상 읽기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저자는 혼자 놀기의 진수를 세상에 보여 줄 생각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취미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주위로부터 끊임없는 눈총을 받고 습작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지만 소설 쓰기를 그칠 수 없었던 것은 이민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만의 내적 치유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한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도 미국에서 타인종들이 한국인을 바라보는 호감도 랭킹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FIFA 랭킹 정도이고,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샌드위치 차별을 겪고 살아가는 설움을 피할 수 없기에, 그러나 어쩌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이민생활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저자 이준혁은 초연히 이야기로 인생을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이민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팜스프링스 고려장>은 처음부터 아귀가 맞지 않았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의 한국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삶의 조건들을 펼쳐 놓는다. 똑똑한 아들을 둔 시어머니의 전형적인 시집살이를 견디며 살다 운 좋게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온 주인공은 미국에 와서야 비로소 시어머니가 아닌 자신이 중심이 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랄까, 실은 여전히 자신이 중심이라기보다는 남편과 자식이 중심인 생활이었다. 그런 생활에서는 남편이나 자식의 배신(이라고 생각되는 사건)이 그의 전 인생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삶은 한참 순탄한 것 같다가도 불시에 불행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들볶임과 전문의 과정에 있는 남편의 뒷바라지로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그녀는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시어머니는 몸에 좋다며 온갖 혐오식품들을 들이댔다. 그것도 꼭 남편이 보는 앞에서. -본문 12쪽 골프를 치러 나가던 남편이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다음 달에 어머니 오실 거야.” “뭐?” “어머니 오실 거라고. 이제 연세도 팔순을 넘기셨는데, 우리가 모셔야 되지 않겠어?” 그녀의 하늘이 노래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나이 쉰에 시어머니를 모시라고?” “그럼 누가 모셔? 한국 떠나 와서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우리 집 장손이라고… 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는 게 도리지.” -본문 14쪽 그녀는 미국으로 올 때 한국 땅을 등지겠다고 마음먹었으므로 자식의 선택을 우선 존중하겠지만 자식이 완전한 미국인으로 자라길 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가부장제가 만연하고, 학연 지연 없이는 사회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고, 남 눈치 보는 체면 문화에 빠진 한국 사회 자체에 넌더리가 나서 자신의 아들만은 자유로운 미국에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며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본문 27쪽 시어머니는 무심한 그녀에게 골탕을 먹일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치매를 택한 것 같았다. 시어머니와 대화를 끊은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냉장고 안의 얼음이 녹아 부엌 바닥을 흥건히 적실 때까지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우두커니 바라보는 시어머니를 발견했다. -본문 23쪽 조용해진 집안에 외로움이 밀려와 그녀는 아들이 있는 이층 방으로 올라갔다. 아들의 방으로 다가갈수록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가 문이 열려진 틈새로 아들의 방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가야… 할 말이 있다. 니 아들래미가 말이다. 다시 그녀의 귓가에 시어머니의 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징그러운 벌레를 털듯 그녀는 더 세게 도리질을 했다. ‘아니야… 아니야… 시어머니만 아니었어도 우리 아들이 그런 줄 몰랐을 거야.’ 그녀는 목에서 머리가 튕겨 나갈 정도로 심하게 도리질을 했다. -본문 36쪽 표제작 <행콕팍보호소 살인 사건>은 2060년 즈음의 미국 LA 코리아타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풀어 가는 내용이다. 