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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166045 / 152쪽 125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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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투명해서 언뜻 우리 시야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속에 온갖 다채로운 상상과 이야기가 깃든 오브젝트
‘유리’가 약속해 온 세계에 관한 열일곱 편의 에세이
2013년 구글은 ‘글래스’라는 심플한 명칭의 제품을 발표했다. 착용 시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웹에 올릴 수 있고 시야에 들어온 대상의 정보를 내려받을 수도 있으며 그 밖에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이 웨어러블 기기는 한정판으로 발매된 초기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구글 역시 이 제품에 막대한 기대를 걸었는지 glass라는 일반명사를 사용한 이 제품명의 상표권을 등...
투명해서 언뜻 우리 시야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속에 온갖 다채로운 상상과 이야기가 깃든 오브젝트
‘유리’가 약속해 온 세계에 관한 열일곱 편의 에세이
2013년 구글은 ‘글래스’라는 심플한 명칭의 제품을 발표했다. 착용 시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웹에 올릴 수 있고 시야에 들어온 대상의 정보를 내려받을 수도 있으며 그 밖에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이 웨어러블 기기는 한정판으로 발매된 초기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구글 역시 이 제품에 막대한 기대를 걸었는지 glass라는 일반명사를 사용한 이 제품명의 상표권을 등록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이 시도를 기각했다. “등록하려는 상품명이 단순히 제품의 특징이나 물질적 구성 요소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주된 사유였다.
그런데 구글은 상표권을 신청하면서 ‘유리라는 소재’를 강조하지 않았다. 구글은 글래스를 “컴퓨터의 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로,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 및 그런 콘텐츠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기”로 구상했고, 제품을 설명하면서도 유리라는 소재가 아니라 이 제품이 보유한 인터랙티브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면 특허청이 구글의 제안을 잘못 이해한 채 기각 사유를 제시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허청이 무의식적으로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유리』의 지은이 존 개리슨은 말한다.
왜냐하면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구글이 자사 제품을 설명하며 묘사한 것과 비슷한 속성과 기능을 유리에 부여했기 때문이다. 보통 유리는 안과 밖을 구분하고 안에 있는 것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창문, 유리 용기, 거울 등을 떠올려 보라. 그런데 유리는 이런 실용적인 기능을 충족하는 동시에 우리의 욕망과 결부된 심리적 역할도 수행하리라 기대받는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문학에서 유리는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내다보는 소재로 종종 등장했고, SF 영화 속 유리들은 각종 인터랙티브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 일상에서 우리는 거울을 보며 타인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자문하기도 하고 유리로 된 각종 인터페이스를 통해 더욱 많이 혹은 잘 보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도 한다. 이렇게 몇 가지 사례만 떠올려 봐도 어디에나 있고 너무나 평범해 보이던 유리가 낯설게 느껴지면서 이 사물이 우리의 상상력 속에서 특별한 성질들을 지녀 왔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우리는 늘 유리를 통해 본다. 하지만 유리 자체를 보는 건 아니다. 그러면 우리는 유리 표면에서 무엇을 보고자 하는 걸까?
르네상스 문학에서 SF 영화까지
유리가 자극한 상상력의 역사
『유리』의 지은이 존 개리슨은 르네상스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소니, 야후, 워너브러더스 등 유수의 기업에서 기술 개발과 마케팅 혁신 분야 업무를 담당하다가 다시 학계로 돌아온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관심사를 확보한 학자인 만큼 분야와 시대를 넘나들며 유리에 스며든 인간의 문화적 상상력을 이야기할 적임자라 할 수 있다. 열일곱 편의 간결하고 신선한 에세이를 담은 이 책은 단순히 유리라는 물질의 역사와 기능을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유리가 자극한 상상력을 펼쳐 보여 주는 데 주력한다.
일례로 중세와 르네상스를 지나오면서 유리 기술이 발달해 망원경과 현미경처럼 시각을 증폭해 주는 도구들이 개발되었다. 그런데 이 발전은 과학과 학문 영역에 한정되지 않았고 회화와 문학 등 예술 분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 상당수 문학 작품에 유리가 소재로 등장하며, 망원경과 현미경이 열어 준 흥분이, 즉 새로운 세계(눈에 보이지 않던 미세한 세계든 우리 시야 너머의 저 먼 세계든)를 볼 수 있다는 흥분이 여러 작품을 휩싸고 있었다. 예를 들어 존 던(1572~1631)과 마거릿 캐번디시(1623~1673)는 각자 「벼룩」과 「귀고리 속 세계」라는 시에서 현미경적인 시야를 이용해 마냥 작게만 보이던 사물을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상상했고, 앤드루 마벌(1621~1678)은 「애플턴 저택에 부쳐」라는 시에서 애플턴 저택을 묘사하며 현미경과 망원경의 시야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유희를 펼치기도 했다.
