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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4317932 / 232쪽 153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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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다양한 관점에서 인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문화의 길> 총서 여덟 번째 책. 한국 영화사에 밝은 영화 평론가 강성률이 ‘영화’라는 창을 통해 인천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본다.
* 도시는 영화다
탁월한 도시 산책자이자 에세이스트였던 발터 벤야민은 영화만이 도시의 본질에 시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기록하고 재현할 수 있는 카메라의 기능을 신뢰했다. 클로즈업이나 롱숏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사람의 시각보다 더 정확하게 포착해 화면 안에 살려 낸다. 게다가 영화에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없는 슬로모션이나 패스트모션 기능도 있다. 그리하여 카메라는 도시의 곳곳을 누비며 기록하고 재현했고, 관객을 그 영화를 통해 도시를 익혔다. 더욱이, 이미지와 실재의 경계가 흐려지고 오히려 이미지가 실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시대인 오늘에는 영화 속에 그려진 인천이 관객이 아는 인천의 전부일 수 있다.
* 인천에 관한 영화적 이해와 오해
그러나 카메라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는 보는 이를 일쑤 속인다. 인간의 시각이 불완전해서 그 주체를 속인다면, 카메라는 그것을 작동하는 이의 시선과 욕망을 감춤으로써 이미지가 마치 객관적 실재인 양 보는 이를 속인다. 1890년 어름에 이 땅에 최초의 극장이 들어선 이후, 특히 한국에서 영화가 산업으로 성립하고 장르가 분화하기 시작한 1950년대 후반 이후 영화에 재현된 인천의 이미지도 그러하다. 책의 2부와 3부에서 영화 속 인천의 이미지를 검토한 저자는 “그동안 인천은 서울이 소비하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고 평한다. 스스로를 드러내면서 조심스럽게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노력도 있었으나, 그 성과는 미흡하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동안 인천은 영화적으로 이해받기보다는 오해받는 쪽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 인천다운 인천 영화를 기대하며
그렇다면 영화가 한 도시를, 즉 인천을 제대로 그린다 함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영화 안에 인천이라는 지역의 특성과, 그 특성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대로 재현”되어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책의 4부 ‘인천의 속살을 담은 영화, 영화인들’에 제시된 영화들이 그 사례라 할 터인데, 이는 저자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와 역사를 잘 담으면서도 형식이 신선한 영화’와 맥이 통하는 바이다. 인천을 인천답게 그린 영화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저자는 인천 지역의 영화인과 영화 단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즉,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인천의 특성을 영화에 담아내고, 인천 출신이 인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렇게 만든 영화를 적어도 인천에서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힘써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비단 영화뿐 아니라 지방자치 시대에 문화 일반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라 하겠다.
* 지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문화의 길’ 총서
인천문화재단과 한겨레출판이 손잡고 펴내는 새로운 역사/문화 총서. 인천은 ‘근대의 관문’이라는 도시 형성의 역사적 기원으로 인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게 되었고, 이후의 성장 과정에서 다른 지역/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문화의 길’은 오늘의 지역, 지역성, 지역문화를 이룬 그러한 역사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그려 가는 새로운 문화지도이다. 역사와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함은 지역사와 한국사의 맞물림, 특수성과 보편성의 연결 지점들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한국 사회의 근대성을 조명하는 기획을 통해 지역문화의 어제를 성찰하고 오늘을 점검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생활사의 근거지로서 지역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인천’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한국 근현대의 초상화가 바로 ‘문화의 길’ 총서다.
• pp.8~9: 영화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특정 시대의 영화 경향, 그런 경향을 이끈 특정 감독들의 영화 세계를 분석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에 머물지 않고 그런 경향이 발생할 수 있었던 사회적, 영화 정책적, 장르적 배경 또한 분석한다. 그럼으로써 이전 시대와의 차이점을 밝히고, 한국 사회가 무엇을 욕망했는지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영화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특정 시대의 사회를 연구하는 것이다.
