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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사랑스러운 고양이 ‘리리’를 둘러싼
한 남자와 두 여자의 미묘한 심리전!
일본 탐미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섬세한 심리가 돋보이는 장편소설. 사랑스러운 고양이 ‘리리’를 중심으로 쇼조, 후쿠코, 시나코 세 남녀 사이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갈등과,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남는 잔잔한 여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윤기 나는 털과 크고 맑은 금빛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 ‘리리’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백합에서 따온 이름처럼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사람에게 응석부리기를 좋아해 주인 쇼조가 젓가락으...
사랑스러운 고양이 ‘리리’를 둘러싼
한 남자와 두 여자의 미묘한 심리전!
일본 탐미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섬세한 심리가 돋보이는 장편소설. 사랑스러운 고양이 ‘리리’를 중심으로 쇼조, 후쿠코, 시나코 세 남녀 사이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갈등과,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남는 잔잔한 여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윤기 나는 털과 크고 맑은 금빛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 ‘리리’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백합에서 따온 이름처럼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사람에게 응석부리기를 좋아해 주인 쇼조가 젓가락으로 집어주는 전갱이를 몇 번이나 애교스럽게 받아먹다가도, 자신을 귀여워하지 않는 이의 부름에는 용케 모르는 척하는 영리한 모습도 가지고 있다. 바다거북의 껍데기를 뒤집어 놓은 듯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난다고 하여 ‘대모갑(玳瑁甲)’이라는 이름이 붙은 서양종 고양이 리리의 알다가도 모를 매력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산뜻하게 품고 있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전처 시나코가 후처 후쿠코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시나코는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그저 키우던 고양이 리리만 제게 보내 달라 청한다. 거기에는 리리를 미끼삼아 전남편을 다시 제게 불러들이려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 생활 능력이 없는 남편 쇼조는 고양이 리리를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다 못해 때로는 부인보다 더 소중히 대하곤 한다. 쇼조의 행동은 애묘인(愛猫人)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지만,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고양이가 밉게만 느껴지는 두 여자의 심리도 그럴듯하게 펼쳐져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1956년 도쿄영화(東京映畵)에서 이 작품을 영화화하여 기네마준보(キネマ旬報) 베스트 10의 제4위에 올랐으며, 1964년 간사이 텔레비전(?西TV)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한 바 있다. 또한 1996년 텔레비전 도쿄(TV東京)에서 다시금 제작, 방영한 드라마로 일본 내 안방극장을 달구었으며 후에 명작드라마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은 이미 국내에 여러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가 국내 번역본으로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36년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애묘인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재미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매끄럽게 흐르는 서사와 함께, 곳곳에 연필로 낙서한 듯한 고양이 일러스트를 함께 실어 더욱 생동감을 살렸다.
쇼조는 전갱이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높이 쳐든다. 리리는 뒷다리로 서서 타원형 밥상 가장자리에 앞발을 걸치고 접시 위의 안주를 노려보고 있다. 그 모습이 바의 카운터에 기대어 있는 손님 같기도 하고 노트르담의 괴수 같기도 하다. 마침내 먹이를 들어 올리자 리리는 갑자기 코를 씰룩거리고 마치 사람이 깜짝 놀랐을 때처럼 크고 영리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래에서 올려다본다. 그러나 쉽게 내어줄 쇼조가 아니다.…쇼조는 전갱이를 리리 코앞까지 가져갔다가 도로 자신의 입안으로 넣는다. 그리고 생선에 스며든 식초를 쪽쪽 빤 뒤 딱딱한 뼈는 잘게 씹어서 다시 그걸 멀리 가져갔다 가까이 들이댔다 높이 올렸다 내렸다 장난질을 한다. 그에 맞춰 리리는 앞발을 밥상에서 떼더니, 가슴 양 쪽에 유령 손처럼 바짝 붙이고 아장아장 따라간다. 그러다가 생선이 머리 바로 위에서 멈추면 이번에는 그것을 목표로 달려든다. 재빨리 먹이를 낚아채려다가 간발의 차이로 실수 할 때는 다시 뛰어 오르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겨우 전갱이 한 마리를 얻는 데 5분에서 10분이나 걸린다.
