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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위한 변명 그레고리 라바사의

원제 : If this be treason

그레고리 라바사 저 | 이종인 역 | 세종서적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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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4076198 / 292쪽 14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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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미국 펜상 수상작
<LA타임스> 2005 올해의 책

‘번역가들의 대부’가 말하는 매혹적인 번역 이야기

번역은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묵묵한 노동과 오랜 작업 시간에 비례해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작업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직하게 애쓴 대가는 책 표지에 작게 인쇄된 이름으로 돌아올 뿐이다. 게다가 때때로 번역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 책임의 무게가 고스란히 역자에게 기울기 때문에 번역가는 절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번역가라면 ‘번역가는 반역자’라는 오래된 낙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잘된 번역이라도 해도 원문에서 말하는 것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이 경구는 오랫동안 번역가들을 죄질이 나쁜 악당으로 비난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저명한 번역가 중 하나인 그레고리 라바사조차도 이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번역 인생과 번역에 대한 생각을 담은 『번역을 위한 번명』을 펴내면서 냉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이에 대한 변론을 펼친다.
그레고리 라바사는 번역가로서 세계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가 번역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그의 영역본 덕분에 세계 문학에서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마르케스는 『백 년 동안의 고독』 영역본을 스페인어 원본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라바사를 일컬어 “영어권의 가장 뛰어난 라틴아메리카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마르케스의 노벨상 수상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라바사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르가스 요사 또한 스페인어 작가들은 자신들을 영어권 세계에 뿌리내리게 해준 라바사에게 크나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라바사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아스투리아스 등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뿐만 아니라 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대표하는 작가 훌리오 코르타사르, 브라질의 국민 작가 조르지 아마두, 보사노바 음악의 거장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대표곡인 <이파녜마의 소녀>의 작사가인 브라질 시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 주제 사라마구와 비견되는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등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글을 쓰는 거장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문학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서 사람들을 생소한 라틴아메리카의 세계로 이끌었다.
라바사는 저자뿐 아니라 번역가들에게도 존경받는 번역가이다. 『돈키호테』 번역의 권위자인 이디스 그로스먼은 그를 가리켜 ‘번역가들의 대부’라 불렀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출판사 중 하나인 크노프 출판사의 창업자 앨프리드 크노프는 ‘번역가들의 교황’이라 불렀다. 독자와 번역가, 저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그는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번역 인생을 회고한 『번역을 위한 변명』을 펴냈는데, 이 책에서 그는 번역을 옹호하며, 번역 방법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또한 번역가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풍부한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제시한다.