시대 배경이 40년 후 미래인 만큼 소설에는 각종 최첨단 과학제품과 인공지능 상품이 등장하고 인간은 로봇에 가까워진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은 생로병사와 씨름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번 ‘행콕팍보호소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뇌성마비 환자 지니 리였다. 그녀는 김득호의 시신 옆에서 발견되었다. 지니 리를 담당하는 보호소 직원이 그녀를 찾아다니다가 그녀와 살해된 김득호를 발견하고 911에 신고한 것이다. 지니를 용의자라 하지 않고 목격자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남을 살해하기는커녕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들 정도의 1급 뇌성마비 환자였기 때문이다. -본문 46쪽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행콕팍보호소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한 여자가 입체 눈동자가 새겨진 시각장애인용 특수 고글을 쓰고 서 있었다. 특수 고글에서 나온 광선은 이리저리 스캔을 하며 혹시라도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경고신호를 주었다. “지금 쓰러진 분은 저희 보호소 원생입니다. 기도가 막혀 숨을 쉴 수 없어 괴로운 모양인데, 누가 좀 일으켜 세워 주세요!” 여자의 목소리는 무척 애절하면서도 명령하듯 절도가 있었다. -본문 75쪽 요즘 남가주의 코리아타운은 성형 수술의 중심지로, 한인뿐 아니라 날씬하고 탱탱한 몸을 원하는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이어트호르몬 수술은 코리아타운의 인기 성형 수술로 인체 호르몬에 변화를 주어 절대로 살이 찌지 않게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주는 시술이었지만 대신 노화를 앞당기는 단점이 있었다. 김득호의 딸은 데이터 상으로는 대학교 2학년인데, 최근 다이어트 수술만 마친 뒤라 얼굴이 40대로 보였던 것이다. -본문 93쪽 현재 코리아타운에는 온갖 성형중독 환자들과 인터넷중독 환자들로 가득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범죄들도 성형비 마련 아니면 마약처럼 초현실 속으로 몰아넣는 인터넷 이용료 마련을 위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득호의 죽음도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본문 105쪽 <영문법 인생>은 ‘제1장 동사의 종류’ ‘제2장 동사의 시제’ ‘제3장 부정사’ ‘제4장 동명사’ 등 영어 문법책 순의 독특한 구성으로, 일단 영어를 잘하면 학교에서는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쉬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유쾌하게 그려 낸다. 미국 사람 앞에만 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주인공은 청소년기부터 영어 때문에 온갖 설움과 박해를 받고 첫사랑에서도 쓴맛을 본다. 게다가 영어와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결국 주인공 청년은 꿈에 그리던 ‘잉글리시 스피킹’을 하게 될지…. 세라의 향기는 풋풋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이 동시에 들어 있었다. 김 군은 세라를 만나고 난 뒤 연료를 충분히 공급받은 터보엔진처럼 힘차게 신체검사를 받았다. 1급이었다. 김 군은 신병 훈련을 위해 논산 훈련소로 들어갔다. 집안에서도 군대에 갔다 오면 정신을 차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입대를 말리지 않았다. 김 군은 세라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힘들다는 신병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김 군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훈련 뒤 ‘카투사’로 차출되었기 때문이다. 김 군과 같이 훈련받은 동료들은 ‘남들은 시험 쳐서 들어가는 카투사’에 걸린 김 군에게 행운아라며 혀를 내둘렀고, 김 군은 군대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영어의 올가미에 머리를 내둘렀다. -본문 155쪽 <어느 이혼남의 신혼 일기>는 한 남자의 일기를 통해 영문을 모른 채 홀로 남겨진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형식을 취한다. 일기의 날짜는 역순인데 내용은 제대로 진행된다. 이 남자는 도대체 시간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소설 끝에 가서야 전모가 밝혀진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어릴 때부터 평범한 가정과 환경 속에서 나는 뭐든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당구, 전자오락 같은 하찮은 것들조차 전력투구 리스트에 올려놓고 열심히 했었다. 열심히, 무조건 열심히. 그것이 내 인생의 좌표였다. 그렇게만 하면 내 손에 반드시 뭔가가 쥐어졌다. 그러나 결혼은 뭔가 달랐다. 열심히 결혼생활을 하자는 어색한 표어를 걸어 놓고 여태까지 열정적으로 살아온 내 인생의 방식대로 결혼생활도 잘하려고 나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행복한 결혼생활은 파랑새처럼 날아가 버렸다.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났으면 포기라도 했을 텐데,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멈춰 서서 한껏 나를 약올렸다. -본문 192-193쪽

