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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46062566 / 460쪽 153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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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북한의 독재자는 왜 신상옥과 최은희를 납치했을까?
북한 이미지 정치의 탄생과 완성
1978년 1월 14일 인기 영화배우 최은희가 북한에 납치되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영화감독 신상옥이 납북되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북한 영화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성취를 이룩했다. ‘황당하고 대담한’ 납치극을 지시한 사람은 김정일이었다. 프랑스 출신 영화감독 폴 피셔는 이 황당무계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데탕트 시대 남북관계의 변화 양상과 극장 국가 북한의 프로파간다 정치 실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원서는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야기의 실제 현장인 한국에서 열다섯 번째로 출간되었다. 독자들은 소설 형식을 빌려 북한 정치의 미시사를 훑는 이 독특한 책을 통해, 김정일이 완성시켰고 여전히 왕성하게 진행 중인 북한 이미지 정치의 일대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북한의 독재자는 왜 신상옥과 최은희를 납치했을까? 북한 이미지 정치의 탄생과 완성 1978년 1월 14일 인기 영화배우 최은희가 북한에 납치되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영화감독 신상옥이 납북되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북한 영화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성취를 이룩했다. ‘황당하고 대담한’ 납치극을 지시한 사람은 김정일이었다. 프랑스 출신 영화감독 폴 피셔는 이 황당무계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데탕트 시대 남북관계의 변화 양상과 극장 국가 북한의 프로파간다 정치 실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원서... 북한의 독재자는 왜 신상옥과 최은희를 납치했을까? 북한 이미지 정치의 탄생과 완성 1978년 1월 14일 인기 영화배우 최은희가 북한에 납치되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영화감독 신상옥이 납북되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북한 영화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성취를 이룩했다. ‘황당하고 대담한’ 납치극을 지시한 사람은 김정일이었다. 프랑스 출신 영화감독 폴 피셔는 이 황당무계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데탕트 시대 남북관계의 변화 양상과 극장 국가 북한의 프로파간다 정치 실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원서는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야기의 실제 현장인 한국에서 열다섯 번째로 출간되었다. 독자들은 소설 형식을 빌려 북한 정치의 미시사를 훑는 이 독특한 책을 통해, 김정일이 완성시켰고 여전히 왕성하게 진행 중인 북한 이미지 정치의 일대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어떻게 국가가 되는가 김정일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사람 분단 후 남한과 북한은 격렬한 체제 경쟁을 벌였다. 1960년대부터 남과 북은 군비를 증강하고 전력을 과시하며 서로의 체제가 옳다고 선전했다. 선전은 일시적으로 주효했으나 지속될 수는 없었다. ‘잠시 중단’을 뜻했던 휴전이 ‘사실상 종전’으로 굳어지자, 더 이상 적국의 위협을 주장할 수 없게 된 한반도의 집권자들은 전전긍긍했다. 국민과 인민은 평화에 걸맞은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법과 제도를 요구했다. 총칼로 집권한 두 독재자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 북한에서 권력 서열이 높지 않았던 김정일은 아버지의 고심을 눈치채고 기괴한 작전을 벌이기로 결심한다. 김정일이 아버지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적 성과를 낼 필요가 있었다. 김정일은 이미 많은 것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이 제작할 영화에 투자할 수 있는 엄청난 자본, 모든 것을 박살내버릴 불굴의 야망. 이제 그에게 부족한 것이라고는 영화 제작에 관한 경험과 재능뿐이었다. 