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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Golden Time

이주희 저 | 매직하우스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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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342390 / 308쪽 / 400g / 146 x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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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21세 젊은 여성 작가 이주희가 2014년 상처받은 대한민국에게 주는 위로 재치 있는 표현과 풍부한 감수성, 절망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그녀의 예리한 시선이 놀랍다. 백승대(엽기적인 그녀 발행?인) 그녀의 슬픔은 나를 어느 새 이름 모르는 곳으로 데려다 놨다. 박성운(편집자) 자기 자신을 버렸지만, 오히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던 주희와 생의 마지막 사랑을 불태우고 또 다른 세상으로 묵묵히 걸어갔던 재영의 운명적인 만남이 나를 사로잡았다. 전인구(소설가) 간결한 문체와 발랄한 대화가 다소 무거운 주제... 21세 젊은 여성 작가 이주희가 2014년 상처받은 대한민국에게 주는 위로 재치 있는 표현과 풍부한 감수성, 절망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그녀의 예리한 시선이 놀랍다. 백승대(엽기적인 그녀 발행인) 그녀의 슬픔은 나를 어느 새 이름 모르는 곳으로 데려다 놨다. 박성운(편집자) 자기 자신을 버렸지만, 오히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던 주희와 생의 마지막 사랑을 불태우고 또 다른 세상으로 묵묵히 걸어갔던 재영의 운명적인 만남이 나를 사로잡았다. 전인구(소설가) 간결한 문체와 발랄한 대화가 다소 무거운 주제를 어둡지 않게 이끌어간다. 첫 작품이라 하기에는 믿겨지지 않는 성숙함이 있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최인숙 (시인) 매 순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 용서를 구하는 순간, 나 자신을 구하는 순간, 생명을 책임지는 순간. 이 책은 그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한 것은 페리호 한 척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침몰한 것은 대한민국 그 자체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고를 당하고 그때마다 재발방지 말은 하지만 재발방지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또다시 어마어마한 참사 앞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늘 변함이 없는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날의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규모가 조금 더 큰 해상 교통사고라고 인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순한 교통사고이기에 보험회사가 적절한 보상금을 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지겹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이어가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싸우는 목적은 보험회사와 보험금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닙니다. 김영오 씨는 진실을 알고자 싸우는 것입니다. 왜 정치권은 유가족들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 바람을 꺾고자 하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대통령이 외면한 유가족의 간절한 외침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위로해 주셨습니다. 대통령은 유가족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으면서도 교황님의 손길이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엄청난(?) 발언을 했습니다. 뭐 그 정도쯤의 시련으로 자살을 하나 하고, 우리는 가끔 한 사람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외면하는 때가 있습니다.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어쩌면 외로움입니다. 가장 필요로 할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그런 상황들이 누적되면서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오해였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혼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주희는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실려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15일만에 꼬마(혼수)상태 속에서 깨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기적이 주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었던 주희가 엄청난 고통이 동반하는 재활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걷게 된 것입니다. 골든타임이 주희를 살렸습니다. 병원에 가야만 하는 시간, 재활을 위해 고통과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시간을 주희는 해냈습니다. 죽음을 선택했지만 이후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주희가 사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주희가 선택한 남자 재영이는 시한부 삶을 선거받고 죽음을 향해 내달려가고 있습니다. 죽음을 벗어난 주희와 죽음과 가까워지는 재영과의 사랑이 가슴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재영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은 남다릅니다. 그는 죽음을 피해가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남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땅에 살아남을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의에 침묵하는 종교는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에 대해 말씀했습니다. 대통령이 권력자가 잘못할 때 당당히 욕이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두려워서 못하면 담벼락을 보고라도 욕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20일 지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를 그렇게 형편없이 했는지, 전국민이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밝혀져야만 합니다. 이 책은 21살이라는 엄청나게 젊은 가녀린 여성이 써내려간 결코 나약하지 않은 소설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하여 엄청나게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진실에 접근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 소설이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영혼들과 2014년 무능한 대한민국에 태어났기 때문에 배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채 구조되지 못한 영혼들과 그들을 가슴에 묻고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유가족, 유가족의 주위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용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 줄거리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주희와 시한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재영이가 2014년 4월 16일 그네호를 타고 첫 여행을 떠난다. 2011년 10월 25일 주희는 4층에서 몸을 던진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 나이에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온 주희였다. 사촌 오빠의 성폭행 보다 더욱 주희를 힘들게 했던 것은 어쩌면 엄마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실망이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뭘 알겠어. 그것은 차라리 빨리 잊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욱이 가해자가 사촌오빠라는 것은 엄마를 더욱 난처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이루어졌던 사촌오빠에게 이루어졌던 성폭행 성추행은 주희를 더욱 고립시켰을 것이다. 사촌오빠의 방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알리는 엄마와 그에게서 이루어지는 성폭행과 성추행은 사촌오빠에 대한 증오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엄마는 덮고 말 것이라는 불신이 주희를 괴롭혔다. 그렇게 주희는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에 절망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하지만 주희는 죽지 않았다. 혼수상태 15일만에 주희는 의식을 찾았다. 그리고 주희는 엄청난 고통이 동반하는 재활훈련에 접어든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오히려 존재감을 찾았고, 비로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고 나기 전보다 더 낙천적으로 변했다. 그런 주희에게 매우 매력적인 남자가 나타난다.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재영이었다. 재영과 설레이는 연애를 막 시작할 즈음 주희는 재영이가 암말기라는 알게 된다. 하지만 재영이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자기가 할 수 있는 순간까지 실천하기 위하여 병원자원봉사를 계속해 나간다. 재영이는 주희가 아니었으면 누구나 다 하게 된다는 사랑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희를 만남으로 해서 생애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하게 된다. 재영이는 주희가 맘에 들면 들수록 자신의 삶이 얼마 남자 않았다는 것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주희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사랑을 멈추고자 하지만 주희의 간절한 사랑은 결코 이 사랑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그리고 떠난다. 주희와 재영이가 떠나는 첫여행이자 마지막 여행. 2014년 4월 15일 둘은 제주도로 떠나는 인천항 발 그네호를 탄다. 그네호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사랑을 확인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보고… 아침식사를 마쳤을 때 그네호는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네호는 바다속으로 침몰을 한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할 때 수많은 일정을 준비했지만 전혀 새로운 돌발상황에 주희와 재영이는 놓이게 된다. 주희는 자살시도 이