저자 소개

한국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 재학 중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이민 왔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 육군에 의무병으로 입대해 4년을 복무했다. 제대 후 결혼도 하고 두 아들도 낳았다. 방송국 AD로 일하며 미국에서 제작하는 KBS <도전! 지구탐험대>의 코디네이터를 시작으로 방송 원고를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한동안 LA 다운타운에서 티셔츠 실크스크린 공장을 운영했는데 결국 말아먹었다. 대신 틈틈이 쓴 소설로 2013년 미주 소설가협회 소설부문 가작(<팜스프링스 고려장>), 2009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어느 이혼남의 신혼 일기>), 2004년 한국기독교문학네트워크 소설 단편 부문 차하상(<금주령>), 2003년 미주 크리스천문인협회 소설 부문 가작(<제2차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성과를 얻었다. 앞으로는 재미난 소설 많이 써서 글로써 먹고살 길을 모색 중이다.

책 속에서

<팜스프링스 고려장>은 처음부터 아귀가 맞지 않았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의 한국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삶의 조건들을 펼쳐 놓는다. 똑똑한 아들을 둔 시어머니의 전형적인 시집살이를 견디며 살다 운 좋게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온 주인공은 미국에 와서야 비로소 시어머니가 아닌 자신이 중심이 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랄까, 실은 여전히 자신이 중심이라기보다는 남편과 자식이 중심인 생활이었다. 그런 생활에서는 남편이나 자식의 배신(이라고 생각되는 사건)이 그의 전 인생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삶은 한참 순탄한 것 같다가도 불시에 불행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들볶임과 전문의 과정에 있는 남편의 뒷바라지로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그녀는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시어머니는 몸에 좋다며 온갖 혐오식품들을 들이댔다. 그것도 꼭 남편이 보는 앞에서. -본문 12쪽

골프를 치러 나가던 남편이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다음 달에 어머니 오실 거야.”
“뭐?”
“어머니 오실 거라고. 이제 연세도 팔순을 넘기셨는데, 우리가 모셔야 되지 않겠어?”
그녀의 하늘이 노래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나이 쉰에 시어머니를 모시라고?”
“그럼 누가 모셔? 한국 떠나 와서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우리 집 장손이라고… 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는 게 도리지.” -본문 14쪽

그녀는 미국으로 올 때 한국 땅을 등지겠다고 마음먹었으므로 자식의 선택을 우선 존중하겠지만 자식이 완전한 미국인으로 자라길 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가부장제가 만연하고, 학연 지연 없이는 사회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고, 남 눈치 보는 체면 문화에 빠진 한국 사회 자체에 넌더리가 나서 자신의 아들만은 자유로운 미국에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며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본문 27쪽

시어머니는 무심한 그녀에게 골탕을 먹일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치매를 택한 것 같았다. 시어머니와 대화를 끊은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냉장고 안의 얼음이 녹아 부엌 바닥을 흥건히 적실 때까지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우두커니 바라보는 시어머니를 발견했다. -본문 23쪽

조용해진 집안에 외로움이 밀려와 그녀는 아들이 있는 이층 방으로 올라갔다. 아들의 방으로 다가갈수록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가 문이 열려진 틈새로 아들의 방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가야… 할 말이 있다. 니 아들래미가 말이다.
다시 그녀의 귓가에 시어머니의 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징그러운 벌레를 털듯 그녀는 더 세게 도리질을 했다.
‘아니야… 아니야… 시어머니만 아니었어도 우리 아들이 그런 줄 몰랐을 거야.’
그녀는 목에서 머리가 튕겨 나갈 정도로 심하게 도리질을 했다. -본문 36쪽

표제작 <행콕팍보호소 살인 사건>은 2060년 즈음의 미국 LA 코리아타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풀어 가는 내용이다. 시대 배경이 40년 후 미래인 만큼 소설에는 각종 최첨단 과학제품과 인공지능 상품이 등장하고 인간은 로봇에 가까워진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은 생로병사와 씨름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번 ‘행콕팍보호소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뇌성마비 환자 지니 리였다. 그녀는 김득호의 시신 옆에서 발견되었다. 지니 리를 담당하는 보호소 직원이 그녀를 찾아다니다가 그녀와 살해된 김득호를 발견하고 911에 신고한 것이다. 지니를 용의자라 하지 않고 목격자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남을 살해하기는커녕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들 정도의 1급 뇌성마비 환자였기 때문이다. -본문 46쪽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행콕팍보호소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한 여자가 입체 눈동자가 새겨진 시각장애인용 특수 고글을 쓰고 서 있었다. 특수 고글에서 나온 광선은 이리저리 스캔을 하며 혹시라도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경고신호를 주었다.
“지금 쓰러진 분은 저희 보호소 원생입니다. 기도가 막혀 숨을 쉴 수 없어 괴로운 모양인데, 누가 좀 일으켜 세워 주세요!”
여자의 목소리는 무척 애절하면서도 명령하듯 절도가 있었다. -본문 75쪽

