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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닌 곳

시리즈 : 푸른사상 시선 [101]

조항록 저 | 푸른사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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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10607 / 150쪽 / 198g / 13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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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 작품 세계―작품 해설 중에서 조항록 시인은 ‘공간 응시자’란 부제를 단 연작시에서 보여주듯이 공간을 응시하고 있다. 자신이 체험한 시장이며 도서관, 식당, 집, 학교, 중환자실, 지하철, 술집, 거리, 영화관, 교회, 버스 등의 공간을 응시하며 존재의 의의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공간의 일반적인 의미와 자신의 삶의 실제를 대조 혹은 비교하며 그 차이나 가치를 고민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면에서 시인이 지칭한 ‘공간 응시자’란 곧 ‘장소 응시자’로 볼 수 있다. 시인에게 공간이란 시간과 함께 이 세계를 성립시키는 토대이기도 하... ■ 작품 세계―작품 해설 중에서 조항록 시인은 ‘공간 응시자’란 부제를 단 연작시에서 보여주듯이 공간을 응시하고 있다. 자신이 체험한 시장이며 도서관, 식당, 집, 학교, 중환자실, 지하철, 술집, 거리, 영화관, 교회, 버스 등의 공간을 응시하며 존재의 의의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공간의 일반적인 의미와 자신의 삶의 실제를 대조 혹은 비교하며 그 차이나 가치를 고민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면에서 시인이 지칭한 ‘공간 응시자’란 곧 ‘장소 응시자’로 볼 수 있다. 시인에게 공간이란 시간과 함께 이 세계를 성립시키는 토대이기도 하면서 존재의 터전이기도 한 것이다. (중략) 시인이 응시하는 공간은 대체로 쓸쓸하고 힘이 없다. 막걸리 한 사발에 막대사탕 한 번 핥는 것을 안주로 삼는 노인이며, 시장 좌판에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숟가락을 움직이며 끼니를 때우는 할머니, 사과 박스를 해체해 손수레에 싣는 노인, 시든 푸성귀를 좌판에 펼쳐놓은 채 팔지 못하는 상인, 영정 사진 속에서 웃고 있지만 독한 진통제를 삼키던 어머니…….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인은 학교를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삶의 방식을 체험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세상의 부조리와 관절염과 비명과 부끄러움과 한숨과 아우성 등을 가르치지 않는 곳으로, 영화관을 사람이 돈보다 하찮게 대우받는 거짓말 같은 세상을 보여주는 곳으로, 교회를 평화로운 기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요양원을 당사자나 보호자나 외면하는 곳으로 인식한다. 뿐만 아니라 봄날의 느티나무를 소란스런 근심을 듣는 존재로, 도마 위에 놓인 광어를 안간힘을 쓰지만 속수무책인 대상으로, 코스모스를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캄캄한 몸으로, 파란 하늘과 바다를 노랫소리 들리지 않는 우울한 공간으로 인식한다. 결국 시인은 자신의 쓸쓸하고 힘들고 아픈 체험을 장소에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조항록 시인은 불평등이 확대되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공간을 힘없고 아픈 사람들을 향한 응시로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자본주의 체제가 불평등을 방치하거나 용인하는 현실 앞에서 절망한다. 모든 것이 경제적 이익의 기준으로 작동되어 부가 부를 낳고 빈곤이 빈곤을 낳는 상황을 수용할 수 없어 분노한다. 그렇다고 자신을 그 좌절감에 함몰시킬 수 없음을 시인은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실망과 분노와 슬픔 등을 감상적으로 토로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화시키고 있다. 자신의 힘이 미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시인의 이와 같은 자세에 대해 시대인들의 응원과 동참이 필요하다.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도 사회 정의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저자 소개

1992년 『문학정신』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지나가나 슬픔』 『근황』 『거룩한 그물』과 산문집 『멜로드라마를 보다』가 있다.  


 

머리말

시인의 말
여기 아닌 곳은
서울이 아니라 영월이나 통영,
또는 후쿠오카나 하이델베르크나 부다페스트,
내 곁의 ABC가 아니라 xyz,
그도 아니면 2016년이 아니라 1985년이나 2035년.
뭐, 그런 의미라고 해두자.