저자 소개

1994년 12월 생 
한국예술고등학교 미술을 전공으로 졸업 
이 글을 쓰기 시작했었던 때는, 병원에서 8살 쯤 보이는 여자아이를 만난 후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나에게 “언니 힘내요.” 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 다음부터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노트북을 펴고 타자를 두들겼다. 그렇게 3년이 흐를 무렵. 4월 16일. 이제 막 뛰어나가려는 내 앞에 펼쳐진 이 세상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했다. 


 

책 속에서

언제부터였을까.
그 모든 이를 뒤로하고 방관하며,
초연히 홀로 걷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웃었다.
그러나 내 안의 나는 웃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
힘겨운 재활치료를 끝마치고 얼마 남지 않은 퇴원소식에 들떠,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검은 사람을 우리 집에 재울 거란다.
아무렇지 않게 그저 밥 먹자와 같은 표정으로 어미가 말한다.
까맣게 잊은 듯. 한 치에 망설임도 없이 지워버린 듯.
작은 배가 가라앉는다.
계속 계속 가라앉는다.
그렇지만 이내 다시 떠오른다.
기대가 없으면 슬픔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나는 울었다.
그러나 내 안의 나는 울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울었다.
감춰오는 것이 ‘그것’이라는 것을 무시한 채.
‘비밀’이라는 것을 들고, 혼자 달나라로 가버렸다.
그것이 나의 비밀일까, 너일까.
태양이 비춰 주지 않는 음지에 깊게 깊게 묻었다.
2011~2014 주희 노트 중에서
p10


