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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이트 다이버

원제 : ムーンナイト・ダイバー(2016)

덴도 아라카 저 | 송태욱 역 | 현대문학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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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8235 / 316쪽 147 x 21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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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야마모토슈고로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마이니치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영원의 아이』『애도하는 사람』『환희의 아이』의 덴도 아라타 통곡의 밤으로부터 압도적 구제의 빛을 비추는 바다로― ‘진혼’과 ‘삶에 대한 희구’를 담은 새로운 대표작 탄생 동일본 대지진 후 4년이 지난 후쿠시마. ‘그날’ 가족을 잃었던 다이버는 깊은 밤 달빛에 의지해 출입이 금지된 해역에 잠수한다. 순식간에 마을과 사람들을 휩쓸어 간 ‘그날’이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는 바다 아래서 소중한 무언가를 건져 올리기 위해―. 2011년 3... 야마모토슈고로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마이니치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영원의 아이』『애도하는 사람』『환희의 아이』의 덴도 아라타 통곡의 밤으로부터 압도적 구제의 빛을 비추는 바다로― ‘진혼’과 ‘삶에 대한 희구’를 담은 새로운 대표작 탄생 동일본 대지진 후 4년이 지난 후쿠시마. ‘그날’ 가족을 잃었던 다이버는 깊은 밤 달빛에 의지해 출입이 금지된 해역에 잠수한다. 순식간에 마을과 사람들을 휩쓸어 간 ‘그날’이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는 바다 아래서 소중한 무언가를 건져 올리기 위해―.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18초,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리히터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파도의 최대 높이가 40.1미터에 달하는 쓰나미가 발생함으로써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설비가 폭발하여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등 도호쿠東北 지역의 태평양 연안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했다. 이 재앙으로 18,446명(2017년 3월 10일 시점)이 숨지고 실종되었다. 이후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자살, 병사 등 직간접 사망자를 합하면 모두 20,0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또한 피난자 수는 123,168명(2017년 2월 13일 시점)에 달한다. 후쿠시마현의 많은 지역은 아직도 귀환 곤란 구역, 거주 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 문단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구제를 꾸준히 다루어 온 작가 덴도 아라타의 열두 번째 소설 『문나이트 다이버』(2016)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현대인의 살아 나가는 고달픔을 응시하여 그들과 같은 위치에서 써 왔던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아가는 힘’에 시선을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덴도 문학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환희의 아이』 이후 3년 만의 신작은 동일본 대지진 후 5년이 가까워지는 후쿠시마를 무대로 한다. 이런 유의 소설에서 재난 장면과 피해자의 오열은 짐작 가능한 전개이지만, 살아남아 재난 이후에도 바로 그 자리에서 삶을 이어 가야 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낯설다. 『문나이트 다이버』에는 원전 사고, 일본 정부의 대책, 피해자 구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오로지 재난 후 살아남은 사람들,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제, 기억의 문제에 집중하여 언어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꼼꼼히 추적해 간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다양한 표현 방법이 생겨났기에 오히려 소설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고집해 왔습니다. 사람이나 카메라가 들어갈 수 없는 특수한 구역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상상력으로 독자의 내면에 이미지를 맺게 하는 소설뿐이라는 생각이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강력한 동기였습니다. 출입 금지 구역이란 현실의 장소일 뿐 아니라 인간 마음속 아주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_ 덴도 아라타(「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에서) 덴도 아라타는 방사능에 노출된 채 여전히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 그대로 잊혀 가고 무뎌지는 상황에 개탄했다. 