번역과 불만, 혹은 달라진 내용들

이 책은 ‘번역은 반역’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노회한 번역가 라바사의 답변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그는 제일 먼저 청문회를 열어 번역의 어떤 부분이 반역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하면서 변론의 포문을 연다. 즉 죄를 인정하기 전에 반역의 행위가 누구를 향한 배신인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배신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언어를 배신하기도 하고, 저자나 번역가 자신에게 반역을 저지르기도 한다. 라바사는 단어는 원래 배신을 잘하는 것으로 똑같은 사물을 지칭하는 단어일지라도 영어의 ‘stone’과 프랑스어의 ‘pierre’는 결코 같은 의미의 폭을 지니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배신은 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소설 「변신」에서 카프카는 흉측한 벌레를 등장시키며 갑각류의 곤충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 소설을 읽는 뉴요커라면 필경 뉴욕에 번창하는 바퀴벌레를 연상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저자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지는데 언어, 문화와 같은 요소는 저자를 이루는 것이므로 그것들은 저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이를 번역자의 것으로 만들 때 번역가는 반역을 저지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라바사는 가장 슬픈 반역 행위를 언급하는데, 이는 곧 번역가가 자기 자신을 배신하는 것을 말한다. 작가이자 독자로서 번역가는 직감과 신중한 자신감을 가지고 번역해야 하는데, 때때로 두려움 때문에 진부한 규범을 더 중시하면서 직감을 희생할 때 반역을 저지르게 된다. 라바사는 이렇게 태생적으로 배반의 성격을 지닌 번역 행위를 고찰함으로써 번역이 불가능한 작업임을 역설한다. 이어 번역가로서 그를 형성하게 된 개인적인 배경을 보여준다. 언어에 매혹된 어린 시절부터 번역의 사전 준비 과정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암호병 생활,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번역에 뛰어들기까지 번역에 관한 인연을 풀어놓는다. 여기서 그는 번역에 관한 그의 철학(훌륭한 번역은 훌륭한 읽기)과 접근방식, 독특한 작업 습관(읽으면서 동시에 번역하기) 등을 보여준다.
2부에서 라바사는 번역 작품에 관한 경험을 상세히 적어놓는다. 약 40년에 걸친 이 ‘전과 기록’은 스페인어과 포르투갈어의 주요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마르케스, 코르타사르, 아스투리아스, 바르가스 요사, 고이티솔로,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조르지 아마두, 마샤두 지 아시스 등 작가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라바사는 작품에 대한 간단한 논평과 작가와 얽힌 일화를 비롯해 번역가로서의 생활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문학 거장들과의 친분, 대우받지 못하는 작품에 대한 아쉬움, 가슴 아픈 운명을 지닌 작가를 회상하는 부분을 통해 작가와 문학에 관한 라바사의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번역가의 어려운 처지나 평론가의 헐뜯기, 작품 선정에 관한 출판계 현실 등 출판계 내부자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라바사가 번역하면서 직면한 여러 문제에 관한 경험을 털어놓는 부분이다. 책 제목과 작품의 첫 문장에 접근하는 법, 장소나 별명 같은 골칫거리 단어들을 다루는 법, 책의 템포와 리듬을 유지하는 법, 등장인물의 개성을 살리는 법 등 그가 번역의 난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번역가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 그는 판결 선고 전의 최종 변론을 펼치면서 번역의 본질과 번역가의 역할을 되짚는다. 인생은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므로 번역가는 번역가의 운명을 지니기 전에 반역을 저지른 셈이 된다. 그러므로 번역가가 자신만의 읽기로 원서를 읽음으로써 번역은 반역을 내재하는 동시에 ‘진실의 또 다른 버전’이 된다. 라바사는 이런 주장을 내세우며 판결을 독자에게 유보한다.
번역에 관해 논하는 이 책은 이론에 중점을 두지 않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생각을 전개하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대번역가의 흥미로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작품에 관한 구체적인 명세서는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참고서가 될 뿐만 아니라 같은 문제로 고투하고 있는 모든 번역가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들 중 가장 저명한 사람으로 ‘번역가들의 대부’, ‘번역가들의 번역가’로 통한다. 1966년에 본격적으로 번역 일에 뛰어들어 작업한 책,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돌차기 놀이』로 전미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백 년 동안의 고독』(1967)을 펴낸 가브리엘 마르케스(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는 코르타사르에게 라바사를 소개받고, 3년을 기다린 끝에 1970년 영역본을 펴냈다. 마르케스는 “나는 『백 년 동안의 고독』 영역본을 내가 쓴 스페인어 원본보다 더 좋아한다”라고 말하면서 라바사의 영역을 극찬했다. 1922년 미국 뉴욕 주 용커스 시에서 태어난 라바사는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암호병으로 근무했고, 이탈리아 전선에서 복무하면서 이탈리아어를 익혔다.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교에서 종신교수직을 얻었다. 미국 내에서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붐을 이끈 문학잡지 『오디세이』의 편집자로 참여해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작가들을 널리 소개하기도 했다. 2005년 자신의 번역 인생을 회고한 『번역을 위한 변명』을 펴냈고, 이 책은 펜(PEN)상을 받았으며, 「LA타임스」 선정 ‘올해의 좋은 책’에 뽑혔다. 그 외에도 문학 번역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전미 도서협회상과 문학예술아카데미 번역상을 받았고,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가장 최고의 상인 국가예술훈장 등을 수훈했다. 2016년 6월 13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소개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 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를 번역했고 최근에는 E.M.포스터, 존 파울즈, 폴 오스터, 제임스 존스 등 현대 영미작가들의 소설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 이래 지금까지 140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500권을 목표로 열심히 번역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번역을 잘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며 20만 매에 달하는 번역 원고를 주무르는 동안 글에 대한 안목이 희미하게 생겨났고 번역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체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또한 유현한 문장의 숲을 방황하는 동안 흘낏 엿본 기화요초의 추억 덕분에 산문 30여 편을 모아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우자일득(愚者一得: 어리석은 자도 많은 궁리를 하다 보면 한 가지 기특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의 넉자를 마음에 새기며 더 좋은 번역, 글을 써 볼 생각을 갖고 있다. 

