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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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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리드
- 1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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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KBS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지수현 장편소설
---------------------------------------------
1943년 싸릿골 봉 초시댁 열네 살 쌀례,
꽃가마 대신 기차 타고 경성으로 시집가다!
---------------------------------------------
열네 살, 시집가기엔 아주 좋은 나이라구요? ― 박쌀례
할아버지가 꺼낸 날벼락 같은 혼담에 쌀례는 낭군 될 남정네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는 늙었나? 어린애일까? 절세추남인가? 아편쟁이인가? 다행히 정혼자는 경성표 꽃미남 대학생! 하지만 첫 만남부터 콩알만 한 자기 색시 바라보는 그 청년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 꼬마 상대로 무슨 신방 차리고 대를 이으라는 겁니까? ― 한선재
친일파 아버지 대신 민족에 봉사하겠다고 일제가 금지하는 조선어 야학운동 좀 하였기로서니 그 벌로 저런 코흘리개한테 장가를 가라니! 선재는 상황이 끔찍하기만 하다. 결국 어린 아내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는데……. 이봐, 꼬마야. 결혼은 구식으로 했어도 이혼만은 우리 신식으로 해보지 않겠니?
거지는 늘 배가 고픈 법이거든. 나 건드리는 놈들은 내가 다 잡아먹어 버린다! ― 윤찬경
동료 거지 떼에게 공격받고 있는 쌀례를 구해준 인연으로 쌀례네 시댁에 머슴으로 취직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그는 선재가, 도련님이 참 부럽다. 만석꾼 아버지도, 입고 있는 그 교복도, 그리고 곁에 붙어 있는 쌀알 같은 계집아이도……. 부러운 건, 갖고 만다!
평생 쌀알 모자라는 법 없이 풍요롭게 살라 ‘쌀례’라 불린 여자.
얼굴도 모르는 신랑을 찾아 그 먼 길 꽃가마 대신 기차를 타고 시집왔던 여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왕신의 부엌에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여자.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 여자, 쌀례의 이야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KBS 드라마 [TV 소설] 제작 확정!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지수현 장편소설 --------------------------------------------- 1943년 싸릿골 봉 초시댁 열네 살 쌀례, 꽃가마 대신 기차 타고 경성으로 시집가다! --------------------------------------------- 열네 살, 시집가기엔 아주 좋은 나이라구요? ― 박쌀례 할아버지가 꺼낸 날벼락 같은 혼담에 쌀례는 낭군 될 남정네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는 늙었나? 어린애일까? 절세추남인... KBS 드라마 [TV 소설] 제작 확정!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지수현 장편소설 --------------------------------------------- 1943년 싸릿골 봉 초시댁 열네 살 쌀례, 꽃가마 대신 기차 타고 경성으로 시집가다! --------------------------------------------- 열네 살, 시집가기엔 아주 좋은 나이라구요? ― 박쌀례 할아버지가 꺼낸 날벼락 같은 혼담에 쌀례는 낭군 될 남정네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는 늙었나? 어린애일까? 절세추남인가? 아편쟁이인가? 다행히 정혼자는 경성표 꽃미남 대학생! 하지만 첫 만남부터 콩알만 한 자기 색시 바라보는 그 청년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 꼬마 상대로 무슨 신방 차리고 대를 이으라는 겁니까? ― 한선재 친일파 아버지 대신 민족에 봉사하겠다고 일제가 금지하는 조선어 야학운동 좀 하였기로서니 그 벌로 저런 코흘리개한테 장가를 가라니! 선재는 상황이 끔찍하기만 하다. 결국 어린 아내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는데……. 이봐, 꼬마야. 결혼은 구식으로 했어도 이혼만은 우리 신식으로 해보지 않겠니? 거지는 늘 배가 고픈 법이거든. 나 건드리는 놈들은 내가 다 잡아먹어 버린다! ― 윤찬경 동료 거지 떼에게 공격받고 있는 쌀례를 구해준 인연으로 쌀례네 시댁에 머슴으로 취직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그는 선재가, 도련님이 참 부럽다. 만석꾼 아버지도, 입고 있는 그 교복도, 그리고 곁에 붙어 있는 쌀알 같은 계집아이도……. 부러운 건, 갖고 만다! 평생 쌀알 모자라는 법 없이 풍요롭게 살라 ‘쌀례’라 불린 여자. 얼굴도 모르는 신랑을 찾아 그 먼 길 꽃가마 대신 기차를 타고 시집왔던 여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왕신의 부엌에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여자.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 여자, 쌀례의 이야기! * 저자 소개 - 다시 차려진 ‘쌀례’의 밥상 - 안녕하세요? 새 단장 하고 나온 ‘쌀례’ 덕에 다시 새로 인사드립니다.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2015년 구정을 앞두고 있어요. 