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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데르다

하칸 귄다이 저 | 오은경 역 | 작은씨앗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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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231791 / 384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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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간략한 소개 □ 유럽이 주목하는 터키의 젊은 작가 하칸 귄다이! □ 2014년 터키-프랑스 문학상 수상! 자신의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딸을 판 엄마,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딸이 팔려가는 순간 처음?으로 나타난 친부. 열한 살 소녀 데르다는 이토록 처참한 환경에서 조국인 터키에서 영국으로 팔려가게 된다. 사이비 종교의 수장인 시아버지와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남편. 데르다는 건물에 갇혀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감금생활을 하게 된다. 그녀에게 허락된 자유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00발자국, 일주일에 한 번 ... 간략한 소개 □ 유럽이 주목하는 터키의 젊은 작가 하칸 귄다이! □ 2014년 터키-프랑스 문학상 수상! 자신의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딸을 판 엄마,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딸이 팔려가는 순간 처음으로 나타난 친부. 열한 살 소녀 데르다는 이토록 처참한 환경에서 조국인 터키에서 영국으로 팔려가게 된다. 사이비 종교의 수장인 시아버지와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남편. 데르다는 건물에 갇혀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감금생활을 하게 된다. 그녀에게 허락된 자유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00발자국, 일주일에 한 번 종교집회가 열리는 같은 건물 11층이 전부다. 어느 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없던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긴다. 5년 간 빈 집이었던 옆집에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덩치 큰 영국 남자가 이사를 온 것이다. 그 순간 이 소녀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보고자 한다. 공동묘지에서 비석을 닦아주는 일을 하며 받는 돈으로 근근이 사는 열한 살 소년 데르다. 아버지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지 오래고, 어머니는 얼마 전 폐렴으로 죽었다. 돌봐줄 사람이 없자 동네 사람들이 꼼짝없이 고아원에 보내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진 데르다가 선택한 일은 엄마의 죽음을 은폐하는 것. 죽음 엄마를 도끼로 토막 내어 공동묘지 무덤에 하나씩 묻어주고 엄마는 시골에 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태연히 일을 마치고, 무덤가에서 비석을 닦아주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데르다는 성묘객을 내려다 볼 만큼 커버리고 비석을 닦고 돈을 받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무덤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다. 열한 살 두 소년, 소녀 데르다. 터키와 영국을 중심으로 혼자서 오롯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가장 터키적인 색채로 그려졌다. 출판사 서평 ▣ 나는 여기 있는데, 당신은 어디 있나요? 이번 작은씨앗 출판사에서 출간한 《데르다》는 가장 터키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장 터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터키의 신세대 작가 하칸 귄다이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하칸 귄다이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누구보다 모국어인 터키어를 강조한다. 작가는 모든 것이 ‘Az’ 이 한 단어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터키어 Az는 사전적 측면에서 ‘아주 조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전을 넘어 그 의미로 해석하자면 알파벳 A와 Z는 말의 시작과 끝이기도 하다. A와 Z 안에 무수히 많은 말이 있고, 그 말들을 이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한 살 소녀 데르다와 동명의 동갑내기 소년 데르다는 흡사 A와 Z처럼 멀어보인다. 그러나 주인공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등장인물, 머물렀던 장소, 시간, 소녀 데르다가 처절하게 외치는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어디있는거야?”라는 말 등 많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상관관계를 맺으며 두 사람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고 있다. 그것이 A와 Z가 Az라는 한 단어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의 원제목을 Az라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터키는 매우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이는 터키라는 국가가 가진 위치적 조건에서 기인한 것이다.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원점이기도 했고, 이슬람이지만 다른 중동 국가들과는 다르며, 한때는 제국주의 국가였지만 서구의 제국주의와는 판이하게 달랐고,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 이주를 했지만 현재는 완전한 정주민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이토록 다양하고 복작하고 사회통합이 어려운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환경 탓에 터키인들은 강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타문화를 자국에 맞게 받아들이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있다. 소설 『데르다』는 그런 터키의 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다. 열한 살 소년 소녀 데르다 앞에 가혹하리 만치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은 회피하지 않고, 타인에게 동정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세계에 맞서 치열하게 살고 있다. 자신의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어린 딸을 파는 엄마, 팔려가는 딸을 방치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친부, 무자비한 성폭행, 근친상간, 종교를 빙자한 사이비 범죄 집단, 살인 등. 환경을 빙자하고 자신의 욕심을 빙자하여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비단 이 두 소년소녀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데르다라는 이름 안에 숨겨진 우리의 모습을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 터키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데르다》를 통해 독자에게 처하게 되는 모든 어려움과 난관을 이겨낼 수 있고, 어떤 환경에서도 다시금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소개