다이빙을 배우고 실제로 현장을 취재하면서 지금 이것을 반드시 써야 한다, 지진 재해 후 5년이 되기 전에는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진과 마주할 때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심했던 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소설에서라면 해저에 잠수하여 그 장소에서 바라본 세계의 모순이나 사회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 인간의 진실을 밝혀 나가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지상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복구가 아니라 바다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의 흔적을 찾는 다이버의 조형도 거기에서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왜 잠수하는가. 성역일지도 모르는데, 금기를 어기면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바로 그렇기에 잠수하는 것이다. 아무도 잠수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는 잠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쓰나미에 휩쓸리고 방사능에 오염된 이후 4년이 지난 출입 금지 지역의 바다. 달밤, 어둠을 틈타 그 금기의 바다에 작은 보트가 살그머니 떠오르고, 한 다이버가 바닷속으로 잠수한다. 바닷속에는, 지금은 잡동사니나 쓰레기로 여겨지지만 본래는 사람들의 생활의 단편이었던 대량의 물건이 가라앉아 있다. 다이버는 유족의 비밀스러운 의뢰를 받아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가 있을 만한 물건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비합법적인 일이라 다이버는 달밤에만 몰래 잠수할 수 있다. 다이버―세나 슈사쿠는 4년 6개월 전 그날 허리를 다쳐 집에 있다가 살아남았다. 부모님과 자신을 대신해 배를 타러 갔던 형이 쓰나미에 휩쓸려 죽었다. 아내와 두 아이는 무사했지만, 이 일에 자책하여 원래 어부였던 그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 친구가 운영하는 다이빙 스쿨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그날 왜 자신은 살아남았고 가족들은 죽어야 했는가 하는 죄책감을 안고 달밤의 바다에 잠수한다. 모든 것은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달이 육지 쪽을 비추자 원래의 마을은 사라지고 없고 콘크리트 토대만 남아 있다. 하지만 바닷속에서 수중라이트를 비추자 눈 깜짝할 사이에 휩쓸린 마을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에게 이 일을 의뢰한 이는 아내와 딸을 잃은 공무원 다마이 준이치를 중심으로 한 유족들의 비밀 그룹. 이 비밀 의뢰자 그룹이 내건 조건은 두 가지이다. ‘절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물건은 인양하지 말 것.’ ‘다이버인 슈사쿠와 의뢰자 그룹 대표 다마이 외에는 개인적 접촉을 일절 금할 것.’ 달빛이나 조류 때문에 대충 한 달에 한 번 잠수를 하고, 슈사쿠는 정해진 호텔 방에서 기다리는 다마이를 만나 건져 올린 물건을 전하고 상황을 설명해 준다. 슈사쿠는 먼저 자리를 뜨고, 나중에 의뢰자들이 그 방에 모여 그것들을 보고 찍어 온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수순이다. 그런 일상 속에서 어느 날 다이버 앞에 아름다운 여자 마베 도코가 나타난다. 바다에 휩쓸린 남편의 소중한 물건을 찾아 달라고 말하나 싶었는데 그녀는 ‘찾지 말아 달라’고 한다.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결혼반지를 찾지 말아 달라는 의외의 말에 슈사쿠가 곤혹스러워하는 데서 이야기가 또 하나의 굴곡을 드러낸다. 왜 그 일이 일어났을까요? 왜 제가 살아남았을까요? 누가 선택했을까요?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왜 그걸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슈사쿠는 천재天災라는, 증오할 상대가 없는 것에 대한 분노, 안타까움, 무력감을 잠수라는 행위로 필사적으로 바꾸려 한다. 또한 언제 소중한 이의 물건을 건질 수 있을지, 건질 수 있기라도 한지 기다리는 유족도 행방불명자의 유품이 나오면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슈사쿠의 마음은 어두운 바다에 잠수하여 죽음에 다가가지만, 그것에 반비례하는 것처럼 몸은 강하게 삶을 요구한다. 죄책감이 무거운 닻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있지만, 사실 죽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죽지 않는다. 이 불멸성이야말로 슈사쿠와 유족들을 삶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죽은 자의 시간은 멈추지만 산 자의 시간은 여전히 계속된다. Survival guilt, 살아남은 측의 죄책감은 특수한 재해에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감정입니다. 사고나 사건, 재해나 질병 등으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살아남은 측은 크든 작든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그 죄책감의 정체는 사랑입니다. 상대를 사랑하기에 괴롭습니다. 그렇다면 그 죄책감은 결코 나쁜 게 아니라 긍정되어야 할 감정입니다. 이 감정은 인종이나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사

