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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3272894 / 336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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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천득이의 유쾌, 상쾌, 통쾌 변동시장 접수기! 1 변동시장에 천득이가 나타났다 키가 백오십 센티 정도도 안 되어 보이는 쪼그랑망태 노파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딱총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은 그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주름살이 쪼글쪼글했고, 눈은 쥐눈처럼 작았다. 바짝 마른 옥수수수염 같은 머리카락은 파마를 했던 흔적이 있었는데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 빨랫줄에 널려서 일 년쯤은 비바람을 원도 한도 없이 맞은 것 같은 블라우스는 매미 허물 같았고, 무명치마는 달랑 끌어올려 입은 탓에 무릎뼈가 훤하게 드러났다... 천득이의 유쾌, 상쾌, 통쾌 변동시장 접수기! 1 변동시장에 천득이가 나타났다 키가 백오십 센티 정도도 안 되어 보이는 쪼그랑망태 노파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딱총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은 그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주름살이 쪼글쪼글했고, 눈은 쥐눈처럼 작았다. 바짝 마른 옥수수수염 같은 머리카락은 파마를 했던 흔적이 있었는데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 빨랫줄에 널려서 일 년쯤은 비바람을 원도 한도 없이 맞은 것 같은 블라우스는 매미 허물 같았고, 무명치마는 달랑 끌어올려 입은 탓에 무릎뼈가 훤하게 드러났다. 흰색 양말에 파란색 고무슬리퍼를 신은 그녀 뒤에는 키가 2미터가 넘어 보이는 구 척 장신의 우람한 사내가 두 팔을 길게 늘어트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노파를 따라오고 있다. 노파와 동행하고 있는 사내는 멀리 시장 끝에서 발뒤꿈치를 들지 않아도 한눈에 띌 만큼 키가 컸다. 사내는 전봇대처럼 키만 큰 것이 아니고 덩치도 우람해서 삼국지에 나오는 항우나 관우가 재림한 것은 아닌지, 다시 눈을 씻고 쳐다봐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내의 자세는 언월도를 휘두르거나 반월도로 바람을 가르며 용맹스럽게 적진을 향하여 말을 타고 달리는 장수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덩치는 엄청나게 컸으나 어깨뼈가 툭 튀어나온 팔은 지나치게 길었고, 엉덩이는 오리처럼 툭 튀어나와서 몸 전체가 묘하게 비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마구간이나 청소하고, 병사들의 밥을 지을 수 있도록 물지게나 지고 다닐 정도로 볼품없다 못해 기묘하기까지 했다. 천득이의 등장이다! 2 천득이, 욕망으로 가득한 비루한 삶을 걷어차다 “천득이여. 천득이. 내…… 이름 황천득.” 천득이 뒷짐을 진 채 턱 버티고 서서 제법 덩치가 단단해 보이는 생선가게 주인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아…… 천득 씨?” “내참! 처…… 천득 씨가 아니고 그냥 천득이란 말여. 천득이.” “잘 알아들었습니다. 천득 씨.” 생선가게 주인은 천득이 좀 모자란다는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 천득이 코웃음을 치자 주눅 들어서 애매하게 웃으며 괜히 손바닥을 슥슥 비볐다. “드…… 등신이구먼 천득 씨가 아니고. 천득이란 말여.” “아……! 네…… 처…… 천득 씨.” 천득이는 변동시장이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시장 상인들의 일을 도와가며 ‘천 원만 달라’고 외치며 늙은 어머니와 살아가는 어린아이의 정신 연령을 지닌 바보로 등장한다. 시장 상인들은 이러한 천득이를 이용하여 푼돈인 ‘천 원’을 쥐어주며 온갖 허드렛일을 시켜 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채워간다. 그러나 자신들의 힘이 아닌 천득이의 힘을 이용하여 편하게 지내다 어느 순간부터는 천득이 없이는 시장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부터 자신들이 이용한다고 믿었던 천득이에게 되레 종속되고 마는 상황에 처해진다.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의 작가 한만수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천득이?를 통해 순수함을 잃은 욕망의 시대에 천득이를 통해 일침을 가한다.
금강, 그 긴 여정 뒤에 오는 파란비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이 세상의 햇볕을 받은 지는 몇 개월 되지 않는다. 한 권이 아닌 열다섯 권이다. 집필 기간만 해도 12년 6개월이라는 세월이다. 이제 좀 쉴 때가 안 됐느냐는, 한 일이 년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이나 다니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주변 분들이 말씀을 건넨다.
좋은 말씀이다. 또 그렇게 하고 싶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앞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지 않고 아침이 되길 기다리며 TV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금강 5부가 서점에 깔린 그날도 글을 쓰고 있었다.
천성일까? 아집일까? 아니면 근성일까? 때로는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기도 한다. 결론은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글을 써도 세월은 가고, 쓰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그렇다면 글을 쓰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그것이 내 의식이다. 의식이라는 것은 과학처럼 검증이 불가능하다. 세상 사람들의 의식이 제각각이듯이, 내 의식은 작가는 깨어 있는 한 늘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앞에 내리는 비는 색깔이 없지만 내 의식 안에 내리는 비는 바다를 닮은 파란색인 것이다.