 


 1976년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벨기에와 터키를 오가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제테페 대학교 문학부에서 불문학 번역을, 벨기에 브뤼셀 자유 대학교(Universite Libre de Bruxelles)을 졸업한 후 다시로 터키로 돌아와 앙카라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2000년 『키냐스와 베이라(Kinyas ve Kayra)』로 문단에 데뷔했다. 『데르다(Az)』는 그의 7번째 장편 소설로 2014년 터키-프랑스 문학상을 받았으며, 12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서방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역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터키 정부 장학생으로 초청되어 국립 하제테페 대학에서 터키 문학과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 앙카라 대학 한국어 문학과 외국인 전임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문화방송의 터키 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터키를 국내에 소개하였다. 귀국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 중앙연구원) 초빙연구원, 고려대, 성균관대 강사를 거쳐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 니자미 사범대학교 한국학과에 파견되어 한국문학을 강의하면서, 동시에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국립언어문학연구소에서 우즈벡·한국문학 비교연구로 교수학위(Doctor of Science)를 준비 중이다. 터키,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한 튀르크-한국문학 비교연구를 통하여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문학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저서로『여성주의 비평: 20세기 터키와 한국 소설 속의 여성』(2005, 터키어),『터키의 한국전쟁문학』(2005, 터키어),『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2006) 등이 있고, 야샤르 케말의『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2005),『바람부족의 연대기』(2010)를 번역 출간했으며, 공저로『한국전쟁과 세계문학』(2003), 『성과 사랑의 시대』(2004),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2005), 『열린 사고 창의적 표현』(2007),『중앙아시아학입문』(2009) 등 다수가 있다. 

책 속에서


엡제트는 첫 번째 담배개비를 꺼내 물면서 갑자기 나타난 손님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뮈바렉과 사니에는 마치 바퀴벌레들처럼 어두운 방구석에 자리를 잡고 자기네들끼리 소곤거렸다. 데르다는 페히메에게 이름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엡제트는 생각했다. ‘이들 모녀가 하필이면 왜 이때 왔을까. 젠장. 식솔이 둘이나 더 생겼잖아.’ 그는 자기 밥벌이도 제대로 할까 말까한 처지였다. ‘이 여편네와 이 여자의 막돼먹은 딸을 바깥으로 내쫓아버리면 마을 사람들 눈에 망나니로 비쳐질 텐데. 셰이크가지가 뭐라고 가르쳤던가? 아버지 없는 자들에게 아버지가 되라고 하지 않았던가.’ 구멍가게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헌병들이 밀수품 담배들을 단속하기 시작한 이래 물건들이 영 팔리지 않았다. 마을의 그 누구도 가게를 해서 재미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걱정이 앞서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 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뮈바렉만 예외였다.
“당신 뭐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나 좀 따라와 봐.” 뮈바렉은 남편을 따라갔다. 부부는 집안에서 나와 한데로 나갔다. 엡제트는 피우던 담배를 버리고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저 사람들은 언제 떠나?” “바로 그것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뮈바렉이 말했다. “사니에가 데르다를 시집보내길 원해. 당신이 셰이크가지의 아들에게 이 말을 해보면 어떨까? 누군가 나타나지 않겠어?” 엡제트는 담배 연기를 내뿜다 말고 어둠 속에서 뮈바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이 도우신거야! 그는 입에서 빠져나오는 담배연기와 함께 자신의 모든 두통거리를 다 내뱉었다. “좋아. 그럼 내가 그 사람한테 말해 볼게. 그 여자애는 몇 살이지?” “열한 살이에요.” “세상에, 그렇구나!” 엡제트가 말했다.
_ 33~34p