요즘 남가주의 코리아타운은 성형 수술의 중심지로, 한인뿐 아니라 날씬하고 탱탱한 몸을 원하는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이어트호르몬 수술은 코리아타운의 인기 성형 수술로 인체 호르몬에 변화를 주어 절대로 살이 찌지 않게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주는 시술이었지만 대신 노화를 앞당기는 단점이 있었다. 김득호의 딸은 데이터 상으로는 대학교 2학년인데, 최근 다이어트 수술만 마친 뒤라 얼굴이 40대로 보였던 것이다. -본문 93쪽

현재 코리아타운에는 온갖 성형중독 환자들과 인터넷중독 환자들로 가득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범죄들도 성형비 마련 아니면 마약처럼 초현실 속으로 몰아넣는 인터넷 이용료 마련을 위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득호의 죽음도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본문 105쪽

<영문법 인생>은 ‘제1장 동사의 종류’ ‘제2장 동사의 시제’ ‘제3장 부정사’ ‘제4장 동명사’ 등 영어 문법책 순의 독특한 구성으로, 일단 영어를 잘하면 학교에서는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쉬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유쾌하게 그려 낸다.
미국 사람 앞에만 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주인공은 청소년기부터 영어 때문에 온갖 설움과 박해를 받고 첫사랑에서도 쓴맛을 본다. 게다가 영어와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결국 주인공 청년은 꿈에 그리던 ‘잉글리시 스피킹’을 하게 될지….

세라의 향기는 풋풋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이 동시에 들어 있었다. 김 군은 세라를 만나고 난 뒤 연료를 충분히 공급받은 터보엔진처럼 힘차게 신체검사를 받았다. 1급이었다.
김 군은 신병 훈련을 위해 논산 훈련소로 들어갔다. 집안에서도 군대에 갔다 오면 정신을 차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입대를 말리지 않았다. 김 군은 세라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힘들다는 신병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김 군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훈련 뒤 ‘카투사’로 차출되었기 때문이다. 김 군과 같이 훈련받은 동료들은 ‘남들은 시험 쳐서 들어가는 카투사’에 걸린 김 군에게 행운아라며 혀를 내둘렀고, 김 군은 군대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영어의 올가미에 머리를 내둘렀다. -본문 155쪽

<어느 이혼남의 신혼 일기>는 한 남자의 일기를 통해 영문을 모른 채 홀로 남겨진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형식을 취한다. 일기의 날짜는 역순인데 내용은 제대로 진행된다. 이 남자는 도대체 시간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소설 끝에 가서야 전모가 밝혀진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어릴 때부터 평범한 가정과 환경 속에서 나는 뭐든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당구, 전자오락 같은 하찮은 것들조차 전력투구 리스트에 올려놓고 열심히 했었다. 열심히, 무조건 열심히.
그것이 내 인생의 좌표였다. 그렇게만 하면 내 손에 반드시 뭔가가 쥐어졌다.
그러나 결혼은 뭔가 달랐다.
열심히 결혼생활을 하자는 어색한 표어를 걸어 놓고 여태까지 열정적으로 살아온 내 인생의 방식대로 결혼생활도 잘하려고 나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행복한 결혼생활은 파랑새처럼 날아가 버렸다.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났으면 포기라도 했을 텐데,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멈춰 서서 한껏 나를 약올렸다. -본문 192-193쪽

목차

팜스프링스 고려장 / 007
행콕팍 보호소 살인 사건 / 0039
영문법 인생 / 139
어느 이혼남의 신혼 일기 / 183
생방송 부부싸움! / 233
파리 교차로 사건(작가의 말을 대신하며) /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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