금강은 아직 평단의 평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15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때문일 것이다. 조급증 걸린 작가처럼 다시 천득이라는 장편소설을 내놓는다는 점이 부끄럽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득이를 출간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천득이는 금강을 집필하는 도중, TV를 시청하다 문득 모티브가 떠올라 빠르게 써 내려간 소설이다. 금강 집필에만 오랜 세월 몰두해 있다 보니, 내 스스로가 과연 글을 잘 쓰고 있는 것인지, 필체가 녹슨 것은 아닌지, 혹은 타성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뇌의 결과가 천득이인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한 유력한 신문의 문학상 후보작에도 거론이 됐고, 어느 문학상을 받을 기회도 주어졌었다. 그 상을 포기하게 된 것은 행여 금강에 누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금강을 위해 희생이 됐던 천득이가 세상의 햇볕을 받을 순서가 된 것이다.
이 책의 출간에 산파 역할을 한 글누림출판사의 최종숙 대표님과 이태곤 편집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늘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는 아내 김복이 님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당신을 내 숨결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더불어 씩씩하게 제 몫을 다 하고 있는 석영이와 용구, 예쁜 조카 동희에게도 파이팅을 하자고 외치고 싶다. 파이팅!
2015년 4월 어느 날
영동 우거에서
“천득아 호떡 사 줄까?”
천득어미가 호떡과 도넛, 꽈배기 등을 팔고 있는 분식센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천득어미는 천득의 얼굴을 바라보려면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서야 될 정도로 키가 작고 왜소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시장에 함께 나온 어머니처럼 정겹고 부드러웠다.
천득은 히죽 웃는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만 끄덕거렸다. 호기심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천득을 바라보고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은 사내가 벙어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천득의 나이는 구경꾼들의 어림짐작으로 볼 때, 서른은 되어 보였다. 그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했지만 덩치로 치자면 5만 인구가 산다는 변동 전체에서 따를 자가 없는 군계일학이었다. 그런데도 천득어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대여섯 살 먹은 아들을 대하는 말투다. 구경꾼들은 씨름판에 나가기만 하면 천하장사 벨트는 독차지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거구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사십 대의 분식센터 여자는 천득의 엄청난 덩치에 가슴이 덜덜 떨렸다. 연신 마른침을 삼키며 바쁘게 호떡을 구워냈다. 원래 두 개에 천 원씩 팔지만 천득의 덩치에 놀라서 엉겁결에 세 개가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천득어미는 분식센터 여자에게 호떡 세 개를 종이에 한꺼번에 싸달라고 말했다. 분식센터 여자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호떡을 신문지에 싸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천득어미는 유난히 붉은 혀를 고양이처럼 날름거리며 갈색 입술을 핥았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돈을 꺼내려고 치마를 걷어 올렸다. 삐쩍 마른 하체를 감싸고 있는 것은 촌로들이 입는 고쟁이가 아니다. 월남바지도 아니었고 팬티도 아니었다. 다리가 날씬한 이십 대 여자들이나 입고 다닐 만한 눈이 부시도록 새빨간 반바지였다.
구경꾼들은 그녀가 새빨간 반바지를 입었든, 비키니팬티를 입었든 관심이 없었다. 서산에 해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벌건 대낮에 치마를 걷어 올려도 눈을 가리거나 뒷걸음칠 사람도 없었다. 천득어미는 여자가 아니라 늙어빠진 노파일 뿐이었다.
천득어미는 빨간 반바지 주머니에서 뚤뚤 말은 지폐 뭉치를 꺼냈다. 만 원짜리 서너 장에 오천 원짜리가 섞여 있는 지폐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분식센터 여자 앞으로 내밀었다. 분식센터 여자는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굽실거리며 두 손으로 돈을 받았다.
분식센터 앞에서 호떡 세 개를 한꺼번에 먹고 있는 거인의 모습은 멀리서도 보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금방 벌떼처럼 모여들어서 백여 명이 순식간에 천득 모자를 반타원형으로 에워쌌다.
“야가, 우리 천득이유. 참 잘생겼쥬? 나는 야 어머유. 내가 살던 우리 동리 사람들은 날 보고 천득어미라고 불렀슈. 우리 천득이가 정신이 쫌 모질라기는 하지만 아는 참 착해유. 나이가 서른 살인데 이날 이때까지 남한테 해코지하는 거 단 한 번도 못 봤슈.”
천득어미가 갑자기 쥐눈처럼 작은 눈을 반짝이며 구경꾼들을 향해 돌아섰다. 양손으로 잡은 지팡이를 턱 버티고 서서, 구부러진 허리 때문에 턱을 바짝 치켜올리고 구경꾼들을 천천히 돌아다보며 목이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끝내고 작고 얇은 갈색 입술을 꾹 다물고 다시 구경꾼들을 바라봤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구경꾼들 모두가 흠칫 놀라며 뒤로 한두 걸음 정도 물러섰다.
“천득이!”
“아까도 이름을 불렀잖아. ‘천득아, 호떡 사 줄까?’라고 말여.”
“이름이 희한하구먼.”
사람들은 바라보기 민망할 정도로 쪼글쪼글하고 볼품없는 천득어미의 몸에서, 저처럼 장대한 자식이 태어날 수 있을까 하는 점에는 의문을 갖지 않았다. 원래 자식은 어머니만 닮으라는 법은 없다. 그들은 천득어미의 남편이 장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며 끼리끼리 소곤거렸다.
목차
낙이사촉
선어부비취
양자택일
호시탐탐
유아독존
무아지경
견물생심
동상이몽
노심초사
소탐대실
적막강산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