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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떤 묘비는 나비의 죽음만을 기록한다

시리즈 : 현대시세계 시인선 [101]

신현락 저 | 북인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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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150984 / 174쪽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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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신현락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그리고 어떤 묘비는 나비의 죽음만을 기록한다』 출간
2012년 시집 『히말라야 독수리』를 출간한 후 시 「소금사막」으로 제3회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2012년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 도서로 선정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았던 신현락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그리고 어떤 묘비는 나비의 죽음만을 기록한다』를 출간했다.

타인의 언어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온전한 자신만의 언어로 만든 시집
신현락 시인이 출간한 네 번째 시집 『그리고 어떤 묘비는 나비의 죽음만을 기록한다』는 타인의 언어가 단 하나도 섞이지 않은, 온전히 자신만의 언어로만 지은 시집이다. 다른 시인들의 시집은 보통 50~60여 편의 시를 수록하고 맨 뒤에 문학비평가의 해설을 넣거나 저자를 잘 아는 선후배 문인의 발문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신현락 시인은 자신의 네 번째 시집에는 해설이나 발문을 넣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자신의 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나의 시를 말하다」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 앞부분에 “‘시인은 상징을 창조하고 비평가는 그것을 해석한다’고 한 코울리지의 말처럼 원래 시집 말미에 붙는 해설은 비평가의 몫이지만 나는 그것조차 내가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라고 전제한 뒤 이전에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할 때도 “내 시의 시세계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실행한다고 했다.
신현락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 키워드는 ‘서사성 즉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시의 서사성을 이루는 주요한 모티브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그는 “나의 시에는 미지의 것,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다. 그러므로 내 시에 이야기적인 요소가 있다면 신화적인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상징이나 이미지가 없는 불완전한 이야기, 끝이 없는 현재의 이야기, 끝이 처음이 되지 않는 이야기, 중간이 뜯겨져 나가 인물이 사라져버리거나 언제든지 치명적 도약이 가능한 이야기다. 신이 사라져버린 시대, 타락한 세계에서 신성성을 추구하며 사는 숭고하면서도 비극적인 존재의 이야기, 세계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후 추방당하는 운명을 가진 존재의 이야기, 세계의 바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의 이야기, 소외된 삶이지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아의 완성을 향한 초극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의 이야기……. 그리고 끝내 평범한 존재로 죽어가는 이야기. 단편적인 서사의 조각이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서정시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나는 이것을 조각난 신화의 서사라고 부르고 그 중에 하나가 추방의 모티프다”라고 밝히고 있다.

