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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던 암벽에서

배성희 저 | 푸른향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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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7820473 / 156쪽 129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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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은밀한 생, 미(美)를 향해 나아가는 깊은 마음의 지도 『타오르던 암벽에서』는 『서정시학』으로 등단한 배성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고통의 끝에서 ‘은밀한 생’을 지펴 그 힘으로 현실의 삶을 밀고 나가는 존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독립적이지만 또 긴밀하게 결부되어 서로를 비춰주고 채워준다. 시의 화자는 미에 대한 본능적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그 욕망을 생의 에너지로 바꿔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나’의 존재와 삶이 서로 삼투하는 이야기는 깊은 서정의 세계로 이끌고 있어,... 은밀한 생, 미(美)를 향해 나아가는 깊은 마음의 지도 『타오르던 암벽에서』는 『서정시학』으로 등단한 배성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고통의 끝에서 ‘은밀한 생’을 지펴 그 힘으로 현실의 삶을 밀고 나가는 존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독립적이지만 또 긴밀하게 결부되어 서로를 비춰주고 채워준다. 시의 화자는 미에 대한 본능적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그 욕망을 생의 에너지로 바꿔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나’의 존재와 삶이 서로 삼투하는 이야기는 깊은 서정의 세계로 이끌고 있어, 독자는 아프지만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타오르던 암벽에서』를 읽는 일은 시인이 내어 놓은 마음의 길을 끝까지 걸어보고, 시인의 마음의 생태를 분석해 보며, 독자에게도 깊은 마음의 지도를 그려 보는 일이 될 것이다. 고통의 끝에서 스스로의 깊고 어두운 마음에 지피는 불, 삶을 재생시키려는 열망 시집에 수록된 「미에 대하여」, 「바람의 신부」, 「8·15 전야」, 「당나귀는 살아있다」, 「은밀한 생」, 「어린 까마귀가 다녀가는 옥상」 등은 고통의 끝에서 은밀한 생을 살게 되고, 그 힘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의 마음의 조각들이다. 그렇다 해서 『타오르던 암벽에서』가 온전히 고통을 새기는 데에 바쳐진 시집은 아니다. 자신의 깊고 어두운 마음에 불을 지피고, 삶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마음의 분투를 담고 있다. ‘나’의 은밀한 생은 결국 ‘어머니로서 살기’이다. 품에 안겨온 씨앗을 결코 시들게 하지 않는 일, 다른 것들의 흡착을 감수하고 그것들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어 주는 일이다. 「8·15 전야」의 모성 선언은 은밀한 생의 선언이다. 모성의 소유자들은 유랑의 고비 끝에 결국 삶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것은 ‘나’에겐 종속이 아니라 해방이다. 고통 끝의 삶을 추동하는 깊고도 강렬한 욕망은 모성적인 희생이나 이타적인 삶에만 머물지 않고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죽어가는 삶에 생명의 물줄기가 되어 스며들어 마침내 삶을 재생시키고 창조하는 힘이 된다. 그 생명의 힘이 시집 곳곳에 서정적으로 녹아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생, 그 봉쇄된 가능성을 깨우쳐주는 그윽한 평화 ‘시집을 떠도는 저 이질적인 언어들의 혼거(混居)의 풍경은, 구원의 가능성이 폐칩된 생에 대한 시적 반영이다. 말의 길이 가로막히고 생각의 집에 일어나는 균열들은 언어의 장막 안쪽의 저간을, 오래도록 생각게 한다.’라고 김문주 문학평론가는 추천글에 썼다. “온유한 그대는 나에게 매듭을 풀고 씩씩하게 살라지만 그런 기술은 어떻게 가능”한가. 배성희의 시는 그 어찌할 수 없는 生, 그 봉쇄된 가능성에 대하여 그윽한 평화로서 깨우쳐주려 한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짓을 서로에게 하”는 “괴물”같은 세계에 대한 증오를 “더 커다란 측은지심”으로 껴안기로 했다는 저 말들의 주인이, 미라 같은 生, 그것의 막막함과 메마름을 견뎌내며 응시할 “사소한 생의 그 너머”를, 다시 기다리게 한다.