• pp.20~21: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은 점점 영화처럼 보인다. 도시 역시 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인가? 영화와 도시는 점점 닮아 간다. 영화는 도시를 재현하고, 영화에 재현된 도시는 점점 영화를 닮아 간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현실의 도시와 영화 속 도시는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소비된다. (…) 그래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도시를 인지하는 행태는 점점 심화된다. 단지 영화를 보는 것일 따름인데도, 영화 속에 재현된 도시를 통해 가 보지 못한 그 도시를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 p.36: 한반도의 근대화는 인천과 함께 시작되었다. 개항과 더불어 인천에는 일본인과 중국인의 거리가 형성되었다.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던 곳에 근대의 문물이 들어선 것이다. 인천과 서울을 잇는 철도가 최초로 개통되자 근대화는 더욱 본격화되었다. 인천에 온 많은 외국인과 문물이 철도를 통해 서울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인천에 최초의 극장이 형성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인천에 자리 잡은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연희를 위해 극장을 만들었던 것이 조선 극장의 시작이다.
• p.48: 남한에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산업으로 성장한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이다. 전쟁이 끝나고 불과 2년 뒤인 1955년에 이규환의 <춘향전>, 3년 뒤인 1956년에 한형모의 <자유부인>이 엄청난 흥행 성공을 이루자 자본이 영화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사람들에게 낙이 없던 시절, 영화는 거의 유일하게 그들을 달래 주는 매체가 되었다. 명동과 가까운 충무로에 영화인 사무실, 식당, 다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드디어 ‘충무로 시대’가 열렸다. 1960년대에 들어와 상황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거대 규모의 영화사인 ‘신필름’이 들어서고, 영화는 점점 장르화하고 전문화했다. 1년에 제작 편수가 200편을 넘어서고, 스타와 스타 감독이 등장했다. 명실상부한 ‘영화의 황금기’가 열린 것이다.
• p.85: 한국 영화 속 인천은 이렇게 항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항구를 둘러싼 이별의 아픔을 그린 멜로드라마, 항구의 어두운 면을 직시한 비정한 느와르가 그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장르는 같은 항구도시인 부산과 정확히 겹친다. 어쩌면, 그것은 항구도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 pp.118~119: 흥미롭게도, 인천항을 다룬 요즘 영화들은 1960년대의 항구를 배경으로 한 느와르와 많은 부분 닿아 있다. 지독한 범죄와 연관되어 있는 것. 물론 당시 느와르가 복수, 의리를 중심에 두었다면,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오로지 돈이 중심이 된 세상에서,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하는 사람들의 살벌한 이야기만 등장한다. 그런 이야기를 한국만이 아니라 국제적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영화를 보면,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기보다는 그저 영화에 불과한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져 씁쓸해진다.
• p.123: 많은 이들이 오해를 한다. 인천은 항구이고 부두의 도시라고. 그들은 인천역이 인천의 종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종점에서 새로운 인천이 시작된다. 인천의 연안부두에 가면 인천이 섬으로 구성된 도시라는 것을 실감한다. 백령도, 연평도, 이작도 등을 비롯한 서해상의 저 수많은 섬들이 모두 인천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 무수한 섬들이 세포처럼 결합해 인천이라는 거대한 광역시를 만들어 간다. 하여 인천은 섬의 도시이면서 항구도시이다.
• p.153: 신도시의 마천루는 다시 계획도시의 구획된 도로와 만나게 된다. 도시는 정비되고 도로는 그 구획 안에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런 직선은 곡선의 부드러움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거리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인간적인 정이 떨어지는 것이 구획된 직선과 직사각형 도로의 특징이다. 송도는 정확히 이것을 실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근대화에 대한 강한 욕망이 녹아 있다. 이 공간에 국제학교까지 넣고 자유무역지구로 선정한 것을 보면 송도는 완벽한 근대화 욕망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대화가 목표로 했던 서구화보다 더 서구화된 공간, 낡고 힘이 빠지 서구를 넘어 먼 동양에 건설된 서구, 또는 서구를 넘어서려는 욕망의 재현.
