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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하나온다잡아먹자-창비시선167

원제 :
시리즈 : 창비시선 [454]

이경림 저 | 창작과바평사 | 199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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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1670 / 134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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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고, 1989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토씨찾기}(생각하는 백성),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세계사),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 (창비), {상자들}(랜덤하우스 중앙), {내 몸 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문예중앙) 등이 있고, 산문시집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와 산문집 {언제부턴가 우는 것을 잊어버렸다} 등이 있으며, 영역시집으로는 {A New Season Nearing, Devour It}( Translated by Wolhee Choe and Robert E. Hawks) 가 있다. 

이경림 시인의 {사유思惟의 깊이, 관찰觀察의 깊이}는 “현상이 본질이며 관념이며 시”라는 대전제 아래, 관찰의 깊이를 사유의 깊이로 이끌어내고 있는 시론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이 시를 쓰고 읽는다는 것은 모든 욕망을 다 비워냄으로으로써 더욱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사유思惟의 깊이, 관찰觀察의 깊이}는 수많은 시인들의 감성을 따라가다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쓰게 된 그 ‘사유(행복)의 풍경’과도 같은 것이다. 

이메일 poemsea58@naver.com 

책 속에서

아아 삶이

이 경 림


절망이라고 치욕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름이라고만
말할 수 있어도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순하게 시름처럼 아득하게
깊어질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천천히 해가 뜨고 시름처럼
하염없이 늙어가는 나무 아래선
펄펄 끓는 치욕을 퍼먹어도 좋으리
노란 평상 위에서 온갖 웬수들 다 모여
숟가락 부딪치며 밥 먹어도 좋으리
그때 머리 위로는 한때 狂暴했던 바람이
넓적한 그림자를 흔들며 가도 좋으리
시름처럼 수굿한 구름이 나무 꼭대기에서
집적대고 좋으리

그래
끝이라고 문 닫았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따뜻하게
시름처럼 축축하게 한시절
뒹굴뒹굴 보낸다면 얼마나 좋으리
시름의 방 속에서 어른거리는 것들의
그림자를 보는 일도 좋으리
문밖에서 휙 지나가는 도둑고양이 같은 시름들
못 본 척하는 일도 좋으리
풀섶에서 눈 번득이는 작은 짐승처럼
그저 고요히 두근거리는 일도 좋으리

그 또한 시름 같은 것
- 92쪽

목차

목차
제1부
저 깊은 강
담
쓸쓸함의 결혼식
무덤
한떼의 기린들이
희망 혹은
이글루
달리는 건물
어이 가방!
내 속의 알함브라
아궁이 같은
식구
여자들
불충실한 귀납법
우우 저무는 저 건물들이
비스듬히
쓸쓸함의 집
내 앞에 역광으로
땡볕 속을 걸어
햇볕이 이렇게 쨍 한데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네
암만 애써도 안되는
제2부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가만히 있었다
내가 사랑한 담요
더이상 나무가 아닌 나무들이
거짓, 포도 한 알
저승에 계신 아버지가
그깟 술 몇잔에
'끝'이라는
'열시 반'이라고
이제 닫을 시간
토론토에서
장마
슬픔, 아무래도
휘도는 골짜기
거대한 빵
벼락치는 소리가 났다
중얼거리다
숨은 모녀
리차드 기어가 웃고 있다
여축시를 산 채로
보르헤스의 정원 1
가을
제3부
집 한 채
어머니, 지우신다
무덤에서
보르헤스의 정원 2
춤추는 사과
죽은 나무들의 사회
바벨의 도서관
표류, 또는 빗금
저 햇빛
기포(氣泡) 속으로
너무 고요하다
풋것처럼
영롱한 아침
지저귀다
아아 삶이
상처들은 나무마다 환하다
물끄러미
돌
자갈길을
사람 지나간 발자국
그러나
꿈, 바다, 여인들
그의 무덤에
욕조에서
구멍
항구로 가는 사거리에는
가은(加恩)이라는
안동 가고 싶다
중산경(中山經)
□ 해설 / 김정란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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