그렇다면 자국민의 출국과 외국인의 입국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은둔의 왕국 북한에서 그의 꿈을 실현시켜줄 인물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때는 바야흐로 1977년, 곰곰이 고심하던 김정일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_ 1막, 102쪽 유럽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겸 제작자 폴 피셔는 체제 선전에 동원하기 위해 적국의 인기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를 납치한 이 기상천외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독특한 책 한 권을 펴냈다. 『김정일 프로덕션: 세상에서 가장 황당하고 대담한 납치극』은 김정일·신상옥·최은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냉전 이후 데탕트 시대 남북관계의 축과 북한 프로파간다 정치의 실상을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재현한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원서는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야기의 실제 현장인 한국에서 열다섯 번째로 출간되었다. 2017년 9월에는 같은 주제를 다루고 영국인 감독이 연출한 98분짜리 다큐멘터리가 개봉되기도 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최 여사.”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김일성 장군의 품으로 가는 길이라오.” “방금 뭐라고 하셨죠?” 남자는 쓰고 있던 가발을 벗어버렸다. “위대한 지도자인 김일성 동지의 품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소.” _ 1막, 120쪽 김정일은 최은희와 신상옥을 납치해 무슨 짓을 했을까? 혹시 최은희와 신상옥은 재기를 위해 일부러 월북한 것은 아니었을까? 요란했던 납치와는 다르게 허무하게 도망자를 놓친 북한의 진짜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이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종종 남북한의 오랜 앙숙 관계를 희화화하고 자극적으로 조리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치광이 독재자에게 납치된 비련의 연인”이라는 프레임은 흥미롭기는 하나 지적이지는 않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 납치 사건으로부터 본격화된 북한 이미지 정치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그리고 그것은 성공했는가? 『김정일 프로덕션』은 국가를 상대로 한 전대미문의 납치 사건이라는 희극적인 소재를 통해 냉전 시대부터 현재까지 그 생명줄을 이어오고 있는 아시아의 작은 독재 국가가 어떻게 인민을 교화하고 충성심을 창출하고 나아가 정권의 신화를 갱신해나가는지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저자가 활자로 직조한 흑백영화를 따라가며 북한 이미지 정치의 탄생과 완성의 일대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만만하지 않은 주제를 소설로 극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야기의 여백을 채워나갔다. 북한 전문가, 탈북자, 외신 기자 등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사건의 당사자인 최은희와 숱한 대화를 나눴다. 물론 북한에도 다녀왔다. 그 결과 북한 정치의 미시사를 훑는 매우 독특한 장르의 두툼한 책 한 권이 나왔다. 북한은 여전히 외부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미지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보들의 사실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도구(tool)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구글어스(Google Earth)가 있다. 이는 실제로 북한 연구자들이 탈북자들의 증언에 등장하는 장소나 건물의 위치 등을 확인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나는 사건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소에 직접 가봤으며, 이렇게 현장답사를 한 국가들로는 대한민국·오스트리아·독일·헝가리·홍콩 등이 있다. 물론 북한도 직접 다녀왔다. _9~10쪽 포르노 영화를 조달하라 김정일이 처음부터 김일성의 후계자는 아니었다.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아버지의 총애를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한 분야에서만큼은 탁월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재능은 후천적인 노력과 집착으로 만들어졌다. 김정일은 30세가 넘어서야 김일성의 정식 후계자로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군 경력이 전무했던 김정일은 특별한 목표의식 없이 아버지의 특혜를 받고 자란 젊은이에 불과했다. 또한 정계와 재계 어떤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는 정식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적이 없었으며 인민의 영웅도 아니었다. …… 그러나 김정일은 드라마 스토리의 전개 방식, 쇼맨십을 활용하는 법, 신화를 만들어내는 능력 등에는 어느 정도의 재능을 보였다. 