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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075156 / 48쪽 28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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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제주 해녀 삼대의 삶을 풀어낸 동화『엄마는 해녀입니다』
난다에서 아주 특별한 그림책 한 권을 선보입니다. 앞으로도 가히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할까 싶은 기획 속에 선을 보이게 된 건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책입니다. 엄마와 해녀. 참으로 한국적이다 싶은 두 단어의 조합 속 한 문장의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그러니까 엄마 얘기가 맞고 해녀 이야기도 맞는 그런 책.
어느 하루, 해녀 중에서도 가장 강인하기로 소문난 제주 우도 해녀들의 삶을 포착한 다큐멘터리 [물숨]의 고희영 감독을 만났습니다. 해녀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싶은데 그 글이 완성이 되면 그림은 세계적인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이 그려주기로 했다면서 말이지요.
한국에서 아주 놀라운 인기를 자랑하는 에바 알머슨이 어떻게 해녀를 알았을까. 우연히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집어든 잡지를 통해 해녀를 보게 되었다는 에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제주도에 가서 해녀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에바. 그러다 2016년 5월 제주도의 한 바닷가에서 해녀들의 물질 장면을 보게 되었고, 그 그림들이 제주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 한데 실리면서 에바와 고희영 감독의 인연은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9월 상하이에서 에바가 보았던 해녀 사진을 촬영한 김형선 작가까지 합류하여 제주도의 우도로 여행을 떠났던 바, 그곳에서 그들 모두 해녀들의 작업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고 해녀들의 집에 초대되어 가족이라는 일상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에바가 해녀들의 이야기에 그림을 입힐 수 있던 데는 이런 직접적인 수혈 과정이 진즉에 이뤄졌던 연유에 기인하겠지요.
제주 출신인 고희영 감독이 처음으로 쓴 동화는 아름다웠습니다. 해녀 삼대의 이야기가 개연성 있는 서사 속에 한 편의 시처럼 매 페이지마다 울렁거렸고, 아이의 관점에서 펼쳐진 시점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교훈이나 메시지의 그 어떤 강요로부터 자유롭게 하였습니다. 해녀 할머니와 해녀 엄마를 늘 바라보고 기다리는 아이는 어쩌면 해녀를 알고 해녀를 본 적 있지만 해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게 닮은 듯했습니다. 등장인물이 어린 아이지만 읽는 누구나 그 아이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건 너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데 동의가 되는 까닭이기도 할 것입니다.
무시무시한 바다인데 매일같이 그 바다로 나가는 엄마. 바닷속에서 숨 참기는 기본이고 물고기며 전복이며 미역이며 문어 등등을 잘도 건져올리던 엄마. “우리들은 내내 숨을 참았다가 물 밖으로 나와 숨을 몰아 내쉬지. 호오이~ 호오이~ 그럼 이런 소리가 난단다. 그걸 숨비소리라고 한단다.” 숨비소리는 엄마가 살아 있다는 소리구나. 그러나 젊은 날 지긋지긋한 바다가 싫어 바다를 떠나 육지에서 미용실에 다녔던 엄마. 그러나 도시 속 소음에 지쳐 몸이 아팠다는 엄마. 다시금 바다가 그리워 파도를 맞으러 제주에 온 엄마. 그렇게 해녀로 돌아온 엄마. 그런데 하루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 엄마. 더 깊은 바닷속 전복을 주우려다 그만 숨을 놓칠 뻔한 엄마. 그런 엄마를 끌어올린 할머니의 말.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렸다간 숨을 먹게 되어 있단다. 물숨은 우리를 죽음으로 데려간단다.” 보다 좋은 장비로 보다 많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음에도 물갈퀴며 큰눈이며 돌허리띠며 빗창이며 테왁과 그물을 챙기는 해녀 엄마들. 바다밭에 전복 씨도 뿌리고 소라 씨도 뿌리는데 절대로 아기 전복이나 아기 소라는 잡지 않는다는 해녀 엄마들. “해산물을 먹어치우는 불가사리는 싹 다 치운단다. 바다밭을 저마다의 꽃밭처럼 아름답게 가꾼단다. 그 꽃밭에서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는 것이 해녀들만의 약속이란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하는 그런 이야기.
고희영 감독의 글에 에바 알머슨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특별히 [물숨]의 더빙을 맡았던 전 SBS 안현모 기자가 글의 번역을 맡아주었습니다. 의성어 의태어뿐 아니라 한국만의 특별한 정서 전달에 있어서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줘서 둘의 합작이 보다 큰 에너지를 발휘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책의 뒤편에 영어 번역본을 수록하였습니다.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한 관심으로 ‘해녀’가 집중 조명되고 있는 까닭에 학술적인 텍스트가 아닌 문학적인 텍스트로 그 이해적인 측면에 약소하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글쓴이의 말┃고희영
어린 시절 나의 놀이터는 바다였습니다. 누가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갈 수 있는지 친구들과 겨뤄보곤 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보다 더 용감함을 뽐내고 싶은 욕심에 나는 평소보다 더 깊은 바닷속으로 성큼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순간, 나의 몸이 기우뚱 균형을 잃으면서 깊고 푸른 바닷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물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바다는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마음이 급해지자 숨은 더 가빠졌습니다. 물을 실컷 먹었습니다. 물속에서는 고함을 쳐도 아무도 듣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도 아무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나에게 바다는 무시무시한 미지의 세계로 남았습니다.