_ pp.15-16
이 고양이, 리리는 서양종이라고 했다. 후쿠코가 예전에 손님으로 이 집에 왔을 때 리리를 무릎에 앉힌 적이 있다. 리리의 부드러운 촉감이며 결 고운 털이며 얼굴 생김새며 그 예쁜 모습이 근처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암고양이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는 정말 귀여워했다. 이런 고양이를 귀찮게 여기는 시나코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남편에게 미움 받는다 해도 어째서 고양이에게까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후쿠코 자신이 후처로 들어와 보니 남편이 시나코 때와 달리 자신을 아껴준다는 걸 알면서도 시나코를 우습게 여길 수 없는 게 묘했다. 왜냐하면 쇼조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_ pp.31-33
쇼조는 이제껏 이런 털을 가진 사랑스런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었다. 원래 유럽 품종 고양이는 어깨선이 일본 고양이처럼 치켜 올라가 있지 않아 어깨선이 고운 미인처럼 산뜻하고 세련된 느낌이 있다. 일본 품종 고양이는 대개 얼굴이 길쭉하고 눈 밑이 움푹하고 뺨의 뼈가 도드라지는데, 리리의 얼굴은 짧고 꽉 찼으며 대합을 엎어놓은 것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무지 크고 맑고 예쁜 금빛 눈, 예민하게 씰룩거리는 코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쇼조가 이 새끼 고양이에게 끌린 것은 이런 털이나 얼굴 생김새나 몸매 때문이 아니었다. 생긴 것으로만 따지면 더 예쁜 페르시안 고양이와 샴 고양이도 있었지만 리리는 특히 기질이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_ p.64
몇 번이고 불러도 그때마다 리리가 대답을 했는데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기를 귀여워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을 용케 잘 알아, 쇼조가 부르면 대답했지만 시나코가 부르면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오늘밤은 몇 번이고 귀찮아하지도 않고 대답할 뿐만 아니라 애교가 섞인 듯한 뭐라 말할 수 없는 다정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로 몸을 살랑대며 난간아래까지 왔다가 스윽 멀어져 가는 것이었다. 고양이 딴에는 자기가 무뚝뚝하게 굴었던 사람에게 오늘부터 사랑받으려고 지금까지의 무례를 어느 정도 사과하는 마음으로 저렇게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태도를 싹 바꿔 보호를 받겠으니 제발 알아달라고 안달하는 것이다. 시나코는 처음으로 이 짐승으로부터 이런 다정한 대답을 듣고서 어린애처럼 기뻐서 몇 번이고 불러보았다.…“있잖아, 리리. 이제 아무데도 가지 마” 하고 말하면서 한 번 더 꽉 안아주자 희한하게도 리리는 얌전하게 오래 안겨있었다. 지금 그 말할 수 없이 슬픈 눈빛을 한 늙은 고양이의 마음속이 신기하게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_ pp.102-105
유리창 안쪽에는 하얀 커튼이 단정하게 드리워져 있고 위는 어둡고 아래는 밝은 걸 보니 시나코가 전등을 낮게 내리고 야간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쇼조는 문득 등불 밑에서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시나코 옆에서 리리가 얌전하게 등을 동그랗게 말고 태평스레 잠을 즐기는 평화로운 광경을 떠올렸다. 긴긴 가을밤에 깜빡이지도 않는 전등불이 리리와 시나코 둘만을 하나의 원으로 감싸고 있는 것 외에는 천장까지 흐릿한 실내. 밤이 깊어갈수록 고양이의 코고는 소리는 잦아들고 사람은 가만히 바느질에 여념 없는 차분하고 조용한 장면이다. 저 유리창 너머로 그런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면, 기적이 일어나서 리리와 시나코가 완전히 사이좋게 지낸다면- 만일 진짜 그런 광경을 보게 된다면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
_ p.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