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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9222304 / 144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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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뭍으로 보내는 죽음과 생의 사랑 노래

1982년『실천문학』등단 이후, 시집『어디에 선들 어떠랴』,『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등을 펴낸 김수열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부유물처럼 떠돌고 있는 죽음을 삶 속으로 끌고 온다. 먹고, 보고, 이야기하는 일상 속에서 서로가 빙의되는 행위를 통해 지친 육신과 영혼을 묵묵히 다독인다. 시집『빙의』는 생과 사를 선 긋지 않고, 존재의 있고 없음의 차이를 넘어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처럼 천연스레 독자와 마주한다.

내가 네가 되어 중얼거리는
담담한 삶 속 이야기


이번 신작 시집 『빙의』에서도 김수열 시인만의 언어유희는 녹슬지 않았고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겸허하고 소박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의 배경이 한층 드넓어 졌다는 것이다. 시인이 머물고 있는 제주도에서 연변, 베트남, 모리셔스까지 생의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의 애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삶의 비의를 포착하는 시인의 조망 능력은 일상생활과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상황 속에서 재기를 발휘한다. 동네 시장과 마을을 돌며 서민들의 일상을 재치 있게 담거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들을 스케치하기도 한다.

호텔 정원에서 낙엽을 쓸거나
뷔페 식당에서 서빙을 하거나
호화 요트 주방에서 생선 내장을 손질하거나
수상택시 운전을 하거나
그리그리 해변에서 빈 병을 줍거나
수확 끝난 사탕수수 농장에 불을 놓거나
_「모리셔스, 아침 7시」 부분

이번 김수열의 시 작품에는 다양한 대상들과 교감을 나누는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는 나무, 오리, 개, 병아리 같은 자연의 대상물들에서부터 이미 죽거나 죽음에 임박한 사람, 장애인, 어린 시절 동무들, 해녀, 할머니, 길림성의 북한 사람, 베트남의 사람들을 만나 시를 쓰며 훈김을 불어 넣는다. 시인은 실생활의 다양한 소재를 시 작품으로 쓰면서 소재로 썼던 대상들의 생의 이면을 담담한 어조로 보여준다. 그 어조 중에는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의 언어인 제주어가 빠질 수 없는데, 어린 학생들의 대화에서부터 제주 사투리를 구사하는 노인의 말을 넘어 다른 지역의 방언을 사용함으로써 생동감을 전한다.

우당도서관 1층 남자화장실
어린 학생 둘이 화장실 문 앞에 나란히 서서
왼 다리 오른쪽으로 오른 다리 왼쪽으로
배배꼬며 안절부절 서 있다

(중략)
무사 영 오래 싼?
몰라, 완전 많아 완전 길어
진짜? 아침에 뭐 먹언?
그냥, 밥
밥?
히히히히
히히히히
_「송아지 동무」부분

그런데 시인은 왜 시집 제목을 ‘빙의’라고 붙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빙의 현상은 죽은 이의 혼이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덧씌워져 무언가를 전하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시인은 다양한 사람들의 생존 방식을 시라는 매개로 ‘빙의’되어 그것을 의도적 기법으로 보여준다. 그 중 제주어로 쓴 시편들은 다른 나라 언어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제주어가 주는 이질감이 도리어 생의 긴밀성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시인은 시집 말미에 독자들의 편의를 생각하여 제주어의 난독을 풀어주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제주어로 쓴 시와 표준어로 쓴 시를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 소개

  1959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생각을 훔치다』, 『빙의』,
     산문집 『김수열의 책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이 있       다.
     오장환문학상, 신석정문학상을 받았다.
     지금도 제주에 살고 있다.

머리말

§. 시인의 말

네 번째에서 다섯 번째 시집으로 넘어오는 동안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한 가지만 꼽으라면 아버지의 죽음이 그것이다.

하여, 이 시집에는 그분의 흔적이 드문드문 박혀있다.
살아생전 아들의 자잘한 글에 돋보기 들이대고 꼼꼼 읽으시곤 했는데…….

부끄러운 이 글에도 눈길 한번 주십사 하면 지나친 욕심일까?
나이가 들수록 내 글의 눈높이가 그분을 닮아간다.
2015년 1월
-김수열

책 속에서



달의 엉덩이

네가
금산공원 걸머리와
박성내다리 간드락 어간에서
둥그렇게 부풀어 오르다가
은근슬쩍 스리슬쩍
안 그런 척 노란 유채밭담 넘어 들어가
하마 누가 볼세라
훌러덩
순식간에 엉덩이 까고
쏴아 쏴아
솔바람 일으킬 때

아,
그 황홀함이라니!
그 농염함이라니!



노랑병아리에 대한 악몽

노랑병아리한마리노랑병아리두마리노랑병아리세마리
잠이오지않을때는노랑병아리를떠올리면서노랑병아리를
마음속으로세라는말에노랑병아리네마리노랑병아리다섯
마리노랑병아리가점점늘어나더니노랑병아리스물여섯마
리노랑병아리서른일곱마리가넘자머릿속이노래지면서귓
가에선삐약삐약삐약삐약절대중간에눈뜨면안된다는말에
노랑병아리여든여덟마리노랑병아리백다섯마리에이르자
머릿속가득삐약삐약삐약삐약그래도노랑병아리백오십세
마리노랑병아리백일흔여섯마리급기야노랑병아리떼가한
꺼번에달려드는데노랑병아리백아흔아홉마리노랑병아리
이백한마리하는순간사방팔방세상천지가삐약삐약노랑노
랑삐약삐약삐약노랑노랑질겁하여그만눈을뜨고말았는데
그다음부턴눈을감아도삐약삐약노랑노랑눈을떠도삐약삐
약노랑노랑삐약삐약노랑노랑



폭설

다음은 오일장, 오일장이우다
노리컬랑 혼저 앞더레 나옵서양

오늘은 무사 영 늦읍디가
질레서 얼어 죽는 중 알아수게

첨, 할망도 곱곱헌 소리 맙서
저 동펜인 가난 질레 눈이 고득허연
큰 차나 족은 차나 빌빌빌빌
서펜인 가난 질 가운디 땀뿌추럭이
탁 걸러전 누어부런 어떵헐 말이우꽈

그거 무신 말? 시상에
게나저나 이거 무신 눈이라, 콸콸콸콸

노릴 때 맹심헙서양
미끌락허민 그땐 진짜로 죽어짐니다

히여뜩헌 소리
세경 바레지 말앙 운전이나 멩심헙서

할머니를 내린 버스가
찰그락찰그락 눈길 속으로 멀어진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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