왜. 이리도 뻔한 비극은 한 때, 한 시간에 오는 것일까.
언제 몇 번 와도 결코 질리지 않는 그것으로.
행복은 행복했던 그때라 부르는데.
비극은 날마다 다른 문자로 오늘이라 부른다.
생각해보면 행복했던 시간들도 많았는데
왜 나는 계속 비극과 쿨하게 안녕하지 못하는 걸까.
돌이켜보니, 전에 하고 싶던 것들은 오늘 날 다 끝마쳤는데.
끝내고 나니 또 다른 것을 하고 싶어 애쓰는 중이다.
나는 분명 지금 충분히 행복한데
지금 당장 이루지 못한 것들 때문에 힘겨워한다.
분명, 인생은 그리 다 행복하게 살 순 없는 것이다.
그저 짧은 비극이 끝나면, 해피엔딩일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재밌는 것이다. 분명히.
2011~2014 주희 노트 중에서
p86


“주희야.”
운전에 몰입하던 그가 주희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주희는 고개를 돌렸다.
“응.”
그는 얼마 없던 표정을 하곤 조금 크게 미소지었다.
“우리. 또 보자.”
주희는 남자의 밝은 얼굴과 제법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은 누군가로 하여금 아프게도 하고 누군가로 하여금 웃을 수 있게도 하는 것을 그 때에도 알았더라면. 주희는 비스듬히 웃고는 볼륨을 높게 올렸다.
p93



나는 열여덟, 열아홉, 스물까지.
조금 모자라서, 아파서, 나약해서,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버겁고 힘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때를 쓰기도 하고, 모두 다 내 잘못이라고 치부 해 버리기도 하고,나를 좀 봐달라고.
이런 내 마음에 곁에 있어달라고
응석부렸던 것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나에게 버릇처럼.
괜찮아. 창피해 할 것 없어.
오늘 알았으면 오늘 더 현명해진 거야.
괜찮아 한다.
오늘 날.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만 하는
막강한 권력의 정부는 지금
‘괜찮아’ 하세요?
2011~2014 주희 노트 중에서
p230



선생님. 행복은 내 안에서 오는 거죠.
이 세상은 계속 계속 바쁘고
높은 곳만 바라보라고 말하지만
높은 곳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거죠.
선생님.
나는 지금 이 나라를 내려다봐요
그런데 왜 눈물이 나죠.
2011~2014 주희 노트 중에서
p244

재영은 거칠어진 얼굴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런 게 올 거라고 믿어?”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색이 파래져 되물었다.
“안 올 이유가 있어요?”
“여기… 우리 말고도 많이 있는데… 옆방 애들이랑 벽 두들기면서 살아있는지 서로 확인도 했어요.”
“아직 살아 있는 애들이 많아요!”
재영은 무언가의 울컥함이 치솟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회적 약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저들이 들이미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순서가 오기까지의 당연한 기다림. 그것뿐이었다. 그 순간 재영은 찬물 때문에 얼어버렸던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진심으로 자신이 어른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창피할 수가 없었다. 재영은 조금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구하러 왔어. 나 말고도 많은 선생님들이 다른 애들을 구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 말 좀 따라줘.”
어느새 목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을 느끼며 재영은 밟고 있는 단단한 물체 위에 까치발을 들었다.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구명조끼를 입은 친구를 붙잡고 간신히 차오르는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재영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학생은 재영의 어깨를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하면 돼요?”
p252




너와 함께 그 많던 희망은 지나갔고, 더 이상의 슬픔도 그리움도. 더 이상 허락되지 않은 것 만 같았다. 내게, 네게. 더 이상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주희는 마른 얼굴을 매만졌다. 그러면서도 나는 널 떠나보내지 못했다. 주희는 힘없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네가 돌아오지도 않았으니까. 주희는 표정 없는 얼굴로. 조금은 넉넉해진 체육관을 살폈다. 며칠 전만 해도 죽기 살기로 바다에 뛰어들려던 해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희는 가라앉은 얼굴로 긴 머리칼을 묶었다. 대통령은 그네호가 침몰한 뒤, 너무나 큰 잘못을 한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하고 정말 구조작업을 하는 중인 해경들을 해체시켰다. 주희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미친 여자라고 확신했다.
p294


