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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8 주요일간지 추천도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바람, 끌림, 그리고 여행……. 정처 없이, 얽매임도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세상을 떠도는 이병률의 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바람의 냄새가 난다. 시집 『바람의 사생활』『찬란』『눈사람 여관』에서도, 지난 10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여행 책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서도 바람 냄새가 자욱하다. 그런 그가 첫번째 ‘대화집’을 내놓았다. 시집과 산문집 사이, 바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목소리를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평소 그의 글을 흠모해온, 그의 책을... 바람, 끌림, 그리고 여행……. 정처 없이, 얽매임도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세상을 떠도는 이병률의 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바람의 냄새가 난다. 시집 『바람의 사생활』『찬란』『눈사람 여관』에서도, 지난 10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여행 책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서도 바람 냄새가 자욱하다. 그런 그가 첫번째 ‘대화집’을 내놓았다. 시집과 산문집 사이, 바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목소리를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평소 그의 글을 흠모해온, 그의 책을 애독해온, 곁에서 후배로 함께 책을 만들어온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가 질문을 던지고 시인이 답했다. 2015년 여름에 첫 대화를 시작해 이듬해 여름에 책이 나올 때까지 두 사람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시인이 좋아하는 술에 대하여, 약간의 취기가 오른 듯한 연애감정이 묻어 있는 글에 대하여,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사람을 싫어하는 것에 대하여, 일과 쉼에 대하여, 풍요로움과 가난에 대하여, 인생이라는 순례에 대하여, 기억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그의 전부인 시에 대하여, 문학에 대하여, 여행에 대하여……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미련을 붙잡지 않고, 가급적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화를 모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버린 끝에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유년 시절의 기억에 대해서도, 왜 시를 쓰냐고 묻는 평범한 질문 앞에서도 그의 대답은 슬픔의 물기로 절절하다. 그래서 찬란하다. 지금까지 자신을 품어준 건 세상이었다고, 사랑의 감정을 허락해준 바로 당신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언어는 문드러지도록 빛이 난다. [출판사 서평] 오죽하면 나 스스로에게 붙이고 싶은 별명이 ‘Fragile Tag’일까요. 공항에서 짐에 부치는 ‘취급주의’ 꼬리표 있잖아요. “이병률의 마음은 삶과 풍경과 시간 속으로 스미면서 말을 빚어낸다.”(김훈) 그를 아끼는 소설가 김훈의 말처럼, 이병률의 말들은 우러나서 번진다. 번지는 말들이 다시 깊이 스미고, 삶과 마음에 포개지는 자리를 따라서 그의 글은 쓰인다. 그렇게 그의 글들은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에 잠겨 닿을 수 없는 것, 만질 수 없는 것, 뒤늦게 보았지만 이미 흘러가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을 꺼내어 보여준다. 그 글이 놓이는 자리에 우리는 마음을 누인다. 그곳에서 숨 쉬는 나를 발견한다. 시집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 그가 스친 자리는, 그가 두고 온 자리는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그건 아마도 그의 글이 저 건너를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너머 풍경’을 응시하는 그의 마음에 150만 명의 독자들이 깊게 공감하고 교감한 것은 당연하다. 세상을 귀이 여기고, 그 속의 사람을 더 곱게 보듬어 안는 그 덕분에 우리 마음과 마음의 다리가 놓이고, 건널 수 없을 것 같던 풍경과 풍경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글은 한 편의 시를 넘어, 한 폭의 여행 산문을 넘어 우리 시대 청춘의 마음을 울리는 잠언이 되었다. 그가 세상을, 사람을 그리워하듯이 우리도 그의 글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안으로 멀리 뛰기』는 그의 첫번째 대화집이다. 평소 그의 글을 흠모해온, 그의 책을 애독해온, 곁에서 후배로 함께 책을 만들어온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가 질문하고 그가 답했다. 시인에게 이번 대화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라며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물음에 답하며 살아온 일과 살아갈 일들이 뭉쳐지고 버무려지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으며 그 바람에 어떻게 살아갈 거라는 것도 알게 되어 또 울컥했던 시간이었다.