베지르는 자기의 두 손에 이빨자국이 나있는 것을 살펴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다. 데르다는 피에 물든 욕조에 누워서 간신히 숨을 쉬었다. “네 몸을 깨끗이 해.”라고 베지르가 말했다. 그는 발가벗은 데르다를 들어서 욕조에 내려놓고 나갔다. 마치 무덤 속에 눕혀 놓기라도 한 것 같았다.
데르다는 너무 겁이 나서 피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모든 힘이 다 소진되어 머리조차 까딱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밤새도록 저항했다. 베지르는 그녀의 비명을 막으려고 입을 틀어막은 손을 당겨보았다가, 밀어보았다가, 물어뜯기까지 해보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손톱 밑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팔과 다리는 멍투성이였다. 그녀의 팔과 다리에 나있는 멍들을 보노라면 그녀가 마치 표범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무너져 내린 밤이 이제 한번 지나간 것이다. 짓밟히고 쭈그러든 밤이었다. 울음마저 나오지 않았다. 문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가 자물쇠 구멍에다 열쇠를 꽂고 돌리는 모양이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부인이 들어왔다. “데르다! 데르다!”
라히메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소녀를 보았다. 그녀는 상대방이 놀라든 안 놀라든 개의치 않고 수도꼭지를 틀어 물 온도를 시험해보았다. 데르다는 두 눈이 마치 눈구멍 속으로 함몰이라도 된 듯한 눈으로 그리고 그녀의 육체 깊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다보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말을 만들어 혀끝으로 내뱉을 기운조차 없었던 것이다. 단지 바라볼 뿐이었다. 망원경을 거꾸로 바라보듯 철철 쏟아지는 물 아래에 있는 라히메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히메는 물이 따뜻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빼내서는 손가락 끝에 묻은 물방울들을 튕겨서 털어내었다. 그러곤 샤워기를 틀었다. 데르다는 자기의 다리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신음을 했다. 이게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따뜻한 물이 빗물처럼 그녀의 몸위로, 다리 위로, 팔과 손, 목 위로 쏟아져 내렸다.
“눈을 감아봐라.” 라히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데르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방울이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마지못해 눈을 감아 주었다. 물줄기가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수백 개의낚시 줄처럼 채찍 같은 물줄기들이 샤워꼭지의 구멍들 속에서 흘러나 왔다. 마치 그녀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진 않았다. 물이 피를 씻겨 내리자 그녀의 상처들이 선명해졌다.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다리 사이에서 무언가 훼손된 것이며 찢어지고, 죽어버린 것이었다. 혈흔은 물에 씻겨 버렸지만 자주 빛 문신들이 데르다의 몸 전체에 남아있었다. 그녀의 몸 중 일부가 다치고 부서졌지만 어떤 것은 새로이 탄생했다. 그녀는 자주 빛 눈을 하고 있었다. 이제 데르다는 뒤에도 눈을 가졌다. 물론 그것을 아직 사용할 수는 없었다. 때가 되면 그 눈을 뜨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앞에 놓여 있는 수프 세트를 먹고 싶었으나 먹을 수가 없었다. 라히메가 그녀에게서 수저를 뺏어서 수프를 뜬 뒤 입으로 불어 식힌 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넣어주었다. 몇 숟갈 가량 떠먹여주고 나니 그녀의 입에서 “아.” 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다가 더 큰 소리로 “아.”라고 외쳤다. 그 후에는 연달아서 “아~아~아.”라고 외쳤다. 그러다가 잠시 중간에 숨을 고르느라 멈추는가 싶더니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데르다의 입술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4층에 사는 울비에가 올라와 디아제팜이라는 주사를 놔주고 나서야 다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울부짖음을 알지 못했다. 그녀의 열한살은 통곡 속에 압축되었다.
_ 62~64p

