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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530252 / 120쪽 128 x 187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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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학들 시선 [48]
출판사 리뷰
죽음을 눈앞에 둔 시인의 내밀한 고백
“나는 이제 나를 떠난다”
여기, 한 권의 시집이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중학교 2학년 때 김동리의 단편소설 「황토기」를 대하면서 끓어오른 문학적 갈망은 “참고서 밑에 숨겨 놓고 늦은 밤 몰래 읽다 어머님께 혼이 났던” 시절로 이어졌지만, “고등학교 2학년 교지에 그 제목도 거창한 「별에 부치는 서시」가 활자화된 것이 처음이며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이십 대를 지나 사십 대를 넘도록 서점에 들러 시집을 사는 날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마냥 기뻤다”고 시인은 「자전적 초상」에서 고백한다. 마치 죽음을 예감한 듯, “긴 여정을 보내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일까?” “나를 싣고 그곳에 갈 새벽 첫 배를 기다린다”고.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운』(문학들 刊)은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광주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했고, 2007년 『문학예술』에 문병란 시인 추천으로 등단한 이상렬 시인(1953∼2014)의 유고 시집이다.
“어지럽구나//북 치는 아이들의 손 떨림이 파르스름하다/작고 큰 북들이 연이어 몰려든다/그리고 드문드문 징을 치며 가까이 펼쳐 온다//꽃이 피기 시작하구나//(중략)//나는 이제 나를 떠난다”(「해돋이」)
“민물과 바닷물이 차별을 버리고/하나 되어/생이 다시 시작되는 곳//그 위에 기대어/생전의 그대들과/사진을 나눈다//구분 없이 하나 되는 인연도/자연의 품으로/함께 없어지는 곳//그래서/뒤돌아보고 마는 곳”(쇠소깍에서)
만남과 헤어짐, 기억과 망각, 채움과 비움 등 죽음을 눈앞에 둔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삶의 자세와 예지가 빛나는 시집이다. “잊혀짐은 필히 슬픔을 넘어선 희망이여야지요/잊혀지겠지요”(「들꽃」)라는 슬픔과 희망은 “아프지 않은 아름다운 이별의 준비도/가을 햇살 빛나는 손짓에/투명한 나의 영혼은/목이 타며 두렵지 않은 게다”(「단풍소묘」)라는 의지가 되기도 하고, “예쁘게 웃고 있는 꽃보다/소담히 지고 있는 꽃이/아름답다는 것을”(「깨달음」)이라는 깨달음이 되기도 한다.
“상렬아, 내 곁에, 아니 우리의 곁에 지금 네가 없다. 광주에 가면 그래도 혈육처럼 따르고 다정다감했던, 그러나 불의와 불명예 앞에서는 단호했던 네가 있어 행복했었는데.”라는 허형만 시인의 만가는 구슬프고, “그가 세상을 뜬 이후에 못 보던 것들이 눈에 띈다.” “삶이 죽음이기도 하고, 죽음이 곧 삶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죽음 저편에 있는 친구가 오히려 나에게 삶을 가르친다.”고 한 정승윤 시인의 발문도 가슴 아프다.
누구라서 인생이라는 여정 끝의 본향을 거부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 끝에서 “나를 싣고 그곳에 갈 새벽 첫 배를 기다린다”고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