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여서일까. 시인의 음성에는 청춘에 대한 진한 애정이 깊이 배어 있다. 무엇이든지 쉽게 평균치가 나오는 이 땅에서 취업 문제, 자기 정체성 문제, 막막한 미래에 신음하는 청춘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글은 쓰지 않겠다고 늘 다짐한단다. 그리고 청춘을 향해 따듯한 손을 내민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디테일이 주는 여운’에 있다고, 그러니 이 땅의 청춘들이 그 여운을 품고 자기를 만드는 시간들, 자기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안으로 멀리 뛰기’. 시집과 산문집 사이, 바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목소리가 찬란하게 빛나는 이 책의 제목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얼마나 갖느냐가 그 사람을 빛나게 한다는 시인 이병률이 우리에게 전하고픈 바람이자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바람만이 아는 사람. 이병률은 오늘도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지 않는 ‘야생의 습관’으로 세상을 떠돌 것이다. 그리고 소리 없이 돌아와 ‘사람 안’에서 시를 쓸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여행을 갈 때 꼭 가져가야 할 것을 많은 분들이 자주 묻는데, 나라면 좋은 기억 장치를 가져가겠어요. 좋은 기억 장치라는 게 기술적인 뭔가가 아니라, 무엇보다 ‘비운’ 상태여야죠. 텅 빈 상태라 잘 들어앉거든요. 외로움이나 결핍이 있는 상태처럼, 많이 비운 상태로 가는 것. 많이 소진된 상태로 가는 거요. 그래야 잘 흡수할 수 있어요. 그럴 때일수록 웬만한 것들이 아름답고, 소소한 것들이 고맙죠. 시대에 맞서는 시인이기보다는 ‘사람’에 맞서는 시인이에요. 하늘이 시인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했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요. 그 답은 시인한테 있겠는데, 아니, 답이라기보다는 시인의 시와 시인의 삶 속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인데. 시인으로서 저의 역할은 다음 세대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일입니다. 다음 세대가 세상에 대고 욕심을 휘두르거나 얕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지 않게 하겠습니다.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어야겠지요. 사랑을 잊기에 그만인 곳이 있습니다. 알려드릴게요. 핀란드, 겨울의 국도예요. 눈이 덮여 있어서 길이 분간이 안 되는 길 양옆으로 침엽수들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어요. 핀란드 설국의 풍경은 오로지 그것뿐입니다. 차 안에서 시간이 지루하면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되는데 그것도 곧 지루해지죠. 그 풍경 앞에서 문득 말이죠. 이상하도록 내가 살았던 방식은, 내가 좋아한 사람에 대한 감정은 복잡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지루한 것으로부터 우린 명료한 것을 찾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이 지루하다던가, 이만큼의 행복이 지루하다던가,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지점에서 뭔가 명료해지는 것처럼요. 이상하게 인생은 숨통을 따라서 그렇게 돼가는 거죠. 사랑하면 자야 하잖아요. 손 잡고 자는 거 말구요. 잠도 감정의 한 영역이니까. 하지만 그러면서 확 가까워지는 느낌, 뭐든 괜찮을 것 같은 느낌. 난 그게 싫더라구요. 서로에게 쉬워지는 느낌이죠. 동물적인 상황을 겪고 나면 원래 다 그럴까요. 우리가 한 사람과 헤어지고 잊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결국 잊어야 해요. 내가 살아야 하니까. 그게 진실이에요. 어떻게든 잘 털어내야만 하는 것. 그래서 잊고, 잊히는 거예요. 결국 사랑이 아닌 삶을 선택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 있고, 잊을 수 있는 거겠지만. 그런데 우리의 몸이 불쑥불쑥 기억하는 건 그게 아닌가 봐요. 난 공부 잘하는 사람하고 일하고 싶지가 않아요. 재능이나 열정이나, 아니면 최소한의 가능성을 가진 사람하고 일하는
이병률의 한 마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라며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을 돌아봅니다. 시를 쓰고 여행을 하고 방황을 일삼고 살고 있지만 방송 일을 오래 했으며, 출판 일을 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섬을 좋아합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고기보다는 물고기를 많이, 먹으려고 합니다. 이것도 확실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만든 건, 매일매일 일어나는 기적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이 나의 종교입니다. 이 책은 그냥 망연히 떠든 것이어서 좀 심하게 멍청하다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병률입니다. 글은 가면을 가지기 쉽지만, 실제의 나는 나에 관한 한 많이 말해버리거나, 다 말해버리는 사람이니까요. 어떤 ‘폭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근거리는 일, 벅찬 일들은 모두 안으려고 합니다. 껴안지 않으면 그것은 놓쳐버리는 일일 테니까요. 윤동희 대표의 물음은 즐거웠습니다. 살아온 일과 살아갈 일들이 뭉쳐지고 버무려지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으며 그 바람에 어떻게 살아갈 거라는 것도 알게 되어 또 울컥.