책 속에서

우리가 잘 알다시피, 번역자도 작가(writer)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는 이상적인 작가(ideal writer)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하는 일은 (옮겨) 쓰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플롯, 주제, 등장인물, 기타 필수사항 들은 이미 제공되어 그는 책상에 앉아 끈질기게 써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소위 엉덩이로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독자이기도 하다. 내용을 잘 파악하려면 텍스트를 면밀하게 읽어야 한다. 만약 어떤 작품이 1만 명의 독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1만 개의 다른 책이 된다는 잘 알려진 말이 있다. 번역자는 그런 독자들 중 한 명일뿐이지만, 스페인어를 읽으면서 영어로 읽어내는 방식으로 책을 읽어야 하고, 그 결과 그의 독서는 동시에 쓰기가 된다. 그리고 그의 읽기는 1만 권의 다양한 책을 만들어내는 읽기가 된다.
― 1부 ‘반역의 여러 가지 얼굴’에서

본능적 감각에 따라(어쩌면 나의 타고난 게으름과 조급함 때문에) 나는 책을 처음으로 읽어나가면서 번역했다. 그건 내가 무심할 정도로 게으른 탓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시간이 흘러가면서 의심 많은 나 자신을 상대로 이렇게 확신시키는 데 도달했다. ‘읽으면서 동시에 번역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훌리오 코르타사르가 바라는 번역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그 후 내가 소설들을 번역하는 통상(通常)의 기술이 되었다. 나는 이 방법에 대해 이렇게 변명한다. 그렇게 하면 책을 처음 읽을 때의 신선한 느낌을 번역본에 부여할 수 있고, 또 번역본을 처음 읽는 독자도 그런 느낌을 부여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이 설명을 너무나 여러 번 해왔기 때문에 이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내가 너무 게을러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것이 지루하다고 솔직히 고백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 1부 ‘번역 입문’에서

번역은 가난한 나라의 궁핍한 사람들에게 이익을 붙여서 도급을 맡기는 모직물과 다른 것이기 때문에, 상업 출판사들은 번역자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러나 번역은 구매자의 시장이고 자신의 번역 작품이 출판되기를 바라는 자부심 문제 때문에 번역자들은 으레 낮은 임금에도 굴복하고 만다. 번역료는 인플레이션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그것을 초과해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내가 번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번역료를 1천 단어 단위로 지급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 그것만 보면 번역료가 아주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한 단어당 실제 번역료를 계산해보면 푼전에 지나지 않았다.
― 1부 ‘번역업에 진출해 이름이 알려지다’에서

『돌차기 놀이』는 나를 번역업에 입문시킨 책이고, 전미도서 번역상을 안겨주었으며,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번역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내가 그 책을 번역해주길 바랐는데, 그 당시 나는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Miguel Ágel Asturias)의 ‘바나나 3부작’을 번역하고 있어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러자 마르케스는 코르타사르의 조언에 따라 기다려주었는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결과가 나왔다. ― 2부 ‘훌리오 코르타사르: 본능적 직감의 활용 ’에서

나는 번역하는 책의 원제목을 가능하면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왔고, 그때까지는 이것이 잘 통했다. 나는 책 제목을 번역자 마음대로 고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불경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샤두 지 아시스의 두 걸작을 번역해달라고 요청받았을 때, 이미 나와 있던 마샤두의 책 두 권의 제목을 ‘작은 승리를 거둔 자의 묘비명’에서 ‘브라스 쿠바스의 사후 회고록’으로, 또 ‘철학자냐 개냐’에서 ‘퀸카스 보르바’로 바꾼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했다. 기존의 번역서들이 원서의 제목을 이처럼 멋대로 바꾼 것은 ‘보바리 부인’을 ‘간통 사건과 노르망디 의사의 아내’로, ‘안나 카레니나’를 ‘귀부인과 근위병’으로 바꿔놓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 2부 ‘골칫거리 단어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서