추방당하거나 일상의 고락에 지친 존재를 위한 나의 시쓰기
더불어 그는 자신의 첫 시집 『따뜻한 물방울』을 “소월의 시와 같은 샘물을 공유”하는 슬픔과 애상에 정서적 발원지를 둔 시집으로, 두 번째 시집 『풍경의 모서리, 혹은 그 옆』을 “소외된 공간, 즉 현실의 부정성이 극대화된 공간성에 대한 탐구의 결과로 엮은” 시집으로, 제3회 시산맥작품상을 받은 시 「소금사막」이 수록된 세 번째 시집 『히말라야 독수리』를 “시간에 관한 이미지를 중시한” 시집으로 정의한다.
세 번째 시집 『히말라야 독수리』가 개별적이고 고유한 존재의 시간을 탐구한 시집이라면 이번에 출간한 네 번째 시집 『그리고 어떤 묘비는 나비의 죽음만을 기록한다』는 시간과 관계된 현실의 다양한 양상 안에서 현전하는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추방자의 관점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추방자의 시쓰기와 관련해 신현락 시인은 「나의 시를 말하다」에서 “나의 글쓰기는 사람들이 허무라고 부를 수도 있는 부재와 침묵의 공간, 추방과 귀환의 접점, 나와 세계가 교차되면서 현실이 환상으로 대체되는 지점, 닫힌 미래와 불구적 과거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지점, 방랑과 자폐의 극지에서 발생되고 사라진다. 그것은 일종의 ‘풍설의 스토리텔링’과 같은 것이다. 풍설風說은 풍설風雪이라는 기원을 가지고 있으나 청자는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들어도 상관없다. 그것은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를 무한복제하며 화자의 시점과 내용의 진위가 분명치 않으므로 청자를 구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줄거리가 있으나 플롯이라고 할 수 없는 구조를 가졌으며 처음과 끝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적인 시간의 이야기다. 어제가 오늘이 되고 내일로 다시 반복되는 탄생과 죽음이 순환되는 이야기이며, 세계의 바깥으로 사라지는 존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러할 때 누군가는 풍설의 진원지, 통점의 기원에 입술을 대고 물어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내 시는 그의 물음과 같을 뿐이니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그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그가 “이 시집을 엮으면서 깨달은 것은 나는 지금도 옛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나는 아직 너는 존재의 결핍이 아니라 근거이며 내 시는 너라고 하는 타자가 육화된 세계라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추방의 경험을 통하여 언젠간 도래할 그 순간, 이미 와서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다시 살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되었다. 이제 나와 너의 경계는 점차 흐릿해졌다. 원경으로 멀어졌다. 비록 착시일망정 이제 나는 조금 자유로워졌다”고 말한 것처럼 이 시집에는 세계와 시간으로부터 추방당한 자의 고뇌와 환희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 위에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신현락 시인의 시집 『그리고 어떤 묘비는 나비의 죽음만을 기록한다』에서 고뇌를 읽는 자는 현실의 터전에서 내쫓긴 존재의 비현실성을, 환희를 읽는 자는 시간의 산정에서 쫓겨난 존재의 비환상성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집을 들고 고요하고 쓸쓸한 생의 뒤란으로 뚫린 길을 조금 더 걸어가는 자는 장자의 나비와 같은 만물제동萬物諸同, 순수연관의 세계와 낙원으로부터 추방당한 자의 비극적이고 분열된 세계가 우리가 걷는 길 바로 옆에서 묘비처럼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을 마주하는 황홀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1960년 화성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거쳐 1981년 인천교육대학에 입학하였다. 1998년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강원도 평창군 용산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교편생활을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수원 당수초등학교에서 재직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공부하고 시를 썼으며, 1992년 〈충청일보〉에 시가 당선됨으로써 등단하였다. 한국교원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문학과 관련한 강의도 하였다.
지금까지 《따뜻한 물방울》, 《풍경의 모서리, 혹은 그옆》, 《히말라야 독수리》(우수문학도서 선정) 등 세 권의 시집과, 논저로 《한국현대시와 동양의 자연관》을 출간하였다. 1998년 한국비평문학 우수상, 2012년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책 속에서

풍설의 스토리텔링
― 최북, 風雪夜歸人, 18세기, 종이에 연한 색, 66.9×42.9cm

 

내가 여기에서 듣는 건
펄럭이는 한 폭의 풍설야설風雪夜設이다

 

풍설의 몰골이야 잡목에 비유할 수 있어도
풍찬 한기에 묻은 옛 사람의 목소리는
그림밖에 돌아갈 곳이 없는
당신의 생에 대한 낙관落款이다

 

잡풀로 엮은 붓으로 풀칠할지언정
파버린 눈알 한 쪽은 분명 반골의 명목이다
사람들은 그 골품에 찬탄하고
그림으로 돌아오는 사람의 풍설風說이 궁금하여
늦도록 잠 못 이루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누옥陋屋의 바람벽에 그림 한 장 달랑 걸어놓고
당신은 어디로 가는 걸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듣는
당신의 외눈으로 가늠할 수 없는 인간사의 원근은
차라리 무채색의 눈길 하나면 족해라
광풍이 아니라면 오히려 한 채의 죽음마저 검불 같은 것
한백寒白의 생조차 덮을 수 없는 예감 따위는
북명北溟의 바람에게 던져버리고
눈을 밟고 온 세간의 이야기나 하자는 것이리라

 

먼 훗날 당신의 풍골風骨에 비견되는 고흐의 이야기를
풍문으로 흘려줄까
당신이 모르는 그림 속의 나그네를 따라가는
후생의 맹목을 들려줄까

 

골 깊은 조선의 산수화제山水畵題

를 겹겹이 펼쳐보고 다시 접는다
며칠째 내리던 눈이 그치고
당신의 발자국은 점점 어두워진다

 

그림 밖에선 당신의 한 쪽 눈알의 소재가
못내 궁금한 풍설의 겨울밤이 지나고 있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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