윤동희의 한 마디
바람을 녹음해 돌아온 이병률의 글은 저에게 세계의 껍질이자 내부였습니다. 어떤 글은 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또 어떤 글은 나를 저 너머로 이끌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먹고 사는 일에 다짐 따위 하지 않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출판그룹 문학동네’에서 함께 책을 만들며 독자에서 ‘후배’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대화를 청했습니다. 『안으로 멀리뛰기』는 그의 첫번째 대화집입니다. 평소 그의 글을 흠모해온, 그의 책을 애독해온, 곁에서 후배로 함께 책을 만들어온 제가 질문하고 그가 답했습니다. 2015년 늦여름에 첫 대화를 시작해 이듬해 늦여름에 책이 나올 때까지 우리 둘은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미련을 붙잡지 않고, 가급적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화를 모았습니다. 시집과 산문집 사이, 바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목소리를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 술을 많이 드시는 편이세요.
술을 마시면 웬만한 상황들이 좋아지죠. 많이 마시지만 많이 마시더라도 취하지는 않아요. 조금 마셔서 취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아직까지는 술의 양에 따른 큰 차이가 없어요. 술을 마시고 바뀌거나 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술을 마시면 인간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그냥 그 순간을 즐기죠. 술 먹고 난 후에 나빠지는 사람은 본성이 안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요. 난 다행히 그런 쪽 사람은 아닌 걸 확인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고 할까요. 이병률이라는 애주가는 변호를 이런 식으로 하네요. (웃음)
- 작가님 글에는 약간의 취기가 오른 듯한 연애감정이 묻어 있어요. 누구를 보고 설렌다거나, 사랑에 빠지는 특정 순간을 포착한 듯한 느낌.
누구를 좋아해야 그것도 가능해요.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면 모든 일이 잘돼요. 신명이 실려 있다고 할까요. 몸에, 정신에 리듬 같은 것도 흐르겠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래서 약간 발그레해진 상태라면 어떤 글도 잘 써질 거예요. 좋은 연상, 좋은 비유, 좋은 메시지까지도 담긴 글을 쓸 수 있겠죠.
- 연애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인간의 불빛을 의지 않겠다고 마음 다잡’는 날이 늘 반복되는걸요.
마냥 좋은 게 아니니까, 그저 마음에만 두는 것도 괜찮죠.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 이성한테만 국한된 게 아니라 그냥 나하고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하고 함께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것. 나만 주는 게 아니거든요, 관계란……. 분명히 거꾸로 오는 것도, 그쪽으로부터 들이닥치는 것도 많아요.
- 젊은 친구들로부터 꿈에 대한 질문…… 많이 받으시죠?