여러분은 추운 겨울 잘 견디고 계신가요? 차가운 날씨 덕분에 따뜻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면서 저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목이 칼칼할 때 마시게 되는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입이 심심하다 할 때 묵은 김치 종종 썰어 엄마가 지져 주신 따끈따끈 김치전. 외출하다 들어온 동생이 건네주는 뜨뜻한 붕어빵 봉지, 종이컵에 받아 홀홀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는 어묵 국물…… 모두 어찌나 고마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것은 부엌에서 맡게 되는 밥 익어 가는 냄새가 아닐까 싶어요. 짜장면 냄새도, 된장찌개 냄새도 좋지만 밥이 익어 갈 때 풍기는 구수한 냄새는 정말이지 근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밥은 좋아하지만 글쓴이는 밥을 잘 하진 못해요. 전자 밭솥이 아닌 그냥 압력솥 밥은 바람 불면 날아갈 만큼 되거나, 질거나, 밑바닥을 태우거나 하죠. 어쩌면 그래서 밥 잘 짓는 여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밥 지을 때 쌀을 어느 만큼 넣어야 하는지 아직도 알쏭달쏭한 저와는 달리 커다란 무쇠솥에 척척 밥을 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쌀례의 모습을 쓰면서 나름 대리 만족을 느꼈지요. 그리고 그녀가 커다란 솥에 딱 알맞게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사람들에게 먹이는 만큼이나 쓰면서 즐거웠던 장면은 쌀례가 지은 밥을 행복하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할 때였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선재는, 그리고 찬경이는 쌀례가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기운을 찾아갑니다. 별다른 위로의 말없이 그저 그녀가 정성들여 지은 밥 한 그릇에 그들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허기와 함께 찾아온 슬픔은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분명 작은 위로는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주는 작은 위로. 그것이 제가 밥 잘 짓는 여자를 쓰면서 전하고 싶던 첫 번째 주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그 밥처럼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접한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근현대사 시대물을 보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지는 무수한 남녀들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가슴 아픈 이별도 좋지만, 그 어려운 시대에 기쁜 재회를 이루는 커플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어요. 사별이든 생이별이든 사랑하는데 본의 아닌 시대적 사정 때문에 평생 그리워만 하면서 늙어 가는 것보단 소설에서일망정 한 쌍 정도는 다시 만나 서로에게 설레고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전쟁이 나도 무쇠솥에서 밥하길 멈출 수 없었고, 이별을 해도 사랑하길 멈추지 않았던 그 여자 쌀례의 이야기를 다시 들고 왔습니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잘 떠서 밥상에 내놓듯이, 저는 지금 설레고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 출판사 서평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지수현, 이번에는 ‘빵’이 아닌 ‘밥그릇’을 들고 찾아왔다! 제국주의 수탈이 정점에 달했던 막바지 일제 강점기를 지나 1945년 해방, 그리고 다시 이어진 6.25 동란까지. 세계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대략 10여 년의 ‘찐한’ 격동기를 살아온 이 땅의 ‘유독’ 젊은 청춘들이 있었으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저자인 작가가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을 베게 삼아 자장가처럼 들어왔던 이야기 속에서 태어난 주인공 ‘쌀례’, ‘선재’, ‘찬경’이 바로 그들이다. 그렇게 《쌀례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상처’를 다뤘던 이전의 많은 작품들이 내세우는 ‘장엄함’과 ‘비극적’인 코드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전쟁’, ‘신분제’, ‘생존’ 등의 묵직함은 ‘청춘’, ‘첫사랑’, ‘약속’ 등의 가벼운 울렁거림과 조화를 이루며 세대를 뛰어넘은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은 김삼순》의 계보를 잇는 특유의 ‘사랑스런 발칙함’으로 무장한 여주인공 ‘쌀례’를 대하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까막눈 주인공 ‘쌀례’가 서방님 ‘선재’에게 글을 배우는 장면과, 고난의 상황에서 〈님의 침묵〉을 읊조리는 모습에서 서른을 목전에 둔 스물아홉 ‘김삼순’과는 다른, 어린 쌀례가 10년의 세월 동안 첫사랑을 느끼고 성장하는 모습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시 차려진 ‘쌀례’의 밥상 -
안녕하세요?
새 단장 하고 나온 ‘쌀례’ 덕에 다시 새로 인사드립니다.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2015년 구정을 앞두고 있어요.