저자 소개

덴도 아라타(天童 荒太)는 1960년 5월 8일 에히메 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구리타 노리유키. 본명으로 투고한 단편 『하얀 가족』(1986)으로 야세지다이 신인 문학상을 수상, 여러 영화 각본에 참여한 후 덴도 아라타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고독의 노랫소리』(1994)로 제6회 일본 추리서스펜스 대상 우수상, 『가족 사냥』(1995)으로 제9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영원의 아이』(1999)로 제5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상 장편상, 『애도하는 사람』(2009)으로 제140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또한 에히메 현 출신으로 지역의 이름을 높인 사람에게 수여하는 에히메 현 문화·스포츠 상을 받았다. 
가정 내부의 폭력이나 그로 인해 고통 받은 아이들을 주 소재로 다루며, 상처받은 개인부터 세계 전체에서 벌어지는 구조적인 폭력까지를 아우른다. 작품 내에서 언제나 가정과 사회의 잔혹한 면을 세세한 부분까지 그려 내는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현 세계가 지니고 있는 모순과 그 근본적인 문제를 직면하고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덴도 아라타는 과작(寡作)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작품 안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 등을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설정해서, 현실에 실재하는 것처럼 만든 후에야 집필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책을 단행본으로 발표한 후 문고로 만들 때 대폭으로 개고하는 일이 많아, 『가족 사냥』 같은 경우 이야기의 골격과 결말은 그대로지만 등장인물의 설정과 성격, 도중에 발생하는 사건의 묘사까지 크게 바뀌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원의 아이』를 기점으로 처음 발표한 소설의 원형 자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그 외의 작품으로 『넘쳐흐르는 사랑』(2000), 『시즈토 일기』(2009)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소크라테스의 안경』, 『십자군 이야기』, 『눈의 황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천천히 읽기를 권함』, 『포스트콜로니얼』, 『매혹의 인문학 사전』,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책으로 가는 문』, 『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 외 다수가 있다.

책 속에서

왜 잠수하는가. 성역일지도 모르는데, 금기를 어기면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바로 그렇기에 잠수하는 것이다. 아무도 잠수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는 잠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바다 밑바닥에 답이 있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무슨 답일까. 슈사쿠 자신은 그 물음 자체를 모르고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가, 여기에, 이 바다 밑바닥에 답이 있다, 라는 감각이 강하게 있었다.
_ 41쪽, 제1부 2

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특별한 잠수를 하게 되고 나서는 바다에서 나오면 무턱대고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종류는 상관없지만 바로 목숨을 먹는 감각을 가져다주는, 씹는 맛이 있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가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슈사쿠는 분페이의 집 식탁에서 구니요가 구워서 접시에 담아 주는 고기를 묵묵히 먹으며 목이 마르면 맥주를 마셨다.
고기를 씹는다. 물어뜯는다. 씹은 고기가 위로 떨어진다. 자신의 피와 살로 변해 가는 감각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배고픔이 가신다.
_ 67~68쪽, 제1부 4

“아뇨, 제가 경솔했습니다. 실은……, 바닷속에서 올라오려고 할 때 갑자기 눈앞으로 떠오른 것이라……, 어리석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뭐랄까요, 데려가 줘요, 라고 말이에요. 부모님한테 데려가 주세요, 라고 그 머리 장식이 말하는 것 같은, 뭐랄까, 그런 기분이 들어서요……. 죄송합니다.”
다마이가 슈사쿠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리석다니요, 그렇게 들리지 않습니다. 전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닙니다.”
기어들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러나 애정을 담아 그가 말한다.
“우리는 모두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뭔가 있을 때마다 이건 그 아이의, 그 사람의 신호가 아닐까……, 그 아이가, 그 사람이 나한테 뭔가 말하고 싶어 호소해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잖아요.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항상,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걸 어리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 사이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겠지요.”
_ 75~76쪽, 제1부 5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라는 것인가. 그러나 그걸 할 수 없게 되었다. 싱거운, 이 자리만의 거짓말이긴 해도, 특히 신이라든가 부처라든가 하는 말이 나오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있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지켜보고 있다면 왜 그런 참혹한 일을 내버려 두겠는가…….
_ 105쪽, 제1부 7