이런 기술들은 당연히 그가 정치학·지역학·역사학 등을 공부하며 터득한 것은 아니었다. 김정일이 북한에 새로 도입한 모든 정책과 그로 인한 업적들은 바로 영화를 보고 배운 것들이었다. _ 1막, 59쪽 저자는 취재를 바탕으로, 영화광 김정일이 아직 권력 바깥에 머무르고 있던 청년 시절에 벌인 ‘해적판 영화 비디오(불법 복제 비디오)’ 밀수 사업의 전모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른바 ‘100호 물자’ 사업이라고 불린 이 작전에는 북한의 외교부와 공작원이 대거 투입되었다. 이들은 국가 최고 지도자의 아들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전 세계의 북한 외교관들은 명목상으로는 대사관 내부 상영용으로 영화 비디오를 빌렸으나, 아무도 그들이 지하에서 비디오를 불법으로 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하에서 은밀하게 생산된 해적판 비디오는 프라하, 비엔나, 마카오, 광저우 등에 집산된 뒤 종류별로 분류되어 평양영화도서관에 모였다. 이렇게 쌓인 김정일의 컬렉션에는 주로 할리우드 첩보물, 일본 야쿠자 영화, 로맨틱 드라마, 심지어 포르노 영화까지 종류를 불문한 방대한 자료가 구축되었다. 이 작업을 총괄했던 평양영화도서관에는 무려 250명이 넘는 직원이 상근했다. 훗날 북한의 젊은 독재자가 될 이 청년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언젠가 자신이 완성할 새로운 북한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김정일이 공식 집권하는 1970년대까지
사진사는 사람들에게 좀 더 바짝 붙으라고 손짓했다. 이윽고 플래시가 터졌다. 앞으로 대한민국 영화사를 바꿀 세 주인공의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겼다. 신상옥은 두 손을 뒤로 넘긴 채 건방진 미소를 지었다. 박정희는 다부진 아우라를 풍기며 자신의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리고 최은희는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돌려 남편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_ 1막, 25쪽
최은희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가져다 물며 신상옥에게도 한 개비를 내밀었다. 그러자 신상옥은 이렇게 대답했다. “담배는 안 피워요.” “왜죠?” “어머니가 담배를 피우셨기 때문에 저는 별로 피우고 싶지 않아요.” “그럼 제가 당신 앞에서 담배 피우는 게 싫진 않나요?” 최은희가 물었다. 신상옥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피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최은희의 담배에 손수 불까지 붙여주었다. _ 1막, 29~30쪽
최은희에게 잃어버린 삶과 꿈을 다시 가져다 준 것은 신상옥이었다. 그는 최은희에게 한국 영화를 되살리고 싶다는 꿈에 대해 줄곧 말하곤 했다. 최은희도 한때는 그와 같은 야망을 가졌던 적이 있었지만 이미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졌다. 열일곱 살에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집을 뛰쳐나왔을 때 가슴에 품었던 그 야망 말이다. 폭력과 강간 그리고 치욕으로 물들기 전, 가슴에 고스란히 품었던 꿈들. 신상옥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최은희는 자연스럽게 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_ 1막, 33~34쪽
열흘 후에 신상옥이 감독하고 최은희가 출연한 <성춘향>이 개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각종 영화 기록들이 깨지기 시작했다. 서울 명보극장에서는 무려 74일간 연속으로 티켓이 매진되었다. 서울에서만 4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성춘향>을 관람했다. 이 숫자는 1960년 서울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숫자였으며 당시 평균 영화 관객 수의 열 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 기록은 7년간 깨지지 않았다. 신상옥은 승승장구했다. 같은 해 개봉한 멜로드라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포함한 그의 두 작품은 각각 15만 장의 티켓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신 감독의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어요. 매일 아침, 현금이 가득 든 돈 자루가 배달되었는데 그 돈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었죠.” _ 1막, 37~38쪽