여러분은 추운 겨울 잘 견디고 계신가요?
차가운 날씨 덕분에 따뜻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면서 저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목이 칼칼할 때 마시게 되는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입이 심심하다 할 때 묵은 김치 종종 썰어 엄마가 지져 주신 따끈따끈 김치전. 외출하다 들어온 동생이 건네주는 뜨뜻한 붕어빵 봉지, 종이컵에 받아 홀홀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는 어묵 국물…… 모두 어찌나 고마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것은 부엌에서 맡게 되는 밥 익어 가는 냄새가 아닐까 싶어요.
짜장면 냄새도, 된장찌개 냄새도 좋지만 밥이 익어 갈 때 풍기는 구수한 냄새는 정말이지 근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밥은 좋아하지만 글쓴이는 밥을 잘 하진 못해요.
전자 밭솥이 아닌 그냥 압력솥 밥은 바람 불면 날아갈 만큼 되거나, 질거나, 밑바닥을 태우거나 하죠. 어쩌면 그래서 밥 잘 짓는 여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밥 지을 때 쌀을 어느 만큼 넣어야 하는지 아직도 알쏭달쏭한 저와는 달리 커다란 무쇠솥에 척척 밥을 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쌀례의 모습을 쓰면서 나름 대리 만족을 느꼈지요.
그리고 그녀가 커다란 솥에 딱 알맞게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사람들에게 먹이는 만큼이나 쓰면서 즐거웠던 장면은 쌀례가 지은 밥을 행복하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할 때였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선재는, 그리고 찬경이는 쌀례가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기운을 찾아갑니다.
별다른 위로의 말없이 그저 그녀가 정성들여 지은 밥 한 그릇에 그들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허기와 함께 찾아온 슬픔은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분명 작은 위로는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주는 작은 위로. 그것이 제가 밥 잘 짓는 여자를 쓰면서 전하고 싶던 첫 번째 주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그 밥처럼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접한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근현대사 시대물을 보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지는 무수한 남녀들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가슴 아픈 이별도 좋지만, 그 어려운 시대에 기쁜 재회를 이루는 커플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어요.
사별이든 생이별이든 사랑하는데 본의 아닌 시대적 사정 때문에 평생 그리워만 하면서 늙어 가는 것보단 소설에서일망정 한 쌍 정도는 다시 만나 서로에게 설레고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전쟁이 나도 무쇠솥에서 밥하길 멈출 수 없었고, 이별을 해도 사랑하길 멈추지 않았던 그 여자 쌀례의 이야기를 다시 들고 왔습니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잘 떠서 밥상에 내놓듯이, 저는 지금 설레고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성례’는 분명히 그녀의 이름이었지만 집안사람들에게 그녀는 ‘쌀례’로 불린다. 사대부 여식으로 본명은 ‘성례’이나 쌀알이 주렁주렁 열리는 아명을 가지고 평생 배곯지 말라는 뜻에서 그녀는 일 년 365일 중 360일 정도는 ‘쌀례’였던 것이다. 나머지 5일, 쌀례가 ‘성례’로 칭해지는 날은 뭔가 껄끄러운 일이 생기는 날이었다. ---p.15
“그럼 되었다. 열넷이건 열다섯이건 계집아이가 출가하기에 아주 적당한 나이니라. 네 할미도 그 나이 때 이 할아비에게 왔느니.”
이 대목에 이르러서 쌀례는 고개를 발딱 들고 말았다. 열네 살이면 시집가기에 적당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러나 당장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그 질문들은 조부의 엄한 눈초리에 입 안으로 삼켜졌다. 엉겁결에 치켜들었던 고개를 다시 공손히 숙이면서도 열네 살 소녀는 대체 자신에게 갑자기 왜 이런 날벼락이 떨어졌나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p.16
“중요한 건가? 목숨 걸고 지킬 만큼.”
그렇게 묻는 남자에게 열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그 계집아이가 쌍꺼풀 없이 맑고 커다란 눈동자로 또렷하게 그를 응시한 채 대답했다.
“혼약을 나눈 제 서방님이 보내 주신 혼서입니다. 지금 제겐 전부예요.” ---p.34
“이봐! 괜찮니? 일어설 수 있겠어?”
괜찮지 않았다. 발길질 당한 등허리가 견딜 수 없이 아팠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꽃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는 길에 이렇게 두들겨 맞아야 하다니 서러워 눈물이 났다. 그래도 눈물을 생전 처음 보는 남정네에게 보일 수는 없어서 쌀례는 손바닥으로 슥슥 눈물을 닦아 내고 꾸벅 허리를 구부리며 인사했다.