“아빠가 살아 있다면…….”
마유코가 흐느껴 울었다. 슈사쿠에게 맡긴 손이 떨린다.
“살아 있어 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이혼은 했어도 살아만 있다면 엄마하고 옛날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고, 다시 셋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아빠인 거야, 왜 아빠가 아니면 안 되었던 거냐고 내내 생각했어요.”
슈사쿠는 다이스케가 자기 대신 배를 수리하러 나갔다가 재난을 당한 거라고 재를 올리는 자리에서 마유코와 시호에게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사쿠는, 특히 마유코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기분이 들었고, 그것은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마유코가 얼굴을 들었다. 슈사쿠를 똑바로 응시한다. 눈동자에 미움 같은 기색은 없다.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아빠가 그렇게 된 게 다행이에요…….”
그녀의 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열세 살 때부터 억눌러 온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무너지며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하고 흐느껴 울며 되풀이한다.
미쓰에가 왜 그래, 하고 의아해하며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안았다.
마유코는 오른손을 슈사쿠에게 맡긴 채 미쓰에게 기대어 그럭저럭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슈사쿠를 쳐다본다. 오열을 억제하고 말을 잇는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작은아빠였다면 미즈키하고 아키오가 아빠를 빼앗기게 되니까요……, 그 아이들의 웃음을 빼앗게 되니까요……. 우리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다행이에요, 그걸로 된 거예요.”
“마유코…….”
미쓰에가 조카를 끌어안는다. 슈사쿠는 마유코의 손을 쥔 채 있었다. 그녀가 가라앉지 않도록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_ 192~193쪽, 제2부 4

굳이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칠흑 같은 바닷속에 자신을 둔다. 순간적으로 가라앉는 건지 뜨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부유감만 느낀다. 본다는 육체적인 행위도 지금은 무의미하다. 자신의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인간이라는 한정된 존재로부터 해방되어 있음을 의식한다. 자신은 지금 의식으로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어쩌면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까. 육체를 잃고 영혼이라 불리기도 하는 의식이 그저 어둠 속의 허공에 떠도는 것인 걸까. 이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고독과 허무감에 괴로워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괴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평소 생활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에서 벗어나 있다. 육체가 없고 타자와의 관계가 없기에 인간다운 마음의 움직임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기 때문일까.
나는 지금 살아 있지 않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는 것이 괴롭지 않다.
_ 196~197쪽, 제2부 5

“왜 그 일이 일어났을까요? 왜 제가 살아남았을까요? 왜 그쪽 마을은 사라지고 이쪽 마을은 아무렇지 않았을까요? 누가 선택했을까요? 뭐가 다르다는 걸까요? 당신은 왜 이곳으로 와야 했을까요? 이런 방에서 저와 마주 앉아 겁에 질리면서까지 뭔가를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이제 전과 달라져 버렸는데 왜 계속 달라지지 않은 척하려는 걸까요? 변해 버렸는데 왜 변하지 않은 척하며 살려고 하는 거죠? 이쪽 사람은 영원히 소중한 걸 잃어버린 마음으로 있어요. 저쪽이나 그쪽 사람한테는 왜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거죠?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왜 그걸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저는 모르는 것투성이예요. 그래서 잠수하려고 생각했어요. 잠수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떤 답도 찾지 못했습니다…….”
_ 216쪽, 제2부 6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잠수한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이건 꿈이나 같은 건데, 제가 잠수하는 한 이룰 수 없는 소원이겠지만요.”
“어떤 소원인데요?”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 잠수하고 싶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호텔 천장을 뚫고 우주에서 쏟아지는 겹쳐진 빛의 띠가 느릿하게 떤다.
“해저까지 햇빛이 닿는 데서 그 장소를 둘러보고 싶습니다. 아직 모든 것을 둘러본 건 아닙니다. 전에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면 제대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는 슬픔이나 분노,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마음을 떠나 사람들이 행복했던 생활의 흔적을 더듬듯이 둘러보며 조용히 헤엄쳐 보고 싶습니다. 여기서는 아마 사람이 웃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잠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 하나, 영원히 자신의 추억이 되는 것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소중한 생활이 각인된 화석처럼 생각하고, 견실하게 살아가기 위한 부적으로 삼고 싶으니까요.”
_ 300쪽, 제3부 6

목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제1부
제2부
제3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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