나아가 유리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적 상상력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마녀들과 마주친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왕권을 누가 쥐게 될지 묻는다. 마녀들은 환영을 불러내 여덟 왕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마지막 왕은 손에 거울을 들고 있다. 그런 뒤 맥베스의 친구이자 그가 권력욕에 사로잡혀 살해한 뱅코의 유령이 등장한다. 맥베스에게 뱅코의 모습은 가까운 과거를 상징하며 환영들은 미래를 지시한다. 또 셰익스피어 시대의 관객에게 이 환영들은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며, 후대의 독자에게는 이 모두가 과거를 표상한다. 여기서 거울은 일종의 타임머신처럼 기능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복수의 시간성을 물질화”하는 셈이다.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캐스린 비글로의 「스트레인지 데이즈」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SF 영화들을 보면 유리로 된 표면들이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19세기에 발명된 사진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 영화들에서는 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생생한 동영상이 눈앞에 펼쳐져 주인공들은 한층 그 장면에 몰입하게 된다. 마치 현재의 자신이 과거 속에 있고 과거 사랑했던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자신과 함께 있는 듯이 말이다. 이처럼 유리로 된 사물들은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공간적?시간적 한계를 넘어서는 속성을 지녔다고 상상돼 왔다.
우리의 욕망을 투사하는 오브젝트인 유리,
유리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하고 있을까?
유리는 실생활에서나 학문적?예술적 상상력 속에서나 멀리 떨어진 것, 아주 미세한 것을 보고자 할 때, 과거와 미래를 돌아보거나 내다보려 할 때 이를 돕는 도구로 이용된다. 그리고 유리가 이런 기능을 발휘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이유는 이 투명한 물체가 우리에게 여러 욕망과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과 사물, 세계를 더 잘 보고 싶다는 욕구를 늘 느낀다. 이런 욕구가 망원경, 현미경, 사진 같은 장치를 발명한 원동력이었고 이 기구들에는 모두 유리 렌즈가 장착돼 있다. 또 SF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 기기들 역시 대개 유리 표면을 소재로 삼고 있으며, 먼 미래에나 실현될 것만 같았던 이런 첨단 기기들이 하나둘씩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 책이 르네상스 문학과 영화, 과거의 발명품과 현재의 신기술을 살피며 보여 주고 있는 것이 바로 보는 것에 대한 욕망과 기술 발전, 문화적 상상력이 주고받는 상호 영향 관계다.
한편 우리는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는다. 더불어 인간은 타인의 시선을 받는 존재이며 그렇기에 종종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고 그에 맞춰 정체성을 구축한다. 통상 거울을 보는 행위는 자아도취적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지은이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들과 에드먼드 스펜서의 『선녀 여왕』에서 발견하듯 거울 보기는 나르시시즘을 거두고 타인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투명한 유리 용기는 그 안에 담긴 대상의 아름다움을 보존해 줄 것 같은 인상을 불러일으키며, 다른 재질의 용기보다 더욱 자연에 가깝다는 착각도 낳는다. 이렇게 이 책은 존 던의 시 「부서진 마음」에 등장하는 깨진 거울, 바다 유리와 번개 유리, 유리 제조업체의 홍보 영상 등 낯설고 신선한 사례들을 둘러보며 우리가 유리에 투사하는 욕망과 유리에 품는 환상을 조명해 준다.
물론 이 욕망이 늘 건전
P.10 : 우리가 종종 유리와 결부시키는 물리적 작용들―응시, 비춤, 투명함―은 또한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세상을 지각하는 법을 기술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도 기능한다. 유리 덕분에 작가나 영화감독 들은 세계와 세계 안에 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놀랍고도 때로는 직관에 반하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근래에는 인터랙티브 유리가 등장해 인간이 이 물질에 관해 오랜 기간 품어 온 환상―연결되고자 하는 우리 욕망에 반응하는 성질을 타고났다는―을 한층 자극하고 지원하고 있다.
P.24 : 왜 우리는 유리 앞으로 향하는가? 이것이 우리 책의 핵심 질문 중 하나다. 『맥베스』의 이 장면은 (우리가 다룬 코닝사의 영상이나 앞으로 다룰 소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유리를 보는 것은 거기에 비친 대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가올 세계나 대안적인 세계를 멀리 내다보기 위해서라고 암시한다.

서문
1 「유리로 만든 하루」
2 『맥베스』
3 「마이너리티 리포트」
4 현미경의 시야
5 망원경의 시야
6 귀고리와 풍경
7 사진
8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 「유리 심장」
10 바다 유리
11 구글 글래스
12 상표권
13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14 「스트레인지 데이즈」
15 유리를 통해 어둡게
16 표면들
17 ‘유리로 만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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