• p.185: 인천을 제대로 그린 영화가 있는가? 질문을 바꾸어 보자. 영화가 한 도시를 제대로 그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이제까지 숱하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그 현장을 지금까지 지켜보아 왔다. 그러나 그 수많은 영화 안에 인천이라는 지역의 특성과, 그 특성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대로 재현되어 있는가?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는 강하게 말할 수 있다. 영화 <친구>(곽경택, 2001)가 부산을 제대로 그린 첫 영화라면,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2001)는 인천을 제대로 그린 첫 영화라고.
• pp.199~200: 좋은 영화는 시간의 벽을 넘어선다. 마치 고전이 그런 것처럼. 얄팍한 시대적 유행에 편승한 영화는 반짝 흥행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고전이 되지는 못한다. 시간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벽을 넘어서는 것을 말한다. 다시, 동서고금을 넘어선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ㆍ보편적 특성을 영화 속에 신선한 형식으로 담아 볼수록 새로운 것이 보여 여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것이다.
• p.220: 신기하게도, 인천 출신의 영화감독을 발견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1960년대에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룩한 수많은 감독들이 존재하는데, 그 안에서도 인천 출신 감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장동휘, 황정순, 최불암, 한은진 등 많은 배우들이 인천 출신임에 비해 영화감독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임순례 감독이 인천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의 영화 세계가 더 쉽게 이해되었다. 그의 영화에는 인천의 느낌이 있다. 주변부 인생의 고군분투기가 들어 있는 것. 그것을 마냥 패배주의적이거나 쓸쓸하게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게 그린다.
• pp.230~231: 자유공원과 홍예문, 개항장 거리를 거닐다가 일 많은 이 팀장을 보내고 홀로 신포동으로 갔다. 애관극장, 내리교회, 답동성당, 배다리의 헌책방 거리, ……. 그곳들을 답사하면서 나는 쓸쓸함의 풍경을 보았다. 그것은 부정적인 의미의 쓸쓸함이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는 긍정적 의미의 쓸쓸함이었다. 자식을 도시로 보내고 고향에서 여전히 살고 계신 부모님의 마음과 같은, 남아 있는 자의 쓸쓸함이 그곳에는 배어 있었다. 내게 인천은 그런 곳이었다. 서울의 인사동과 같은 느낌. 도시 안의 섬이 인사동이듯이, 인천은 한국의 섬처럼 그 공간 안에서만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도시였다. 그날 내가 본 인천의 풍경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마음의 풍경, 고향의 이미지.
프롤로그_영화를 통해 도시와 문화를 본다는 것
1부 인천, 근대와 영화의 시발점
도시는 영화다
개항과 근대화, 경인선과 영화
최초의 극장 인부좌, 그리고 애관극장
동인천의 극장 거리, 그 시절이 그립다
인천 영화 문화의 산실, 인천영상위원회와 영화공간 주안
영화 문화 발전의 토대, 영화제 그리고 부천과 DMZ
2부 인천은 항구다
인천은 항구다
항구 느와르, 그 비정한 세계
<신세계>, 항구 느와르에서 갱스터 필름으로
항구의 이별, 멜로드라마
잔혹한 항구의 비정
3부 섬의 도시 인천
인천 상륙작전의 격전지에 대한 반대의 시각, 북한 영화 <월미도>
인천 상륙작전을 다룬 남한의 영화들
실미도, 남북 대결 시대의 아픈 역사
송도, 근대화의 강한 욕망, 그러나 <타워>의 공포로
소래포구, 소래염전, 그리고 소멸의 미학
아름다운 섬, 석모도
4부 인천의 속살을 담은 영화, 영화인들
인천을 제대로 그린 첫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파업 전야>와 인천의 공단, 그리고 노동자들
음식은 치유와 화해의 토대, <북경반점>
스포츠는 인생의 알레고리, <슈퍼스타 감사용>과 <비상>의 감동
임순례, 주변부 인생만 그리는 뚝심의 감독
에필로그_여행의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