내 고향 바다에는 해녀들이 있었습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듯이 그녀들은 바다로 나가고 바다에서 돌아옵니다. 그녀들은 바다가 두렵지 않은 걸까요? 어떻게 숨을 멈추고 그렇게 오래도록 바다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요?
오랜 궁금증은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을 만들게 한 씨앗이 되었습니다. <물숨>을 제작하던 즈음에 한라일보 이현숙 기자의 소개로 스페인에서 온, 역시 해녀에 반해 있던 에바 알머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눈에 쨍 마음이 통했습니다. 바다를 농부처럼 가꾸는 사람, 바다의 것을 빼앗아오지 않는 사람, 바다와 함께 사이좋게 살아온 사람, 그 해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세계 어린이들에게 알리는 동화책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해녀들의 고향인 제주도로 갔습니다. 그녀는 온종일 갯바위에 앉아 해녀를 그렸고 저는 글을 골랐습니다.
그녀는 해녀들이 차려준 밥상 앞에 앉아 비린내 나는 청각이며 미역을 잘도 먹었습니다. 해녀가 자신이 쓰던 큰눈이(물안경)를 선물로 주자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했습니다. 그 선물을 책상 위에 두고 바다 내음을 맡으며 그림을 그렸다 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마음을 다해 해녀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해녀들의 힘찬 숨과 에바 알머슨의 고운 숨, 저의 행복한 숨이 담겨 있습니다.
이 동화에는 제주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해녀들의 언어를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해녀가 내 고향 제주의 해녀가 아니라 더 너른 바다의 해녀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바다에서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는 해녀들의 아름다운 숨비소리가 전 세계 어린이들 마음에도 울려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동화의 실제 모델이 되어준 채지애 해녀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그린이의 말┃에바 알머슨
제가 제주 해녀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집어든 잡지를 통해서였습니다. 저는 그 강렬한 사진들에 즉각 매료되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빨려들 듯이 기사를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하루빨리 제주도에 가서 이 여인들을 만나야 하겠다고 말이죠.
그러다 2016년 5월에 드디어 제주도의 한 바닷가에서 해녀들의 물질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녀들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운이 좋게도 그 그림들이 제주 지역 신문과의 한 인터뷰에 실리게 되었지요. 고희영 감독이 우도 해녀들의 삶과 숨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 제작을 막 끝냈을 무렵이었습니다.
7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3년 동안은 카메라를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저 그들과 어울려 지내기만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고감독이 제 인터뷰를 보고는 개봉도 하기 전에 영화를 저에게 먼저 보여주었고, 저는 제가 그린 해녀 캐릭터를 영화를 홍보하는 데 쓰도록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이메일을 처음 받았을 때, 저는 직감했습니다. 인생에서 무언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려 하는구나. 나의 가슴속 깊은 소망이 곧 이루어지려 하는구나. 그리고 그것은 이렇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해 9월, 저는 고희영 감독, 김형선 사진작가와 함께 제주도의 우도로 갔습니다. 신기하게도, 김형선 작가는 한 해 전 제가 상하이에서 봤던 그 사진들을 찍은 장본인이었습니다. 해녀들의 작업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의 집에 초대되어 가족들도 만나보며 함께 보낸 시간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있던 매 순간마다 저는 제가 무언가 특별한 존재와 함께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해녀들이 사회의 변화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닌, 그보다는, 인간이 가진 가장 숭고한 가치가 꿋꿋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을 그녀들을 통해 목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해녀가 저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영향을 주었고, 저를 영원히 바꾸어놓았다고 믿습니다. 그들의 결단력과 독립성, 서로 협업하며 가장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상부상조하는 능력, 여기에 스스로의 제약을 인정하고,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바탕으로 가족뿐 아니라 더 나아가 지역 사회까지 부양한다는 자긍심, 그리고 그들의 지극히 단순한 삶은 너무나도 놀랍고도 귀감이 됩니다.
해녀 삼대의 이야기를 담은 본 책의 삽화를 그리게 된 것은 저에게 있어 대단한 선물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이나 작업실 밖을 나가지 않고도 그들과 함께 제주도와 우도를 여행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한 정직하게 그리고자 노력했고, 제가 그토록 존경하는 이 여인들이 최대한 빛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이 책이 해녀에 대한 저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이 대단한 세상을 아직 모르는 분들에게도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