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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895504 / 128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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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진상록 시인의 『삶, 그리고 모노그라피』는 2007년 출간된 『흔들의자』 이후 두 번째 시집이다. 릴케는 ‘시는 마치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이 시집은 살아가는 동안 놓치기 쉬운 모래알 같은 삶의 순간들을 이미지로 포획하여 시적으로 확장, 변용시킨다. 독자들은 자연과 사물의 관계를 통해 삶을 시적으로 재해석하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시 속에 스며 있는 섬세한 감성과 서정에 공감함으로써 삶을 보다 풍성하게 가꿀 수 있을 것이다.
흔들리면서 여무는 시(詩)
연한 입김 같은
한 모금 바람에도
풀잎을 뒤흔들리게 하는 건
흔들고자 덤비는
바람의 손짓이 아니라
온몸 흔들려서
오직, 바람에게만은
어깨 기대고 싶은
풀잎의 속사정이리라
보고 보아도
푸석한 가슴을
마냥 뒤흔들리게 하는 건
초점 잃게 하는
초롱한 눈빛이 아니라
가녀린 영혼이
유독, 그대에게만은
쉬이 흔들려도 좋은
나의 이유이리라
-「흔들리는 이유」 전문
문득 삶이 흔들려서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일상의 흔들림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흔들려서 행복한 일이 가끔 있다. 시 속에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흔들려도 좋을 만한 ‘흔들림의 역설’이 있다. 이것이 진상록 시인이 추구하는 ‘흔들림의 시학’이다. 그 흔들림에는 고뇌가 있다. 삶에 대한 아련한 번민이 있다. 고뇌와 번민이 고독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삶을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내면의 고독이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독소 담긴 소주처럼 들이키다가
높다란 하늘 보고
길게 내뱉는 심호흡 한 번
저녁에 들이키는 소주 한 잔
달콤한 커피처럼 입맛 살짝 다시다가
동그란 달 마주 보면서
허허로운 웃음 한 번
자정의 도돌이표에 두 발이 걸려
또, 하루는 시작되고
다시, ……
-「삶, 그리고 모노그라피」 전문
일상이 늘 평범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삶이라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접근해 본다면,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살아도 살아도 삶이란 건 난해하기만 하다. 쉽게 해석될 것 같지만 시도해보면 그렇지 않다. 막막하다. 그런 난해한 삶이 아름다움을 주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는 혼자만의 난해한 독백이나 왜곡된 이성보다는 위안과도 같은 따스한 감성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시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까닭에 진상록 시인의 자연광처럼 따스하고 담백한 시는 메마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만한 매우 적절한 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