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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1973 / 136쪽 130 x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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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현대시 기획선 [34]
출판사 리뷰
2012년 《시사사》로 등단한 서연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라그랑주 포인트》가 출간되었다. “나, 이면서/ 나 아닌/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라는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공동空洞 공간을 찾아서 유영하고 있다. 이는 시집 전체에 심어져 있는 ‘빈집’이라는 이미지로 나타난다. “벗어나지 못하는 경계를 가진/ 나도 빈집”(?보이드 스페이스?), “유폐된 빈집/ 내가 찾아야 할, 끝끝내 내가 찾아가야 할”(?포트레이트?), “달그락거림을 잊은 문고리처럼 나도 한참 저무는 빈집”(?당신이 죽었다?) 등이 바로 그것인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시인이 빈집을 단순히 물리적인 빈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속의 내재한 공간으로 동일시하여 본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無이지만 죽음, 멈춤으로서의 無가 아닌, 진행 중인, 생성 중인 無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u003d빈집’이라는 구도를 통해서 우리의 일상생활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고, 이것은 소외된 이들을 비어 있는 몸으로 감각하는 일이다. 따라서 그의 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묵시록적 시선은 결코 멈춤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범람하고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현대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백 년이 넘도록 창덕궁은 빈집”(?보이드 스페이스?)을 발견한 시인은 그곳에 소외된, 그리고 우리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생명”을 데려오려고 한다. 다시 말해 ‘빈집’은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내면”(?세잔의 사과?)이며 시인 자신과 모든 타자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집’인 것이다.
다음은 없다
그러니 만나야겠다
나, 이면서
나 아닌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바람이 지나간다
가끔 서로 이어져 가까이
때로 끝없이 멀어지는,
라그랑주 포인트 외 2편
독수리 두 마리가 45˚ 각도로 내려다본다
소리를 죽이고, 소리 없이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세계에서
먹잇감의 숨통 끊지 못해, 죽기만을 기다린다
독수리는 바보
까치와 까마귀들이 접근한다
큰 날개를 펼쳐 고공에 오래 떠 있다 이때,
필요하다
하늘 서쪽에 초승달과 샛별이 있다
백일 된 아기처럼 웃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는
나는 숭배한다 숭배하지 않는다
높은 차원의 존재들, 적도는 수평이다
초승달은 미래가 있다가 없다
진리는 거짓이다 거짓 없는 거짓,
필요하다
적당히 속아주고 적당히 눈감아주는 센스
필수다 내가 무언가로 인해
아무도 모르게 말라가도 이 행성에서는
한 번쯤, 태양처럼 붉은 달이 뜬다
빛에 쫓겨나는 지구의 그림자처럼
달은 언제나 변함없이 변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공평하게 끌어당기는 권력이다 일정한 거리,
꼭 필요하다
보이드 스페이스*
여보세요, 여기 아무도 없어요?
북쪽을 지키는 거북과
남쪽을 지키는 해태와
화마를 쫓는 드므와
지나가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이 있다
넘볼 수 없는 담이다
하지만 백 년이 넘도록 창덕궁은 빈집이다
나는 삼천 원으로 열리는 돈화문을 나왔다
기하학적 입방체들이 상호 결합한
잿빛 전벽돌과 연리지 된 담쟁이덩굴이 나를 유혹한다
노란 철문을 노크하고 있는 플라타너스를 밀쳤다
은행잎이 새치기하는 내 발등을 문다
철조망 베레모를 쓴 고려 시대 삼층석탑 오래 운 흔적을 본다
지금 공간 스페이스**도 빈집이다
몸이 무거워진 비둘기에게서 평화가 사라졌다
우뚝 솟은 집 집 집
관심 없는 사람 사람 사람
그 사이 사이 사이에
바람이 모래 휴이대첩전 전술을 펼친다
벗어나지 못하는 경계를 가진
나도 빈집,
심판 없는 지구도 곧 빈집이 될 것이다
신음하던 담쟁이 잎이 떨어진다
살아 있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 無의 공간, 우주에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지름 10억 광년의 공간.
** 김수근이 설계한 우리나라 현대건축의 대표적 작품.
카메라 연대기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모른다
제작자만이 안다 상호신뢰가 불가능하다
드라마 인간의 조연으로 무방비 출연 중이다
나는 유리곽 안에 사는 인형이다
어둠에 드러나지 않고
빛에 접촉하지 않고
어디든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달려갈 수 있지만
조명 OP도 없는 위험에 미행당하는
주연배우는 사절이다
CCTV의 유리가 깨져도
블랙박스 유리가 버티고 있고
유리곽 쪽에서 보면 나는 보호의 대상이지만
잠들 때마다 깨어나지 않게 해 달라 기도하는
나는 어쩌면 수배 중이다
이번 드라마는 내내 불안하다
카메라는 24시간 돌아가는데
내 몸의 장기들마저 보여줘야 하는데
때론 시청자가 한 명도 없거나 한 명뿐이어서
영원히 별이 될 수 없는 배역
내가 이 배역을 맡게 된 건
예쁜 아기를 갖고 싶었던
그때의 눈빛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외숙모 때문이다
진열장 유리곽 안에 있는 인형을 꺼내고
세 살배기 나를 넣어 구경했던 탁월한 안목
구경과 갇힘의 시간 걸어 나와
허공의 시간 아래 앉았다
내가 참기 어려운 것은 참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
나의 드라마 출연 유통기한은 또 하루 줄고
비밀들은 위독하여 곧 천연기념물이 될 것이다
시인의 말
제1부
하늘은 도대체 몇 개의 물뿌리개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카메라 연댁
보이드 스페이스
디지털 네이티브
작약
달아공원
엘리베이터
격랑
개미
어쨌든, 위로
악마가 필요해
감기
제2부
슬픔증
벚? 블루투스
세잔의 사과
카페 그리다
안티고네 콤플렉스
아다지오
봄 알레르기
포트레이트
그 다음 날
태양의 저쪽
김광석 거리
죽음과 소녀
타임머신을 타고 한 바퀴
제3부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플라나리아
청개구리
블랙박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와 아포가토의 건배
버스정류장
창조의 기둥
입장들
진도 4.0
라그랑주 포인트
뻥튀기
뚱딴지꽃
제4부
프라이드치킨
초설마삭
청혼
부전나비의 봄 바로 가기
미루나무
봄의 블루투스
당신이 죽었다
목포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지점
그림자
너무 뜨거워서
아름다운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