가슴에 새긴 것들을 박박 문지르며
나는 돌아눕지 못한다.
오후의 여린 햇살이 길다.

책 속에서

식당, 따뜻한 식욕
―공간응시자 4

낡은 식탁 구석에 앉아 끼니를 때우는데
나비 한 마리 날아와 하늘거린다
호접몽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그저 별 탈 없이 끼니를 잇는 내가 갸륵해서인지
나비 한 마리 콩자반과 어묵조림과
된장찌개 사이를 유람하며 살랑거린다
손을 내저어 나비를 쫓으려다
뭐 묻은 파리도 아닌데 어떻겠나 싶어
나는 못 본 척 살그머니 수저를 움직인다
곰곰 따져보면 밥상이 꽃밭 아닌가
누구의 정성이 노란 프리지어로 피어나고
찬 없이 차린 외로운 밥상에도
패랭이꽃만큼은 괜찮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느냔 말이다
꿀을 찾다 길을 잃은 나비의 허기에 대해 생각하며
된장찌개에 쓱쓱 밥을 비벼 배를 채우는데
여태껏 식당을 떠나지 못하는 나비는
어쩌면 나의 식욕을 유심히 관람하는 것이다
한 그릇의 끼니로 다시 걸음을 내딛으려는
나의 생명을 한없이 응원하는 것이다

잠시 길을 잘못 들어섰어도
나비와 나의 식욕은
둘이 함께
아름다운 꽃밭을 거니는 것 아닌가

목차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그게 말이 되느냐고 / 속수무책 / 눈 깜짝할 새 / 어쩔 수 없이 / 곧게 나아가는 것 / 빙산의 일각 / 꿈에도 몰랐다 / 사소한 역사 / 뒷날 알게 되는 것 / 납작한 너에게 / 빛나는 졸업식 / 몸무게를 재며 / 새벽 / 고양이는 어려워 / 봄날의 노인 / 그녀의 식사법 / 쓸모 / 구구절절 / 입동 이후
제2부
혼자 있는 방 / 먼 것 / 앨범 / 사진에는 찍히지 않은 것 / 고향 예찬 / 이유 / 순간의 묘미 / 미필적 고의 / 순박한 말 한마디 / 투명이 보고 싶다 / 처음 / 다음 / 오월, 느티나무 / 뭣도 아니면서 / 결국 / 눈 구경 / 식은 죽 / 공중의 식사 / 위리안치 / 이게 뭐라고 / 눈과 귀와 입과 코 / 다시, 자유를 떠올리다 / 동물의 왕국
제3부
동창회 / 옛날에 대하여 / 심금 / 악수 / 속셈 / 새파란 청춘 / 위로의 말씀 / 코스모스 / 가만히, 가만히 / 세월이 가면 / 캐스터네츠 / 천국요양원 / 점심 / 반성 / 나는 왜 / 회자정리 / 요번 생은 글렀다 / 눈앞이 하얗다 / 일말의 생 / 결심
제4부
적의를 감추는 기술 / 생각은 / 뭘까? / 고립을 자초하다 / 가만 보면 / 말복 / 어깨를 논하다 / 시장, 시끌벅적한 고요 - 공간 응시자 1 / 술집, 독고다이 - 공간 응시자 2 / 도서관, 청춘을 읽다 - 공간 응시자 3 / 식당, 따뜻한 식욕 - 공간 응시자 4 / 집, 누옥 - 공간 응시자 5 / 학교, 가르쳐주지 않는 것 - 공간 응시자 6 / 중환자실, 당신의 마지막 거처 - 공간 응시자 7 / 지하철, 질주하는 - 공간 응시자 8 / 거리, 너를 만나다 - 공간 응시자 9 / 영화관, 어둠 속에서 - 공간 응시자 10 / 교회, 흔들리는 이파리 - 공간 응시자 11 / 버스, 막차를 타고 - 공간 응시자 12
작품 해설:공간의 응시자― 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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