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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2602 / 116쪽 130 x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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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시작 시인선 (천년의시작) [300]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시작시인선 196권. 200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한 신덕룡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삼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그간의 내면적 정황을 지시하고, 나아가 그의 시세계와 삶의 향방마저도 예고한다. 신덕룡의 시집의 모든 시편은 ‘하멜서신’이라는 명명을 부제로 달고 있다. 개별 시편에 동일한 부제를 나중에 단 경우라기보다 일정 기간을 고스란히 특정한 인물의 정념으로 산 내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땅에 표류하여 청·장년기를 보낸 하멜에 자신을 투사한 60편의 시는 서정시의 핵심 전통인 단일 화자를 한 권의 시집으로 확대... 시작시인선 196권. 200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한 신덕룡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삼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그간의 내면적 정황을 지시하고, 나아가 그의 시세계와 삶의 향방마저도 예고한다. 신덕룡의 시집의 모든 시편은 ‘하멜서신’이라는 명명을 부제로 달고 있다. 개별 시편에 동일한 부제를 나중에 단 경우라기보다 일정 기간을 고스란히 특정한 인물의 정념으로 산 내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땅에 표류하여 청·장년기를 보낸 하멜에 자신을 투사한 60편의 시는 서정시의 핵심 전통인 단일 화자를 한 권의 시집으로 확대한 사례이다. 낯선 조선 땅에서 13년을 보낸 하멜의 서사와 시선 위에 구성된 『하멜서신』은 이방인으로서의 삶, 내동댕이쳐진 생의 폭력성을 하멜의 마스크를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시집에 담긴 생에 대한 정념의 형상은 이역의 땅에서 장년기를 보낸 시인의 개인적 이력과 포개지고, 좀 더 넓게는 생의 보편적 비극성에 대한 수일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덕룡 시의 중요한 특징인 소리와 적요에 대한 감각은 그의 시가 지닌 경청이나 내밀함의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깊은 내면성을 부조해내는 데 기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멜’을 시집 전체의 내면적 표상으로 삼은 것은, 신덕룡의 시세계, 그 고요와 평정과 식물적/ 생태적 사유의 내부에 드리워진 이 정념들과 마주하려는 시인의 의지의 소산이다. 이방인으로서의 삶, 내던져진 운명의 생, 그 어둠 속에서, 길의 부재 속에서 “찾아야 할 길이 있다고 믿으면서” “더듬더듬” 찾아낸 세계, 그것이야말로 『하멜서신』이 궁극적으로 천명하고자 하는 내용일 것이다.
하멜(Hendrick Hamel, 1630~1692)이었다.
병영에서 만난 그는
눈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유배 아닌 유배로 이곳에서 칠 년을 살았다.
이제는 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표정이었다.
억울함과 분노, 고통과 절망과 그리움이 뒤섞인
그의 눈빛이 몸속에 스며들었다.
낯익은 슬픔이었다.
풋잠에 들다
―하멜서신
이게 무슨 일인지
도대체 설명할 길 없습니다.
누구 하나 눈길 건네는 이도 따라오는 기척도 없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가도 가도 언제나 제자리, 떠난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멀리 강진을 지나 마량포구까지 앞서 갔던 마음들도
너덜너덜 찢겨진 채
왼종일 쪼그려 앉아 나막신을 깎던 공방의 끌밥처럼
발밑에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이건 악몽일 뿐이야 누군가의 꿈속에 끌려왔을 뿐이라고
고개를 흔들어보지만
지금 여기, 왜 왔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한 백 년쯤이나 됨직한
의문들, 벗어날 길은 아예 없겠습니다.
옻나무에 스치다
―하멜서신
그냥 지나쳤을 뿐인데
온몸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따지고 보면 독毒이란, 도대체 견딜 수 없는 가려움이거나 끈적거리는 허연 진액이거나 핏빛 선명한 나뭇잎이거나 문풍지를 비집고 들어와 뼛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텅 빈 하늘에서 홀로 반짝이는 별빛이었다.
그리움도 마찬가지. 빼낼 수 없는 가시였고 꽉 다문 입술이거나 벌겋게 타오르는 저녁놀이거나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나무 그림자 때로는, 온 산천을 휘젓고 다니던 봄밤의 꽃가루들……
그런데
나는, 나의 이름은?
마당귀로 몰리던 소소리바람
밤새도록 끙끙 앓아도 풀리지 않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그림자나무13
영암을 지나며14
풋잠에 들다15
녹비鹿皮16
새18
들국화19
맨발의 은행잎들20
‘꼬다’라는 말22
담을 치다23
민달팽이, 혹은 좌표들24
잠꼬대26
아무 날 아무 시27
곡신谷神에 대하여28
창밖의 귀30
꽃과 새32
제2부
수인사修仁寺35
잡초를 뽑다36
옻나무에 스치다37
상수리나무38
홍시40
겨울의 묵시록42
남씨南氏로 살아가기 144
남씨南氏로 살아가기 2 46
나선의 방향48
고추에 대하여49
탈관脫棺50
막걸리51
매일매일52
등거리54
제3부
등뼈57
추석 무렵58
뿔, 없어도 되는59
잃어버리다60
마량포구61
등잔불의 역사62
밀서를 읽는 시간64
전생에 나는66
눈 밖에 나다 68
비질을 하다70
맨발71
보리개떡72
다락방74
낫과 호미76
아무개들77
제4부
틈81
절반의 기억들82
묘책83
영암 월출산84
흩날리는 벚꽃들86
초분草墳 앞에서88
한가하다는 것90
귀를 막다91
조선의 땡삐들92
강진 아리랑93
오월94
구름의 장례식95
병영을 떠나며 96
금강천98
해설: 김문주 ― 자유를 향한 정념의 서사, 고요한 뿔의 결기 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