한 젊은 친구가 불어를 배우고 있댔어요. 불어, 어렵죠? 그랬더니 아니요, 라고 대답하는. 어느 갤러리에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이라는데 하나도 가슴 뛰질 않는다네요. 이야기를 조금 해보니 자신은 예술이 뭔지 모른대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 일을 얼마나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일을 하고 나면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요, 했어요. 글쎄, 그럴까요, 라고 대답을 하네요. 조금 놀랐어요. 하나도 두근거림이 없는 상태의 그 친구가요. 예술은, 자기하고 닮은 것을 찾는 일이고 동시에 자기하고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어요. 예술가인 남자친구를 만나 보라고도 말했어요. 누군가가 좋아지고 그 사람에게 뭔가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래서 요리를 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인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예술은 그냥 사랑의 감정이랑 비슷한 거예요. 여기까지 말하다가 그 친구가 그렇게 동감하는 눈빛이 아니더군요. 그때 생각했지요. 그 친구가 불어를 하나도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거나, 내가 예술에 대해 조금은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것은 어쩌면 평행선상에 따로 위치하고 있는 거라는 걸요. 꿈에 대한 답변은 선명한 것일수록 할 말이 많지요. 꿈이 없는 것이 젊은 세대의 특성이기도 하니까요. 꿈이 없는 세대한테 꿈이 왜 없냐고 묻는 것도 폭력이에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풍요로움을 갈망하잖아요. 그 풍요로움이 사실 행복한 거잖아요.
풍요로움이라는 게 불편함이 없는 거라고 한다면 저는 풍요로운 사람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할 수 있고, 어디론가 숨거나 떠나고 싶을 때 지갑 하나, 여권 하나 들고 갈 수 있으니까요. 사람의 풍요로움도 있어요. 시간이 없어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틈틈이 생각하는 사람들. 저는 가족과 굉장히 멀리 지내려 해요. 일부러, 물리적으로, 멀리…….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제 부모님은 유독 정이 많으세요. 세심하세요. 그것이 내가 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가족한테 살갑게 굴지를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교감이나 감정은 당연히 있죠. 달착지근한 것들로 채워져 있으면 글이 쓰일까…… 싶어서 가족으로부터 거리를 두었지만 따듯한 건 찾게 되니까, 본능적으로 다른 개념의 가족을 만들면서 사는 사람이기도 해요. 조금은 스님 같기도 적잖이 수도사 같기도 한 상태. 그 정도만으로도 풍요롭지요.
- 사람을 만나도 헛헛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요. 취미가 뭐냐고요. 난 대답 대신 가만히 있죠! 그러면 그쪽에서 ‘예를 들어 책 읽는 걸 좋아한다거나 영화 보거나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든지 그런 거 없느냐’고 다시, 묻습니다. 난 슬쩍 소리를 높입니다. “그런 것들은 그냥 하고 사는 것들 아닌가요?” 취미라는 말이 싫었던 것 같아요. 취미를 묻지 말고 다르게 묻는 법도 있지요. 뻔하게 묻지 말았으면 하는 거예요. 뻔하게 말하면 뻔하게 살아지잖아요. 예를 들어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음식 먹는 걸 좋아해요?” 이렇게 묻습니다. 이 정도로 질문이 좋으면 나 같은 경우, “둘 다 좋아하죠”라고 마음을 열게 되는 겁니다. 취미라는 말은 없어진 것 같아요. 우린 뭐든 하거든요. 취미 없는 자체도 취미일 수 있고요. 우린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뭔가를 하면서 살고 있는데 질문은 그냥 단순하기만 한 거예요. ‘쉬는 날엔 뭐하느냐’고 물어오면 하나 둘을 대답할 테고, 그렇다면 ‘쉬는 날엔 매번 그 똑같은 일을 해야 하니?’ 싶은 거죠. 질문은 결국 그 사람이 누군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 영향인지는 몰라도 요즘 사람들은 도무지 사람을 만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만나지 않기 때문에 만날 줄을 모릅니다. 만나지 않기 때문에 만나더라도 얼마 안 가 헤어지고 맙니다.
- 책을 쓰시고 강연을 하시다보면 젊은 독자들을 자주, 많이 만나게 되잖아요. 출판사에서 함께 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젊구요. 어떠세요? 글을 쓰실 때 그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
글을 쓸 때 기준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그 글은 엉망인 거겠다, 이렇게요. 대한민국이라는 곳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 객관적인 통계를 의뢰하지 않아도 무엇이든지 쉽게 평균치가 나오는 곳이에요. 어떤 노래 좋아해?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 좋아해? 뭐 갖고 싶어? 좋아하는 브랜드는? 그러면 자판기처럼 답이 나오는 게 대한민국이에요.