데르다는 묘지 담장 앞에 다다랐다. 그의 집은 바로 바깥 담장에 붙어있었다. 담장 안쪽은 공동묘지가 있었고, 바깥쪽에는 그의 집이 붙어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바라던 대로였다. “이러면 집을 짓는 게 훨씬 수월하지.”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기에 이미 멋진 담장이 세워져 있으니까 말이다. 우린 세 면만 더 지으면 되지. 그리고 꼭대기에 지붕을 올리면 끝이거든. 바로 이거란 말이다. 그러면 우리의 아늑한 집이 만들어지는 거란다.” 데르다의 어머니는 그 계획을 말리려고 온갖 애를 다 썼으나 아버지는 돈을 최소한으로 쓰려 했다. 결국 아버지는 공동묘지 담장을 끼고 집을 지었다. 주변에 있는 다른 집들도 그런 식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집을 ‘판자 집’이라 불렀다.
야음을 틈타 불법으로 지은 집이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 집이 관하고 똑같다며 투덜거리길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암으로 죽는 날까지 그 집에 칩거하며 살았다. 그게 3일 전 일이다. 그녀는 안암(眼癌)으로 고통 받는 20만 명 중 하나였다. 어쩌면 그 벽을 보면서 병을 얻었는지 모른다. 눈에 생기는 이 암에 걸리고 나서 그녀는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잊어버렸고, 자기 이름을 잊어버렸고 심지어는 호흡하는 법마저 잊어버렸다. 그녀가 유일하게 잊어버리지 않은 것은 “관하고 똑같아.”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장님이 되고 난 이후에도 그녀는 손으로 벽이 돌의 윤곽대로 뻗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바닥의 매트리스 위에서 데르다를 곁에 두고 숨을 거두었다. 그녀는 데르다를 자기 곁으로 불렀다. “이리 와 줘.” 데르다가 그녀의 곁으로 가자 그녀는 세상을 하직했다. 마치 “이리 와서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보거라.” 하고 말하는 듯했다. 데르다는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서 두발로 서야 했다. 데르다의 계획은 공동묘지 담장 이웃집에 찾아가서 그 집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발을 떼자마자 마치 반항하듯 그 자리에 멈췄다. 페브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페브지는 고아원에서 도망 나와 공동묘지에서 살았다.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근데 열 놈이 한 애 위에 올라탄 거야. 뭔말인지 아니? 걔네들이 다시 와서 또 그 짓을 한다고 했어. 그게 난 너무 겁이 나서 다시는 화장실엘 안 간다. 옷장 뒤에다 백들을 숨겨뒀다가 밤이면 거기다 대변을 본 거야.” 데르다는 그가 처음에 해줬던 얘기를 기억했다. 그의 수치스럽고 비겁한 얘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만약에….” 데르다는 혼잣말을 했다. “만약 사람들이 우리 엄마가 죽은 것을 알아내면 어떡하지? 나도 고아원으로 보내지 않을까. 아빠는 이미 감옥에 있는 몸이니.” 앉아서 걱정하는 대신 데르다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헤쳐 나가기로 했다. 그의 어머니가 죽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구태여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지. 내가 어머니를 공동묘지로 데려가 매장하면 되잖아!” 집 바닥을 콘크리트로 깔아 놓지 않았다면 데르다는 어머니를 그냥 거기다 매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 만드는 일만큼은 삽으로 통하지 않았다.
그는 묘지 담장 겉면에 패여 있는 손바닥 크기의 구멍들을 붙잡고 담장 위로 올라간 뒤 담장 안쪽으로 뛰어내려 얽히고 설긴 무화과나무 가지들을 헤치면서 간신히 집 쪽을 따라 걸어갔다. 그는 모퉁이를 돌아 그의 집 문 앞으로 갔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그것을 자물쇠통에 집어넣으려 했으나 그의 콧구멍으로 악취가 기어들어왔다. 문을 열어보니 어머니가 썩고 있었다. 그는 벽 너머로 시신을 옮겨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것도 빨리. 그러고 나서 흙바닥이 연한 곳이 보이면 바로 매장해야 했다. 그러나 데르다의 어머니는 그보다 두 배나 무거웠다. 그녀는 모든 것이 썩어 없어질 것이었지만 아직까진 80킬로그램이나 되었다. 데르다는 어머니를 매트리스 위에서 바닥으로 간신히 굴려 내려놓았다. 어머니를 바닥으로 밀어내고 그녀의 잠자리 속으로 들어가 조금 울었다. 어머니는 병석에 있는 8개월 동안 한 번도 의사나 병원을 찾아 간 적이 없었다. 데르다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이골이 나있었다. 부인은 아들에게 자신이 죽은 이후 할 일을 준비시켰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옆집 사람들에게 말해라. 그 사람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인간들이지만 너의 아버지한테 말해줄 것이다. 아버지도 알아야 된다고 하면서. 사람들한테 나를 이 근처 아무데나 묻어 달라고 그러렴. 나를 마을로 돌려보낼 생각일랑 하지 말라 그래. 그리고 그 인간들 모두 하느님의 저주를 받길 바란다고 말해줘!”
_ 196~198p


 

목차

목차
1부 소녀
2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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