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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48882 / 360쪽 188 x 12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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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42]
출판사 리뷰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21~25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 21세기 한국문학의 집대성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 문학동네 창립 20주년을 맞아 첫 스무 권을 선보였던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이 2차분 다섯 권을 더하며 꾸준한 행보를 이어간다.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재발견하여 지금-여기로 호출함으로써 우리 문학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어온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문학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문학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동시대 문학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발굴, 수용하여 한국문학전집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번 2차분은 이와 같은 한국문학전집 발간의 취지를 이으면서 황석영, 최윤, 임철우, 한강, 배수아 등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문학적 성과를 아우름으로써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에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가치를 높이고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접목시키는 역할을 수행해나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최윤은 새로운 감각과 서정성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강렬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그의 문장들은 객관적 현실에 존재하는 고통을 그대로 껴안고, 그것이 개인에게 당도하는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냄으로써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최윤의 소설에는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서도 시대의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힘있는 섬세함이 깃들어 있다. 『회색 눈사람』에는 이 책의 표제작이자 데뷔 4년 차인 신인작가에게 동인문학상을 선사해준 「회색 눈사람」(1992), 그리고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하나코는 없다」(1994) 외에 「아버지 감시」(1990), 「푸른 기차」(1994), 「그 집 앞」(2004), 「전쟁들: 집을 무서워하는 아이」(1996), 「그의 침묵」(1993), 「굿바이」(1999) 등 총 여덟 편의 대표중단편을 담았다. 이 작품들은 자신을 둘러싼 공간, 나아가 자기 자신마저도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만듦으로써 우리가 서 있는 일상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을 자극하기 위함이 아니라, 세계와 인간의 관계 맺음을 치우침 없이 포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최윤은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인간이 세계 또는 다른 인간과 단절되거나 분리되어 있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역설한다. 인간 존재의 가장 내밀하고 약한 부분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의 치밀함은 위압적인 세계에서 개인이 치유될 수 있는 길을 차근차근 찾아나간다. 그럼으로써 개인의 상처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연대자로서 온전히 존재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시대와 개인의 극적 화해의 가능성을 아름다운 문학의 언어로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은 물론 미래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달할 것이다.
나는 가끔 희망이라는 것은 마약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그 가능성을 조금 맛본 사람은 무조건적으로 그것에 애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이 꺾일 때는 중독된 사람이 약물 기운이 떨어졌을 때 겪는 나락의 강렬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희망에의 열망은 더 강화될 뿐이다. 김희진이 도착하던 날, 그녀의 피곤에 지쳐 눈 감긴 얼굴을 쳐다보면서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도 모르게, 그 성격을 규정하기 어려운 희망이란 것에 감염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일생 동안 나를 지배하리라는 것도.(「회색 눈사람」, 48~49쪽)
무수한 사람들이 그의 뒤에서부터 걸어와 그의 앞 저쪽으로 멀어져가고,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먼산의 나무들처럼 앞에서 다가온 사람들은 그를 스치고 사라져버린다. 그는 걷는다, 충무로에서 명동 쪽으로, 명동에서 퇴계로 쪽으로, 퇴계로에서 서울역 쪽으로. 가끔 그의 운동화 뒤축을 밟으며, 거칠고 무딘 표정으로 그의 어깨에 부딪쳐오는 사람들, 앞을 보고 빨리 걸으며 어떤 사건에도 무심하게 그만큼 빨리 멀어져가는 사람들, 가족과 돈과 탄생과 죽음에는 이의가 없이 감격하며, 이권과 권력과 민족과 핏줄에 대해서는 세 줄을 넘지 않는 논의 끝에 무조건 동의하는 사람들, 선과 악, 상과 하, 전과 후, 안과 밖에 대해 불변의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그는 그를 스쳐지나가는 그 많은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사랑하지도 않는다.(「푸른 기차」, 160~161쪽)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그래 사막에서였지. 상징이 아닌 사막 말이야. 그사이 삼 년밖에는 안 흘렀지만 네가 나를 길에서 만난다면 아마 나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몰라. 아마도 너와의 마지막 재회로 인해 내 얼굴에는 때 이른 황혼이 둥지를 틀고, 대책 없는 고심은 내 몸의 곳곳에 흔적을 남겼어. 그것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 다행이라 할까. 그러나 이런 흔적은 잔잔한 수면 위에 떨어진 조약돌의 파문처럼 옆으로 옆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마을로, 도시로, 대륙 전체로 지구와 우주 저 너머까지 퍼져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지. 누구나가 하는 작은 행동이 저 대양 건너편에서 이루어내는 일을 아무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는 늘 언젠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그 집 앞」, 182쪽)
회색 눈사람 _007
아버지 감시 _056
하나코는 없다 _099
푸른 기차 _139
그 집 앞 _173
전쟁들: 집을 무서워하는 아이 _205
그의 침묵 _229
굿바이 _259
해설|차미령(문학평론가) 이방인의 사랑 _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