북한의 이 위대한 부자(父子) 사이에 그런 대화는 오고 간 적이 없었다. 일화에 등장하는 ‘말하는 제비’나 ‘쌍무지개’는 물론이거니와 하늘에 난데없이 새로운 별이 생겨난다든지, 갑자기 소년 김정일이 지도에 먹칠을 하자 열도에 태풍이 불었다는 이야기는 누가 봐도 지어낸 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 인민들이 사실이라고 믿는 이들 일화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지어낸 허구일 뿐이다. _ 1막, 55쪽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김정일 탄생 신화는 김정일이 ‘이야기’의 중요성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정일 탄생 신화는 기독교의 메시아적 성경 구절만큼 울림이 컸다. 병으로 몸져누운 어머니, 고귀한 목적 달성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는 아버지의 빈자리, 아이답지 않게 일찍 터득한 지혜와 자랑스러운 가문의 업적. 김정일은 신중히 줄거리를 구성했으며, 이야기에 필요한 요소들을 빠짐없이 집어넣었다. 김정일은 몇 년에 걸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탄생 신화 서사를 완성했다. _ 1막, 56쪽
분단 후 초창기 몇 년간 남한과 북한은 극심한 체제 경쟁을 하고 있었고, 영화 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화두는 누가 먼저 전란의 피해를 극복하고 자체적인 힘으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_ 1막, 60쪽
이 잘나가는 청년은 그로부터 20년 후에 우스꽝스러운 뿔테 안경을 귀에 걸고 매일 똑같은 카키색 인민복을 입는 아저씨가 된다. 하지만 한때 김정일은 세련된 검정색 안경을 쓰고 항상 광채가 나는 검정색 슈즈를 신는 멋쟁이였다. 물론 나이가 든 후에는 우스꽝스러운 파카를 입고 다녔지만 말이다. 아무튼 김정일은 모터사이클과 레이싱카를 즐겨 타고 비싼 코냑을 좋아했으며 여배우들과 스스럼없이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청년 시절을 보냈다. 한편, 김일성은 아들의 버르장머리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했다. 자신의 아들이 건실한 지도자로 성장하길 바랐던 김일성은 1959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도 김정일을 데리고 갔으나,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김정일은 회의에 참석하기는커녕 호텔에 남아 빈둥거리기만 했다. _ 1막, 65쪽
김정일의 아들 정남은 저택 안의 커다란 놀이방에서 놀고 있었다. …… 그의 유모들은 방 한구석에 앉아 아이를 보는 둥 마는 둥 할 뿐이었다. 어린 김정남이 유모들 가까이로 다가가자 유모 중 한 명은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를 다시 해야 한다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북한에는 썩은 이를 때울 수 있는 금을 갖고 있는 치과의사가 없었으므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린 정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남은 곧장 자신의 금고로 달려가 비밀번호를 입력해 금 한 덩이를 꺼내 들었다. 놀란 유모는 벌떡 일어나 정남에게 달려갔다. 어린 정남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금덩이를 들어 보였다. “이걸로 치과 의사 선생님이 금니를 만들어주시면 안 되나요?” _ 1막, 79쪽
불륜, 파산, 기소, 구금까지 겪은 신상옥 감독이었지만 결국 그의 커리어를 끝내버린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한 3초짜리 키스 장면이었다. 1975년 신 감독은 홍콩 쇼브라더스와 함께 공동제작한 영화 <장미와 들개(Rose and Wild Dog)>의 시사회를 열게 된다. 관객들은 대부분 고등학생이었는데, 영화에는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앞서 심의위원회는 신 감독에게 해당 장면을 삭제한 후 상영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감독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해당 장면은 삭제되지 않은 채 시사회에 그대로 나가고 말았다. 당시 시사회에 있었던 고등학생들은 부모들에게 키스신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사건은 신문에까지 실리게 된다. 이에 대해 당국이 내린 조치는 해당 장면을 삭제하지 않으면 시사회를 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리위원회는 더 이상 신상옥을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신필름의 사업자등록을 취소해버린 것이다. 신상옥은 설마 키스신 때문에 영화사 문을 닫아야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_ 1막, 111~112쪽
평양이라는 도시는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기념비들은 가짜 같이 보였으며 동상들도 속이 텅 비어 있는 듯 보였다. 상점이나 레스토랑이나 광고판도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 좌판이나 카페, 바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양 시내 전체에 상업이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자동차나 노인, 동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거리에는 명칭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관공서에는 간판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어디를 가나 김일성의 얼굴이 보였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신상옥은 말했다. “도시 전체가 마치 무덤같이 조용했어요.” _ 2막, 173~174쪽