번역본이 나온 뒤 나는 알바로가 쿠바의 친척들을 방문하는 장면 부분이 삭제된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면서 실망했다. 고이티솔로의 허락을 받고 그렇게 했다는데, 그 부분을 빼버리면 소설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편집자들의 견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 부분의 삭제를 주도한 것이 편집자들인지 고이티솔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삭제되었더라도 여전히 좋은 소설이지만 그 부분을 살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삭제 건은 사하라 사막에서 사파리에 나선 저자, 출판 에이전트, 편집자의 우화를 생각나게 한다. 그 세 사람은 본대와 연락이 두절되었기 때문에 타는 목마름을 느끼며 사구들을 힘들게 통과해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만을 바랐다. 마침내 저 멀리서 오아시스가 하나 나타나자 그게 신기루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정말로 사막 한가운데 신선한 샘물이 있었다. 저자와 출판 에이전트가 그 샘물에서 황급히 갈증을 축이다가 고개를 쳐들어보니 편집자가 그 샘물에 오줌을 싸갈기고 있었다.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요” 두 사람이 소리쳤다. 그러자 편집자가 대답했다. “나는 그 샘물을 더 좋게 만들고 있어요.”
― 2부 ‘독자로서의 번역가 : 후안 고이티솔로’에서

나는 번역하면서 거리 이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이 경우에는 카예 18(Calle 18), 즉 18번가(18th Street)였다. 영어식으로 쓰면 그 거리는 산티아고 데 칠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뉴욕의 첼시 지구나 같은 표기를 사용하는 미국 내 다른 도시를 연상시킬 것이었다. 나는 calle, rua, avenida 같은 거리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냥 Calle 18이라고 하면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래서 그것을 스페인어식으로 Calle Dieciocho라고 적는 해결안을 선택했다. 이것이 좀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또 거리의 숫자가 그 자체의 개성을 가진 경우, 가령 5번가(5th Avenue), 42번가(42nd Street) 등의 문제가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거리에서도 숫자에 이런 개성이 부여되어 있다. 보고타에서도 이름 대신 숫자가 부여된 calle 혹은 carretera는 그 자체의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 2부 ‘개성 있는 숫자 : 호세 도노소’에서

목차

제1부 반역의 시작
반역의 여러 가지 얼굴
다른 말들을 찾아서
문화에 의해 단어들을 서로 엮기
번역 입문
나 자신과 나의 환경
번역업에 진출해 이름이 알려지다

제2부 번역 작품의 구체적 명세서
본능적 직감의 활용 _ 훌리오 코르타사르
책의 템포 _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원어의 소리 _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골칫거리 단어들 _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취향과 번역 _ 아프라누 코티뉴
독자로서의 번역가 _ 후안 고이티솔로
기이한 설정과 분위기 _ 마누엘 무히카-라이네스
명예로운 일용직 노동자 _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 _ 달톤 트레비산
단어의 숨은 의미 _ 호세 레사마 리마
작가와의 친밀도 _ 데메트리오 아길레라-말타
난해한 내용 _ 오스만 린스
말의 리듬 _ 루이스 라파엘 산체스
작품 간의 시차 _ 후안 베네트
시의 언어 _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
사실과 환상의 구분 _ 루이사 발렌수엘라
배경에 관한 지식 _ 조르지 아마두
오만의 오류 _ 오스왈두 프란사, 주니오
여러 명의 화자 _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개성 있는 숫자 _ 호세 도노소
제한적인 목소리 _ 이레네 빌라르
시대성과 말투 _ 마리우 지 카르발류
대작가의 걸작 _ 조아킹 마리아 마샤두 지 아시스
번역 불가능한 언어 _ 아나 테레사 토레스
논픽션의 전문용어 _ 다르시 히베이루
청탁과 만족감 _ 주앙 지 멜루
등장인물의 개성 _ 헤수스 사라테
언어의 세대 차이 _ 호르헤 프랑코
출판계의 변화 _ 볼로디아 테이텔보임
제3의 언어 _ 조제 사르네이
무대 위의 대사 _ 희곡들

제3부 판결을 대신하여
당신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옮긴이의 말 _ 번역가는 쌍두마차의 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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