저마다 주장하는 바나 자의식이 있을 텐데, 당차게 ‘Yes or No’가 있을 텐데, 싫어하는 게 분명하고, 좀더 디테일한 기호나 취향을 가지고 살아도 모자란데 개인한테 강력한 한방이 없어요. 그게 결국 그 사람을 형성하니까요. 예를 들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도 ‘디테일이 주는 여운’에 있잖아요.
자기를 만드는 시간들, 자기를 바라봤어야 할 시간들을 가지지 못했으니 ‘유니클로’ 같은 외모를 한 청춘일 뿐인 거죠. 스스로한테 ‘안녕’하고 인사하는 법이 없어요. 대신 옷을 사거나 화장을 하거나죠. 그건 누구나 하는 ‘자기한테 하는 인사법’이라 거리에서 만나는 청춘은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거의 다 그 모습이에요. 여기에 취업 문제, 자기 정체성 문제, 막막한 미래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니까 힘들죠. 전쟁에 아우성인 거죠. 그렇다면 나의 이십대도 그랬을까? 나도 그랬던 것 같은데…… 아니, 정말 이 정도로 그랬을까? 여러 번 생각해봐요.
굳이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가 아저씨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어요. 게다가 우리 모두 병에 걸려 있잖아요. 외로움이라는 병. 하지만 젊은 사람한테 외로움은 약이 될 거예요. 외로움이란 스스로 ‘자존(自存)’하기 위한 방식에서 생겨나는 거니까. 특권이라 여겨도 참 괜찮겠다 싶지만, 지금의 청춘은 자기를 필요 이상으로 아끼고 과하게 사랑해요. 자기를 사랑하는 것, 중요하죠.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지만, 자기를 너무도 사랑해서 외로운 쪽으로 기우는 건 쫌.
혼자 있는 시간을 얼마나 갖느냐가 결국 그 사람을 빛나게 합니다. ‘외로움의 세포’를 잘 다스리면 괜찮은 사람, 나은 사람이 돼요. 이건 명백히 확실해요.
- 여행 갈 때 가져가는 게 있는지요?
여행을 갈 때 꼭 가져가야 할 것을 많은 분들이 자주 묻는데, 나라면 좋은 기억 장치를 가져가겠어요. 좋은 기억 장치라는 게 기술적인 뭔가가 아니라, 무엇보다 ‘비운’ 상태여야죠. 텅 빈 상태라 잘 들어앉거든요. 외로움이나 결핍이 있는 상태처럼, 많이 비운 상태로 가는 것. 많이 소진된 상태로 가는 거요. 그래야 잘 흡수할 수 있어요. 그럴 때일수록 웬만한 것들이 아름답고, 소소한 것들이 고맙죠. 정신적으로 결핍도 없고 영양 상태도 너무 좋은 나라면, 가서도 잘 먹고 잘 쇼핑하고 잘 쉬다 오면 그만이겠죠. 흡입할 상태 말고 흡수할 상태의 나를 데려간다면 많이 가져올 거예요. 뭐든 가지러 가잖아요. 거기에 나를 다 쏟아 붓고 오는 게 여행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말이 하기 싫어서 떠난 걸 수도 있겠지만 어린왕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낯선 이에게 말을 붙이기도 해야겠지요. 우연히 마주친 어린왕자를 놓치면 안 되니까.
- 현재를 살고 있는 시인인가요?
시대에 맞서는 시인이기보다는 ‘사람’에 맞서는 시인이에요. 하늘이 시인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했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요. 그 답은 시인한테 있겠는데, 아니, 답이라기보다는 시인의 시와 시인의 삶 속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인데. 시인으로서 저의 역할은 다음 세대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일입니다. 다음 세대가 세상에 대고 욕심을 휘두르거나 얕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지 않게 하겠습니다.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어야겠지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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