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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나침반 이돈배 시집

시리즈 : 천년의시 1000 시리즈 [15]

이돈배 저 | 천년의시작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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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2954 / 128쪽 129 x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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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천년의시 0063. 공저시집 『이상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1994, 일신)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돈배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이돈배 시학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사유 방식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내면이든 풍경이든, 그 안에서 ‘시간’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수반된다는 점에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 안에 놓인 세계내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삶의 형식을 투시하려는 시인의 시선과 연관된다. 이때 ‘시간’은 객관적으로 분절된 물리적 개념으로서의 시간이 아니라, 개개인의 구체적 삶에서 경험되고 인지되는 주관적 형식으로서의 시간을 말한다. 사실 한 편의 시 안에 배열되는 시간이란, 시인의 경험적이고 주관적인 시선에 의해 채택되고 배제되는 ‘시적 시간’일 것이다. 그러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물리적 시간 자체가 시 안에 재현될 방법은 전혀 없게 된다. 이돈배 시인은 사물과 풍경 속에 존재하는 오랜 시간의 파동을 통해 존재자들의 음영陰影을 보여주면서, 독특하고 개성적인 심안(心眼, 深眼)을 통해 ‘풍경 뒤의 시간’ 혹은 ‘풍경 자체인 시간’을 바라보는 이[見者]로 다가온다.

 

저자 소개

고려대교육대학원, 조선대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공저시집 『이상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1994, 일신)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황새의 눈』 『궁수가 쏘아내린 소금 화살』, 문학평론집 『자연의 음성과 사물의 감각화』가 있다. 서은문학상, 에디슨기장紀章, 광복70년 『문학미디어』 평론상, 한국문학비평학회학술상을 수상했다. 
송원대학교 명예교수. 
E-mail: ledb40@hanmail.net 

머리말

저물어가는 실어失語의 인내와,
사라지지 않은 형상을 안고
거듭 흔들리는 오랜 사유의
새 창을 여는 지난한 몸부림이다.

결핍의 충일充溢과 함께 삶의 가치를 노래하는 신비를 때로는 사랑으로, 만유의 소명과 정해正解의 이정里程을 찾아 걸어가는 중이다. 지상에서의 고독과 방황에서 벗어나는 우주의 숭엄한 분수령을 넘나드는 부유浮游의 동시적 표상이다. 듣고 느끼는 무한은 자연의 궤도를 따라 침묵하는 보류保留요, 낙원에 펼쳐지는 시 세계는 감동의 변혁이다. 따라서 시들이 만드는 이미지의 질서는 새로운 창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순간에도 나는 내가 그동안 쌓아온
어리석은 아집과 얼룩진 오도를 참회하며
사위四圍의 모든 가슴에 남긴 온갖 상처를
다 지울 수 있도록 관유寬宥를 빈다

2016년 가을날에.

책 속에서

카오스의 나침반


느릿느릿 움츠리다가 빠르게 날개를 접고 나는
세상 밖으로 나온 나비는
빗나간 날갯짓으로 흩어지는 한 가닥 질서이다.

소용돌이치는 가장자리에서 파동을 일으키며
만곡을 이루는 둥근 고리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굴곡으로 펼쳐지며 북소리의 율동처럼 덜커덩거리는
와동渦動은 수레바퀴의 불안한 유동流動이다.

산꼭대기에서는 해가 지는 두려움을 기다려
짐승들의 울부짖음이 구름 사이로
어두운 기억을 만들고 있다. 사막의 모래바람이
잦아드는 계곡에는 방황하는 철새들과
비행선이 가지런하게 떠나고 있다.

동맥에서는 째깍째깍 초침소리 들려온다.
구름 위에서는 푸른 광장에서 흘려보내는 물보라가
회전하는 별의 산란하는 빛을 모아
심장의 박동소리를 거듭 무너뜨린다.

빙하가 흐르는 강물의 중심에는 더운 물이
흐른다. 나선螺線으로 더운 물을 감싸주는,
강둑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맺는 열매가
양치류의 덩굴줄기처럼 너울너울 춤을 추며 밀려온다.

둥근 고리가 붉은 반점을 돌아 나오면
테두리를 순행巡行하는 길목에서 노래를 부르는
역행逆行의 시작점이 한 손에 잡힌다.

휘몰아치는 흐트러진 질서를 모으는, 은하의 구름
나침반이 있는 그곳에는 여전히 안개별의 숨소리 들린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하얀 주목朱木 13
시들지 못하는 꽃들 14
나는 참 허수아비 15
순교자 샘터에서 17
흔적, 갈망 18
이동성 고기압 19
중산간 상여 소리 21
빨간색 여인의 구두 22
마을 23
석죽화 25
쌀의 여신 26
물굽이, 세상을 깨우다 27
귀환의 퍼포먼스 29
침선비針線婢의 행렬 31
제2부
나의 옻칠漆 35
검은 통로의 휴식 36
대장간 아침나절 37
어항漁港의 창 38
카오스의 나침반 40
우리가 허기진 이유 42
개마고원에서 43
내시경 정원 44
카프리의 서층序層 46
안개들의 비영飛泳 47
돌머리石頭에 서서 48
왕방울 황장승 49
점·틈 사이에 50
팔려가는 날, 젖 한 모금 51
성곽 안의 사람들 52
맹골수도, 하선下船하라 53
바다에 핀 파란 장미 54
가라앉은 침묵, 기울기 55
제3부
모현母峴의 언덕에 59
거해궁巨蟹宮에서 보내온 교신 60
천칭궁天秤宮 눈금을 읽는 염간鹽干들 61
목어木魚가 헤엄을 칠 때63
문蚊생원 서간書簡 64
거미줄에 얽힌 아기 잠자리65
닭전머리에서 만난 계관鷄冠66
기린산麒麟山 꿩소리 68
공작새의 웃음 70
벽슬壁蝨공자 71
사공蛇公들에게 72
서옹鼠翁의 훈령 73
바다거북 75
초록실 나르는 비익조比翼鳥 76
개구리밥풀의 공명共鳴 77
제4부
방풍꽃 향기 81
꽃잎이 지는 밤 83
여름밤을 그리는 동화 84
작약화 85
산정의 갈대는 늪에 87
작설차 88
오동꽃 피는 날 89
묻힌 연꽃 90
박꽃, 박속무침, 하얀 손님 92
담양 죽물장 근처 94
어떤 파도 96
차령車嶺의 옷자락에서 97
검은 고인돌 99
소매치기 아들의 앨범 100
태극선太極扇 102
석실 궁전 103
무의巫醫의 왕진 104
헛발질하는 공空 하나 106
해설
유성호 시원始原의 스케일과 존재론적 근원 지향의 서정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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