저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서정시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악어야 저녁 먹으러 가자』가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시창작지원금을 수혜하였고, 201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책 속에서


멀리 물러서서 한 오라기 감정을 매만지며
머뭇거린 적 없다 나는
품에 안겨온 씨앗을 시들게 한 적 없다
현무암과 따개비의 흡착을
혼혈의 交感을 그리고
나를, 전투적으로 사랑했다

존재를 애무하던 바위틈 부드러운 해초들
그 모든 것을,
이제
잊기
바란다

황홀한 소멸을 향해 떨어지는 빗물
기록을 삭제하는 천 개의 손가락이 녹아 흐른다

生이라는
아름다운 이빨에 온전히 제 살점을 내어준 거대심해어
뼈 조각들이 은빛 별자리로 출렁거린다 여기는
나의 마지막 바다

고요히 가을비에 젖어
파스칼 끼냐르 은신처로 깃드는 밤이다
- 「은밀한 생」 부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예외적인가, 인수봉을 오르다가 실족사한 영혼을 생각한다, 그 암벽이 보이는 자리에 세웠다는 위령비를 생각한다, 안타까운 숨들이 이미 산에 스몄으니 비석을 거두어간 손길도 생각한다,
 
未와 迷 그리고 美에 대하여
 
어지러운 길 헤매고 돌아서 땀에 젖어 오른 매혹의 정상, 가느다란 오줌을 나무그늘에 누고 기지개를 켜본다 200개의 관절이 몸에서 해방되기를
 
헛디딘 발은 죽음에게
너는 너에게
가장 필요한 욕망이듯이
나는 나에게
가장 절실한 존재다

인류의 조상이 처음 불꽃을 피울 때처럼, 어제의 쓰라린 묘혈에 불안한 막대기를 세우고 두 손으로 비벼 비벼서 불을 지핀다, 하루 또 하루 기적처럼 새 불이 오래된 불 씨앗에서 되살아나기를
 
그리하여 소멸은 소멸되지만 나는
가장 아름다웠다
타오르던 암벽에서 너와 함께
​- 「미에 대하여」 전문
 
늦가을 옥상에는 북서풍이 불어 닥치고
마음이 생겼다
깃대를 세웠다

다른 삶의 기류가 시작된 날
어떻게 그러냐고 쑤군거리든 말든
우러나는 만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그 아래 건너편 고물 처리장
포크레인 기사는 캠핑 파라솔을 세웠다
그늘도 되고 비도 가리고
룰루랄라 기름 친 관절마다 단독자의 리듬
무소속의 율동은 구겨져 있다가 튀어나왔다

좀 더 움직이는 것 좀 더 느끼는 것
나중에 저기서가 아니고 지금 여기서

내 어린 까마귀가
옥상에서 춤을 추는 동안
- 「어린 까마귀가 다녀가는 옥상」 부분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미에 대하여 | 바람의 신부 | 벌의 정령 | 닭살과 달의 우주쇼 | 구름의 핏줄 | 폭우 | 6월의 냄새 | 검은 유랑의 기록 | 4억만 개의 파도를 | 속도의 방정식 | 깃털왕관을 위한 삼중주 | 붉은?
2부
8·15 전야 | 소울그린 | 기차여행 | 포항 | 무드리에 별이 뜬다 | 漁客 | 정지선 | 그는 나에게 | 흩어지는 달 | 당나귀는 살아있다 | 은밀한 생 | 미농지를 위하여
3부
감상적인 들판 | 한낮의 어둠 | 오해 | 녹이는 이야기 | 세 개의 달 | 거품청소기 | 너의 방으로 | 강물은 왜 | 보리 베기 | 아물지 않는 | 휴지기 | 1부터 9까지 나의 번호는? | 李箱 폐인
4부
언제부터일까 | 두 번째 달 보내기 | 함께, 그리고 있다는 | 마리텔 | 전망대 | 벽난로가 타는 집 | 近死체험 | 들숨날숨 | 로터리와 장미의 역사 | 무너지지 않아 | 어린 까마귀가 다녀가는 옥상
해설| 미(美)를 향해 가는 깊은 마음의 지도· 현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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