허학순은 집에 통장 두 개를 보관했는데, 한 통장에는 항상 4원 15전이 들어 있었으며 다른 한 통장에는 2원 16전이 들어 있었다. 이 숫자들은 각각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상징했다. 허학순이 그리는 인생의 목표는 자신의 삶이 당의 신임을 얻게 되어 김일성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받는 것이었다. 그 시계야말로 노동당의 영광을 표현하는 것이리라. _ 2막, 184쪽
그다지 거창한 비밀 작전을 거치지 않은 납치도 있었다. 남한 어부들이 실수로 NLL 근처까지 표류하자 북한은 이들을 체제의 홍보물로 삼았다. 평양의 거리에서 환영식도 열어주고 미디어에도 노출시켜, 그들이 남조선의 지옥 같은 시장체제를 탈출해 노동자의 천국인 북조선으로 스스로 넘어온 것이라고 홍보를 한 것이다. 그리고 체제 홍보가 끝나자 어부들을 모두 노동교화소로 보내버렸다. 또 9300여 명의 재일교포들은 좋은 우대를 받을 것을 약속받고 스스로 배에 승선해 북한으로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저 따분한 업무와 정부 소유의 공공 주택이었다. 두 번 다시 일본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허락받지 못했다. _ 2막, 196쪽
하루의 해가 떠오르고 질 때마다, 신상옥은 죽에서 골라낸 돌로 날짜를 셌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창문가에 돌을 하나씩 올려놓으며 날짜를 셌다. 벽 구멍에서 생쥐들이 나와 더러운 화장실을 타고 올라가 배설물을 먹고는 다시 구멍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교도관들이 보고 있지 않을 때 신상옥은 손잡이 없는 숟가락을 들어 벽에 글씨를 썼다. 독방 안에서 유일하게 소지가 허락된 물품이었다. 벽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문장을 새겨 넣었다. “콘크리트 벽이 너무 두꺼워서 숟가락으로 글씨를 새기려고 해도 별로 티도 안 났어요. 그래도 조금씩 티가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신상옥이 벽에 새긴 문장은 이것이었다. “1979년 신상옥은 여기서 숨을 거두었다.” _ 2막, 222쪽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정권은 위조지폐 유통, 가짜 비아그라 생산, 마약 밀매, 보험 사기, 인신매매, 천연보호물 밀수까지 일삼았다. ≪뉴욕타임스≫는 한때 김정일에게 토니 소프라노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또 김정일을 비토 코를레오네에 비유하며 김정일 부자를 일컬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범죄를 계획해 실행에 옮기는 가족이라고 평가했다. _ 2막, 240~241쪽
탈북자 강혁의 말에 따르면 자아비판은 길게 쓸수록 좋다고 한다. 다섯 쪽보다는 열 쪽이 더 효과적이다. 장황한 표현은 많을수록 좋으며, 가끔은 주제를 벗어나도 괜찮다. 정치적 용어와 무의미한 표현들, 동의어를 반복하기도 하며 자신이 진심으로 회개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 달갑지 않은 작문을 요리에 비유하자면, 가장 중요한 재료는 강조다. ‘결연히’, ‘진심으로’, ‘단호하게’와 같은 부사들은 감미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장황한 표현들은 케이크 위의 장식 같은 것이다. 사회주의의 일원으로서 걸맞지 않는 행동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다. 주재료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꾸미는 부재료와 양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날짜를 쓰고 서명을 하는 것이다. _ 2막, 250~251쪽
“자, 이제 그만 끌어안고 이리로 좀 오라우.” 김정일이 말했다. 두 사람은 오늘 밤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시키는 대로 했다. 신상옥은 자신보다 어린 김정일에게 머리 숙여 정중히 인사한 후 악수를 청했다. 김정일도 반가움의 표시로 신상옥의 손을 잡았다. 김정일의 왼편에는 신상옥이, 그리고 오른편에는 최은희가 섰다. 세 사람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긴장하지 말라우. 남조선 신문에는 안 실릴 테니까!” 김정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농을 던졌다. 그리고 관중을 향해 돌아서서 공표했다. “동지들, 지금부터 신 선생님이 내 영화 자문가가 되어주실 것이야!” 귀가 멎을 정도의 열렬한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그리고 최 여사님은 우리 조선 여성들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어주실 것이라우!” 또다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_ 2막, 272~273쪽