“처음부터 에어 포켓은 없었대요. 우리가 항의하니까… 결국 보라는 식으로 넣은 건 공업용 오일이었대요.”
힘없이 말을 뱉는 남자를 납득이 안 간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남자가 말했다.
“해군과 해경청장이 모두 있었잖아요. 그 때 총리도 있었잖아요.”
남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지. 전부 다 쇼를 했던 거야.”
“그게… 그 새끼들이 사람이래요? 지네는 자식도 없대요?”
남자는 울컥 눈시울을 밝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슬프고도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신 애들 보고 살아 돌아와 달라고 부탁했으니. 난 정말 멍청했지. 그러고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진짜 최악이네요. 아빠들.”
주희는 입을 틀어막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던 것일까. 무엇을 믿고, 무엇을 바랬던 것일까.
p295


“교육부 장관이 오십니다. 예의를 갖추세요.”
남자는 손을 떼어내며 황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주희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화도 안 나고, 우습지도 않고, 아무런 감정이 동요되지 않았다. 그저 낮게 ‘병신.’ 한 것도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부 장관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정장을 입은 몇 명의 수행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장관은 남아 있는 가족들을 휘휘 둘러보곤 수행원 중 한 명을 불러 무언가를 지시하며 의료용 의자와 탁자 앞에 앉는다.
호흡을 가다듬은 주희는 천천히 두 다리를 끌어안고 그를 바라봤다. 눈시울이 붉게 물든 가족들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교육부 장관을 바라보던 주희의 얼굴에 길게 늘어진 입가를 타고 느리게 흐르는 눈물. 주희는 수많은 눈물들이 흘러내리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바라봤다. 자신의 수행원들과 의료용 탁자에 놓인 컵라면을 후후 불어 먹고 있는 교육부 장관을.
이후에 그 장관이 한 말 중 가장 큰 진실은
‘김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p296

(우리의 마음을 들어요.)
in the distance_ Hansol / Repetition _ Hansol
사랑하는 사람아.
조금만 더 견뎌줘 조금만 더 애써주면 돼
정말, 그거면 돼.
나의 마음이
거기 검은 바다 속만큼 까마득하진 않겠지.
거기 그 곳만큼 무섭지는 않겠지.
하지만 우리에겐 희망이 있어
너를 만나 너와 함께 그저 살아가고 싶은.
우리에겐 못다 전한 말이 있어
밤 새워 얘기해도 모자랄 만큼, 너를.
희망은 부질없다 말하는 이를 때려죽이고도 용서할 만큼,
너를. 사랑하고 있어.
p302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이길 포기한 자가 선장이라는 것이 아니라
비겁한 정부가 아니라, 무능력한 해경이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기관들의 무책임이 아니라.
죄 없는 몇 백 명의 국민들의 죽어도
몇 만 명의 국민들이 아우성을 쳐도
이 나라는
꿈속에서 깨어난 듯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 해결도, 아무런 결과도 없이.
이 나라는 끈임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런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2011~2014 주희 노트 중에서
p306

 

목차

목차
1. 비밀9
2. A Dark Letter (검은 편지) 29
3. 그렇다면 41
4. 마음의 소리 53
5. 블랙홀 67
6. 비극 85
7. 차갑고, 따가운 음료 99
8. 두 번 봤던 예고편(unexpected, in) 107
9. 거기 그대로 121
10. 당신을 알고 싶어요 (from. 재영) 133
11. 작은 호수 (1) 145
12. 작은 호수 (2.소년) 157
13. 안녕 169
14. 2014년 2월 (나는 너를 만나서 좋았다) 183
15. 마법처럼 197
16. 이 세상은 사랑으로 211
17. 괜찮아? 229
18. 선생님 243
19. 비닐 포장지 257
20. 주제 (존재의 이유) 277
21. 물음표 291
에필로그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301
작가의 말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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