“괜찮아요. 은혜를 입었습니다.” ---p.31
“그만하지 그러우. 아직 어려 보이는데. 어머니한테 받은 거라잖수.”
각설이들과 쌀례의 시선이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그는 다른 거지들과 그다지 다를 것 없는 차림새였다. 깡마른 체격에 큰 키. 조각조각 기운 누더기를 입고 맨발에 무명천을 감고 있었다. 다른 거지들처럼 얼굴에 거뭇한 칠과 때가 적당히 묻혀 있어서 이목구비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나 분위기로 미루어 보건대 그는 아마도 서방님 또래 되는 젊은이 같았다. 그렇게 젊은 그의 간섭에 늙은 우두머리 거지는 더 역정이 난 듯 거칠게 쏘아붙였다. ---p.104
날카로운 소녀의 비명과 기운찬 거지들의 노랫가락이 뒤섞여 모든 것이 소란스럽게 느껴지던 그 순간, 무심한 얼굴로 지나가던 사람들 사이로 한 사람이 그녀 앞에 섰다.
“찾았다.”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머리와 어깨에 눈이 소복이 쌓인 그 사람, 한선재가 말이다. ---p.106
“사람은 누구나 제 이름은 쓸 줄 알아야 해. 그러니까 우리 협상을 하자.”
“협상이요?”
“네가 지금 집으로 돌아가 버리면 우리 아버지는 재빨리 너를 대신할 또 다른 색싯감을 데려오실지도 몰라. 아니, 분명히 그러실 거야. 그러니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 있으라구.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 줘. 내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 그동안에 너는 여기서 나가고도 친정집에 갇혀 살지 않을 수 있는 똑똑하고 근사한 어른이 되어서 네 말대로 평생 너만 좋아해 주는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야. 그렇게 되면…….” ---p.121
처음에 제목조차 알아볼 수 없었던 그 시를 이제 쌀례는 이해했다. 그 내용 그대로 소녀는 그의 향기로운 목소리에 귀 멀고 꽃다운 얼굴에 눈이 멀 지경이었으니까.
비록 그녀를 종종 꼬마라고 부르고 아내가 아닌 누이 취급을 하고 있지만, 그는 얼마나 잘생겼나. 목소리는 얼마나 그윽한가.
그때 그녀의 시선이 공책이 아닌 자신에게 쏠린 것을 눈치챈 그의 주먹이 쌀례의 머리에 살짝 알밤을 먹였다.
“공부할 때는 집중을 해야지! 무슨 딴 생각을 하는 거야? 자, 다 썼으면 이리 내. 채점 한번 해 보자.” ---p.127
“선…….”
쌀례는 분명히 보았다.
헤어졌던 그날보다 머리카락이 좀 짧아진 것을 제외하고 변함없이 단정한 옆얼굴. 땅바닥에 구르는 사탕 조각을 줍고 있는 아이들을 굽어보는 그 모습.
그건 분명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p.541
“놓으라니까! 이 나쁜 놈아!”
여자는 남편에게 가려는 자신을 막는 남자의 손아귀에 살의를 느꼈다. 방금 전까지 유순했던 그녀와 동일인물인가 의심이 갈 만큼 여자는 눈동자에 증오를 품고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을 막는 남자의 다리를 신고 있던 구둣발로 날카롭게 걷어찼다.
그리고 마침내 악당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녀는 한걸음에 남편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선재 씨! 나 여기 있어요!” ---p.542
목차
17. 말이 갈리는 자들의 연회 ― 나무 그늘 아래 왈츠
18. 지옥 꽃밭에서의 고백 ― 악몽의 밤
19. 쌀례, 성례, 밥순이 ― 그 여자의 이름들
20. 기묘한 약혼 ― 얼음이 녹은 날에
21. 재회(再會) ― 꿈꿨던, 꿈과는 다른
22. 둘만의 조조관람 ― 정체불명 그 남자와
23. 불타는 둥지 ― 절정의 다음
24. 목련나무 정원의 사진들 ― 내가 아는 당신
25. 사랑 ― 달콤하고 잔인한 것
26. 두 남자 ― 검사와 악당
27. 상갓집 밥 ― 세 사람의 만찬
28. 심장에 핀 황금 꽃 ― 쌀례를 찾아서
29. 삶 ― 멈출 수 없는 기도
30. 안녕 ― 눈물의 원천, 혹은 새로운 희망
* 에필로그 : 조왕신을 위한 기도 ― 어느 겨울 아침 부엌에서
*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