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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413851 / 148쪽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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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대한민국을 먹어치우는 덩치 큰 하마 시인이 눈물로 쓴 시들
1994년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시부문에 당선한 후 2002년 시전문잡지 『시사사(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한 이기범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청설모와 놀다』를 펴냈다.
이기범 시인은 경기도 안산 상록구에 살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군 조도면 앞바다에서 침몰하며 304명이 수장되었고 그 사망자 대부분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안산시민들은 크나큰 슬픔과 절망에 빠져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의 도시’ 안산시민 이기범 시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기범 시인의 시집 『청설모와 놀다』에는 세월호에 바치는 헌시가 시집 곳곳에 쓰여 있다. 「젖은 필통」, 「4월은」, 「비정상적인 아침」, 「익숙한 것에 대한 단상」 등등의 시가 그것이다. ‘세월호’라는 크나큰 재난에 대한 은유를 아는 일은 그것 때문에 아프고 멱살이라도 잡고 빗당겨치기 기술을 보이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아픔이기 때문이고, 또래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이기 때문이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하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지독한 아픔을 잘 알고 뜨거워서 아팠던 것이다. 세월호는 상처투성이었다. 얼굴을 버리고 돌아서는 사람이었다. 어제까지 내 곁에 있던 사람, 아들 딸 삼촌 누나 이모 할머니 등 식구가 등을 돌리며 떠나버렸다. 당연 자발적 이별은 아니다. 모두 한 사람이다. 시인은 그 유린당한 희망과 분노를 ‘별’로 표상했다. 아, 별은 졌다. 아프다.
살며 먹으며 쓰고 읽으며 보며 우리는 산다. 사는 일이 거미줄처럼 복잡한 듯 얽혀 있지만 결국 간결하다. 〈동물의 세계〉라는 다큐멘터리를 지켜보다 보면, 저리 큰 짐승이 어찌 제 몸보다 작은 짐승에게 쩔쩔매며 살을 뜯기고 겁먹고 살까 의아하게 바라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기범 시인은 덩치 큰 지독히 순한 짐승이다.
그는 자신의 시 속에서 “불을 지르고 채 익지도 않은 대한민국을 씹는다”, 파전을 젓가락으로 여러 번 찢어 달고 새콤한 거짓의 세상을 먹어치운다. 옷장 안에 넣어두는 물 먹는 하마 다음으로 더 식성이 좋은 하마는 이기범 시인이다. 슬픔의 대한민국을 먹어치우는 덩치 큰 하마. 먹어치우는 동안 시인은 눈물을 흘린다.
젖은 필통
책가방에
노란리본이 흔들린다
빙판을 피해 뒤뚱거리며 걷는
여자의 커다란 가방에도
노란리본이 흔들린다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밤 사이 집으로 돌아오는 지친 옷깃에도
노란리본이 흔들린다
삼삼오오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노란리본이 흔들린다
봄이 오면
4월이 오면
그 바다를 건너
물길을 따라 걷던
노란리본이 흔들린다
진도 팽목항에서
접힌 파도를 향해 길을 내던 불빛 꺼지고
괭이갈매기 잠시 머물다가는 등대도 멈춘 채
노란리본이 흔들린다
따뜻한 밥 한 그릇처럼
개나리꽃 고봉으로 퍼놓은 것처럼
노란리본이 흔들린다
성에 하얗게 오른 그늘진 기억의 벽에 기대어
든든하게 만나기를 빈다
진실아
4월은
배가 사라지고
어둠이 왔다
기적처럼 나타날 거야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다시 떠오를 거야
두 손 모아 빌었던 그 시간
어둠이 왔다
황급히 오고 휘돌아 나갔던
골 깊은 물살은
짙어지는 어둠을 자꾸 깨웠다
화투 패를 돌리다 이승으로 건너오는
팬티바람 저 인간은
무너지는 억장을 붙들고 서 있던
많은 이웃을 다치게 했다
배가 스러지고
어둠마저 파도에 묻혀버렸다
부둣가에서 미친 듯 부르던
빼곡하게 묶인 이름
노란 꽃숭어리처럼 계절을 어루만질 때
아무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
다른 칠흑바다가
고래처럼 속울음을 토해놓았다
물결 따라 튕겨 오르는 별들이
수평선으로 쏟아져 내리고
아침이 오기 전에
길을 낼 것이라 믿는다
환하게 밝혀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제1부 달이 웃었다
까마종이·13
나이트클럽·14
내 무대는,·16
곡진하게·18
싱크홀·20
배회·22
쑥을 뜯다가·24
그들의 세계·26
냄새 없는 꽃·28
행선지·30
인어, 살다·32
1983년·34
곧 위대한·36
잠 못 이루는 나날·38
연대·40
제2부 치명적인 나라
연정·45
천운·46
양은냄비·48
꼭두서니·50
어느 날·52
차도에 피 흘리는 까치를 목격함·54
며느리풀·56
용접공·58
골목과 나방·60
비굴·62
어린 참새가 아직 살아 있는 나라·64
수렁에서 건져야 할 것들·66
마지막 인사·67
파편, 혹은·68
수입 반대·70
제3부 붉은 신호등
봄, 친전·75
매트릭스·76
남이섬·78
터진 김밥·80
21C 수영장·82
아무렇지도 않게 훅·84
폰, 전성시대·86
처마 아래 불끈 주먹을 쥐다·88
양치를 하다·90
나는 어른이다·92
다 저문 유월·94
직업엔 귀천이 있었다?·96
그 여름의 만남·98
별 없는 밤·100
트라우마·102
제4부 젖은 필통
전부를 위한 일부·107
건널 수 없는 신호등·108
안산 하늘공원을 돌아나오며·110
구멍 난 사람·112
닮아가기·114
익숙한 것에 대한 단상·116
노숙과 꽃·118
너구리·120
사투死鬪·122
4월은·124
젖은 필통·126
터널을 통과할 무렵·128
비정상적 아침·130
캠프파이어·132
대한민국, 살다·134
발문 눈물 많은, 덩치 큰 하마 시인/ 박수서·1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