“부도덕하고 음란한 죄를 저질렀기에 인민배우 우인희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인민의 이름으로 총살에 처해질 것이다.” 군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세 명의 군인에 의해 집행된 총살형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첫 번째로 발포된 총알이 그녀의 가슴팍을 두르고 있던 밧줄을 가르자, 우인희의 몸이 마치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듯 앞으로 기울었다. 두 번째 사격은 머리를 명중했고 질척한 살덩이와 뼈, 뇌 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마지막 사격은 우인희의 다리를 감고 있던 밧줄을 산산조각 냈다. 그녀의 부서진 몸은 발밑에 놓인 가방 속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_ 인터미션, 285쪽
‘성분’, ‘수용소’, ‘김일성 신화’ 등은 1940년대부터 내려온 북한의 유산이다. 그러나 의식화 작업, 사회의 불협화음 제거, 반대 의견 묵살, 수천 개의 동상과 기념비 건설, 김일성 배지 착용 의무화 등은 모두 김정일이 지휘한 것들이다. 심지어 그는 각 가정마다 김일성 초상화를 달도록 지시했다. 김일성의 조부는 개신교 목사였으며 그의 아버지 또한 신학교를 다녔으며 일왕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일제에 맞서 싸웠다. 이런 장로교 집안에서 김일성은 성장했다. 그러나 권력을 잡자 김일성은 성경을 금지하고 교회를 폐쇄시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유일지배사상을 강화하기 위해 종교적 요소를 도용했다. 김일성은 기독교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들 김정일은 기독교가 이미 금지된 세상에서 성장했으나 대중문화와 연예계를 어떻게 정치에 이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_ 3막, 303~304쪽
‘낙숫물이 바위의 구멍을 뚫는다.’ 김정일은 정권 홍보와 더불어 인민의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신상옥과 최은희를 납치했으나, 이제 그들은 북한이라는 단단한 바위에 균열을 일으키는 낙숫물이 되어 북한의 수령절대주의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_ 3막, 372쪽
신상옥의 진짜 의도가 뭐였든지 간에, <불가사리>는 그의 필모그래피와 인생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만든 영화 중 최악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널리 알려진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1960년대에 그가 만든 예술성 높은 명작들보다 <불가사리>가 오히려 그의 작품 목록의 맨 선두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가장 확실한 한 가지는 김정일이 이 영화를 만족스럽게 봤다는 것이며, 따라서 <불가사리>는 신상옥과 최은희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이다. _ 3막, 384쪽
평양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외국인들은 김일성 광장과 그 주변을 연결하는 도로의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흰색 점무늬와 작대기 표시,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곤 한다. 이 표식들은 모두 북한이 정치 행사를 개최할 때 인민의 이동 경로를 표시해놓은 것들이다. 영화나 연극으로 치면 가구나 소품의 배치 위치와 배우의 동선을 표시한 표식과 비슷하다. 즉,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평양 도로 위에 수놓인 수많은 표식은 바로 평양이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엄청나게 거대한 연극 무대라는 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다. _ 3막, 402쪽
목차
글을 시작하기 전에: 출처, 조사방법, 이름에 관해
프롤로그: 1982년 8월
1막 운명
1장 청와대 잔디밭에서 찍은 사진
2장 신 감독과 최 여사
3장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4장 백두산 위에 펼쳐진 쌍무지개
5장 김정일의 첫사랑들
6장 부전자전
7장 평양 영화 산업 내부 이야기
8장 3초간의 키스
9장 리펄스베이
2막 친애하는 지도자의 손님들
10장 은둔의 왕국
11장 기소된 자
12장 뮤지컬, 영화, 사상교육
13장 납치
14장 타인들
15장 밤나무골로부터의 탈출
16장 신상옥은 여기서 숨을 거두었다
17장 고문 자세
18장 39호실
19장 단식투쟁
20장 신상옥 감독이 오고 있다
인터미션: 인민배우 우인희
3막 김정일 프로덕션
21장 둘이 함께
22장 녹음기
23장 조명 그리고 카메라
24장 북한 밖으로
25장 유럽 영화 한 편처럼
26장 기자회견
27장 동상이몽
28장 꽉 찬 촬영 스케줄
29장 괴물
30장 비엔나
31장 부자세습
32장 성조기
에필로그: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